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50)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50화. 피어나는 의심(50/214)
50화. 피어나는 의심
2023.12.20.
아드리안 공작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니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좋은 오빠구나.”
“좋은 오빠는 아니에요.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고는 있지만요.”
“아냐, 이미 충분히 좋은 오빠야.”
“…….”
“로즈에게는 내가 조금 더 잘 말해 두겠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렴.”
“네.”
다니엘은 눈가가 촉촉해지긴 했지만 울지는 않았다.
그는 그동안 혼자 생각한 것을 다 털어놓은 덕분에 후련한 얼굴로 집무실을 나가려고 했다. 그러다 다시 몸을 돌려 아드리안 공작에게 다가왔다.
“아버지, 지난 번 마차 사고 때 제가 드렸던 말씀 기억하세요? 황자 전하와 로즈가 제게 마차 사고를 조심하라고 말했었다고요.”
“그래.”
“사고를 조심하라는 말은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이번 사건을 겪고 나니 더 이상하게 느껴져서요. 왜 두 사람 모두 저에게만 그런 조언을 했을까요? 우연의 일치였을까요?”
“글쎄다.”
“이번에 두 사람이 같이 황후 전하의 일을 해결한 것과 함께 생각하면 더 이상해요. 혹시 두 사람, 원래 알던 사이는 아니겠지요?”
다니엘은 스스로가 말하고도 웃기다는 듯 풋 웃었다.
“말도 안 되는 가정이긴 하네요. 로즈가 황자 전하를 대체 어떻게 만나겠어요. 저희도 만나기 힘든 분인데요.”
“그건 그렇지.”
다니엘은 심각해진 아드리안 공작의 얼굴을 보다가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럼 저는 가 보겠습니다.”
“그래.”
혼자가 된 아드리안 공작은 아까 어렴풋이 생각했던 가정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미래를 알고 있다……라.’
그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
잠시 동안 고민하던 그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서재로 향했다. 이런저런 마법 서적을 찾아 보았지만, 마법에 무지한 그는 아무것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셀린느에게 조언을 구하면 실마리가 잡힐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아니야.’
확실하지도 않은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릴 수는 없었다. 아직 어린 두 아이가 확실치 않은 가정으로 세간의 주목과 의심을 받는 건 좋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그는 로제테의 아버지였고, 조슈아의 스승이었다. 두 아이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혼자 천천히 알아보도록 하지.’
두 아이를 위해서, 그는 일단 한 걸음 뒤로 물러나기로 마음먹었다.
아드리안 공작은 로제테와 조슈아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가 사랑하는 딸과 제자였다. 두 사람이 자신에게, 더 나아가 아드리안에게 해를 끼칠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만약 정말 미래를 알고 있다면, 그래서 자꾸 위험한 일에 뛰어드는 거라면.’
아이들이 아드리안을 지키도록 두는 게 아니라 아드리안이 그들을 보호해야 했다.
* * *
그리타와 라르고 경이 오필리아 독살 미수 혐의를 인정했다.
라르고 경은 끝까지 부정했지만, 고문을 참다못한 그리타가 문제의 찻잎을 라르고 경이 주었다고 시인한 것이었다.
실제로도 라르고 경이 오웬 왕국에서 키쉬 나무를 수입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래서 결국 배후는 누구였나요? 콜튼 백작가의 짓이 맞나요?”
콜튼은 그리타의 가문이었다.
<라르고 경이 콜튼 백작이 사주했다고 실토했어. 콜튼 백작가는 멸문당하고 라르고 경 또한 처형당하겠지.>
“황후님을 시해하려던 이유는요?”
<자신의 장녀를 새 황후로 들이고 싶었다고 하더군.>
“굉장히…….”
<말도 안 되는 이유지.>
로제테는 실버가 찬 목걸이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뒤늦게 소리 내어 대답했다.
“그러게요. 더 조사는 안 하는 건가요?”
<폐하께선 조금 더 조사를 하신다고는 하지만…….>
“딱히 믿음직스러운 건 아닌가요?”
조슈아가 입을 다물었다. 아무래도 완전히 신뢰할 수 없는 로제테에게 황실의 권력구도에 대해 설명하는 게 꺼림칙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로제테는 대충 돌아가는 상황을 알았다.
아마도 이번 독살의 배후에는 릴리스 공작이 있을 터였다. 하지만 절대 꼬리를 잡히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또한 황제가 릴리스 공작이 잡히도록 놔두지 않을 테고.
로제테는 입술을 깨물며 과거, 오필리아가 죽은 뒤 일어났던 일을 떠올렸다.
‘새 황후와 제 2황자가 나타났었지.’
현 황제의 비밀 연인이었던 릴리스 공작가의 레오니가 기다렸다는 듯이 새 황후에 책봉되었다. 심지어 그녀와 황제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 루이스도 함께 입궁했다.
‘황후님이 살아 계시니 레오니 릴리스가 황후가 되는 일은 없을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 거고. 하지만 루이스는?’
릴리스 공작은 언제까지 루이스를 숨겨 기를 수 없을 터였다. 그렇다고 그 아이를 자신의 아들이나 릴리스 공자의 아들로 입적시키지는 않을 거다.
그는 권력욕이 강했고, 손자를 황제로 만들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릴리스 공녀를 황후로 만들려고 노력할 거야.’
설령 황후를 못 바꾸더라도 루이스는 황자로 인정받으려고 할 터였다.
‘아마 권력 구도를 형성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루이스를 내보낼 텐데.’
로제테는 망설이다가 물었다.
“그럼 제 2황자님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곧 나타나겠지.>
목걸이에서 태연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화난 기색도, 초조한 기색도 없었다.
“걱정되지 않으세요?”
<어차피 루이스를 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진 않았어. 릴리스 공작은 어떻게 해서든 그 아이를 황궁에 집어넣겠지.>
“그렇겠죠?”
<그렇지만 그건 네가 신경 쓸 일은 아니야. 그건 내 일이지.>
알고는 있었다. 그렇지만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함께 사건을 해결했던 조슈아가 갑자기 선을 그으니 왠지 섭섭했다.
“그래도 같이 머리를 맞대면…….”
<머리를 맞대? 내가 너랑?>
“아니, 그래도 우리는 미래를 알고 있잖아요.”
<너도 이미 알고 있지 않아? 이제부터 우리가 겪었던 미래는 변했어. 앞으로 우리의 이점은 별 쓸모가 없을 테지.>
“그래도…….”
<애송이의 손을 빌릴 정도는 아니니까 신경 꺼.>
“그……. 네에.”
로제테는 시무룩하게 고개를 떨궜다. 실버가 달래 주듯 혀로 그녀의 뺨을 핥아 주었다.
‘그럼 앞으로 황자님을 볼 일이 없는 걸까?’
왠지 아쉬웠다.
물론, 냉정하게 생각하면 조슈아와 안 엮이는 게 좋았다. 괜히 조슈아와 만났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쫓겨날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도 조슈아를 못 본다고 생각하니 조금 입안이 썼다. 그래도 과거를 기억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조금 의지했는데.
그녀가 저도 모르게 불퉁거렸다.
“그럼 이제 황자님은 못 만나는 거네요.”
<그게 무슨 소리지?>
조슈아가 약간 어이없다는 투로 물었다.
“앞으로 같이 계획을 의논할 게 아니면 만날 일이 없지 않나요?”
<만날 일이 왜 없지? 네가 아드리안인 이상 나를 계속 만나게 될 텐데.>
“아……?”
<설마 쫓겨나기 싫다고 날 피해다닐 생각이었나?>
“아뇨, 그런 건 아니지만!”
로제테는 여전히 조슈아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저보고 황자님 일에 신경 끄라고 하셨잖아요.”
<신경 끄랬지 앞으로 볼 일이 없다는 소리는 아니었는데.>
“그럼!”
로제테의 목소리가 저도 모르게 올라갔다.
“앞으로도 또 볼 수 있는 건가요?”
<그러겠지.>
로제테가 입을 가리고 숨죽여 웃었다. 그녀가 조용한 게 이상했던 조슈아가 다시 그녀를 불렀다.
<대체 뭘 하길래 조용하지?>
“아무것도! 큼, 흠.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실버랑 좀 노느라.”
<암튼 이만 자도록 해. 오늘 이런저런 일 때문에 피곤했을 테니까.>
“네. 황자님도 그만 주무세요.”
그 말을 끝으로 목걸이에선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로제테가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는 것을 끝으로 볼일을 마친 실버가 창문 밖으로 뛰어나갔다.
로제테는 조금 전 들었던 조슈아의 말을 곱씹었다.
-앞으로 볼 일이 없다는 소리는 아니었는데.
그럼 또 황자님을 볼 수 있다는 소리네?
그녀는 신이 나서 주먹을 하늘 위로 내질렀다.
[삐이?]지켜보던 삐삐가 왜 그러냐고 물었을 때에야 그녀는 얌전히 침대로 들어갔다.
* * *
오필리아가 아드리안가로 편지를 보냈다. 이번에 수신인은 로제테였다.
“응? 황후님께서 나에게? 언니에게 보내신 게 아니라?”
“네, 아가씨. 분명 아가씨에게 온 편지입니다. 여기 이름도 적혀 있습니다.”
헉, 진짜다. 로제테는 상아색 봉투에 우아한 필기체로 쓰여 있는 제 이름을 발견하고는 이자벨을 바라보았다. 도움을 청하는 눈빛이었다.
“왜 그렇게 쳐다봐? 그러지 말고 얼른 열어 봐.”
“네에.”
조심스러운 손길로 인장을 뜯은 로제테가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그새를 못 참고 루카스가 물었다.
“뭐라고 쓰여 있어?”
조금 더 읽은 로제테가 얼떨떨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다시 한번 황후궁으로 초대하고 싶대요. 정식으로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고. 그리고 같이 책도 읽고 싶으시대요.”
“우와아! 잘됐다!”
벌써 황궁에 갈 일이 생기다니! 어쩌면 조슈아도 다시 만나게 될지 몰랐다.
아드리안인 이상 계속 만나게 될 거라고 했던 말은 이해했지만 이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초대받게 될 줄이야.
하지만 기대감에 부푼 것도 잠시, 이내 로제테가 시무룩하게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지금 벌을 받는 중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저는 아직 외출 금지를 당한 상태인걸요.”
“헛, 그러네.”
루카스가 초조하게 다리를 떨었다. 다니엘이 아드리안 공작에게 넌지시 제안했다.
“아버지, 로즈의 외출 금지를 이만 풀어 주시는 건 어떤가요? 지난 일주일 동안 수업도 잘 듣고, 얌전히 잘 있었는데요.”
맞아요! 저, 정말 잘했어요! 로제테는 차마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표정에서 기대감을 숨길 수는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아드리안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겠다.”
“정말요?”
“그래. 게다가 황후 전하의 초대를 거절할 수도 없잖니.”
그때, 루카스가 테이블 밑에서 로제테의 발을 톡톡 두드렸다. 로제테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번에는 루카스 오빠와 함께 가도 될까요?”
아드리안 공작은 잠깐 고민하는 듯했지만 이내 흔쾌히 허락했다.
“그러렴. 황후 전하께는 아빠가 편지를 보내 두겠다.”
“꺅!”
“와아!”
로제테와 루카스가 서로를 보며 웃었다. 아드리안 공작은 그런 두 아이를 흐뭇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 * *
다음 날, 로제테는 루카스와 함께 황성으로 향했다.
저번보다는 덜했지만 로제테는 아직도 황성에 가는 것이 긴장이 되었다. 루카스는 황궁에 가서도 걱정 말라며, 자신만 믿으라고 가슴을 팡팡 쳤다.
이번에도 조슈아가 친히 마중을 나왔다.
“오, 황자 전하께서 나오셨네요.”
마차에서 폴짝 뛰어내린 루카스가 마차 안에 있는 로제테에게 손을 뻗었다.
“꼬맹아, 내 손 잡고 내려.”
루카스의 손을 단단히 잡고 내린 로제테는 문득 어정쩡한 자세로 서 있는 조슈아를 발견했다.
그는 오른손을 살짝 든 채로 서 있다가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손을 등 뒤로 감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