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44)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44화. 독살 미수(2)(44/214)
44화. 독살 미수(2)
2023.12.14.
“왜 그렇게 생각하지?”
조슈아가 떠보듯이 물었다. 로제테가 조금은 자신 없는 투로 답했다.
“사실 확실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황자님. 성분이 밝혀지지 않은 독을 쓴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꼬리가 밟힐 만한 것을 남겨 둔다고요?”
“계속 말해 봐.”
“특히 황자님께서 계속해서 예의 주시하셨을 테죠. 실제로도 조사하셨을 것 같은데, 아닌가요?”
“맞아. 그러나 마땅한 배후를 찾을 수는 없었지.”
“그게 문제예요.”
로제테가 한숨을 쉬었다.
“황후님을 해친 독은 제가 찾아낼 수 있어요. 하지만 황후궁에 숨어 있는 진짜 첩자를 찾아내지 못하면 안심할 수 없어요. 아빠를 노린 이번 사건만 봐도 그래요. 저는 첩자가 한 명인 줄 알았지만 사실은 둘이었거든요. 방심했다가 뒤통수를 맞았죠.”
“네 말도 맞아.”
“물론 그 전에 독부터 찾아내요.”
“너는…….”
“네?”
조슈아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일단 문제가 됐던 수면향부터 확인하지.”
로제테는 그가 하려고 했던 말이 궁금했지만 캐묻지 않고 조용히 따라갔다.
조슈아가 약제실로 들어갔다. 안에 하녀가 있었지만 그가 “나가 봐.” 한마디로 쫓아냈다.
“이게 어마마마께서 쓰시는 수면향이야.”
로제테는 그가 건넨 동그랗고 납작한 틴케이스 뚜껑을 열고 코로 킁킁 맡았다. 허브 특유의 감미로운 향이 났다. 안을 들여다보니 숙면에 좋은 여러 약제가 섞여 있었다.
“이 수면향은 황후님께서 원래 쓰시던 건가요?”
“아니, 원래는 이벨린 왕국에서부터 쓰셨다. 그런데 사고가 나기 전 수면향이 잘 듣지 않는다고 해서 바꾸셨다고 들었어. 그래서 다들 수면향이 문제라고 결론 지었지.”
“그렇군요.”
로제테는 오늘 날짜를 헤아려 보았다.
“제가 잘 기억나지 않아서 그런데, 황후님께서 잘못되신 날이 정확히 언제였죠?”
“6월 14일.”
지금은 5월 말이었다. 그러니까 독살 시도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리였다. 빨리 진범을 밝혀내야만 했다.
“그렇다면 일단 독이 되는 물질을 확인해야겠어요.”
로제테가 틴케이스를 테이블에 내려놓고 삐삐를 소환했다.
“삐삐.”
[삐이?]“너는 식물에 대해 잘 알지?”
[삣!]당연하지! 식물하면 이 삐삐지! 삐삐가 로제테의 어깨에 앉아 가슴을 쫙 폈다.
“맞아. 여기에 키쉬 나무 이파리가 있는지 찾아봐.”
삐삐가 부리로 약초를 헤집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삐이.]“없어?”
[삐!]로제테가 단언했다.
“그럼 이 수면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다른 것을 확인해 봐야 해요. 그날 혹시 황후님께서 드신 차가 있나요?”
“차라…….”
조슈아가 유리로 된 진열장 안을 훑었다. 오래전 일이었지만 이미 보고서를 머리에 외울 정도로 읽었기 때문에 금세 틴 케이스 몇 개를 골라낼 수 있었다.
“그날 어마마마께서 드신 차는 총 세 가지야. 이 순서대로 드셨지.”
그가 순서대로 틴 케이스를 놓았다. 로제테가 하나씩 뚜껑을 열어 삐삐에게 부탁했다.
“삐삐, 이 중에 혹시 키쉬 나무 이파리가 들어 있는 게 있는지 확인 좀 해 줄래?”
[삣!]첫 번째 틴케이스 속으로 들어갔던 삐삐가 별 소득 없이 두 번째로 넘어갔다.
잠시 후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와 마지막 틴케이스로 들어갔던 삐삐가 안을 헤집었다.
[삑!]이내 삐삐가 진한 초록색의 이파리를 물고 나와 테이블 위에 올려 두었다.
다른 약초에 비해서 유독 작은 이파리는 로제테의 작은 새끼손톱보다도 작았다. 그런데도 삐삐는 능숙하게 부리로 물어 골라냈다.
[삐삐삣!]순식간에 테이블에 이파리가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모였다.
로제테가 허리를 숙여 이파리의 향을 맡았다.
박하처럼 알싸하고 시원한 향. 직접 키쉬 나무 이파리의 향을 맡아 본 적은 없었지만, 책에서 본 묘사와 똑같았다.
“맞네요, 키쉬 나무 이파리.”
“이게 뭐지?”
“제국 남쪽에 있는 오웬 왕국에서 사는 나무예요. 오웬 왕국에서는 열매를 소화제로 쓴다고 들었어요. 제국에서는 자라지 않아요.”
“이렇게 작게 잘라서 숨겨 둔 건가.”
조슈아가 손가락 끝으로 말린 이파리를 조심스럽게 매만졌다.
“아마 대충 보면 에반 꽃의 이파리로 보일 거예요. 둘 다 숙면에 좋고, 모양도 비슷하거든요.”
“그래, 에반 꽃. 그러고 보니 어머니가 자기 전에 드셨던 차에는 에반 꽃이 들어 있다고 했었지.”
조슈아가 삐삐를 보며 중얼거렸다. 삐삐가 다시 약초 더미 속으로 들어가서 무언가를 찾아냈다.
[삣!]“이게 에반 꽃 이파리래요.”
조슈아의 손바닥에 에반 꽃 이파리를 올려놓은 삐삐가 그 옆에 키쉬 나무 이파리도 올려 주었다.
조슈아가 두 개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확실히 거의 구분이 되지 않아. 이걸 대체 어떻게 구분하지?”
“향이요.”
“향?”
“키쉬 나무 이파리는 아주 잘 맡으면 박하 향 같은 게 나요.”
조슈아가 키쉬 나무 이파리를 들어 향을 맡아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잘 모르겠는데.”
“향이 강하지는 않으니까요. 이렇게 양이 좀 많아지면 날 거예요.”
조슈아가 이번에는 삐삐가 아까 모아 둔 것을 맡았다.
“아, 이제야 조금 나네.”
“반면 에반 꽃 이파리는 그냥 평범한 풀 향이 나요. 그래서 의원은 구분 못 한 것 같아요. 잘 알려지지 않은 데다가 구분법도 쉽지 않아서요.”
“그런데 넌 어떻게 알았지?”
“저는 책을 엄청 많이 읽었거든요.”
신이 나서 말했던 로제테가 이내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다시 과거가 생각난 탓이었다.
댈러스 후작가에서 로제테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댈러스 후작이 로제테에게 시킨 것은 오로지 공부였다.
그는 로제테가 노는 꼴을 전혀 보지 못했는데, 그의 기준에서 조금이라도 나태한 모습을 보인다면 바로 매질을 했다.
그런 그를 피하기 위해 로제테는 수업을 들을 때 빼고는 늘 도서관에 있었다. 그곳에 있으면 댈러스 후작은 그녀를 혼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로제테를 이래저래 괴롭혔던 엘리샤 또한 도서관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아서, 그녀를 만나지 않을 수 있었다.
‘또 책을 읽으면 마음이 편해졌어.’
책은 저택에 갇혀 지내다시피 하던 로제테가 외부와 소통하던 유일한 창구였다.
특히 그녀는 식물에 관심이 많았다. 삐삐 덕분이었다.
에른하르트 제국뿐만 아니라 인근의 이벨린 왕국이나 오웬 왕국 등의 식물도 공부했다.
“게다가 댈러스 후작의 문서에서 키쉬 나무에 대해 보고 난 뒤에 더욱 관심을 가졌어요. 아무튼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그렇지. 이게 나왔다는 것은 이미 첩자가 움직이고 있었다는 뜻이군. 문제는 이걸 누가 넣었냐는 것인데.”
“이것을 누가 주었죠? 준 사람부터 의심해 봐야 할 것 같아요.”
“그건 모르겠어. 이 차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 누가 준 것인지 안 알아봤다고 했거든.”
그가 자조적으로 미소 지었다.
“얼마나 일 처리를 대충했는지 알겠나?”
“그럼 그걸 일단 판단해야죠.”
무표정한 얼굴로 이것저것 생각하던 조슈아가 화제를 바꿨다.
“그래서 이 키쉬 나무 이파리가 어쨌다는 거지?”
“아, 그건 말이에요.”
로제테가 설명을 이어갔다.
“이 키쉬 나무 이파리와 꿀을 함께 먹지 말라고 해요. 키쉬 나무 이파리는 차로도 거의 먹지 않아서 사실 꿀과 같이 먹을 일이 없어요.”
“같이 먹으면 어떻게 되지?”
“심장이 천천히 멈춰요. 이게 건강한 사람이라면 몸이 좀 안 좋아지는 정도에 그칠 수도 있는데, 황후님처럼 심장이 안 좋으신 분께는 독이에요.”
“…….”
“아마 문제의 그날, 꿀을 타서 드셨을 거예요. 바로 증상이 나타나는 독은 아니라서 주무실 때쯤 쓰러지신 거고요.”
“잠깐만. 지금 뭐라고 했지?”
“네?”
“키쉬 나무 이파리와 뭘 섞으면 안 돼?”
“꿀이요. 꿀에 있는…….”
자세히 설명하려던 로제테는 살벌할 정도로 굳은 조슈아의 표정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그가 내뿜는 살기에 피부가 따끔거렸다. 다행히 그 살기가 그녀에게 향하는 것은 아니라서 목이 졸릴 정도는 아니었다.
“왜, 왜 그러세요?”
“그거 증명할 수 있나?”
“네. 오웬 왕국에는 그에 관련해서 연구 자료도 나와 있는 것으로 알아요. 심장이 안 좋은 사람은 절대로 같이 먹으면 안 된다고.”
“그래.”
그가 삐삐가 계속해서 모으고 있는 키쉬 나무 이파리를 노려보았다.
[삐이?]사나운 시선을 느낀 삐삐가 포르르 날아가 로제테의 머리카락 속에 몸을 숨겼다.
“저, 그러니까 대체 왜…….”
“하, 몰랐던 게 아니야.”
“……네?”
조슈아가 눈을 번뜩였다.
“알고도 모른 척한 거지.”
“알면서 모른 척해요?”
“그래.”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면 안 될까요?”
“일단 일이 해결된 다음에 얘기하지. 일단 너.”
[삣?]조슈아가 부르자 삐삐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 안에 든 키시인지 키쉬인지 하는 것을 모두 골라내도록 해.”
[삐잇!]내가 왜! 네가 뭔데 나한테 명령해!
화가 난 삐삐가 위협적으로 날개를 파닥였다. 하지만 작은 몸과 귀여운 얼굴 때문에 전혀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삐이…….]조슈아가 꼼짝도 하지 않자 삐삐가 서럽게 삑삑거렸다. 로제테가 그런 삐삐를 달랜 뒤 말했다.
“그렇게 명령하면 안 돼요, 황자님. 삐삐는 제 친구라고요. 부탁을 해야죠.”
“부탁이든 뭐든 좋으니까 좀 시켜 봐.”
뭐라고 따지려던 로제테는 심각한 조슈아의 표정을 보고 삐삐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삐삐, 저택에 돌아가면 비스킷 가루를 잔뜩 줄게. 키쉬 나무 이파리 좀 골라 줄 수 있어?”
[삣!]삐삐가 신이 나서 다시 틴케이스로 들어간 사이, 조슈아가 로제테에게 말했다.
“일단 이걸 버리면 첩자가 의심할 테니까 문제의 이파리만 걸러내고 다시 놔둘 거야. 그래도 괜찮겠지?”
“아마 괜찮을 거에요.”
“그리고 돌아가면 어마마마께 차를 마시고 싶다고 해.”
“네에? 제가요?”
“그래.”
“제, 제가요? 어떻게 감히 황후님께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
“하라면 해. 협조하기로 한 거 아니었어?”
로제테가 입술을 짓씹다가 답했다.
“알겠어요. 그다음에는요?”
“차를 직접 고르고 싶다고 해. 그럼 그다음엔 내가 알아서 하겠다.”
“그……. 네에.”
뭔가 묻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차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로제테는 대신 다른 것을 물었다.
“저, 제가 도움이 된 건 맞나요?”
“그래. 더 조사해 봐야 알겠지만, 일단 네 덕분에 실마리는 얻었어.”
“그럼 저는…….”
“그건 모든 일이 해결된 다음에 얘기하도록 하지.”
“네에.”
로제테는 의기소침하게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