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41)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41화. 거래(41/214)
41화. 거래
2023.12.11.
“일단 오늘은 내 패밀리어로 방까지는 돌려보내 주지. 얼른 일어나.”
그러나 로제테는 차마 일어날 수 없었다. 그녀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진짜로 떠나?’
아드리안 공작저에서 가족들과 지낸 것은 이제 넉 달 남짓. 과거, 댈러스 후작가에서 13년을 지냈던 것과 비교하면 보잘것없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로제테는 넉 달 동안, 13년간 받았던 사랑과는 비교도 안 되는 애정을 받았다. 사실 댈러스가에서는 받은 사랑이 없다시피 했다는 게 다 맞는 말일 것이다.
로제테 또한 가족들에게 제 모든 마음을 주었다. 제인에게는 미안하지만, 어쩌면 제인보다 더 사랑했다.
그런데 그들을 떠나라니. 게다가 자신이 없다면 그들이 무사할 수 있을까?
로제테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중얼거렸다.
“제가 있으면 댈러스 후작가를 상대하기 쉬울 거예요. 제가 미래도 다 알고 있어요.”
“미래는 나도 알고 있어. 나 혼자서도 충분히 댈러스 후작가 정도는 상대할 수 있어. 어차피 이제 댈러스가에는 너도 없지 않나.”
로제테는 할 말이 없었다.
‘물론 그래. 나도 나만 없어지면 모든 것이 해결될 거라고 믿었으니까.’
과거에는 미처 자각하지 못했지만, 로제테는 댈러스 후작을 위해 참 많은 것을 했다. 댈러스 후작이 릴리스 공작의 신임을 얻은 것도 그녀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런 그녀가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댈러스 후작가는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할 것이고 아드리안가가 그렇게 쉽게 무너지는 일도 없을 것이었다.
그걸 알았기에 로제테는 처음 시간을 거슬러 왔을 때 아드리안 공작가가 무사할 거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황자님은 나와 똑같이 미래를 알고 있어. 언제든 변수가 생기면 알아차리실 수 있을 거야.’
즉, 미래를 알고 있다는 것은 협상 조건이 되지 않았다. 조슈아를 설득하려면 다른 조건이 필요했다.
절망하던 로제테는 순간 무언가를 떠올리고는 다급하게 외쳤다.
“제가!”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제가 황후님을 살릴 수 있다면 저를 가만히 놔둘 수 있으신가요?”
조슈아가 멈칫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네가? 어마마마를?”
“네!”
확신에 찬 로제테를 보며 조슈아는 표정을 굳혔다.
사실 로제테를 직접 만나기를 전까지만 해도 그는 그녀에게 독살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고 했다. 댈러스 후작의 딸이었으니 무언가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를 직접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 그가 본 로제테는 굉장히 어리숙했다.
마법 실력은 누구보다 뛰어났지만, 아무런 정보도 모른 채 댈러스 후작의 체스 말로써 이용당한 것 같았다.
체스 말에게 중요한 정보를 말해 주는 멍청이가 세상에 있을까? 적어도 댈러스 후작은 그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았다.
‘그러니 당연히 독살의 실마리 같은 중요한 정보는 모를 거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지금 뭐라고 했나. 어마마마를 살릴 수 있다고?
그 말뜻을 나름대로 해석했을 때, 조슈아는 분노에 휩싸였다.
“네가 어떻게 어마마마를 살릴 수 있다는 거지? 설마 너도 그 일에 가담했나?”
“아뇨!”
로제테는 그가 어떤 오해를 했는지 깨닫고는 재빨리 부정했다.
“그때 저는 고작 여덟 살이었고, 댈러스가에 입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어요. 그런 제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었겠어요? 당시 저는 마법은 배우지도 못했어요.”
조슈아의 기세가 아주 조금 누그러졌다.
“그럼 어떻게 막는다는 거지? 어마마마가 어떤 병을 앓고 있는지 안다는 소린가? 대외적으로는 사인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는데.”
황후가 다른 곳도 아니고 황후궁에서 의문사했다. 심지어 황궁의는 그 원인을 제대로 밝혀내지도 못 했다.
이게 외부에 알려지는 순간 황실의 권위가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던 황제는 대외적으로 황후가 전염병을 앓다고 죽었다고 알렸다.
심지어 그녀의 모국이었던 이벨린 왕국에도.
평소 오필리아가 몸이 무척 약했기 때문에 다들 그것을 믿었다.
조슈아는 치를 떨며 반대했지만, 당시 열두 살이었던 그가 황제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그러니 로제테 또한 황후가 병사했다고 알아야 했다.
그런데 로제테가 조금의 의심도 없이 답했다.
“황후님께서는 병으로 돌아가신 게 아니라 독살 당하신 거잖아요. 그런데 독살에 사용된 독은 제대로 밝혀내지는 못했고요.”
“……그걸 네가 어떻게?”
“비록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나중에 혼자 공부하면서 알게 됐어요. 몰래 훔쳐본 댈러스 후작의 문서에서 본 기억이 있거든요.”
로제테가 자리에서 번쩍 일어나 조슈아에게 다가갔다.
“시간을 되돌아오신 이후 독살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셨죠? 하지만 아마 실패하셨을 거예요.”
조슈아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침묵에서 자신의 가정이 맞다고 확신한 로제테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어요. 황후님을 노린 독은 특이한 독이거든요.”
“특이한 독?”
“네. 단독으로 쓰일 땐 약으로 쓰이지만, 다른 물질과 결합하면 독이 되는 거예요.”
“그런 게 있어?”
“네.”
“하지만 황궁의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제국에서 흔히 알려진 약초가 아니니까요. 어떤 독이 쓰였는지도 알려드릴 수 있어요. 그러니까 제가 황후님을 무사히 구한다면 저를 가만히 놔두실 수 있으신가요?”
조슈아가 잠깐 생각하다가 물었다.
“만약 내가 거절하면 어마마마를 구해 주지 않을 생각인가? 지금 날 협박하는 거야?”
“아뇨.”
로제테가 망설임 없이 고개를 저었다.
“황자님께서 제 제안을 받아 주시지 않는다고 하셔도 저는 황후님의 독살을 막으려고 노력할 거예요. 그건 이미 아드리안가에 온 순간부터 생각한 거였어요.”
“…….”
“조만간 이자벨 언니에게 부탁해서 황성에 가려고 했는데, 황자님께서 도와주신다면 아마 파악하기 쉽겠죠.”
“그럼?”
“다만, 황자님께 부탁하는 거예요. 지금의 저는 과거의 저와 다르니 한 번만 믿어 달라고. 내가 아드리안가의 운명을 바꿀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이에요.”
조슈아는 제 눈을 올곧게 바라보는 로제테의 눈을 보며 감상에 젖었다.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네.’
낮에 아드리안 공작저에서 그가 다그쳤을 때, 덜덜 떨며 울던 아이는 온데간데없었다. 심지어 과거에 봤던 로제테 댈러스하고도 달랐다.
그녀는 고작 몇 달 만에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아마 아드리안 저택에서 사랑받으며 자란 덕분일 것이다.
그 와중에 그를 바라보는 저 청아한 푸른 눈만은 그대로였다. 저 눈동자는 그가 정원에서 그녀를 처음 봤을 때 그대로 빛나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조슈아는 그녀의 태도에 기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저도 모르게 그녀에게 조언까지 했다.
“충고 하나 하지. 이럴 땐 날 협박하는 거야. 이미 주도권은 네가 잡았으니까.”
“하지만 그런 걸로 협박하고 싶지 않았어요.”
“왜지?”
“황후님은 황자님께 소중한 사람이잖아요. 그런 걸로 협박하는 못된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아요.”
기분이 이상했다.
분명 잘못한 것은 로제테 쪽인데, 조슈아는 이 순간 자신이 무고한 아이를 괴롭히는 불한당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일단.”
조슈아가 애써 로제테에게서 시선을 뗐다.
“널 쫓아내는 걸 유예하도록 하지. 어마마마의 일이 해결될 때까지 아드리안 저택에서 지내도록 해.”
로제테가 반색했다.
“저, 정말요?”
“하지만 기억해. 혹시라도 어마마마가 잘못되신다거나, 허튼수작을 부리는 날엔 내가 직접 널 쫓아낼 거야.”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정말 허튼수작 같은 건 부릴 생각 없어요. 그리고 황후님은…….”
그녀가 작은 주먹을 꽉 쥐었다.
“제가 어떻게 해서든 구하고 말 거예요.”
“…….”
조슈아는 대답하는 대신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저 멀리에서 있던 늑대가 쏜살같이 달려와 로제테의 앞에 몸을 숙였다.
“이제 돌아가도록 해. 혹시라도 네가 없다는 걸 누가 알아채면 안 되니까.”
“진짜로 돌아가도 되는 거죠?”
“내 말을 귓등으로 들었어?”
“귀로 제대로 듣긴 했지만…….”
“싫으면 이대로 다른 곳으로 데려다줄 수도 있어.”
“아니에요!”
로제테가 혹시라도 진짜로 그가 다른 곳으로 보내 버릴까 봐 걱정되어 허겁지겁 늑대의 등에 올라탔다. 삐삐도 눈치를 보다가 그녀의 어깨에 앉았다.
“집에 돌아갈 거예요. 우리 집으로 데려다줘, 늑대야.”
“그럼 곧 다시 연락하기로 하지.”
그 말과 동시에 늑대가 뜀박질을 시작했다. 어찌나 높이 뛰었는지 로제테는 꼭 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삐삐가 기겁하며 삑삑거린 건 당연한 일이었다.
로제테는 가는 내내 잔뜩 긴장했다. 저 멀리 익숙한 저택이 보였을 때에야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
‘다행히 진짜 우리 집으로 보내 주었네.’
이름 모를 늑대는 저택을 빠져나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고는 단숨에 3층 방으로 튀어 올랐다.
다시 한번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른 로제테는 후들거리는 다리로 간신히 내려섰다. 삐삐는 이미 침대에 풀썩 쓰러졌다.
“데려다줘서 고마워. 그런데 넌 이름이 뭐야?”
늑대가 뭐라고 그르렁거렸지만, 로제테는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자기 패밀리어의 말만 알아들을 수 있는 모양이야. 못 알아듣겠네. 아무튼 늑대야, 조심히 가.”
이번에도 뭐라고 중얼거린 은빛 늑대가 열린 창문을 뛰어내렸다.
창가에 기대어 늑대가 멀어지는 모습을 보던 로제테는 침대에 널브러지듯이 쓰러졌다.
삐삐가 포르르 날아와 베개에 자리 잡고 누웠다.
“그래도 다행이야, 삐삐.”
[삐이?]“일단 이곳에 있을 수 있게 됐어.”
솔직히 아까는 무슨 정신으로 조슈아에게 협상 아닌 협상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긴박했던 아까 상황을 생각하니 이미 누워 있는데도 온몸에 힘이 풀려 넘어질 것 같았다.
조슈아와의 대화를 떠올리던 로제테가 저도 모르게 눈물을 훌쩍였다.
“사실 나 많이 무서웠어. 진짜로 황자님이 아빠에게 말하고 날 쫓아낼까 봐.”
[삐이이.]삐삐가 눈물이 흐르는 뺨을 아프지 않게 콕콕 쪼았다. 까르르 웃음을 터뜨린 로제테가 옆으로 누우며 삐삐의 콩알 같은 까만 눈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언젠가는 아빠나 가족들에게 모든 사실을 밝혀야겠지?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말이야.”
[삐이.]네가 싫다면 안 해도 돼. 난 로제테가 싫다는 건 싫어. 삐삐가 그렇게 말했다.
로제테는 이래서 삐삐를 좋아했다. 삐삐는 누가 뭐래도 로제테를 우선적으로 생각했다. 남들이 다 로제테를 비난해도 이 세상에서 단 하나, 삐삐만은 무조건 그녀의 편을 들어 주었다.
정확히 말하면 삐삐의 성격이라기보다는 패밀리어의 특성이었지만, 로제테는 아무래도 좋았다.
“고마워, 삐삐. 위로해 줘서. 하지만 언젠가는 말할 수밖에 없을 거야.”
로제테가 우울하게 중얼거렸다.
“평생 감출 수 있는 비밀은 없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