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47)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47화. 인정(1)(47/214)
47화. 인정(1)
2023.12.17.
로제테는 도움을 청하기 위해 세 남매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미리 공작에게서 언질을 받았는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로제테 일에 참견하기 좋아하는 루카스마저도.
로제테는 하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오늘 황후궁에 갔을 때 약제실을 구경했어요.”
“약제실? 거기는 왜?”
“삐삐가 식물에 관심이 많거든요.”
루카스가 결국 참다못해 끼어들었다.
“저도 알아요! 삐삐가 맨날 이런저런 들꽃을 물어왔거든요. 식물을 진짜 좋아하는 것 같았어요!”
“루카스, 아버지가 말씀하시고 계시잖니.”
다니엘이 나무라자 루카스가 “합!” 하고 입을 다물었다.
아드리안 공작이 다시 로제테를 재촉했다.
“그래서?”
“삐삐에게 이런 저런 찻잎을 보여 줬는데 삐삐가 갑자기 이상하다고 하는 거예요. 찻잎에 보통 쓰지 않는 키쉬 나무 이파리가 들어 있다는 거예요.”
“키쉬 나무? 그건 뭐지?”
“오웬 왕국에 자생하는 식물이에요. 열매는 주로 소화제로 쓰는데…….”
신이 나서 설명하던 로제테가 고개를 저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죠. 아무튼 삐삐가 키쉬 나무 이파리를 찾아서 보여 줬어요. 생긴 게 꼭 에반 꽃 이파리와 비슷한 거 있죠.”
“에반 꽃이라면 숙면에 좋은 약초 말이구나.”
“맞아요. 그래서 제가 그 얘기를 하니까 황자님께서 분노하셨어요. 누군가가 찻잎 성분을 속여 판 것 같다면서 말이에요. 에반 꽃 이파리는 비싸니까, 아무 쓸모 없는 키쉬 나무 이파리를 쓴 것 같다고 하셨죠.”
“그래서?”
흥미진진하게 듣던 루카스가 재촉했다.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황자님, 그래도 황후님께 그동안 아무 일도 없었던 게 다행이에요. 키쉬 나무 이파리는 꿀과 함께 먹으면 독이 될 수 있거든요, 라고요.”
“그랬더니?”
“그랬더니 황자님께서 아주 화를 내시면서……. 그다음에 저는 황자님께서 부탁하신 대로 행동했을 뿐이에요.”
“어떤 부탁을 하셨지?”
“그…….”
로제테가 입을 다물었다.
“그, 차를 먹고 싶다는 말을 하라고요.”
“차를 먹으라고도 말하셨나?”
“아뇨!”
로제테가 다급하게 소리 질렀다.
“그런 말씀은 전혀 안 하셨어요. 그냥 그건 제가 상황을 보고 제멋대로 행동한 거예요. 그리고 그 전에 삐삐가 키쉬 나무 이파리를 다 제거했고요.”
아드리안 공작이 이마를 짚었다.
“로즈. 대체 왜 그런 일을 한 거니?”
“죄송해요. 그렇지만 진짜 먹을 생각은 없었어요.”
“알겠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황자 전하께 직접 묻도록 하마.”
“……네에.”
“그리고 넌 당분간 외출 금지란다.”
“네에?”
놀란 건 로제테가 아니라 루카스였다. 로제테를 데리고 여기저기 놀러 다니려고 했던 그는 볼멘 목소리로 항의했다.
“하지만 아버지! 그건 너무해요! 로제테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사고를 친 것도 아니잖아요. 황후 전하를 구했는데!”
“전 괜찮아요.”
로제테가 루카스를 진정시켰다. 실제로도 그녀는 외출 금지에 대해 별 반발이 없었다.
‘당분간 좀 심심하긴 하겠지만, 저택에도 놀 수 있는 건 많으니까.’
다만 조금 궁금한 건 있었다.
“화는 안 내세요?”
“내가 왜 네게 화를 내겠니, 로즈.”
“하지만…….”
“아빠는 그저 걱정됐을 뿐이었단다.”
아드리안 공작이 그제야 표정을 풀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아빠는 네가 무사하기만 하면 괜찮단다.”
그러고는 짧게 덧붙였다.
“그리고 위험한 일을 한 것과는 별개로 사건을 해결해서 잘했단다. 아빠는 네가 자랑스럽구나.”
로제테는 그제야 긴장을 풀 수 있었다. 하지만 완전히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었다.
‘아직 황자님과 대화가 끝나지 않았어.’
조슈아에게 말한 대로 황후를 구했다.
과연 그는 로제테가 아드리안가에 계속 있는 것을 허락할까?
* * *
그날 밤, 모두가 잠든 새벽. 다시 연락하겠다는 조슈아의 말대로 또다시 그의 늑대가 찾아왔다.
<타.>
조슈아는 딱 그 한마디만 건넸다. 졸린 눈을 비비며 안 자고 버티고 있던 로제테가 웅얼거렸다.
“저 외출 금지 당했어요.”
<어차피 스승님은 네가 나가는 것을 모를 거야.>
“그건 그렇겠죠.”
며칠 전에 조슈아를 만나고 온 것도 아무에게 들키지 않았으니까.
로제테는 잠시 망설이다가 가운을 입고 늑대의 등에 올라탔다. 늑대는 오늘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저택을 빠져나갔다.
숲에 도착한 늑대는 이번엔 숲 중간에 내려 주는 대신 직접 공터까지 바래다주었다.
“고마워, 늑대야.”
늑대의 등에서 내린 로제테는 짐승의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삐삐 또한 더 이상 겁을 먹지 않는지 늑대의 머리 위에 앉았다.
로제테는 늑대가 공터 한구석에 자리 잡고 엎드리는 것을 보다가 조슈아에게로 다가갔다. 그에게 궁금한 점이 많았다.
“어떻게 됐나요?”
조슈아가 들고 있던 서류를 로제테에게 건넸다.
“일단 그리타의 가문인 도저 백작가와 주치의인 라르고 경을 심문하고 있어. 아직까지는 특별히 나온 내용이 없다.”
로제테는 서류를 대충 훑었다. 그의 말마따나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황후님은요?”
“충격을 많이 받으신 모양이야. 그리타야 황후궁에 들어온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라르고 경은 10년 넘게 어마마마를 모신 사람이거든. 솔직히 나도 충격이 좀 크고. 과거에 그렇게 조사했어도 라르고 경이 그런 일을 벌였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그렇군요.”
“그나저나 스승님께는 뭐라고 둘러댔지?”
“어, 일단 약제실을 보다가 우연히 삐삐가 키쉬 나무 이파리를 찾은 거라고 둘러댔어요.”
로제테는 아드리안 공작과의 대화를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래, 잘했어.”
로제테가 그에게 서류를 되돌려주며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아빠가 황자님께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거란 말도 하셨어요.”
“안 그래도 스승님을 한번 찾아뵐 생각이긴 했어. 어찌 됐든 널 끌어들인 셈이 되었으니, 스승님께 사죄는 해야지.”
당연하다는 듯이 대꾸한 조슈아가 로제테의 얼굴을 살폈다.
“그나저나 많이 혼났나?”
“네?”
“스승님께서 화나셨을 것 같은데, 많이 혼났냐고 물었어요.”
“글쎄요. 아빠가 화가 나신 것 같기는 해는데 그렇게 혼나지는 않았어요. 아, 외출 금지는 당했지만, 어차피 외출은 거의 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로제테는 댈러스 후작과 아드리안 공작의 태도를 비교했다.
‘혼이 나도 좋았어.’
댈러스 후작이 혼냈을 때와는 확실히 달랐다.
후작은 꼭 로제테에게 분풀이를 했지만, 아드리안 공작은 진짜로 그녀를 걱정하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출 금지라는 벌도 더욱 달게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뭐?”
“아무것도 아니에요.”
“실없군. 그런데 진짜 안 혼났어?”
“네.”
“스승님답지 않네.”
로제테가 조금 흥미가 생겨서 되물었다.
“원래 아빠는 어떠신데요?”
“평소엔 자상하지만 실수에는 엄격하시지. 아마 오늘도 다니엘이나 다른 애들이 그랬다면 무척 엄하게 혼났을 거야.”
그럼 왜 나는 안 혼낸 거지? 설마 혼낼 가치도 없어서 그러셨던 걸까.
로제테가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며 땅굴을 파고 있는데, 조슈아가 턱을 문지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너를 어지간히 아끼시는 모양이네.”
용케 그것을 알아들은 로제테가 반색했다.
“그런가요?”
“그래. 아무래도 너에게는 무르신 모양이야.”
“그런 거라면 다행이네요.”
로제테가 헤헤, 하고 웃자 조슈아가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뭐가 그렇게 좋지?”
“그냥요. 다 좋아요. 황후님도 무사하시고요. 그건 그렇고 황후님은 이제 괜찮으신 거 맞겠죠?”
“그래. 그동안 문제가 된 차에 한 번도 꿀을 안 타 드셨던 모양이야. 일단 아직 6월 15일까지는 시간이 있으니 지켜봐야겠지만 무사하실 거다. 다들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황후궁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니까.”
“다행이네요.”
그때 조슈아가 스쳐 지나가듯 속삭였다.
“고맙다.”
“……네?”
로제테는 방금 자신이 제대로 들은 건가 싶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유야 어찌 됐든 네 덕분에 어마마마를 살린 건 사실이니까. 아마 네 도움 없이 나 혼자 해결하려고 했다면 힘들었을지도 몰라. 오웬 왕국에서만 자생하는 식물이라니. 그것도 라르고 경이 한 패였다니.”
“…….”
“나는 그것도 모르고 최후의 수단으로 라르고 경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했었어. 완전히 내 오판이었지.”
로제테가 머쓱한 얼굴로 볼을 매만졌다.
“딱히 저도 한 일은 없거든요. 저도 그냥 과거의 기억을 이용한 것뿐이니까요.”
“네가 과거에 이 사건을 관심 갖고 봐 뒀으니 그것도 가능했던 거겠지. 식물학에 지식도 상당하고. 무엇보다 네가 패밀리어를 소환하지 못 했다면 그게 가능했겠나?”
[삣!]늑대의 머리 위에 앉아 잠자코 듣던 삐삐가 ‘엣헴, 역시 내가 최고야.’라고 으스거렸다. 그걸 들은 로제테가 살짝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들으니 제가 좀 대단하네요.”
“대단하다고는 하지 않았는데.”
“…….”
로제테가 입술을 삐쭉였다. 그러다 아직 조슈아와 할 말이 남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로제테는 결국 묻고 싶지 않았던 질문을 건넸다.
“그럼 저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진짜로 황자님이 날 쫓아내면 어떡해?’
조슈아를 도와 황후를 살리겠다고 했을 때, 조슈아는 ‘일단’ 유예하겠다고 했다. 황후의 독살을 막는다고 하더라도 쫓아낼 가능성이 있다는 소리였다.
‘그래도 제법 마음이 잘 맞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일을 처리하며 로제테는 조슈아에게 더 이상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에서 그 또한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또한 조슈아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어쩌면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쩍 닮아 있었다.
‘게다가 과거를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고.’
처음엔 과거를, 그것도 자신의 치부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두려웠다. 그러나 조슈아와 계속 이야기를 하다 보니,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좋았다.
그동안은 혼자 다른 세계에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종종 받고는 했으니까.
‘그렇지만 황자님은 다르겠지.’
그에게 로제테는 그저 괴물일 뿐이었다. 그걸 다시금 떠올리니 입안이 썼다.
조슈아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는 로제테에게 넌지시 물었다.
“너는 어떻게 하고 싶지?”
“네?”
“여전히 아드리안가에 있고 싶나?”
“당연하죠!”
로제테는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소리쳤다.
“여전히 저는 아드리안가에 남고 싶어요!”
“이해할 수 없어. 왜 아드리안가에 그렇게 집착하는거지?”
“집착이라뇨?”
조슈아가 허리를 숙여 로제테를 조금 더 가까이에서 바라보았다.
그녀를 빤히 쳐다보는 금안은 예전에 자리 잡고 있던 경멸 대신 순수한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댈러스 후작가에서 10년을 넘게 지내지 않았어? 내 기억으로는 그랬는데. 그런데 왜 그런 댈러스가보다 이제 겨우 반년 정도 지낸 아드리안가에 집착하냐는 소리야.”
“댈러스가는…….”
“그들도 너에겐 가족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