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54)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54화. 로제테의 첫 기사님(54/214)
54화. 로제테의 첫 기사님
2023.12.24.
오늘도 로제테는 아침에 일어나 루카스와 함께 연무장으로 향했다.
늘 일사불란하게 훈련하던 기사들이 오늘따라 어수선했다. 몇 시간 후에 있을 기사 서임식 때문이었다.
“축하한다! 너도 드디어 정식 기사가 되는구나.”
“감사합니다! 저도 이날이 올 줄 몰랐습니다.”
새로이 기사 작위를 받는 기사와 기존 기사들 사이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 갔다. 그중에 조셉 오서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멜로디도 잔뜩 신이 났었지.’
로제테가 어제 수업 시간에 ‘우리 오빠도 이제 진짜 기사가 돼!’라고 속삭이고 설레하던 친구를 보며 웃고 있는데, 루카스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꼬맹이. 안 된다, 안 돼.”
“뭐가 안 돼?”
크기가 다른 목검 여러 개를 들고 오던 다니엘이 물었다.
그가 로제테가 바라보는 쪽에 슬쩍 시선을 주었다가 알겠다는 듯 은근슬쩍 루카스 옆에 섰다.
“뭘 그렇게 봐, 로즈?”
“그냥 다들 신난 것 같아서요.”
“당연하지. 기사 서임식은 우리 모두의 축제거든.”
루카스가 외쳤다.
“서임을 받는 사람은 당연히 신날 테지만, 다른 사람들은 왜요?”
로제테가 의문을 표하자, 목검을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은 다니엘이 부연 설명을 해 주었다.
“어릴 때부터 본 아이가 잘 커서 동료가 된다는 게 좋은 거지.”
“아하.”
여전히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로제테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꼬맹아,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네 목검을 골라 보자!”
루카스가 제일 작은 목검을 들며 소리쳤다.
지난 몇 달간 로제테는 철저하게 기초 체력만 길렀다. 루카스와 함께 연무장을 돌고, 코어 근육을 키웠다. 목검은 한번도 잡아 보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오늘, 다니엘과 루카스는 로제테에게 목검을 선물해 주기로 했다.
‘견습 기사들도 정식 기사가 되는 날인데, 너도 한 단계 올라가야지!’가 이유였다.
로제테 또한 오래전부터 이날을 기다려 왔다.
‘드디어 검을 배우는 거야.’
로제테는 조금 흥분한 얼굴로 루카스가 건네준 목검을 두 손으로 쥐었다. 평균적으로 다섯 살 아이들이 쓴다는 목검은 로제테에게 작았다.
루카스가 박수쳤다.
“오, 이건 좀 작네? 꼬맹이, 키 좀 컸나 봐.”
“정말요? 안 그래도 와이드 부인이 많이 컸다고 했어요.”
로제테는 얼마 전 치수를 다시 재던 와이드 부인이 감탄하던 것을 떠올렸다.
“그럼 이걸 해 보자.”
루카스와 다니엘이 꼼꼼하게 살펴본 결과, 로제테에게는 세 번째 크기의 목검이 맞았다. 일곱 살 아이들이 쓰는 목검이었다.
다니엘과 루카스는 더 커야 한다며 아쉬워했지만, 로제테는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참고로 루카스가 생일 때 선물해 준 목검은 아직 커서 1, 2년 뒤에나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늘은 일단 이걸로 연습하자. 다음엔 새 목검을 선물해 줄게.”
“네.”
로제테는 두 오빠의 지시의 따라 목검을 들고 손을 위아래로 내리긋는 연습을 했다. 근육이 제법 붙었다고 생각했는데 열 번 만에 팔이 후들거렸다.
“괜찮아. 그것도 많이 한 거야. 잘했어.”
“맞아! 다들 처음엔 그런 거지!”
격려해 주는 두 오빠의 말에 로제테는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아침 연습이 끝난 뒤에는 조앤과 하녀들이 달라붙어 꾸며 주었다. 기사 서임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아가씨에게도 주군의 맹세를 하시는 기사님이 계실 거예요.”
하녀 하나가 속삭였다.
“으응, 글쎄…….”
아드리안은 대대로 기사 가문이었다. 소드 마스터인 아드리안 공작과 장래가 유망한 세 남매를 놔두고 누가 애송이 로제테에게 맹세를 할까.
너무 당연한 사실이라 슬프지도 않았다.
그때, 불현듯 생각난 얼굴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조셉이 있긴 했지.’
조셉 오서가 로제테에게 맹세를 할 거라고 떠들고 다니곤 했었다.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성격은 아니었으니, 아마도 그는 로제테에게 진짜로 서약을 할 거였다.
그러나 로제테는 그에 대해 조금 회의적이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이미 멜로디와 그를 구해 주긴 했지만, 그것만으로 맹세를 받아도 될까? 앞으로 그의 기사 인생에 도움이라고는 하나도 안 될 텐데?
차라리 아빠나 오빠에게 맹세를 하는 게 조셉의 앞날에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
차라리 나에게 맹세하지 말라고 미리 말할까?
“분명 있을 거예요. 그 오서 경인가? 멜로디 오빠가 아가씨를 엄청 따르잖아요.”
“으응, 그렇기는 해.”
로제테는 대충 얼버무린 뒤 입을 다물었다.
모든 준비를 마친 뒤에는 조앤의 손을 잡고 커다란 홀로 갔다. 연회가 열릴 때마다 개방한다는 홀은 로제테도 처음 와 보는 곳이었다.
로제테가 홀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누군가 그녀를 향해 뛰어왔다.
“로제테!”
멜로디였다.
오늘 그녀는 머리를 양 갈래로 높이 묶었다. 조셉이 직접 묶어 준 건데, 솜씨가 좋지 않아서 잔머리가 군데군데 튀어나와 있었다.
멜로디가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얹고 소근거렸다.
“나, 너무 떨려. 심장이 터질 것 같아.”
“긴장하지 마. 조셉은 잘할 거야.”
“응.”
로제테가 멜로디의 손을 잡고 서임식이 열리는 홀로 들어갔다. 천장에서 샹들리에가 반짝이는 홀은 웅장하고 넓었다.
기사들이 그녀를 발견하고는 반겼다.
“어서 오십시오!”
“자리를 준비해 놨습니다!”
그러자 정복을 차려입은 루카스가 기사들 사이를 헤집고 나오며 소리쳤다.
“다들 비켜! 꼬맹이는 너희에게 관심 없어! 꼬맹이, 넌 이 오빠에게 와.”
로제테가 한숨을 한번 푹 쉬고는 멜로디에게 속삭였다.
“나는 저기로 가 볼게. 너는 조앤이랑 함께 있어.”
“으응.”
로제테는 아드리안의 일원으로서 기사들의 서약을 받아야 했다. 멜로디와 같이 있을 수 없어서 그녀의 손을 조앤에게 넘겨주었다.
로제테는 단상 위에 아드리안가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의자 맨 끝에 앉았다. 루카스는 그 옆에 앉았다.
루카스와 손장난을 하고 시간을 보내다 보니 서임식이 시작되었다.
조금 전까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던 루카스가 진지하게 자세를 바로했다. 로제테는 루카스의 옆에 앉아 기사들이 서임식을 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대부분 다 아는 얼굴이었는데, 다들 로제테를 볼 때마다 장난스러웠던 표정을 짓던 것과 달리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로제테도 덩달아 진지하게 표정 관리를 했다.
흰 예복을 차려입은 아드리안 공작은 단상 위에 올라가 그들에게 아드리안가의 문장이 새겨진 검을 하나씩 선물해 주었다.
그러면 기사들은 아드리안가 식구 다섯 명 중 하나를 골라 기사의 서약을 했다.
‘역시 대부분 아빠에게 하네.’
반 이상이 아드리안 공작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앞으로 몸을 담을 가문의 주인이니 당연했다.
그다음에는 다니엘이 많이 받았다. 이자벨도, 루카스도 두 명씩 받았다.
로제테만 없었다. 실망스럽지는 않았다.
‘당연한 결과야.’
기사들은 작고 여린 로제테를 많이 아꼈다. 다들 로제테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누가 먼저랄 것없이 달려올 거라고 했다.
그러나 그것하고는 별개로 로제테는 마법사였다. 그녀는 지켜 줘야 하는 아가씨였지, 믿고 따르는 주군은 아니라는 소리였다.
그런데 루카스는 영 신경 쓰였는지, 그녀에게 귓속말을 했다.
“괜찮아, 꼬맹아.”
“……?”
“다들 네가 얼마나 대단한지 몰라서 그래. 만약 내가 저들 중 하나였다면 당연히 네게 서약을 했을 거야.”
글쎄, 아닐 것 같은데.
그러나 말만이라도 좋았다. 로제테는 괜히 기뻐서 발을 달랑달랑 흔들었다.
마지막으로는 조셉 오서가 나왔다. 로제테는 조앤 옆에서 잔뜩 신이 난 멜로디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 다 댈러스가에 이용당하지 않고 가족과 잘 지낼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야, 정말.’
두 사람을 구한 것은 의도치 않은 일이었지만, 행복한 두 사람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아드리안 공작이 마찬가지로 조셉에게 검을 주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테다. 그러나 그는 로제테와 조셉을 믿어 주었다.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다짐하듯 속삭이며 검을 받은 조셉이 로제테 쪽으로 몸을 돌렸다.
시선이 마주친 순간 그가 입술만 당겨 웃었다. 평소 이를 보이며 환하게 웃는 미소와는 달랐다.
‘어?’
그 순간, 로제테는 깨달았다.
조셉 오서는 이미 그녀를 진심으로 따르고 있다는 것을.
“아가씨.”
그러고는 망설임 없이 로제테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저, 조셉 오서. 아가씨를 지키는 검이 되겠습니다.”
진지하게 올려다보는 눈동자. 그걸 보자마자 로제테는 설레는 동시에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어떡해. 뭐라고 말하지?’
조셉 오서를 말리려는 생각만 하다 보니, 그의 서약을 받아 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생각하지 않았다.
로제테가 망설이고 있자 루카스가 귓가에 속삭였다.
“그냥 일어나서 네가 해 주고 싶은 말을 해 주면 돼.”
“으응.”
조심스럽게 일어난 로제테가 조셉의 앞에 섰다.
“앞으로 잘 부탁해.”
스스로가 생각해도 멋없는 말이었다. 그렇지만 이것보다 더 나은 말은 없을 것 같았다.
주위에서 웃음을 참는 소리가 들렸다. 루카스는 고개를 숙이고 쿡쿡댔고, 다니엘은 입술을 당겨 물어 웃음을 참았다.
조셉 오서조차 큽, 하고 웃음을 삼켰다. 로제테는 민망해져서 얼른 조셉을 일으켰다.
“암튼 잘 부탁해.”
“네, 아가씨.”
* * *
“저 진짜 열심히 할 거예요! 실력을 더 키워서 아가씨의 호위 기사가 될 겁니다!”
“응, 알겠어. 기대할게.”
“그럼 저희는 이 녀석 좀 데리고 가겠습니다, 아가씨.”
불쑥 튀어나온 기사 두 명이 조셉을 들춰 메고 사라졌다. 루카스가 낄낄거렸다.
“신고식을 하는 모양이야.”
“신고식?”
“응. 술을 잔뜩 먹일걸. 우리도 식사하러 가자!”
“으응.”
아드리안 공작과 다니엘은 기사들의 뒤풀이에 잠깐 얼굴을 비춘다고 갔고, 로제테와 이자벨 그리고 루카스만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아가씨.”
그때 집사장 세바스찬이 편지를 들고 들어왔다. 또다시 황후궁에서 편지가 온 것이다.
이번에는 오필리아가 쓰는 인장이 아니라 황실 공식 인장이 찍힌 편지였다.
수신인은 로제테였다.
포효하는 사자 인장을 본 이자벨과 루카스가 깜짝 놀랐다. 로제테는 두 사람의 표정을 보고 덩달아 긴장했다.
“왜 놀라는 거예요?”
로제테가 애써 차분하게 물었다. 이자벨이 답했다.
“황후 전하께서 개인적으로 보낸 게 아니라 공식 서한을 보낸 거니까.”
이자벨은 황궁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보낼 때 사용하는 인장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아직 사교계에 데뷔도 하지 않은 로제테가 이런 인장이 찍힌 편지를 받은 건 흔한 일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 말에 로제테가 더욱 당황했다.
“왜, 왜, 왜 저에게 그런 것을?”
“황후 전하께서 인장을 착각하신 게 아닐까?”
루카스가 재잘거렸다.
“멍청아, 그럴 리가 있겠어?”
이자벨이 어이없다는 듯 툭 내뱉었다. 그때 아드리안 공작과 다니엘이 들어왔다.
“무슨 일이니?”
식당 안에 맴도는 수상한 기운을 느낀 다니엘이 물었다. 루카스가 외쳤다.
“꼬맹이에게 황실에서 공식 서한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