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57)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57화. 세 번째 친구들(57/214)
57화. 세 번째 친구들
2023.12.27.
순식간에 얼굴을 붉힌 로제테가 말을 돌렸다.
“내 패밀리어도 소개해 줄게. 얘는 삐삐야. 삑삑하고 울어서 삐삐라고 지었어. 내 첫 친구야.”
“우와, 귀여워. 뱁새네?”
“응. 이래 봬도 할 줄 아는 거 많아. 쪽지를 물어다줄 수도 있고, 또…….”
“굉장해!”
테레사가 순수하게 감탄했다. 삐삐가 의기양양해졌다.
[삐이!]“그것 말고도 꽃을 따다 줄 수도 있대. 실제로 꽃을 따다 주고는 해.”
“낭만적이야. 그런데 너 삐삐랑 말이 통해?”
“응. 나는 삐삐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어.”
“멋지다, 정말.”
클라라가 한탄했다.
“나도 마법 배울래! 나도 저런 귀여운 패밀리어를 갖고 싶어!”
로제테는 ‘패밀리어라고 다 삐삐처럼 작고 귀여운 건 아니야’라고 말하려다가 말았다.
어차피 클라라에게는 마법 재능이 하나도 없어서 패밀리어를 소환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곧 충격에서 헤어나온 클라라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이 삐삐가 첫 번째 친구면 우리는 몇 번째 친구야?”
“친구?”
“응! 우리는 몇 번째야?”
“그, 글쎼. 그것보다 우리, 친구야?”
“응! 왜? 싫어?”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로제테가 소심하게 웅얼거렸다.
“내가 네 친구 같은 게 되도 될까?”
“그게 무슨 소리야.”
클라라가 다시 웃었다.
“나야말로 네 친구가 되면 좋은데? 마법사와 친구라니! 언니에게 엄청 자랑할 거야. 언니가 엄청 부러워 할걸!”
“나도!”
내내 조용히 속삭이던 테레사도 조금 흥분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나도 좋아. 너랑 친구가 되고 싶어.”
로제테가 뺨을 붉혔다.
“그럼 나도 좋아!”
세 아이의 머리 위에서 날던 삐삐도 신이 나서 노래했다.
로제테가 들떠서 쫑알거렸다.
“내 첫 번째 친구는 삐삐고, 두 번째 친구는 멜로디 오서라는 애야. 나랑 같이 마법을 배워.”
그 말을 마친 로제테는 순간 아차 싶었다.
‘두 번째가 아니라고 실망할까?’
그러나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도 클라라는 “와아!”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럼 나와 테레사가 세 번째 친구야?”
“응? 으응.”
“다섯 손가락 안에 들잖아! 굉장한걸!”
“맞아, 굉장해.”
테레사도 조용히 맞장구쳤다. 로제테는 괜히 오른손 손가락을 접으며 하나, 둘, 셋을 세어 보았다. 그렇게 보니 정말 굉장한 것 같았다.
“그러게.”
로제테, 클라라 그리고 테레사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 후 세 아이가 오늘 어떤 물건을 기부했는지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황후 전하가 오셨습니다.”
시종의 말에 다들 벌떡 일어나서 예를 갖췄다. 지난 3주간의 특훈 덕분에 로제테는 이제 제법 그럴싸하게 자세를 취할 수 있었다.
“모두 일어나거라. 다들 와 줘서 정말 고마워.”
“아닙니다, 전하.”
“오늘 너희들이 기부한 물건은 좋은 곳에 쓰일 거란다. 감사의 의미로 다과와 인형극을 준비했으니, 부디 재밌게 즐기다 가길 바란단다.”
싱긋 웃은 오필리아가 우아하게 걸어가 조슈아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녀가 박수를 치자 시종들이 다과를 내오기 시작했다.
“우와, 맛있겠다.”
군침을 삼키는 클라라에게 로제테가 비밀을 얘기하듯 속삭였다.
“루카스 오빠가 그러는데, 황후궁 주방장님은 타르트를 잘 만든대.”
“그래?”
클라라가 청포도가 올라간 타르트를 덥석 집더니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그녀가 맛을 음미하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맛있어! 타르트지가 입안에서 살살녹아! 나 이렇게 바삭한 타르트는 처음 먹어!”
“나도 먹을래.”
마찬가지로 타르트를 먹은 테레사도 감탄했다.
“진짜 맛있어. 천국의 맛이야.”
마지막으로 호두 타르트를 한입 문 로제테도 빙긋 웃었다.
“진짜 맛있네.”
루카스가 많이, 많이 먹고 오라고 강조한 이유가 있었다.
그렇게 아이들이 서로 얘기를 나누며 다과를 즐기는 동안, 무대에선 인형극이 시작되었다. 제국 아이들이라면 다들 아는 신화 이야기였다.
로제테는 디저트를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인형극에 집중했다.
분명히 아는 이야기였는데 다시 보니 새삼 감동이 몰려왔다.
그렇게 다들 디저트나 인형극에 빠져 있을 때였다.
“……?”
[삐?]로제테가 갑자기 느껴지는 진동에 깜짝 놀라 삐삐에게 물었다.
“삐삐, 너도 느꼈지?”
[삣!]둘의 대화를 듣던 클라라가 포크를 든 채로 물었다.
“왜? 뭘 느껴?”
“진동이…….”
로제테가 설명을 채 마치기도 전이었다. 이번엔 테이블이 흔들릴 정도로 바닥이 크게 진동했다.
“꺅!”
순식간에 테이블 위에 있던 것이 모두 쓰러지며 다들 아수라장이 됐다.
“어마마마를 보호하라!”
조슈아가 오필리아를 일으켜 세우자 호위 기사들의 반 정도가 그녀를 경호했다. 나머지 반은 아이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삣! 삐이!]삐삐가 벽에 크게 균열이 가는 것을 보고 얼른 재촉했다.
“클라라, 테레사! 얼른 나가자!”
아직 어린아이들이라, 처음 겪는 위기 상황에 혼이 나가 꼼짝도 못 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테레사가 그중 하나였다. 그녀는 머리를 감싸 쥐고 파르르 떨었다.
“어떡……. 무서워.”
클라라가 그런 테레사의 어깨를 거칠게 흔들었다.
“정신 차려! 얼른 나가야 해!”
호위 기사들은 움직이지 못 하는 아이들을 하나씩 안고 밖으로 달려 나갔다. 테레사 또한 한 기사에게 안겨 나갔다.
하지만 겁에 질린 아이들이 질서도 없이 우르르 나가는 통에 빠져나가는 시간이 더뎠다. 그렇게 반 정도 빠져나갔을 때였다.
[삐이익!]삐삐가 로제테의 머리 위에서 또다시 경고했다.
“……!”
로제테는 본능적으로 방어 마법진을 펼쳤다. 몸에서 마나가 한꺼번에 쑥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지난 몇 달간 셀린느와 함께 마나 코어를 키우는 연습을 한 덕분에 마나 코어가 제법 탄탄해졌다. 아침 훈련도 해서 몸도 다부져졌다.
하지만 아직은 여덟 살의 몸과 마나 코어였다. 대규모 마법진을 오래 유지하기는 힘들었다.
“로제테?”
“다들 얼른 나가!”
그 말과 동시에 건물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달려나갔다.
“너도 얼른 가, 클라라.”
“하지만……!”
“난 괜찮아. 오히려 나가는 게 날 도와주는 거야.”
로제테의 단호한 말에 클라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그럼 얼른 나와.”
로제테는 이를 꽉 물고 버텼다. 삐삐가 도움을 준 덕분에 조금 더 길게 버틸 수는 있었지만, 팔과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클라라를 비롯한 아이들이 모두 나가는 것을 본 뒤에야 방어 마법진을 축소했다. 그러자 가장자리부터 건물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로제테는 이내 무더기 속에 갇히고 말았다.
사방이 깜깜했다. 삐삐가 무서운지 몸을 파르르 떨었다.
[삐이…….]“괜찮아, 삐삐. 나 혼자서는 빠져나갈 수 있어.”
마나가 마법을 한두 번 쓸 수 있을 정도는 남았다. 클라라나 다른 애들과 함께 있었다면 힘들 수도 있었는데, 혼자라서 괜찮았다.
“다행이야. 다른 애들이 무사히 빠져나가서. 우리도 더 무너지기 전에 얼른 가자.”
[삐이.]로제테가 삐삐와 함께 재빨리 출구를 찾아 나가려고 할 때였다.
“살려줘!”
어디서인가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보니 안토니가 기둥에 다리가 깔린 채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
로제테와 시선이 마주치자 그가 간절하게 외쳤다.
“나 좀 살려줘! 제발! 넌 패밀리어도 있는 마법사잖아.”
머리 위에선 삐삐가 얼른 나가야 한다고 재촉했다. 그러나 로제테는 안토니를 그냥 놔두고 갈 수 없었다.
‘나를 놀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 아이가 잘못되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었다.
로제테는 서둘러 안토니 앞으로 다가갔다.
두 손으로 기둥을 들어 올리려고 했지만 기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걸 알아챈 안토니가 와앙 울음을 터뜨렸다.
“제발 살려 줘. 네 패밀리어는 불도 뿜을 수 있잖아. 이 기둥도 치울 수 있지 않겠어?”
로제테는 잠시 망설이다가 뒤로 살짝 물러섰다. 그러고는 몸속에 있는 마지막 마나를 쥐어짜기 시작했다.
[삐잇!]삐삐도 그녀의 어깨에 앉아서 힘을 보태 주었다.
삐삐 도움 덕분에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마나가 조금이나마 안정되었다.
로제테가 두 손바닥을 앞으로 뻗으며 마법에 집중하자 꼼짝도 하지 않던 기둥이 조금씩 들썩였다.
‘조금만 더…….’
등에 식은땀이 났다. 마나를 바닥까지 긁어 쓰자 온몸에서 힘도 빠졌다. 그래도 조금 더 집중했다.
이윽고 기둥 앞부분이 조금씩 들썩이더니 눈에 띌 정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공간이 확보 됐을 때 로제테가 다급히 외쳤다.
“얼른 나와!”
“으윽, 하지만 다리가…….”
“지금 그게 문제야!”
로제테의 호통에 정신을 차렸는지 안토니가 팔로 기며 기둥 밑을 빠져나왔다.
로제테가 절뚝이며 일어나는 안토니의 팔을 어깨에 둘러멨다. 동시에 기둥이 큰 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얼른 가자. 조금만 나가면 돼.”
“알겠어. 얼른 나가자.”
안토니는 로제테의 도움을 받아 절뚝이며 걸어갔다. 사방이 깜깜해서 출구가 보이지 않아 무작정 앞으로만 걸어갔다.
[삐!]먼저 앞으로 갔던 삐삐가 그대로만 가면 된다고 알려 주었다.
“좀만 더 가면 된대. 조금만 더 참아.”
“으응.”
그렇게 두 아이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나아갔다.
얼마나 걸었을까. 저 멀리 틈 사이로 빛이 들어오는 게 보였다.
“다 왔어.”
하지만 기뻐했던 것도 잠시, 가까이 다가갔던 두 아이는 절망하고 말았다.
“구멍이 너무 작아. 나갈 수 없어!”
안토니가 울부짖었다.
가까이에서 본 틈은 성인 손바닥보다 조금 컸다. 아이들이 빠져가기엔 턱도 없이 작았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안토니가 열심히 머리를 들이밀어 보았지만, 머리조차 들어가지 않았다.
완전히 정신이 나간 안토니와 달리 로제테는 점점 더 차분해졌다.
그동안 가족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아이처럼 지냈지만, 어쨌든 그녀는 스무 살까지 산 경험이 있었다. 이런 위험 상황도 몇 번 겪은 적이 있었다.
‘삐삐를 보내면 좋겠지만…….’
아까 힘을 너무 쓴 탓에 마나가 많이 남아 있지 않았다. 머리 위에서 위태롭게 흔들거리는 돌이 언제 떨어질지 알 수 없었다.
혼자였다면 삐삐가 없어도 어떻게 방어해 보겠지만, 안토니를 보호할 정도로 마법을 쓰려면 삐삐가 있는 편이 좋았다.
그럴 바엔 차라리…….
“진정해, 안토니.”
“흐어엉. 이대로 죽을 거야. 죽을 거라고!”
“정신 차려!”
로제테가 그의 뺨을 세게 때렸다. 안토니가 제 뺨을 감싸 쥐고 충격에 휩싸였다.
“때, 때렸어?”
“다른 출구를 찾아보자. 여기 말고 사람들이 모인 곳이 또 있을 거야.”
“그, 그래.”
로제테가 다시 안토니의 팔을 어깨에 걸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려고 하는데.
[삣! 삐이익!]조심해! 그만 가!
삐삐의 경고를 들은 로제테가 본능적으로 자리에서 멈춰 섰다. 바로 몇 걸음 앞에서 천장이 무너졌다.
뿌연 먼지 때문에 순간적으로 앞을 볼 수 없었다. 콜록대던 안토니는 자욱했던 먼지가 가라앉은 뒤 좌절했다.
“막혔어!”
돌아갈 길이 사라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