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4)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4화. 아드리안 공작(2)(4/214)
4화. 아드리안 공작(2)
2023.11.04.
아드리안 공작은 아까 광장에서 보았던 로제테를 떠올렸다.
고아원으로 향하던 중, 그는 강한 마나의 흐름을 느끼고 그곳으로 향했다. 이 한가한 작은 마을에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기 때문에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그곳에서 그는 분홍 머리의 소녀를 만났다.
로제테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소녀는 그가 지금껏 본 사람 중 가장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다. 마법엔 문외한인 그가 보더라도.
어른으로서 그런 가능성을 가진 아이를 본다면 그 능력을 꽃피워 주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그런 것도 있지만 아드리안 공작에게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그리고 어쩐지 지켜 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말입니다.”
벌벌 떨며 울던 그 얼굴이 안타까워서 자꾸 눈에 밟혔다. 이대로 두고 가면 아이가 자꾸만 생각날 것 같아 그대로 두고 갈 수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오늘 당장이라도 아드리안 저택으로 데려가고 싶었다. 로제테만 허락한다면 정말 그럴 생각도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이런 마음은 세 자식들을 볼 때만 들었던 감정이었는데.
“아드리안 공작가라면 저희도 믿고 아이를 맡길 수 있습니다. 오, 마침 로즈가 왔군요.”
원장은 조심스럽게 방 안으로 들어온 로제테를 반겼다. 그런데 로제테의 얼굴이 이상했다.
원장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아드리안 공작을 보더니 안 그래도 하얀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하게 질렸기 때문이다.
로제테를 따라 아드리안 공작을 본 원장은 그녀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다.
‘귀족이 무서울 법하지.’
아드리안 공작은 소드 마스터답게 체격이 좋았다. 키는 웬만한 기사보다도 더 컸으며 몸도 꽤 다부졌다.
인상은 부드러운 편이었지만, 귀족이라면 무조건 겁부터 먹는 아이의 눈에는 사납게 보일 수도 있었다.
로제테는 고아원 아이들 중 가장 여리고 섬세한 아이가 아니던가. 거기에 마을에서 안 좋은 일까지 당했다고 하니 겁을 먹을 만했다.
원장은 조심스럽게 로제테의 팔을 잡으며 그녀를 어르고 달랬다.
“로제테, 이미 보았을 테지만 다시 한번 인사 드리거라. 이쪽은 아드리안 공작님이시다. 좋은 분이시니 겁을 먹지 않아도 된단다.”
그래도 로제테는 표정을 풀지 못했다. 그녀는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끅끅거렸다. 그에 놀랐는지 아드리안 공작이 천천히 다가와 그녀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로제테라고 했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난 널 보호하려고 온 거란다.”
“저는, 저는…….”
더듬더듬 무어라 말을 하려던 로제테는 갑자기 자신의 손을 잡는 아드리안 공작의 손을 반사적으로 확 뿌리쳤다.
“아…….”
그러고는 눈을 도르륵 굴려 눈치를 살피다가 도망치듯이 원장실 밖으로 달려 나갔다.
예상치도 못한 그녀의 행동에 원장의 얼굴도 하얗게 질렸다.
“저 아이가 원래 저런 애가 아닌데, 죄송합니다.”
“이해합니다. 오늘 큰일을 당한 데다가, 아이들은 원래 귀족들을 무서워하는 법이니까요.”
아드리안 공작은 마음이 상한 기색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부르는 게 예의가 아니었지요. 오늘은 많이 놀란 것 같으니 내일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아드리안 공작은 정중하게 인사를 한 뒤 원장실을 나갔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원장은 안심했다.
저런 가문이라면 로제테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겠다고.
* * *
로제테는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문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마음 같아서는 문을 잠그고 싶었지만, 열 명이 넘는 아이들이 쓰는 방에는 잠금장치가 없었다.
대신 그녀는 문에 귀를 기대고 바깥소리에 집중했다.
원장이나 아드리안 공작이 쫓아오는 건 아닌가 걱정했는데 바깥에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저 멀리 어렴풋이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5분 정도 지난 뒤에야 로제테는 안심하고 긴장을 풀 수가 있었다. 그제야 조금 전 일을 되새겨 볼 수 있었다.
‘아드리안 공작님은 대체 왜 날 보려고 한 걸까?’
마을에서 우연히 아드리안 공작을 만났을 때 로제테는 엄청 놀랐다. 이곳에서 댈러스 후작도 아니고, 아드리안 공작을 만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까닭이다.
그가 직접 자신과 제인을 고아원에 데려다줄 때는 기절할 뻔했지만 이내 진정하려고 노력했다.
시간을 되돌리기 전 소문으로 들었던 아드리안 공작은 참 다정한 사람이었다.
특히 아이들에 대한 미담이 많았다. 세 아이의 아버지이다 보니 아이들에게 더 다정한 모양이라고, 귀족들은 추측했다.
그러니 마을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한 자신과 제인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고아원까지 데려다준 걸 거야.’
그렇게 납득하려고 노력했다. 조금 전 원장실에서 아드리안 공작을 보기 전까지는.
그런데 그가 왜 자신을 찾는 걸까. 혹시 마법사인 그는 자신이 시간을 돌린 것을 알고 있는 거 아닐까? 그래서 이전 생에서 자신을 죽인 로제테에게 앙심을 품고 복수를 하려는 걸까.
‘그럴 리 없어.’
로제테는 고개를 저었다.
분명 시간 마법에 대해 쓰여 있던 고서에는 시전자 이외엔 과거를 기억할 수 없다고 되어 있었다. 그러니 제아무리 아드리안 공작이라 하더라도 과거를 기억할 리 없었다.
만에 하나의 경우에 그가 과거를 기억하고 있었다고 해도 로제테를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전 생에서 로제테는 그래도 귀족 영애다운 외모를 하고 있었다. 댈러스 후작이 물질적인 지원은 아끼지 않은 덕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꼬질꼬질한 외모에 앙상한 몸. 머리색이 분홍색이라는 것 빼고는 과거의 로제테와 지금의 로제테를 연관시킬 일은 없었다.
그러니 내가 자신을 죽인 것을 모를 거야. 절대 모를 거야.
‘하지만 알면 어떡하지?’
로제테가 불안한 마음에 저도 모르게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 때였다. 문 너머에서 제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로즈? 안에 있니? 나 들어가도 돼?”
“으, 응.”
로제테가 문에서 물러나자 제인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손톱을 깨물고 있는 로제테를 보고 미간을 좁혔다.
“또, 또 손톱을 깨문다. 그러다가 손톱이 짧아지면 아프다고 언니가 몇 번 얘기했지?”
제인이 조심스럽게 로제테의 손을 잡아당겼다. 혹시라도 피가 나는 곳이 없는지 꼼꼼히 살피는 그녀를 보자 로제테는 괜스레 눈물이 핑 돌았다.
‘언니가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
댈러스가에서 생활할 때에도 손톱을 깨무는 습관에 대해 지적받은 적이 있었다.
가정 교사는 로제테가 손톱을 깨물 때마다 자로 손등을 내려쳤고, 그녀에게 말을 잘 걸지 않던 댈러스 후작도 귀족답지 않다며 한 소리를 했다.
그러나 아무도 제인처럼 로제테를 걱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제인의 따뜻한 온기에, 그녀가 과거와 달리 살아 있다는 사실이 실감이 났다.
정말로 과거를 바꾼 것이다. 그게 로제테에게 희망을 주었다.
‘이번엔 사람들을 죽이지 않을 수 있어.’
그녀의 마법에 죽었던 많고 많은 이들. 특히 아드리안 공작과 다니엘 아드리안. 그리고 그 두 사람의 죽음에 괴로워하던 조슈아 에른하르트.
이 모두를 구할 수 있었다.
설령 오늘 치료 마법을 써서 아드리안 공작이 자신의 정체를 알아챘다고 하더라도 후회하지 않고 죗값을 달게 받으리라.
“어? 로제테 울어?”
로제테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제인의 품에 안겨 울었다. 한참 동안 그녀를 토닥여 주며 달래던 제인은 로제테의 울음소리가 작아진 뒤에야 이해한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슬프지? 나도 슬퍼. 하지만 로즈, 귀족가에 입양되면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을 거야.”
이게 무슨 소리지? 입양이라니? 아직 댈러스 후작이 찾아올 시기는 아닌데?
로제테가 제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어 눈만 깜빡이는데, 제인이 이어 말했다.
“아까 보니까 아드리안 공작님은 참 좋은 분 같았어. 분명 너에게도 잘해…….”
더 이상 잠자코 듣고 있을 수가 없었다. 로제테는 ‘아드리안’이라는 이름에 즉각 반응했다.
“아드리안 공작님이 왜?”
“어? 알고 우는 거 아니었어?”
“아니, 모르는데.”
제인이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설명을 해 주었다.
“아드리안 공작님이 널 입양한다고 했다던데?”
로제테는 그 말에는 바로 반응하지 못했다. 제인이 이런 일로 농담을 할 성격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말이 꼭 질 나쁜 농담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날 왜 입양해?’
댈러스 후작이라면 모를까, 아드리안 공작이 그녀를 입양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런 그녀의 의문을 읽었는지 제인이 대신 대답해 주었다.
“네가 마법으로 날 고쳐 줬다며? 원장님이 그러는데, 너는 아주 훌륭한 마법사가 될 사람이래. 그래서 공작님이 널 입양한다고 했어. 공작님은 위대한 검사니까.”
아무래도 다른 속셈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고작 그런 이유로 입양을 할 이유가 없었다.
로제테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원장실로 뛰어갔다.
“로즈? 어디 가?”
뒤에서 제인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다행히 제인은 따라오지 않았다.
원장실에 다시 도착한 로제테는 숨을 가쁘게 들이쉬며 노크도 없이 문을 열었다. 원장은 그녀가 올 줄 알고 있었다는 사람처럼 그녀를 반겼다.
“오, 그래. 로즈, 어서 오거라.”
로제테는 문 앞에 서서 외쳤다.
“전 입양 가기 싫어요!”
“제인이 말해 준 것이냐?”
“네. 원장님, 저는……!”
“로즈, 잠깐 진정하고 앉아 보거라.”
원장이 차분히 말했지만, 로제테는 선 채로 꿋꿋하게 고개를 저었다.
“싫어요! 저는 여기가 좋아요! 제인 언니와 지낼래요!”
원장은 아주 잠깐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가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천천히 걸어와 그녀의 앞에 앉았다. 로제테의 두 손을 잡는 그의 손길은 조심스럽고 따뜻했다.
“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억지로 보내지는 않을 거란다. 그 전에 왜 가기 싫은지 들려주지 않으련?”
그가 이끄는 대로 소파에 풀썩 앉은 로제테는 입을 달싹였다. 하고자 하는 말은 많았다. 자신이 죽인 사람에게 입양 갈 수 없노라고, 자신이 대체 무슨 면목으로 그를 아버지라고 부르겠느냐고.
그러나 그건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었다. 로제테가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일곱 살 아이가 흔히 하는 말밖에 없었다.
그녀는 손가락을 꼬물거리며 웅얼거렸다.
“제인 언니와 떨어지기 싫어요.”
“자주 놀러 오면 되지. 공작님께서도 널 위해 제인과 다른 아이들을 저택에 종종 초대하신다고 하셨단다.”
“또, 또…….”
달리 핑곗거리를 찾지 못해 쭈뼛거리는 로제테를 원장은 인내심 있게 기다려 주었다.
“무서워요.”
이건 진심이었다. 로제테는 속을 모르는 아드리안 공작이 무서웠다.
“아무래도 귀족이라 무서운 건 이해가 간단다. 하지만 아드리안 공작은 좋은 분이란다. 널 가족으로 많이 아껴 주고, 네가 훌륭한 마법사가 될 수 있게 도와줄 거란다.”
“그래도…….”
그러나 로제테는 더 이상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아까부터 몸이 근육통이 있는 것처럼 욱신거리고 머리가 어지럽다 했더니, 갑작스럽게 몸이 휘청인 것이다.
미처 알지 못했는데 식은땀으로 이미 등은 흠뻑 젖어 있었다.
”로즈? 세상에, 로즈! 몸이 이렇게 불덩이라니!“
제 이마에 손을 얹고 당황해하는 원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로제테는 그만 혼절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