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45)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45화. 키쉬 나무 이파리와 꿀(45/214)
45화. 키쉬 나무 이파리와 꿀
2023.12.15.
[삐!]이윽고 삐삐가 꽁지깃을 흔들었다. 로제테의 어깨 위로 날아와 앉은 삐삐에게선 희미하게 약초 냄새가 났다.
“다 찾았어?”
[삣!]“그래, 잘했어.”
로제테는 삐삐가 골라낸 이파리를 근처에 있던 작은 봉투에 담은 뒤 틴케이스 뚜껑을 닫았다.
조슈아가 꺼내 놓은 틴케이스를 다시 진열장 안으로 넣었다.
“그럼 가지.”
로제테는 조슈아와 함께 왔던 길을 되돌아 응접실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 조슈아가 다시 조용히 속삭였다.
“혹시라도 어마마마께서 뭘 봤냐고 물으시면 대충 도서관을 봤다고 해. 네가 알 만한 책들은 다 있으니까 책 제목도 대충 둘러대고.”
“네.”
“그럼 먼저 들어가.”
두 사람이 응접실 안으로 들어가자, 이자벨과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하던 오필리아가 환하게 웃었다.
“로제테, 구경은 재밌게 했니?”
“네!”
“뭘 보고 왔니?”
“도서관을 보고 왔어요.”
“도서관?”
“네!”
로제테가 의자에 앉으며 환하게 웃었다.
혹시라도 오필리아가 ‘거기서 뭘 봤니?’라고 물어 보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그녀는 자세한 것은 물어보지 않았다. 대신 다른 것을 물어보았다.
“책을 좋아하는 모양이구나.”
“네! 무척 좋아해요!”
“그럼 종종 와서 나와 함께 독서를 하지 않겠니?”
“그래도 되나요?”
“로제테.”
로제테의 순진한 물음에 이자벨이 나무라듯 불렀다. 심지어 ‘로즈’가 아니라 ‘로제테’였다.
로제테가 긴장했다.
‘내가 뭘 잘못했나?’
그녀가 입을 꾹 다물고 눈치를 보는데, 이자벨이 오필리아에게 말했다.
“황후궁의 도서관이 그 어느 곳보다 책이 많다는 것은 알지만, 전하의 시간을 뺏을 수는 없지요.”
“시간을 뺏다니. 그럴 리가. 나는 오히려 너희가 와서 나와 시간을 같이 보내면 더 좋단다. 너도 그렇지 않니, 로제테?”
“저도!”
저도 모르게 환하게 외치던 로제테가 엄한 이자벨의 표정을 보고 목소리를 낮췄다.
“좋기는 한데…….”
“그럼 된 거 아니니?”
그때, 잠자코 기다리던 조슈아가 테이블 밑에서 로제테의 발을 톡 쳤다. 도서관은 아무래도 좋으니 얼른 계획대로 행동하라는 뜻이었다.
순간적으로 화들짝 놀란 로제테가 이내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 우물거렸다.
“그런데 황후님. 저도 차를 마시고 싶어요.”
“차?”
오필리아가 웃으며 되물었고.
“로제테.”
이자벨이 다시 그녀를 불렀다.
‘나도 이게 예의가 아닌 건 알아요, 언니.’
하지만 독살의 실마리를 잡으려면 이럴 수밖에 없었다. 로제테는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중얼거렸다.
“네, 차요.”
“이건 카페인이 들었는데 그래도 마셔 보겠니?”
로제테는 찻주전자를 집어 드는 오필리아를 보며 중얼거렸다.
“새로운 차를 고르고 싶어요. 제가 직접요.”
이자벨이 이마를 짚었지만, 오필리아는 전혀 언짢은 내색이 없었다.
“그러니? 그럼 어떤 차가 좋을까.”
잠자코 듣고 있던 조슈아가 끼어들었다.
“요즘 공녀가 잠을 통 못 잔다고 합니다.”
내가? 로제테가 동그랗게 떴다.
이자벨 또한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그랬어, 로즈?”
“아니, 그…….”
로제테는 조슈아의 표정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마 성장통 때문에 그런 모양이구나. 한창 자랄 땐 그렇지. 마침 나도 잠을 통 못 자서 숙면에 좋은 차가 몇 개 있단다.”
오필리아가 시녀에게 무언가를 지시했다.
곧 시녀가 틴케이스 다섯 개를 들고 왔다. 그중에 아까 조슈아와 보았던, 문제의 남색 틴케이스도 있었다.
오필리아가 직접 틴케이스 뚜껑을 열어 로제테에게 건넸다.
“한번 시향해 보렴. 이 중에 네게 맞는 향이 있으면 좋겠는데.”
조슈아와 눈빛을 주고받은 로제테가 남색 틴케이스를 골랐다.
“이걸로 할래요. 달콤한 향이 나서 기분 좋아요.”
“그래? 나도 참 좋아하는 차란다.”
조슈아가 다시 끼어들었다.
“처음 보는 차네요. 선물 받으신 겁니까?”
“그래. 그리타가 선물해 준 거란다.”
“그리타라면 얼마 전에 들어온 시녀 아닙니까?”
“오, 알고 있구나. 얼마 전이라고 하기엔 그렇지, 벌써 반년이 됐으니까.”
“그렇군요.”
조슈아가 의미심장하게 미소 지었다.
“그럼 이 차는 그리타라는 시녀가 더 잘 우릴 수 있겠군요. 그녀에게 부탁하면 어떻겠습니까?”
“그럴까?”
오필리아가 종을 울렸다. 잠시 후 그리타가 안으로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전하.”
무릎을 숙여 인사한 그녀가 순간 테이블에 놓인 남색 틴케이스를 보고 흠칫 놀랐다.
그녀는 금방 표정 관리를 했지만 그녀를 예의 주시하고 있던 로제테는 깨달았다.
‘저 사람이 공범이구나.’
아마 조슈아는 이것을 확인하기 위해 로제테에게 말도 안 되는 부탁을 한 모양이었다.
“이 차를 우려다 줄 수 있겠니?”
“이 차를요?”
“그래. 공녀가 성장통 때문인지 요즘 잠을 통 못 잔다고 하지 뭐니.”
“그……. 알겠습니다.”
약간 떨떠름하게 대답한 그리타가 이내 차를 우릴 준비를 했다. 로제테는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충 알 것 같았다.
‘나에게 먹이기엔 꺼림칙하지만, 꿀을 넣지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겠지.’
그러나 조슈아의 계획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가 그리타에게 턱짓했다.
“너도 앉도록 해.”
“네? 제가요?”
“그래. 같이 차를 마시면서 어떤 차인지 설명 좀 해 주지그래.”
“제가 어찌 감히…….”
그리타는 당황했지만, 오필리아는 조슈아의 제안을 환영했다.
“그래, 그러렴. 이 기회에 공녀들과도 인사를 나누면 좋잖니.”
차마 오필리아의 말을 거절할 수는 없었는지 그리타가 의자를 가져와 이자벨과 로제테 사이에 앉았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전하.”
오필리아가 웃으며 그리타를 세 아이들에게 소개해 주었다.
“이쪽은 내 시녀인 그리타란다. 그러고 보니 나이가 좀 어리네. 올해로 스무 살이라고 했었나?”
“그렇습니다, 전하.”
“앞으로 두 공녀가 사교계에 데뷔하게 되면 네가 많이 신경 써 주도록 하렴.”
“네. 오히려 제가 영광이지요.”
그리타가 착실히 대화하며 차를 우리기 시작했다. 다섯 명이 충분히 먹을 수 있을 만한 커다란 찻잔에 문제의 찻잎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었다.
“이대로 3분 정도 우리면 됩니다. 더 우려도 되고요. 이 차는 오래 우려도 떫은 맛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렇구나.”
대화를 가만히 듣던 조슈아가 문득 뒤에서 대기하던 시종에게 지시했다.
“마시기 전에 꿀을 좀 갖고 와.”
시종보다 그리타가 먼저 반응했다.
“꾸, 꿀이요? 꿀은 갑자기 왜…….”
그에 대한 답은 로제테가 했다.
“제가 달콤한 것을 좋아해서요. 달게 마시고 싶어요.”
“그렇다면 설탕을 넣으시는 건 어떠신가요? 이 설탕도 제국 남부에서 공수한 귀한 설탕입니다.”
“그것 말고 꿀을 줘.”
조슈아는 단호했다.
시종이 꿀을 가지러 간 그 짧은 사이에도 그리타는 안절부절못했다.
그쯤 되자 이상함을 느낀 오필리아가 물었다.
“그리타, 왜 그러니? 무슨 문제라도 있니?”
“아닙니다, 전하. 몸이 좀 좋지 않아서요.”
“저런. 내가 괜히 부른 모양이구나. 가서 쉬는 게 어떻겠니?”
그리타가 로제테를 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아니, 아닙니다. 여기 있겠습니다.”
그쯤 해서 시종이 꿀을 가져왔다. 그리타가 아까보다 눈에 띄게 창백해진 얼굴로 로제테에게 재차 물었다.
“저, 공녀님. 역시 설탕을 넣으시는 게 어떠세요? 보통 차에는 꿀보다는 설탕을 넣으니까요.”
“저는 꿀이 좋아요.”
“그……. 알겠습니다.”
오필리아에 이어 이자벨마저도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자 그리타가 어쩔 수 없이 로제테의 찻잔에 꿀을 덜었다. 그러고는 스트레이너를 찻잔에 걸치고 차를 따랐다.
찻잎이 스트레이너에 걸러지며 차만 찻잔에 담겼다. 수색은 보름달을 닮은 은은한 노란색이었다.
로제테가 티스푼으로 조심스럽게 차를 저으며 꿀과 섞었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돌려 조슈아의 눈치를 봤다.
그는 굳은 얼굴로 그리타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었다.
‘과연 그리타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키쉬 나무 이파리와 꿀을 함께 먹는다고 모두가 죽는 건 아니다.
하지만 로제테는 아직 작은 꼬마였다.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컸다. 죽지 않는다고 해도 후유증이 남을 테고.
‘황자님이 왜 이러는지 알 것 같아.’
그는 그리타의 양심을 시험해 보는 것일 테다.
심증상 그리타가 황후궁의 첩자였다. 조슈아는 여덟 살 로제테가 마시고 죽을지도 모르는 차를 마시려고 할 때 그리타가 저지할지 안 할지 보려는 것이었다.
‘황후님도 죽이려고 한 사람이 뒤늦게 양심을 챙길까 싶지만…….’
로제테는 반신반의하면서 찻잔을 들었다. 그녀의 귓가에서 삐삐가 초조하게 지저귀었다.
[삐이……. 삐이이.]로제테, 정말 그거 마셔야 해? 만약 내가 키쉬 나무 이파리를 다 제거하지 않았으면 어떡해?
[삐잇……!]로제테, 먹지 마!
‘괜찮아, 삐삐. 난 널 믿어. 그리고…….’
황자님이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
황자님이라면 분명 그러실 거야.
로제테가 용기를 내어 찻잔을 입으로 가져간 순간이었다.
“잠시만.”
조슈아가 찻잔을 든 로제테의 손을 꾹 눌러 밑으로 내렸다. 찻잔이 차 받침대에 부딪히며 귀따가운 소리를 냈다.
“그 전에 네 시음평을 듣고 싶은데. 네가 먼저 마셔 보지 그래?”
그의 말을 들은 그리타가 몸을 파르르 떨었다.
“저, 저요?”
“그래. 네가 선물한 차잖아.”
“저는 괜찮…….”
그리타가 도움을 청하는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먹는다고 100 퍼센트 죽는 건 아니겠지만, 꺼림칙하겠지.’
로제테는 눈에 힘을 주고 그리타를 노려보았다.
‘내가 먹을 뻔했는데도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어.’
로제테는 혹시라도 그리타가 과거의 자신과 비슷한 처지가 아닐까 했었다.
누군가가 억지로 시켜서 이런 짓을 벌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런데 어린 로제테가 먹을 뻔했는데도 막지 않다니.
로제테의 마음속에서 그리타는 이미 못된 사람으로 낙인 찍혔다.
“지금 뭐 하는 거지? 황자 전하께서 친히 부탁하시잖아.”
대충 상황을 파악한 이자벨이 서늘한 얼굴로 팔짱을 꼈다. 오필리아도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조슈아가 아예 직접 행동에 나섰다. 스트레이너도 없이 대충 찻잔에 차를 따르더니, 꿀도 듬뿍 넣어 대충 휘저었다.
“마셔.”
이젠 완전한 명령조였다.
“저는…….”
“마시래도.”
조슈아가 삐딱하게 웃었다.
“못 마시는 이유라도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