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53)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53화. 배동은 말도 안 돼(53/214)
53화. 배동은 말도 안 돼
2023.12.23.
“제 짝이라뇨?”
“아드리안이잖니.”
그 한마디로 모든 것이 설명됐다.
현재 에른하르트 제국의 4대 공작가의 자제 중, 황자인 조슈아와 성혼을 고려할 곳은 아드리안밖에 없었다. 나머지는 나이가 많거나 너무 어렸고, 혹은 딸이 없었다.
그러나 황제는 평소 아드리안의 유일한 딸인 이자벨 아드리안을 욕심내면서도 다소 탐탁지 않게 여겼다.
검술을 두각을 보이는 그녀가 황실에서 얌전하게 생활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게 이유였다.
그런 황제는 새로이 나타난 아드리안 공녀에게 관심을 보였다. 평민 출신의 입양아라는 게 조금 걸렸지만, 그녀의 마법 능력이 뛰어나다면 얘기가 달랐다.
에른하르트 제국은 제국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마법 쪽은 꽤 뒤처졌다. 소드 마스터를 꽤 배출했지만, 대마법사를 배출하지는 못했다.
황제가 마법 부흥을 위해 마법 강국인 이벨린의 황녀와 혼인한 건 꽤 유명한 이야기였다.
황제는 정략혼을 통해서라도 마법 인재를 제국에 잡아 두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글쎄요. 제가 공녀와 특별한 사이가 되는 일은 절대 없을 것 같습니다.”
“어머.”
오필리아가 이번에도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정말 이상한걸?’
조슈아가 ‘절대’라는 말을 쓰며 단호하게 부정하는 것도 처음 보았다. 황자로서 늘 사람들에게 여지를 주는 말을 사용하라고 배워 왔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오히려 그렇게 강조하는 모습이 오히려 로제테를 신경 쓰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왠지 여기서 조슈아를 더 놀리면 안 될 것 같았다. 오필리아는 대충 이 주제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뭐, 아직 네 짝을 고려할 때는 아니긴 하지. 너는 아직 어리고, 앞으로 사람들을 만날 날이 많이 남았으니까. 언젠가는 네 마음을 사로잡는 아이가 나타날 거란다. 이 어미는 그때가 기다려지는구나.”
“제 짝이요.”
조슈아가 조금은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그 말 꼭 지키셔야 합니다, 어마마마.”
“응?”
“제가 제 짝을 만나 새로운 가정을 이루는 것을 보실 정도로 오래오래 사셔야 합니다.”
“어머, 네가 그런 말을 할 줄도 알았니? 그러고 보니 요 근래 네가 퍽 어른스러워지긴 했구나. 악몽을 꾸었다던 그날 이후부터였나.”
“…….”
오필리아가 조슈아의 손을 잡았다.
“얼른 자라서 독립하는 것도 좋지만, 나는 네가 조금 더 내 품 안에서 있었으면 좋겠어.”
하지만 어마마마. 저는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채로 어마마마를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얼른 자라야 했죠.
하지만 이제는…….
조슈아가 우울했던 과거를 떨치려고 노력하며 미소 지었다.
“저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 * *
“의원을 찾아야 해.”
[삐?]“황후님을 잘 보살필 수 있는 의원 말이야.”
[삑!]삐삐가 옆에서 얼른 생각해 보라며 날개를 파닥였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과거를 떠올려 보았지만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로제테는 테이블에 풀썩 엎어졌다.
“도무지 생각이 안 나.”
[삐이이!]“그렇게 재촉해도 어쩔 수 없어, 삐삐. 난 과거에도 댈러스 저택에 갇혀 있었단 말이야. 의원 같은 걸 어떻게 알겠어?”
[삐이이.]“나중에, 내가 직접 찾아봐야겠어. 지금은 어쩔 수 없지.”
로제테는 아쉬운 얼굴로 눈을 감았다.
조슈아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못 볼 것 같다.
* * *
오필리아 에른하르트는 오랜만에 황제와 티타임을 갖고 있었다. 두 사람이 만난 곳은 황성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소문이 자자한 온실이었다.
투명한 유리창으로 스며드는 봄 햇살이 오필리아의 머리 위에 내리쬈다.
“자칫하면 그대를 잃을 뻔했어. 라르고 경이 그런 짓을 벌였을지 누가 알았겠나.”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폐하.”
“내게 죄송할 일이 있나. 아무튼 정말 다행이야.”
“다 폐하께서 신경 써 주신 덕분입니다.”
“내가 무슨 신경을 썼다고 그러나. 다 황자 덕분이지.”
황제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아직 어리숙한 애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런 관찰력이 있었다니. 의외지 뭔가. 담력도 있는 것 같고.”
“그러니까 말입니다, 폐하. 저도 그런 조슈아의 모습은 처음 보아서 좀 놀랐습니다.”
“황자에게 상을 내려야겠어. 뭐가 좋을지 생각해 봐야겠군.”
“황송합니다, 폐하. 그 아이는 폐하께서 주시는 거라면 뭐든 기쁘게 받을 겁니다.”
오필리아의 대답을 끝으로 두 사람 사이에선 잠깐 대화가 끊겼다.
두 사람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그랬다. 애정 없는 결혼을 했고, 조슈아를 낳은 뒤에도 서로에게 별다른 애정이 없었다.
그래도 오필리아는 황제를 가족처럼 생각하기는 했다. 이성으로 사랑하는 것은 아니어도 남편으로서 존중했다.
그러나 황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겉보기에는 오필리아를 챙기는 것처럼 보였지만, 오필리아는 늘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 아무런 감정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제국으로 올 때 예상했던 일이니까.
하지만 황제가 유일한 자식인 조슈아에게도 애정을 보이지 않는 것은 좀 답답하고 아쉬웠다.
심지어 열두 살이 될 때까지 황태자로 책봉하지 않은 건 너무 이상했다.
오필리아가 넌지시 황제를 떠보았다.
“그러고 보니 곧 있으면 조슈아의 생일이 돌아오네요. 시간이 참 빨라요. 벌써 1년이 지나다니.”
“그러게 말이야. 이제 황자가 열두 살이 되던가?”
“열세 살이 돼요.”
“그래? 벌써 그렇게 컸군.”
“그래서 말인데…….”
오필리아가 황태자 책봉에 대해 한마디 하려고 할 때였다. 황제가 그녀의 말을 못 들은 척 화제를 돌렸다.
“그러고 보니 이번 사건을 해결하는 데 아드리안 공녀의 도움도 있었다지?”
오필리아가 애써 웃으며 답했다.
“둘째 공녀 말씀이시군요. 네, 공녀와 공녀의 패밀리어가 식물에 조예가 깊더군요. 특히 공녀의 패밀리어가 키쉬 나무 이파리를 찾아냈다고 합니다.”
“호오.”
황제의 두 눈에 이채가 돌았다.
“공작이 공녀의 마법 솜씨가 대단하다고 말하긴 하던데 정말인 모양이군. 둘째 공자보다 어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벌써 패밀리어를 소환했다고? 나이가 어떻게 되지?”
“여덟 살입니다.”
“여덟 살에 패밀리어를 소환할 수 있다고?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 공녀가 거짓말을 한 건 아닌가? 아이들은 종종 칭찬받기 위해 과장하기도 하니까 말이야. 솔직히 나는 공녀가 도움이 되었다는 것도 좀 반신반의하거든.”
그의 지적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었다. 그만큼 로제테의 업적이 대단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착하고 순진한 아이를 거짓말쟁이 취급하다니. 오필리아는 살짝 못마땅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로제테를 두둔했다.
“공녀는 그런 아이가 아닙니다, 폐하. 정말로 패밀리어를 소환한걸요. 제가 직접 공녀의 패밀리어를 보았습니다. 진짜로 패밀리어가 이번 사건에 도움이 된 게 맞습니다.”
“그래? 어떤 동물이었지?”
“공녀를 닮은 흰 뱁새입니다. 귀엽고 사랑스럽죠.”
‘뱁새’라는 말에 살짝 흥미가 식은 황제가 시큰둥하게 중얼거렸다.
“그렇군. 조금 더 쓸모가 있는 동물이었으면 좋았으련만.”
“물론 그랬다면 좋겠지만 패밀리어는 존재만으로도 가치가 있으니까요. 패밀리어가 있어야 조금 더 정교한 마법을…….”
황제가 손을 들어 오필리아의 말을 끊었다.
“그래서 황자는 언제쯤 패밀리어를 소환할 수 있겠나? 여덟 살 아이도 소환했는데 왜 열세 살이 다 되어 가도록 소식이 없지? 분명 그 아이도 마법에 재능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건…….”
로제테가 놀라울 정도로 빠른 거였지 조슈아가 느린 게 절대 아니었다. 그런데도 황제는 조슈아를 못마땅해했다.
“황자의 마법 선생들은 대체 뭣들 하는 거지? 제국에서 제일가는 마법사를 붙였는데도 왜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는 거야?”
오필리아가 당장에라도 마법사들을 문책할 기세인 황제에게 차분히 설명했다,
“폐하, 아시다시피 패밀리어는 보통 빨라도 열다섯 살이 넘어야 소환하는 게 정상입니다. 아직 조슈아는 시간이 좀 남았고요.”
“황후는 내가 그걸 몰라서 이런 소리를 하는 것처럼 보이나?”
오필리아가 잠시 입을 다물었지만, 이내 꿋꿋하게 말했다.
“그리고 공녀가 조슈아를 종종 만나면 패밀리어를 소환하는 법을 알려 주고는 합니다. 공녀에게서 좋은 영향을 받아 조슈아도 빠르게 패밀리어를 소환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거군.”
“……네?”
오필리아가 그 말을 뜻을 이해하지 못해 잠시 멈칫했다. 황제가 설명했다.
“공녀와 황자 말이야. 함께 수업을 들으면 좋겠어. 이 참에 공녀를 황자의 배동으로 삼는 건 어떤가?”
“배동……이요?”
배동, 다른 말로 하면 놀이 친구라고 할 수 있었다.
보통 또래의 동성 아이를 황자나 황녀의 배동으로 삼는다. 이성을 배동으로 삼는 일이 있기는 하지만 드물었다.
게다가 동성과 달리 이성의 배동은 조금 더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역사적으로 배동과 결혼하는 경우가 꽤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나 황제는 아드리안가를 혼인으로 황실과 엮을 생각을 하는 모양이었다.
당황한 오필리아와 달리 황제가 스스로의 의견에 만족한 듯이 중얼거렸다.
“그래. 아드리안가는 검술로는 당할 자가 없지만 마법 쪽으로는 인재가 없지 않은가. 불의 마녀가 있다고 해도 공녀를 가르치기에는 부족할 테지. 황자의 배동이 되면 제국 최고의 마법사들에게서 수업을 듣는 거 아닌가. 아드리안으로서는 나쁠 것 없지.”
“하지만…….”
“문제가 될 게 있나?”
“그 아이는 아직 어립니다. 조슈아와 4살 차이나 나는걸요. 게다가 사교 생활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고요. 첫째 공녀도 아니고 그 아이를 갑자기 배동으로 삼는다면 다들 의아하게 여길 겁니다.”
무엇보다 아드리안 공작이 허락할 리가 없었다. 그는 로제테가 주목받는 것을 원치 않는 것 같았으니까.
게다가 공작이 과연 아끼는 딸을 답답한 황실에 보낼까? 오필리아의 생각엔 전혀 아니었다.
그러나 오필리아는 눈치껏 그 말은 생략했다.
황제가 턱에 문질렀다.
“그런가?”
“네.”
“그것 참 아쉽게 됐군.”
“그리고 아직 불의 마녀에게도 배울 게 많을 겁니다. 정말 배동으로 삼고 싶으시다면 공녀가 좀 더 크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보시는 건 어떠십니까?”
“그래, 황후의 말이 맞아. 그렇게 하지. 내가 너무 성급했어. 그건 추후 시간이 지나고 다시 생각해 보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폐하.”
그 말을 끝으로 또다시 대화가 끊겼다. 잠시간 둘 사이에서는 찻잔이 달그락거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황자의 배동으로는 못 삼더라도, 한번 얼굴이라도 보고 싶은데 기회가 없군.”
“아…….”
“그러고 보니 그대가 곧 자선 파티를 열지 않나?”
“네. 황후궁에서 간단한 티파티를 열 예정입니다.”
“그때 아드리안가도 참석하나?”
“아뇨, 나이대가 맞지 않아서……”
“작은 공녀는 나이대가 맞을 것 같은데.”
“……네, 그렇네요.”
황제가 아예 대놓고 제안했다.
“그때 초대하는 건 어떤가?”
“이미 명단이 나왔지만…….”
오필리아는 황제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이내 순응했다.
“그리 하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