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51)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51화. 미운 오리(51/214)
51화. 미운 오리
2023.12.21.
“어마마마께서 기다리셔. 얼른 가지.”
“네.”
황후궁으로 가는 그 짧은 사이에도 루카스는 촉새처럼 재잘거렸다.
“황후 전하는 정말 오랜만에 뵙네요. 전하께서는 괜찮으신가요?”
“그래.”
“황성은 오랜만이라 떨려요. 황후 전하께 인사를 제대로 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다니엘이나 이자벨이 옆에 있었다면 제발 좀 얌전히 있으라고 했을 테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루카스를 말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세 사람이 오필리아가 있는 정원으로 들어섰다. 오필리아가 아이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오거라, 루카스, 로제테. 조슈아도 어서 오렴.”
“황후 전하를 뵙습니다.”
“황후님을 뵙습니다.”
루카스와 로제테가 예를 갖춰 인사했다. 로제테의 자세는 조금 지난번보다 더 자연스러워져 있었다.
“그래, 두 사람 모두 그동안 잘 지냈니? 그러고 보니 루카스는 오랜만이구나.”
“네! 저 키도 많이 컸죠?”
오필리아가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많이 컸구나. 더 의젓해진 것도 같고.”
“정말인가요? 이자벨 누나는 저보고 아직도 철이 없다고 하던데!”
“그럴 리가. 이렇게나 훌륭하게 자랐는걸.”
루카스가 헤헤, 거리며 뒤통수를 긁적였다.
[삐이!]로제테의 머리카락 속에 숨어 있던 삐삐도 인사했다.
“그래, 삐삐도 어서 오렴.”
네 사람과 한 마리 새는 원탁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었다.
주로 루카스가 떠들었고, 로제테와 오필리아는 쉼 없이 이어지는 그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들었다. 조슈아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흘려들었다.
끊임없던 이야기를 듣던 오필리아는 루카스가 잠시 말을 멈추고 목을 축일 틈을 타서 입을 열었다.
“지난번엔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감사하다는 인사도 못 했어, 로제테. 네가 큰 역할을 했다지?”
로제테가 두 손을 꼼지락거렸다.
“제가 한 건 별로 없어요. 키쉬 나무 이파리를 찾아낸 건 삐삐거든요.”
“그러니?”
오필리아가 바라보자 새 모이를 쪼아먹던 삐삐가 우쭐댔다.
[삣!]삐삐에게 쿠키를 부수어 준 오필리아가 로제테를 계속 칭찬했다.
“삐삐를 소환한 건 로제테, 너잖니. 애초에 네가 없었다면 나는 크게 잘못됐을지도 몰라. 정말 감사하단다.”
“아니에요. 저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걸요.”
“그래서 말인데, 혹시 갖고 싶은 게 있니? 내가 보답을 해 주고 싶은데.”
“갖고 싶은 거요? 딱히 없는데요.”
“하긴, 아드리안 공작이 부족함 없이 지내도록 하겠지. 그럼 하고 싶은 거라도 있니?”
“하고 싶은 것도…….”
없다고 말하려는데 문득 생각나는 게 있었다.
“사실 지난번에 도서관을 가 보지 못했는데, 혹시 구경해도 될까요?”
“도서관? 당연하지. 그건 언제든 가능하단다.”
“정말요?”
로제테는 들떴다. 다니엘에게서 황후궁을 비롯한 황실의 도서관이 무척 크다고 들어서 내심 궁금했었다.
이미 아드리안 저택에 있는 서재를 가 보기는 했지만, 새로운 곳도 탐방하고 싶었다.
‘지난번에 가지 못해서 아쉬웠어.’
로제테가 신나 하자 오필리아가 계속해서 무관심하게 앉아 있던 조슈아에게 손짓했다.
“조슈아, 로제테에게 도서관을 안내해 주지 않겠니?”
“아, 괜찮아요. 그냥 하녀를 하나 붙여 주시면…….”
그런데 당연히 싫다고 할 줄 알았던 조슈아가 순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그러겠습니다.”
루카스는 발을 뺐다.
“저는 괜찮아요. 책이라면 질색이거든요.”
몸을 부르르 떠는 그를 보며 오필리아가 웃었다.
“그럼 루카스는 나와 여기서 다과를 더 즐기자꾸나. 아, 참. 그리고 도서관 구경은 언제든지 가능한 거니 내 보답이 아니란다. 나중에 내게 부탁할 소원도 하나 생각해 두렴.”
“네!”
조슈아가 수줍게 웃는 로제테의 팔을 톡 쳤다.
“그럼 저희는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올게요, 황후님! 오빠, 조금 이따가 봐요.”
로제테는 먼저 정원을 벗어나는 조슈아의 뒤를 쪼르르 따라갔다. 발걸음이 가벼웠다.
막힘 없이 3층까지 올라간 조슈아가 장미가 양각된 커다란 문 앞에 섰다. 그가 문을 열었을 때, 로제테는 문틈 사이로 보이는 광경에 저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우와아.”
그곳은 도서관이었다. 아드리안 공작저의 서재도 컸지만, 그것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큰 규모였다. 책이 가득 꽂혀 있는 책장은 로제테의 눈에는 굉장히 신성해 보였다.
“안 들어오고 뭐 하지?”
로제테가 차마 안으로 발을 들여놓지 못하자 조슈아가 안쪽에서 문을 잡은 채로 물었다.
“그, 제가 진짜 들어가도 돼요?”
“쓸데없는 질문하지 말고 얼른 들어와.”
“네!”
뒤꿈치를 들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로제테는 금방 이 장소에 매료되고 말았다.
“그러지 말고 얼른 가서 구경해.”
조슈아가 등을 떠밀었을 때, 그녀는 신이 나서 계단을 올라가 책장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삐삐, 저기로 가 보자. 네가 좋아하는 식물도감이 있어.”
[삣!]조슈아는 작은 새와 함께 멀어지는 분홍 머리카락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책을 좋아한다고 했던가.’
지난 번에 로제테는 이런 소리를 하고는 했었다.
-저는 책을 엄청 많이 읽었거든요.
그 말을 했을 때, 로제테의 눈이 그 어느 때보다 반짝반짝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했는지 곧바로 얼굴이 어두워지긴 했지만.
그래서 안 그래도 조슈아는 그녀를 꼭 이곳에 한번 데려오고 싶었다.
아주 찰나의 순간 보았던 그 반짝이는 눈빛을 다시 보고 싶었으니까.
‘그런데 저렇게 가 버리니 볼 수가 없군.’
거기까지 생각하던 조슈아는 문득 제 행동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냥 어마마마를 살린 보답을 하는 거다.’
그는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털어내며 테이블에 앉았다.
삐삐와 함께 한참을 돌아다니던 로제테는 책을 한가득 들고 왔다. 낑낑거리며 걸어오는 것을 본 조슈아가 실버를 불러냈다.
실버는 도서관 한쪽에 있던 바구니를 물고 로제테에게 다가갔다.
“고마워, 실버.”
바구니에 책을 담은 로제테가 조슈아의 맞은편에 앉았다.
“책이 진짜로 많아요. 아드리안 저택에도 많았지만, 비교가 되지 않아요.”
“수도의 타운 하우스라 그래. 아마 아드리안 영지의 저택에 있는 서재 규모도 이 정도 될 거다.”
“정말요?”
조슈아가 어깨를 으쓱했다.
“나야 가 보지 않아서 정확히는 모르지. 하지만 다니엘에게 들은 바로는 그래.”
“와아. 얼른 영지에도 가 보고 싶어요.”
“아마 이번 겨울에 가지 않을까.”
“그럴 거예요.”
원래 아드리안가 사람들은 평소엔 수도에서, 겨울엔 영지에서 지낸다고 했다. 지난겨울에만 특별히 일이 있어서 수도에 남았던 거라고.
‘운이 참 좋았어.’
만약 아드리안 공작이 영지로 갔다면 고아원에 왔을 일도, 그녀를 입양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정말 다행이야.’
로제테는 안도하며 실버가 테이블 위에 올려 준 바구니에서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책이 그렇게 좋나?”
조슈아가 콧노래를 부르며 책장을 넘기는 로제테를 보며 넌지시 물었다. 로제테가 페이지를 넘기다 말고 되물었다.
“싫은 사람도 있나요?”
“보통은 싫어하지? 아까 루카스를 보지 못했어? 도서관 얘기만 나와도 끔찍하다는 표정 짓던데.”
“그건 그래요. 루카스 오빠는 수업 듣기 싫어서 도망 다닌다고 했거든요. 저에게 어디에 숨으면 들키지 않을 수 있는지도 알려 줬어요.”
로제테가 글자가 빼곡하게 적힌 페이지를 손끝으로 쓸면서 웃었다.
“그래도 저는 책이 참 좋아요. 책을 보고 있으면 제가 이곳저곳 여행하는 것 같거든요.”
“직접 보고 다니면 되지 않나? 댈러스 후작이 그 정도도 해 주지 않았나? 자식들은 끔찍이 여기는 것 같던데.”
“글쎄요. 저는 미운 오리였거든요.”
“미운 오리?”
“네. 그 동화 모르세요?”
“아아, 그 동화 말하는 거군.”
“네.”
로제테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못생겼다고 오리 무리에서 따돌림받던 오리가 바로 저였어요. 모두가 절 천하다고 손가락질했죠.”
“…….”
조슈아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입을 다물었다.
‘그럴 거라 생각하기는 했었지.’
처음에 댈러스 후작이 평민 고아를 입양한다고 했을 때, 다들 의아해했다.
그러다 그 아이가 마법에 재능이 있다는 게 밝혀졌을 때 다들 로제테 댈러스를 보고 싶어했다.
하지만 댈러스 후작은 그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로제테를 밖으로 내보내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에 대해 여러 가지 추측을 했다. 그중엔 그다지 좋지 않은 소문도 있었다.
그래도 댈러스 후작이 마법에 재능이 있는 수양딸을 아낀다는 소문이 지배적이었다.
그렇지만 로제테 댈러스가 데뷔탕트에서 모습을 드러냈을 때, 사람들은 그 소문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만큼 로제테의 상태는 엉망이었다. 멀리서 볼 때는 알 수 없겠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티가 나기 마련이었다.
머리카락의 결, 피부의 윤기, 꼿꼿한 자세와 흘러나오는 분위기는 오랜 시간 관리가 쌓여야 티가 나는 것이었으니까.
조슈아 또한 어렴풋이 그녀가 대우받지 못하고 자랐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러나 이렇게 씁쓸한 얼굴을 하고 있는 로제테를 보니 기분이 좀 이상했다. 어쩌면 그녀는 그가 추측한 것보다 더한 대접을 받은 것은 아닐까.
‘하지만 지금은 달라.’
아드리안가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로제테는 과거의 모습하고는 180도 달랐다. 머리와 피부는 윤기가 났고, 뺨과 팔다리에도 보기 좋게 살이 올랐다
무엇보다 태도가 달랐다. 어깨를 움츠리고 주위의 눈치를 보던 여인은 더 이상 없었다.
단 한 가지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저 푸른 눈동자 정도일까. 그 외엔 모든 것이 바뀌었다.
왜인지 알 수 없었지만 조슈아는 그런 로제테의 변화가 달가웠다.
언젠가 정원에서 삐삐와 대화를 나누던 로제테를 생각해 보던 조슈아가 저도 모르게 물었다.
“그 동화책 끝까지 안 읽었어?”
“읽었어요.”
“그럼 결론도 알고 있을 텐데.”
“네?”
“그 미운 오리가 백조가 되는 거 말이야.”
“네, 그건 알고 있어요. 미움만 받던 오리는 자라서 예쁜 백조가 되었다는 거 말이죠? 그래서 오리를 무시하던 동물들이 모두 놀랐잖아요.”
“그래.”
조슈아가 담백하게 대답했다.
“그럼 너도 똑같은 거 아닌가?”
“네?”
“미운 오리라면서. 그럼 너도 오리 무리에서 살던 백조 아니냐고.”
로제테가 고개를 저었다.
“제가 그럴 리가 있나요.”
그녀는 과거와 달리 제 모습에 자신감이 생겼다. 더 이상 자신이 보잘것없고 능력없는 애송이가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백조라니.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뭐, 그건 차차 알아갈 일이지.”
조슈아가 피식 웃었다. 그의 말엔 묘한 힘이 있었다. 별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게 말하는데도 로제테는 격려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너는 미운 오리가 아니라고, 오리 무리에서 살던 백조였을 테니 앞으로 두고 보라고.
과장해서 받아들이는 거겠지만 생각만으로도 왠지 볼이 간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