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43)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43화. 독살 미수(1)(43/214)
43화. 독살 미수(1)
2023.12.13.
로제테가 뺨을 살짝 붉히며 허리를 똑바로 세웠다.
“죄송해요.”
“죄송할 것까지야. 그럼 가지.”
조슈아가 앞장서서 황후궁으로 향했다. 로제테가 괜찮은지 눈으로 한 번 살핀 이자벨은 이곳이 익숙한 듯 등을 꼿꼿하게 세우고 걸었고, 로제테는 조금 어깨를 움츠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깨와 허리 펴. 그리고 괜히 두리번거리지 말고 앞만 보고 걸어.”
“네.”
“자신감을 가져. 너도 아드리안이야. 주눅들 필요 없어.”
“네에.”
세 사람은 곧 황후궁으로 들어갔다. 처음엔 경계하던 경비병이 조슈아의 얼굴을 보고 아이들을 들여보냈다.
황후궁으로 들어선 뒤에는 황후의 시녀가 직접 그들을 응접실로 안내했다.
세 아이가 안으로 들어서자, 황후가 일어서며 반겼다.
“다들 어서 오렴. 오느라 힘들지 않았니?”
에른하르트의 황후, 오필리아 에른하르트는 조슈아와 똑같은 은색 머리와 자수정 같은 보라색 눈을 가진 여인이었다. 그리고 로제테가 보았던 그 어떤 여인보다 아름다웠다.
‘우와아.’
넋 놓고 그녀를 쳐다보던 로제테는 뒤늦게 이자벨을 따라 무릎을 굽혔다.
“황후 전하를 뵙습니다.”
“황후님을 뵙습니다.”
“그래, 두 사람 모두 일어나도록 해요.”
오필리아가 두 아이의 손을 잡고 커다란 원형 테이블로 향했다. 그곳에는 다양한 간식이 놓여 있었다.
“너도 앉으렴, 조슈아.”
“네.”
테이블에는 오필리아, 이자벨, 로제테 그리고 조슈아가 시계 방향 순으로 앉았다. 얼떨결에 조슈아의 옆에 앉게 된 로제테가 바짝 긴장했다.
그걸 본 오필리아가 작게 웃었다.
“긴장할 것 없단다. 날 황후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친한 아주머니라고 생각하렴.”
“어떻게 그런…….”
“아마 바넷사, 그 애가 살아 있었다면 널 막내딸로 예뻐했을 거야. 바넷사의 딸이면 내 딸이기도 하지. 그러니 마음 편히 있어도 된단다.”
그러나 어디 그게 말처럼 편한 일이던가. 로제테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몸에 바짝 들어간 긴장을 풀지 못했다.
오필리아가 이자벨과 조슈아의 잔에는 홍차를, 로제테의 잔에는 핫초콜릿을 따라 주었다.
“그나저나 이자벨. 요즘 통 오지 않더구나.”
“죄송합니다, 전하. 좀처럼 시간을 내기 힘들어서요.”
“그래, 저택을 돌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게다가 검도 배워야 하니까.”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검은 많이 늘었니? 키도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많이 큰 것 같구나.”
“아직은 많이 부족합니다. 키는 아버지를 닮아서 많이 클 것 같다고 다들 그러더군요.”
“검사니까 키가 크면 좋지. 루카스는 잘 지내니?”
“그 아이는 너무 잘 지내서 탈이에요.”
오필리아가 후후, 하고 웃었다.
“잘 지내면 좋지, 뭘 그러니. 이럴 줄 알았으면 루카스도 오라고 할 것 그랬어.”
그 뒤로도 이자벨과 오필리아는 간단한 근황을 주고받았다.
“아드리안 공작이 큰일을 당할 뻔했다지?”
“네.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그래, 정말 다행이야. 소식 듣고 놀라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단다.”
“죄송해요. 그렇게 걱정하시는 줄 알았다면 제가 먼저 찾아뵙고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책망하는 말이 아니니 미안하다는 소리는 됐다.”
그 후로도 도란도란 이자벨과 이야기를 주고 받던 황후가 문득 로제테를 불렀다.
“그나저나 공녀는 이름이 로제테라고 했던가?”
앞니로 쿠키를 베어 물던 로제테가 깜짝 놀라서 쿠키를 등 뒤로 감췄다.
“네, 맞아요. 로제테 아드리안이라고 합니다.”
“공녀와 어울리는 이름이구나. 머리 색을 보고 지어 준 이름일까?”
“네. 분홍 장미를 닮았다고 해서 로제테로 지었다고 했어요.”
수줍게 대답한 로제테가 용기를 내어 고개를 들었다.
“저, 황후님!”
“왜 그러니?”
“저, 저도 로제테라고 불러 주세요!”
이자벨이 관자놀이를 짚었고, 오필리아가 웃었다.
“어머, 그래도 괜찮니?”
“네!”
“좋아, 로제테. 마음씨도 참 예쁘구나.”
로제테는 대체 어느 부분에서 마음씨가 예쁘다는 건지 몰랐지만, 그냥 빙긋 웃었다.
“그래, 로제테. 듣자 하니 네 마법 실력이 상당하다고 들었어.”
가족들과 저택 사람들의 칭찬에는 이제 익숙했다. 그러나 처음 보는 사람에게서 칭찬을 들으니 굉장히 부끄러웠다. 로제테의 얼굴이 토마토처럼 빨개졌다.
“벼, 별것 아닌 실력이에요.”
“별것 아니긴.”
이자벨이 중얼거렸다.
“패밀리어도 소환할 수 있잖아. 셀린느도 엄청 놀랐고.”
아닌 척하면서 로제테의 자랑을 슬쩍 한다. 이런 점은 루카스와 닮았다.
“어머.”
오필리아가 관심을 보였다.
“패밀리어도 소환할 줄 아니?”
“으으, 네.”
“세상에, 그건 정말 대단한 일이잖니. 우리 조슈아도 마법에 꽤 재능이 있다고 했지만 아직 패밀리어는 소환하지 못했단다.”
“어, 하지만…….”
황자님은 이미 패밀리어가 있는데.
그렇게 중얼거리려던 로제테는 본능적으로 입을 다물었다.
슬쩍 조슈아의 눈치를 살피자 그가 몰래 고개를 젓는 게 보였다.
아무래도 그가 패밀리어를 소환한 것은 비밀인 모양이었다.
로제테는 대충 얼버무렸다.
“황자님도 실력이 좋으시니 곧 패밀리어를 소환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그랬으면 좋겠네. 그것보다 네 패밀리어를 볼 수 있을까?”
“당연하죠!”
로제테가 곧바로 삐삐를 불러냈다.
[삣?]갑작스럽게 소환당한 삐삐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매일 보던 풍경이 아니라서 낯설어하는 얼굴이었다.
흰 뱁새는 특히 처음 보는 오필리아를 신기해했다. 삐삐가 오필리아를 빤히 쳐다보자 로제테가 조용히 속삭였다.
“삐삐, 황후님이야. 인사해.”
[삐잇?]삐삐가 화들짝 놀라더니 이내 테이블에 두 발을 딛고 섰다. 그러고는 오필리아를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
[삐이, 삣.]어디서 본 건 있는지, 사람처럼 한쪽 날개는 편 채였다. 그러다가 무게 중심을 잡지 못해서 테이블에 머리를 콩 박고 말았다.
[삐이…….]삐삐가 구슬프게 울었다. 삐삐가 찧은 곳을 쓰다듬어 주던 황후가 손바닥을 펼쳤다.
“이리 올라와 보렴.”
삐삐가 두 다리를 모은 채로 손바닥 위에 쫑쫑 올라갔다. 오필리아에게 꽁지깃을 흔들며 애교를 떨다가 비스킷 가루까지 얻어먹었다.
로제테는 조금 배신감을 느꼈지만, 삐삐는 그런 주인의 마음도 모르고 신이 나서 비스킷 가루를 쪼아먹었다.
“봐도, 봐도 신기하구나. 어린 나이에 벌써 패밀리어를 소환하다니. 내 모국인 이벨린 왕국에서도 여덟 살에 패밀리어를 소환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어.”
오필리아의 칭찬에 로제테는 굉장히 민망해졌다.
과거, 그녀는 원래 열한 살에 삐삐를 처음 소환했다. 그것도 대단한 일이었지만 여덟 살에 비하면 큰 파급력은 없었다.
그런 그녀가 여덟 살의 나이로 패밀리어를 갖게 된 것은 순전히 과거의 기억 때문이었다.
그녀의 온전한 실력이 아니라는 소리다. 마나 코어 또한 원래대로라면 아직 없어야 했다.
“그냥 운이 좋았어요.”
“그럴 땐 그냥 고맙다고 하면 되는 거야. 너무 겸손을 떨어도 안 돼.”
이자벨의 지적에 로제테가 더욱 얼굴을 붉히며 웅얼거렸다.
“칭찬 감사합니다.”
황후가 손을 뻗어 로제테의 말랑한 뺨을 살짝 꼬집었다.
“어쩜 이렇게 귀엽니. 이래서 딸이 있어야 해. 조슈아는 귀염성이 없거든.”
“어마마마.”
“내가 틀린 소리 했니? 아무튼 네가 조슈아에게 어떻게 하면 패밀리어를 소환할 수 있는지 좀 가르쳐 주렴.”
“제가요?”
“그래. 네가 선배잖니.”
황자를, 그것도 이미 패밀리어를 소환한 황자를 가르치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러나 오필리아는 기대감에 찬 얼굴로 보고 있었다. 로제테가 더듬거리며 패밀리어 소환법을 나름대로 설명했다.
“그냥 친구가 갖고 싶다고 생각하면…….”
조슈아가 피식 웃었다. 비웃는 게 분명했다. 로제테는 울고 싶어졌다.
“친구? 내가?”
“아니면 가족…….”
로제테의 목소리가 기어들어 갔다. 오필리아가 조금 낮아진 목소리로 조슈아를 불렀다.
“황자.”
달라진 호칭에서 그녀가 살짝 화가 났다는 것이 드러났다. 조슈아가 웃음기 있던 표정을 지웠다.
오필리아가 로제테에게 다정하게 속삭였다.
“부끄러워서 그런 거란다. 네가 이해하렴. 나중에 조슈아가 패밀리어를 소환하게 된다면 패밀리어끼리 친구가 될 수도 있겠구나. 조슈아의 패밀리어는 어떤 동물이려나.”
황자님의 패밀리어는 늑대예요. 커다란 은색 늑대.
그러나 그렇게 말할 수 없었기 때문에 로제테는 대충 얼버무렸다.
“황자님의 패밀리어는 새였으면 좋겠어요.”
“새?”
“네. 그래서 삐삐와 친구가 되면 좋잖아요.”
“그러네.”
“제 패밀리어는 제가 알아서 잘할 겁니다.”
퉁명스럽게 대꾸한 조슈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건 그렇고, 어마마마. 제가 작은 공녀에게 성 구경을 시켜 줘도 되겠습니까?”
“어머, 로제테에게 말이니?”
오필리아가 조금 놀란 듯하다가 이내 의미심장하게 미소 지었다.
“그럼, 괜찮고 말고. 신기한 게 많을 텐데 어서 구경시켜 주렴.”
“감사합니다.”
조슈아가 이번엔 로제테를 보며 말했다.
“가지, 공녀.”
“앗, 네.”
아마도 때가 온 모양이었다.
로제테는 ‘대체 성은 왜 구경시켜 주세요?’라는 어리석은 질문을 하는 대신 바짝 긴장하고는 그를 따라갔다.
조슈아가 로제테에게 바짝 붙어서 속삭였다.
“그 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지?”
“무슨 독이 쓰였는지는 알고 있어요. 다만 어디에 넣었는지는 알 수 없어서 찾아봐야 해요. 아마 약초나 차 관련된 곳에 있을 거예요.”
“그럼 그걸 알아보러 가지.”
조슈아가 앞서 가며 로제테가 모르는 일을 설명해 주었다.
“어마마마를 독살한 범인은 소피아 캐넌이라는 시녀였어. 캐넌 자작가의 차녀로, 황후궁에 들어온 지는 5년 정도 되었다.”
“소피아 캐넌이 범인으로 지목된 이유가 있나요?”
“그녀가 수면향을 피워 준 뒤 어마마마께서 쓰러지셨어. 어마마마께선 불면증이 있으셨고 종종 수면향을 피우셨어. 그걸 아는 사람도 소피아 캐넌을 포함하여 몇 되지 않았지. 당연히 그녀가 범인으로 지목될 수밖에 없지 않나?.”
“죄를 인정하던가요?”
“아니. 끝까지 결백을 주장했지.”
조슈아가 이를 으득 깨물었다.
“가증스럽게 말이지.”
“수면향에서는 독이 발견됐나요?”
“아니. 공교롭게도 기존에 알려진 독 성분은 발견되지 않았어. 하지만 황후궁의 주치의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새로운 독을 사용했을 거라고 하더군. 다만, 계속 조사했지만 마지막까지 그 성분을 밝혀내지 못했어.”
“그런데도 소피아 캐넌을 처형했나요?”
“그래. 나는 더 조사해야 한다고 했지만, 폐하께서 그렇게 결론 지으셨지. 소피아에게 계기가 있었다면서 말이야.”
“계기?”
“그래.”
때마침 지나가는 하녀들이 두 사람에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 조슈아는 모른 척했고, 로제테는 고개를 까딱거렸다.
“캐넌 자작가가 빚 독촉에 시달렸는데, 어마마마께서 돌아가시기 한 달 전쯤 빚을 청산했다지. 캐넌 자작은 도박에서 돈을 땄다고 주장하지만, 그거 입증해 줄 사람은 없었어.”
“도박장은 불법이니까요. 괜히 끼어들고 싶지는 않았을 거예요.”
로제테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정황상 수상하기는 하네요. 하지만 소피아 캐넌이 범인이 아닐 확률이 더 높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