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48)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48화. 인정(2)(48/214)
48화. 인정(2)
2023.12.18.
로제테는 앵두 같은 입술이 새하얘질 정도로 꽉 깨물었다.
‘그 사람들은 가족이 아니야.’
한때는 가족이라고 여겼다. 아니, 정확히는 그들이 생각하는 ‘가족’이라는 범주 안에 들기 위해 노력했다.
댈러스 후작도 그런 그녀의 생각을 알았는지, 그녀가 지칠 만하면 달콤한 말을 속삭였다.
-그래, 그래야 내 딸이지.
로제테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이제 그들의 가족이 됐다고 여겼다.
하지만 속았다는 것을 완전히 깨달았다.
‘그런 건 가족이 아니야.’
댈러스 후작이 정말 그녀를 딸처럼, 사랑해 마지않는 엘리샤처럼 사랑했다면 그런 짓은 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드리안 후작가 사람들은 달랐다. 그들은 로제테에게 한 번도 행동을 강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를 위해 희생하기까지 했다.
그런 아드리안과 댈러스를 어떻게 한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 있을까.
“저는 한 번도 댈러스인 적이 없었어요. 댈러스 후작도 제 아버지가 아니에요.”
“하지만 댈러스 후작이 널 싸고돌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건 그저 제가 도망갈까 봐 걱정돼서 그런 것 뿐이에요. 그 사람은 절 그냥 이용하기만 했어요. 그런 게 가족일 리가 없잖아요.”
로제테가 치를 떨었다. 조슈아가 그런 그녀를 보며 진지하게 생각했다.
‘확실히 바뀌었어.’
과거에 본 사람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로제테는 바뀌어 있었다.
저렇게 기함하는 것을 보아하니, 추후 댈러스 후작을 만난다고 해도 그와 손을 잡을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여전히 아드리안에 두기에는 찝찝해.’
조슈아가 파르르 몸을 떠는 로제테에게 한 가지 제안을 건넸다.
“그럼 차라리 댈러스 후작을 만나지 않을 수 있는 곳으로 떠나는 건 어때?”
“네?”
“너도 지난번에 그러지 않았어? 처음엔 댈러스 후작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고.”
그가 로제테가 반박할 새를 주지 않고 계속 말했다.
“나를 도와준 대가는 충분히 치를 생각이야. 아드리안가를 떠나도 평생 부족함이 없이 살게 해 주지.”
“…….”
“네가 원하는 곳에 저택을 사 주고, 원하는 교육도 다 받게 해 주겠다. 고용인들도 믿을 만한 사람들로 배치해 주지. 추후 결혼 적령기가 되면 괜찮은 신랑감도 물색해 주겠어. 그것 말고도 사례금을 따로 충분히 줄 거야.”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그의 말처럼 저거라면 아드리안에서 사는 것처럼 호화롭게 살 수 있었다.
아니, 객관적으로 오히려 더 편하게 살 수 있었다. 골치 아픈 일과 엮일 필요 없으니까.
하지만…….
“저는 그저 편하기 살기 위해 아드리안에 남겠다고 한 게 아니에요. 말씀 드렸잖아요. 저는 아드리안으로서, 가족들을 무사히 지키고 싶어요.”
“물론 아드리안가도 내가 무사히 지킬 예정이다. 그럼 되지 않아?”
“그렇지만……!”
반박 거리가 모두 막히고 말았다.
로제테는 두 손으로 치마를 꽉 쥐며 다른 이유를 생각해 보려고 했지만, 그럴싸한 게 생각나지 않았다.
생각난다고 해도 조슈아의 논리에 모두 막힐 게 분명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떠나고 싶지 않았다.
“저는…….”
로제테가 마지막 남았던 진심을 꺼냈다.
“아드리안을 사랑해요.”
“……?”
“그래서 이곳에 계속 있고 싶어요. 다른 이유는 없어요. 그냥 제 마음이 그래요.”
조슈아는 잠자코 그녀의 말을 들어 주었다. 그에 용기를 얻어 마구잡이로 말했다.
“물론 황자님 말처럼 남들 부럽지 않게 살 수 있겠죠. 하지만 그곳엔 제 가족이 없잖아요.”
로제테가 오른손을 왼쪽 가슴 위에 올렸다. 손바닥 아래서 심장이 기분 좋게 뛰는 게 느껴졌다.
“그러니 저는 계속 이곳에서 가족들과 살고 싶어요.”
조슈아는 멍하니 로제테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결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족들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 같은 표정이었다.
‘원래는 어떻게든 쫓아내려고 했었는데…….’
유예 기간을 줄 때까지만 해도 그는 반드시 로제테를 아드리안에서 내보내려고 했다.
오필리아를 구하는 데 성공하면 그에 알맞은 보상을 해 주고, 그렇지 못하면 아무것도 없이 빈 손으로.
어차피 로제테에게 계속 아드리안에 있게 해 주겠다고 하지도 않았으니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황후궁에서 본 로제테의 모습에 마음이 조금 약해졌다. 그녀가 정말 진심을 다해 행동했기 때문에.
그리고 지금도 마음이 흔들렸다.
‘게다가 스승님도 내 생각보다 저 아이를 아끼시는 것 같아. 없어지면 무슨 일을 무릅쓰더라도 찾아내시겠지.’
조슈아는 저도 모르게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시작했다.
“좋아.”
“제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시면……. 네?”
“좋다고 했어.”
로제테가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눈을 끔뻑였다.
“그럼……?”
“유예 기간을 조금 더 늘리도록 하지.”
“그럼 기간은요?”
“일단 미정이야.”
조슈아가 픽 웃었다.
“내가 지켜보다가 네가 허튼짓을 하면 그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차 없이 쫓아낼 거야.”
힘든 일이란 것을 안다. 로제테가 아드리안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녀를 멀리 보내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조슈아는 그녀를 놔두기로 결정했다. 그 스스로도 이유를 알 수 없는 감정적인 결정이었다.
“꺅!”
잔뜩 긴장하고 있던 로제테가 두 손을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삐삐, 들었어? 황자님이 나 계속 아드리안가에 있어도 된대!”
[삣! 삐익!]로제테의 기쁨을 공유한 삐삐가 늑대의 머리 위에서 쫑쫑 뛰었다.
“그렇게 좋아?”
“네, 당연하죠!”
로제테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저 정말 잘할 거예요. 허튼짓도 안 할 거고요, 앞으로 댈러스 후작도 잘 막을 거예요. 황후님도 별일이 없도록 제가 지킬 거고, 가족들도 제가 지킬 거예요!”
그녀가 흥분해서 외쳤다.
“그리고 황자님도……!”
“……나? 날 어쩌겠다는 거지?”
로제테가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닫고 주먹을 쥐었던 손을 폈다.
“큼, 흠. 그냥 그렇다고요.”
조슈아를 지키겠다는 말을 하려고 했단 소리는 절대 할 수 없었다.
조슈아의 눈이 가늘어졌다. 로제테가 슬금슬금 뒷걸음쳐서 늑대에게 다가갔다.
“너도 기쁘지, 늑대야?”
늑대가 로제테의 뺨에 주둥이를 비비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로제테는 행여나 조슈아가 집요하게 캐물을까 봐 아예 화제를 바꿨다.
“그런데 황자님, 패밀리어를 소환했다는 것은 왜 비밀로 하시는 거예요?”
그가 로제테를 약간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패밀리어를 소환할 기미가 보이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패밀리어를 소환하면 다들 어떤 반응을 보일 것 같지?”
“어, 굉장히 놀라겠죠.”
“그리고?”
“혹시 나쁜 짓을 해서 패밀리어를 소환한 것인지 궁금해할 거예요.”
“그래, 그렇겠지. 그래서 적당한 때를 기다리는 중이야.”
“아하, 그렇구나.”
로제테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원래는 몇 살에 패밀리어를 소환하셨어요?”
“열네 살.”
“되게 빨리 소환하셨네요.”
“너에게 들을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너는 원래 몇 살에 패밀리어를 소환했지?”
“열한 살이요. 마나 코어는 아홉 살 때 만들었고요.”
조슈아는 칭찬의 말을 건네지는 않았다. 그러나 살짝 크게 뜨인 그의 눈이 그가 놀랐다는 것을 말해 주었다.
로제테가 겸양을 떨었다.
“대단한 건 아니에요.”
조슈아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대단하다고는 안 했는데.”
그러고는 역으로 물었다.
“그런데 넌 왜 패밀리어를 바로 소환했지? 다들 의심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나?”
“했어요.”
“그런데도 왜 소환했지? 천재라는 소리를 듣고 싶었나?”
“아니에요!”
로제테가 재빨리 부정했다.
“저는 그냥! 다니엘 오빠를 지키고 싶었어요!”
예상치 못한 대답에 조슈아가 입을 꾹 다물었다. 나무 그루터기에 풀썩 주저앉은 로제테가 다리를 앞뒤로 흔들며 계속 설명했다.
“황자님께서도 아시겠지만 원래는 다니엘 오빠가 마차 사고를 당해서 다리를 다쳤잖아요. 그걸 막고 싶었어요. 그런데 제가 댈러스 후작가에 입양되기 전이라 언제 어떻게 일어나는지 제대로 모르겠는 거예요. 과거에 보았던 댈러스가의 첩자는 대충 발견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요.”
“그래서?”
“그래서 소환한 거예요. 첩자의 뒤를 쫓으려면 삐삐가 필요했거든요. 게다가 패밀리어를 소환해야 더 고위 마법을 쓸 수 있잖아요. 최악의 경우, 오빠가 다리를 절게 되었을 때 고쳐 주고 싶었어요.”
“…….”
“실제로도 삐삐 덕분에 사고를 해결할 수 있었고요. 다니엘 오빠가 아니라 아빠를 노린 사고였던 건 조금 의외였지만, 어쨌든 잘 해결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그래서 삐삐를 하루라도 빨리 소환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로제테가 급하게 덧붙였다.
“아, 물론 황후님도 구했고요.”
[삣!]삐삐가 다시 한번 제 업적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리고 삐삐가 보고 싶었어요. 제 유일한 친구니까요.”
[삐이.]삐삐가 애정 어린 몸짓으로 로제테의 뺨에 얼굴을 문질렀다.
까르르 웃음을 터뜨린 로제테가다시 조슈아에게 물었다.
“황자님도 그래서 패밀리어를 소환한 거 아닌가요? 친구가 보고 싶어서?”
조슈아가 대답 대신 어깨만 으쓱였다. 사실 그가 비웃으며 부정할 줄 알았던 로제테는 의외에 반응에 조금 당황했다.
“정말 황자님도 늑대가 보고 싶었던 거예요?”
“…….”
로제테는 그가 절대 대답을 안 해 줄 거라는 것을 깨닫고 화제를 바꿨다.
“그러고 보니, 황자님. 황자님의 패밀리어 이름은 뭔가요?”
“이름?”
“네, 이름이요. 언제까지 ‘늑대야’라고 부를 수는 없잖아요. 사실 늑대에게 이름을 물어봤는데 저는 늑대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요.”
조슈아가 요상한 소리를 들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름 같은 건 없는데.”
“왜요?”
이번엔 로제테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은 것처럼 눈을 홉떴다.
두 사람은 잠시 이해가 필요하다는 얼굴로 서로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먼저 침묵을 깬 것은 조슈아였다.
“패밀리어에게 이름이 필요한가?”
“당연하죠! 패밀리어는 친구예요! 친구에겐 당연히 이름을 지어 줘야죠!”
로제테가 삐삐의 턱을 간질였다.
“이미 아시겠지만, 제 패밀리어의 이름은 삐삐예요. 삑삑하고 울어서 삐삐라고 지었어요. 루카스 오빠는 그것도 모르고 제가 잠든 사이에 삐삐를 삐약이라고 부르지 뭐예요. 루카스 오빠는 바보예요.”
[삣!]맞아, 바보야. 삐삐가 맞장구를 쳤다.
“그래서요? 정말 늑대를 그냥 ‘늑대야’라고 부르실 건가요?”
로제테가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조슈아를 올려다보았다. 얼른 늑대의 이름을 지으라는 뜻이었다.
조슈아는 그런 그녀를 보며 어이가 없었다.
‘겁도 없군.’
처음 봤을 땐 달달 떨던 아이는 이제 없었다.
로제테는 이제 조슈아를 아주 편하게 대했다. 그를 이렇게 대하는 사람은 그동안 다니엘밖에 없었는데.
‘근데 나쁘지 않아.’
그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