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49)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49화. 네 이름은 실버, 황자님의 패밀리어지!(49/214)
49화. 네 이름은 실버, 황자님의 패밀리어지!
2023.12.19.
“그럼 네가 한번 지어 주지그래?”
“그, 그래도 돼요?”
“안 될 건 없지.”
조슈아는 가볍게 말했지만, 로제테는 진지했다.
‘멋진 이름을 지어 주고 싶은데.’
삐삐에 버금갈 만한 멋진 이름을!
심지어 늑대도 내심 기대했는지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았다.
늑대를 보며 한참을 고민하던 로제테는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실버요! 실버로 지을래요.”
“……뭐?”
[삐이?] [……?]로제테는 사람 한 명과 패밀리어 두 마리의 당황한 시선을 받으며 뭐가 문제냐는 듯 눈을 깜빡였다.
조슈아가 ‘설마’ 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왜 실버지? 설마 털이 은색이라고 실버인가?”
“맞아요. 어떻게 아셨나요?”
“내 생각보다도 더 생각이 단순하네.”
“……싫으세요? 다른 이름으로 지어 볼까요?”
“뭐, 나쁘진 않아. 넌 어떻게 생각하지?”
조슈아가 늑대를 향해 묻자 늑대가 기분 좋다는 듯 그르렁거렸다.
“마음에 들어하는군. 그걸로 하지.”
“꺅!”
로제테가 이젠 실버가 된 늑대의 목덜미를 와락 끌어안았다.
“실버, 앞으로 잘 부탁해.”
* * *
다음 날, 아드리안 공작은 다니엘도 대동하지 않고 홀로 사파이어궁을 찾았다.
이미 공작에게서 전갈을 받고, 로제테에게서 미리 언질까지 받은 조슈아는 놀라지 않고 그를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스승님. 앉으시죠.”
조슈아는 미리 다과가 차려진 테이블로 그를 안내했다.
조슈아가 직접 찻주전자를 집으려고 했지만, 공작이 그럴 수 없다고 본인이 차를 따랐다.
“오늘 제가 찾아온 이유는…….”
“알고 있습니다. 작은 공녀 때문이겠죠.”
“네. 솔직히 말하자면 황자 전하께 조금 화가 났습니다.”
조슈아가 이미 예상했던 대화였다.
‘그래도 조금이라고 하시네.’
솔직하게 말하면 공작이 많이 화를 낼 줄 알았다. 그만큼 그는 로제테를 무척이나 아꼈으니까.
“어쩌자고 그런 일을 벌이신 겁니까? 이상한 걸 발견하셨다면 차라리 제게 말씀하셨어야지요.”
“스승님께요?”
조슈아가 의외의 말을 들었다는 듯이 물었다. 그게 아드리안 공작을 더 화나게 한 모양인지 그가 조금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네, 전하. 제게 말씀하셨다면 제가 면밀하게 조사했을 겁니다. 그랬다면 누가 그런 짓을 벌였는지 찾아낼 수 있었을 테고요.”
“하지만 한시가 급했습니다. 라르고 경이 연루되어 있었거든요. 그렇지만 심증만 있는 상태에서 그를 잡아들이기 쉽지 않았습니다.”
“전하. 언젠가부터 전하께서 부쩍 어른스러워지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조슈아의 몸속에 있는 것은 스물네 살의 청년이었으니까. 살기 위해 발버둥치고, 사랑하는 이들을 잃기까지 했던.
조슈아가 씁쓸하게 웃는데, 공작이 계속 말을 이었다.
“성장하시는 건 좋은 일입니다만, 전하께서는 아직 열두 살이십니다.”
“하지만, 스승님.”
“이런 일이 있을 땐 어른을 조금 더 믿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이번엔 공작이 조금 쓰게 웃었다.
“아니면 제가 전하께 못 미더운 어른이었습니까?”
“아닙니다!”
조슈아가 조금 발끈해서 소리쳤다.
“스승님께선 그 누구보다도 훌륭하고 좋은 분입니다. 스승님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스승님은 제 스승님이지만 때로는 친구 같고, 또 때로는 아버지 같은 분이시죠. 저는 그냥…….”
조슈아는 입을 다물었다. 사실, 조금 전 공작의 말에 조금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왜 나는 내가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고만 생각했을까.’
그는 이번 일을 조사하면서 아드리안 공작이나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저,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고 여겼다.
누구를 믿어야 할지, 또 누구를 경계해야 할지 모르는 이 황성에서 확실히 믿을 수 있는 건 자기자신뿐이라고 여겼다.
그건, 아드리안 공작을 아버지처럼 따르는 것과 다른 이야기였다. 그를 이 일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지금 대화를 나누고 있다 보니 다시금 깨달았다.
‘나는 아직 완전히 어른이 되지 못했구나.’
스물네 살. 성인이 되고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여겼다. 그렇지만 그는 여전히 아드리안 공작 앞에서는 미숙한 아이였다.
정확히는, 아드리안 공작의 앞에서는 모든 근심과 걱정을 잊고 아이로 있을 수 있었다.
이렇게 지탱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운인지 과거엔 아드리안 공작을 잃고 나서야 알았다.
그 생각까지 하고 나자, 조슈아는 로제테가 어떤 마음으로 시간을 되돌렸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로제테를 본 순간부터 무슨 꿍꿍이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
그녀는 모든 과오를 바로 잡고 싶다고 얘기했지만, 완전히 믿지 않았다.
여전히 조슈아는 로제테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그녀가 조금이라도 이상한 행동을 한다면 쫓아내겠다는 말도 진짜였다.
그렇지만, 어쨌든 그녀 덕분에 시간을 되돌아올 수 있었다.
로제테가 아드리안 공작과 다니엘을 살리고, 오필리아도 살렸다.
조슈아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었다.
그것 하나는 분명했다.
‘그러고 보니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았군.’
물론, 오필리아를 구한 일에 대한 감사 인사는 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조금 더 근본적인 일에 대해 고맙다는 일을 하지 않았다.
오필리아를 살릴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로제테가 시간을 돌려서 가능한 일이었다. 그것 외에도 그가 모든 것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왔다.
로제테는 자신을 위해 시간을 돌린 거였지만, 어찌 됐든 그게 그에게도 도움이 되었다.
처음에 그녀가 시간을 돌렸다는 것을 알았을 땐 분노에 휩싸여 화만 냈다.
그러니 다음에 고맙다는 인사를 제대로 다시 해야지.
조슈아는 그렇게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다음엔 무슨 일이 있으면 스승님께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가 진심을 다해 웃었다.
“늘 제 곁에 있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심입니다.”
다시는 당신을 잃고 싶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 * *
황성을 빠져나오는 마차 안. 아드리안 공작은 싶은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로제테와 조슈아의 태도에는 상당히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우선 로제테 아드리안.
그의 사랑스러운 막내딸은 조셉 오서의 사건을 해결할 때부터 석연찮은 구석이 있었다. 그녀는 삐삐에게 가족들을 보호해 달라고 했다지만, 왜 굳이 그런 일을 벌였을까.
그때도 조금 의아했지만, 로제테가 워낙 걱정이 많은 아이니 그럴 수 있다고 여겼다. 찝찝하긴 했지만, 믿어 주는 방법밖에 없지 않나.
그런데 이번에도 그 아이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을 벌였다. 황자인 조슈아를 만나 겁에 질리기는커녕, 그와 함께 독살범을 잡다니.
이게 여덟 살 아이가 할 법한 행동인가?
그러나 그것보다 더 이상한 것은 조슈아 에른하르트였다.
아드리안 공작이 아는 조슈아는 분명 황자이자 미래의 황제로서 또래보다 성숙하고 생각이 깊은 아이이기는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완전히 바뀌었다. 아마도 악몽을 꿨다며 황제와 아드리안 공작 앞에서 아이처럼 운 뒤였을 것이다.
그는 단순히 어른스러워진 게 아니라, 아예 어른이 된 것 같았다. 태도뿐만 아니라 눈빛, 목소리, 말투 모든 것이. 특히 풍기는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다.
티는 한 번도 내지 않았지만, 그날 이후 가끔 조슈아를 만날 때마다 아드리안 공작은 황자가 아니라 황제를 알현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
그런 조슈아가 로제테를 만나겠다고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아드리안 공작저를 방문했다.
공작이 만남을 허락하지 않자, 아예 몰래 저택에 숨어들기까지 했다.
조슈아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그렇게까지 해서 로제테를 만나야 할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설마 이번에 도움을 청하려고?’
오필리아 에른하르트가 갑자기 로제테를 황후궁으로 초대한 것도 분명 조슈아의 작품이었을 테다.
조슈아는 아마 처음부터 로제테의 도움을 받아 독살범을 잡을 예정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떻게? 어떻게 로제테의 패밀리어가 도움이 될 거란 것을 알았지?
더 어이가 없는 것은, 그렇게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조슈아가 아주 허술하기 짝이 없는 변명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삐삐가 식물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서 약제실을 구경하다가 수상한 것을 찾았다’니.
우연의 연속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도 앞뒤가 잘 들어맞았다.
어쩌면 조슈아는 이미 모든 것을 짐작하고는 로제테를 끌어들인 게 아닐까.
그런데 로제테는 어떻게 키쉬 이파리가 꿀과 함께 먹으면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이제 겨우 글을 뗀 아이인데.
아드리안 공작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사실 그 전에도 로제테는 알 수 없는 행동을 보이고는 했다.
고아원에선 먹어 본 적도 없는 새우에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고, 수업 진도도 다른 아이들에 비해 너무 빨리 나갔다.
마치…….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아드리안 공작은 피식 웃었다.
‘그럴 리가 있나.’
하지만 확실히 로제테와 조슈아는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았다.
아드리안 공작은 굳이 그것을 캐묻지 않고 아이들이 자신을 믿고 먼저 말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게 어른의 도리였으니까.
‘하지만 이런 일이 또 일어나면, 한번 알아보긴 해야겠지.’
그는 그렇게 결론 지으며 마차에서 내렸다.
“아버지.”
고용인들의 인사를 받으며 저택 안으로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니엘이 찾아왔다. 그는 둘이서만 할 말이 있다며 공작의 집무실까지 따라왔다.
“무슨 일이지?”
“왜 로즈를 혼내지 않으셨나요?”
“혼?”
공작은 좀 놀랐다. 다니엘은 동생들에게 물렀고, 특히 막내동생인 로제테에겐 껌뻑 죽었다. 그런 그의 입에서 이런 소리가 나왔다니.
공작이 조금은 흥미로운 얼굴로 턱을 괬다.
“다니엘, 너는 내가 로즈를 혼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네.”
다니엘이 조금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어봐도 되겠니?”
“로즈, 그 아이는 자기 자신을 생각할 줄 몰라요.”
“음?”
예상 밖의 대답에 놀란 아드리안 공작이 다니엘에게 손짓했다. 다니엘이 책상에 더 다가오며 말을 이었다.
“마차 사고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그 아이는 자기가 나서서 행동하고 있어요. 마치 자기 자신밖에 믿을 사람이 없다는 것처럼요. 저는 로즈가…….”
다니엘이 조금 울먹였다.
“저는 로즈가 조금 더 가족들을 믿고, 조금 더 자기 자신을 아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