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40)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40화. 조우(3)(40/214)
40화. 조우(3)
2023.12.10.
로제테는 잠시 망설이다가 두 무릎을 꿇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 전에 조슈아가 다시 손을 저었다.
“그것도 됐어. 네가 무릎을 꿇어 봤자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조슈아의 목소리는 낮에 봤을 때보다 아주 조금 누그러져 있었다.
아무래도 로제테가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그 또한 감정을 정리한 것 같았다.
그가 커다란 나무 그루터기를 눈짓했다.
“일단 앉아. 묻고 싶은 것이 있으니 이야기부터 듣도록 하지.”
“무슨 이야기를…….”
“일단 앉으라고 했을 텐데.”
로제테가 주춤거리며 그루터기에 앉았다.
반면 조슈아는 앉지 않고 그녀 앞에 섰다. 그늘진 그의 얼굴이 더욱 서늘하게 보였다.
“시간을 되돌린 게 네가 맞나?”
로제테가 혀로 마른 입술을 축이고 대답했다.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
“아마도?”
“제가 시간을 돌리는 마법을 쓴 것은 맞고, 다시 일어났을 때 과거로 돌아와 있던 것도 맞아요. 특별한 일이 없다면 제가 돌린 게 맞겠죠.”
“그래. 그러니까 과거를 기억하는 거겠지.”
그러는 황자님은 어떻게 기억하는 건가요?
묻고 싶었지만 일단 참았다.
“시간은 왜 돌렸지? 죽는 게 그렇게 싫었나?”
“아뇨. 죽는 것은 두렵지 않았어요.”
“그럼?”
“저는…….”
로제테가 고개를 들어 조슈아의 얼굴을 살폈다.
13년을 거슬러 온 그의 얼굴은 분명 감옥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앳됐다. 그런데도 아이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위압감이 풍겼다.
‘여기서 거짓말을 해 봤자 금방 알아채겠지.’
그는 날 때부터 사람들 위에 군림한 남자니까.
그래서 로제테는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모든 것을 바로잡고 싶었어요.”
“바로잡고 싶었다는 말의 뜻은?”
“많은 것이 있죠. 저는 많은 잘못을 했으니까요. 그중에 제일 바랐던 것을 말하라면…….”
로제테가 똑바로 말했다.
“아빠와 다니엘 오빠를 살리고 싶었어요.”
조슈아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아빠와 오빠? 네가 지금 두 사람을 그렇게 부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모두가 인정한 ‘아드리안’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녀의 과거를 기억하는 조슈아 앞에서만은 당당히 말할 수가 없었다.
새삼 자신이 얼마나 뻔뻔한지 깨달았다. 아무리 두 사람이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어떻게 두 사람의 가족이 될 수 있을까.
그녀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조슈아가 빈정거렸다.
“네가 생각해도 웃기지? 이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 이제 알겠나?”
“하지만…….”
로제테가 눈을 내리깔며 변명하듯 중얼거렸다.
“알아요. 저도 제가 염치가 없다는 거. 그래서 처음엔 아빠의 입양 제안을 거절했어요.”
“그런데 지금 스승님께서 계속 널 데려오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그런 건 아니에요. 물론 그런 것도 있지만…….”
그녀가 눈을 부릅뜨고 조슈아의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조슈아의 눈에 약간 이채가 돌았다.
원래 허락 없이 황족의 눈을 맞바로 쳐다보는 것은 예법에 어긋난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조슈아는 로제테의 태도에 그다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덜덜 떨면서도 애써 안 그런 척하는 게 가소로우면서도 조금은 안쓰러워 보였기 때문이다.
‘안쓰럽기는 무슨.’
그래 봤자 과거에 무수히 잘못을 저지른 여자였다.
조슈아가 마음을 굳게 먹는 사이 로제테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녀답지 않게 말이 빠르고 길었다.
“아빠도 아빠지만 다니엘 오빠가 마음에 걸렸어요. 과거에 다니엘 오빠는 마차 사고를 당해 다리를 절었잖아요. 검술 유망주라고 들었는데 소드 마스터도 결국 되지 못했고요.”
“……그랬지.”
“사실 저는 과거로 돌아와서 댈러스 후작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결심했어요. 제가 댈러스 후작가로 가지 않으면 아빠와 오빠도 죽을 일 없으니까.”
“…….”
“하지만 다니엘 오빠를 보고 제가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댈러스 후작은 제가 없어도 아드리안가를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똑같이 마차 사고는 일어날 것이고, 누군가가 아드리안 가를 습격할 거니까요.”
“그래서?”
“그래서 아드리안으로 가기로 결정한 거예요. 아드리안에 있으면 그들을 지키기 더 쉬우니까요. 실제로도 마차 사고도 막았고요!”
로제테가 조금은 자신 없어진 투로 작게 덧붙였다.
“물론 어째서인지 이번엔 다니엘 오빠가 아니라 아빠가 사고를 당했지만요.”
조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스승님을 구한 건 너였어.”
“부끄럽지만, 네. 제가 맞아요.”
“물론 그 점에 대해선 감사하게 생각한다. 네가 없었더라면 스승님도 무사하지 못하셨겠지. 하지만 그래서?”
“네?”
“네가 스승님을 구했다고 해서 스승님과 다니엘을 죽인 사실은 변하지 않아.”
“하지만 그건!”
로제테가 변명처럼 중얼거렸다.
“제 의지는 아니었어요. 저는, 정말로…….”
아드리안 공작을 죽이고 싶지 않았다.
댈러스 후작이 저주만 새겨 놓지 않았더라면, 돌아가서 댈러스 후작에게 죽을지라도 아드리안 공작을 공격하지 않았을 터였다.
“뭐, 댈러스 후작이 조종 마법이라도 걸어 뒀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건가?”
“…….”
“……진짜로 그런 건가?”
로제테는 이렇다 할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
‘울면 안 되는데…….’
그날의 일을 떠올리자 속절없이 두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코로 숨을 크게 들이쉬었지만 소용없었다. 로제테의 두 눈에선 이윽고 눈물이 툭툭 떨어졌다.
“도무지 알 수가 없어. 전에도 궁금했어. 대체 왜 네가 우는 거야? 잘못을 한 건 넌데.”
“죄송해요.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로제테가 손바닥으로 두 눈을 거칠게 닦았다.
“하지만 저는 진짜, 제 과거를 후회하고 속죄하고 싶어요. 흐윽, 진짜예요.”
“…….”
“저를 용서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아니, 흡, 용서하지 못하겠죠. 하지만 제게 모든 것을 바로 잡을 기회를 주시면 안될까요?”
로제테는 아예 조슈아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며 두 손으로 싹싹 빌었다.
“제가 이렇게 부탁할게요. 저는 댈러스 후작이 다시 아빠를 해치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어요. 제가 모두 해결할게요.”
조슈아는 입을 꾹 다물었다.
시간을 거슬러 오기 전, 감옥에 갇힌 로제테를 찾아 갔을 때에도 그녀는 이렇게 서글프게 울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화가 났었다.
왜 스승님과 다니엘을 죽인 당사자가 우는가. 누명이라도 썼다면 모르지만, 그녀가 범인이 확실했다.
이건 악어의 눈물밖에 되지 않았다.
울며 따져야 하는 사람은 그였다. 그런데 마치 그녀는 자신이 절친한 이들을 잃은 사람처럼 굴었다.
그런데 이런 속사정이 있을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 지금까지 그는 당연히 댈러스 후작의 명령을 받은 로제테가 자신의 의지로 두 사람을 죽인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죽이기 싫었는데 조종 마법 때문에 그랬던 것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
‘달라지기는 뭐가 달라져.’
그가 이를 으득 깨물었다.
‘분명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야.’
로제테가 아드리안 공작을 구한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조슈아는 앞으로 아드리안가를 위해 일한다는 그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그는 시간을 돌아오기 전까지 황자로서 많고 많은 사람을 만났다. 느낀 게 있다면 사람은 생각보다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시간을 돌렸다고 해서 로제테가 한순간에 바뀔 수 있을까?
‘그럴 리가 없지. 분명 무슨 꿍꿍이속이 있는 거야.’
설령 그녀가 진짜 아드리안가를 위해 미래를 바꾸려 노력한다고 해도 다른 이유가 있는 게 분명했다.
자신의 저지른 일을 후회하고 참회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게다가 나중에 댈러스 후작을 만났을 때 태도가 변할 수도 있고.
로제테가 댈러스 후작을 보고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어쨌든 한 때엔 가족이었던 사람인데?
그러니 지금으로서는 위험 요소이자 변수인 로제테를 아예 멀리 치워 버리는 게 답이었다.
조슈아는 여전히 울고 있는 로제테를 애써 외면하며 차갑게 말했다.
“그래도 달라지는 건 없어. 네가 운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줄 알아? 어쨌든 네 손으로 두 사람을 죽인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야. 내가 너와 두 사람이 한 저택에 있는 꼴을 가만히 놔둘 것 같아?”
“그러면……?”
조슈아가 단호하게 말했다.
“아드리안을 떠나.”
“하지만……!”
“시간을 돌린 네 노고를 인정해서 조용히 사라질 기회를 주는 거야. 그게 아니었다면 내가 당장 아드리안가를 뒤집었을 거야.”
“만약 제가 계속 남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모든 걸 말해야겠지.”
“누구에게요?”
“누구겠어. 스승님과 다니엘이지. 두 사람에게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낱낱이 말할 거야.”
“……!”
거짓말이었다. 조슈아는 로제테가 남겠다고 해도 두 사람에게 진실을 말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믿기 힘든 이야기였다.
물론 두 사람은 그래도 조슈아의 말이라면 놀라면서도 믿을 것이었다. 그런 사람들이니까.
‘그래서 더 문제야.’
조슈아는 아드리안 공작의 성격을 잘 알았다. 반격 없이 로제테의 손에 죽기까지 한 남자였다. 그런 그는 분명 모든 사실을 알더라도 로제테를 딸로 받아들일 터였다.
그렇기에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꼬맹이는 속일 수 있겠지.’
그가 본 로제테는 굉장히 어리숙했다. 스무 살까지 과거를 기억하고 돌아온 것처럼 전혀 보이지 않았다.
얼핏 보면 그냥 여덟 살 꼬맹이 같았다. 좋게 말하면 순진했고 나쁘게 말하면 덜떨어졌다고 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댈러스 후작이 마법 외에 교육은 전혀 시키지 않은 모양이야.’
황족을 향한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그랬다.
그러니 이 방법이 로제테에게 통할 것 같았다.
실제로도 그녀가 얼굴이 창백해져서 애원했다.
“그것만은 안 돼요.”
“그러니까 내 말대로 해.”
“…….”
“일주일의 시간을 주겠어. 스승님이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도록 자연스럽게 나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아빠는 이상하다고 생각할 거예요!”
“예전에 지냈던 고아원의 친구들이 그립다고 하든지, 귀족 생활은 못 견디겠다고 하든지, 공부가 많아서 힘들다고 하든지. 이유는 많잖아.”
“이제 와서 그래 봤자 통하지 않을 거예요!”
“그건 내가 알 바 아니지. 이유는 네가 알아서 챙겨. 아니면 몰래 도망치든가. 원한다면 그 정도는 도와줄 수 있으니까. 내 마지막 자비야.”
“…….”
“일주일 후에 다시 내 패밀리어를 보낼 테니 그때까지 결론을 내려.”
모든 말을 마친 조슈아가 냉정하게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