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58)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58화. 실버의 도움(58/214)
58화. 실버의 도움
2023.12.28.
“이젠 진짜…….”
“아직 끝이 아니야.”
로제테는 몸속에 남아 있는 마나를 확인하며 중얼거렸다.
“방법이 남아 있어.”
“어떻게?”
“안토니, 잘 들어. 내가 마법으로 저 구멍을 넓힐 거야. 많이는 못 넓혀. 그렇지만 우리가 빠져나갈 구멍은 만들 수 있을 거야.”
“그럼?”
“일단 너부터 빠져나가. 그다음 내가 빠져나갈게.”
“알겠어.”
“그리고.”
로제테가 굳은 얼굴로 당부했다.
“만약에 내가 못 빠져나가면 사람들을 불러 줘.”
안토니가 경악했다.
“못 빠져나가다니?”
“마나가 많이 남지 않았어. 운이 안 좋다면 내가 빠져나가기 전에 내 마나가 다 사라질지도 몰라.”
“하지만!”
“그러니까 사람들을 불러와 줘. 네 다리가 불편한 건 알겠지만, 부탁이야. 알겠지?”
안토니가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자, 그럼 너는 나갈 준비해.”
안토니가 구멍에서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서는 것을 보며 로제테가 집중했다.
“삐삐, 한 번만 더 도와줘.”
[삐이…….]그냥 너부터 나가면 안 돼, 로제테? 다른 애도 아니고 쟤를 어떻게 믿어!
“믿어야지. 믿을 거야.”
삐삐의 말처럼 로제테는 ‘과연 상황이 최악이 되었을 때 안토니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처음 보자마자 그녀를 무시했고, 또 로제테에게 놀림까지 받았으니까.
하지만 로제테는 사람들의 선함을 믿었다. 이번 생에는 믿고 싶었다.
“자, 그럼 할게.”
깊게 한숨을 쉰 로제테가 마법을 시전했다. 자신과 안토니의 몸에 방어 마법을 두르고, 구멍 주위의 돌들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파편이 머리 위로 조금씩 떨어졌지만 방어 마법 덕분에 다치지는 않았다.
조금씩 구멍이 벌어지면서 어느새 안토니가 빠져나갈 정도가 되었다.
“자, 나가.”
안토니가 침을 꼴깍 삼키며 로제테를 돌아보았다. 로제테가 다시 한번 당부했다.
“나가자마자 사람들을 데려와.”
“그런 생각하지 말고 빠져 나갈 생각이나 해, 이 멍청아!”
“알겠으니까 얼른 나가.”
“…….”
간신히 로제테에게서 몸을 돌린 안토니가 천천히 구멍 사이로 기어 나갔다.
그가 완전히 빠져나간 뒤 로제테도 뒤따라가려고 했다.
하지만.
‘안 돼!’
긁어모을 대로 긁어모은 마나가 동나고 말았다.
간신히 구멍 주위의 벽을 지탱하던 마법이 풀리며 파편들이 우르르 쏟아지기 시작했다.
[삑!]로제테, 조심해!
삐삐의 급박한 목소리와 동시에 로제테의 머리 위로 커다란 파편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로제테는 본능적으로 팔로 머리를 막았다.
“큽!”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은 방어 마법 덕분에 머리에 파편을 맞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위에서 덮치는 충격에 로제테는 그만 바닥에 엎어지고 말았다.
[삣!]그런 로제테의 하반신을 제법 커다란 벽이 덮쳤다.
로제테는 방어 마법을 조금 더 유지하려고 했지만 몸속의 마나가 완전히 사라지며 마법이 풀리고 말았다.
묵직한 벽이 그녀의 연약한 다리를 무자비하게 짓눌렀다.
“윽!”
[삐익!]삐삐가 틈 사이로 들어가 벽을 들어 올리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벽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로제테의 옷을 잡고 잡아당겼지만 역부족이었다.
[삐이이, 삐이이!]로제테는 슬프게 우는 삐삐를 달랬다.
“괜찮아, 삐삐. 안토니가 사람들을 불렀을 거야.”
[삐이!]“걱정 마. 난 안토니를 믿어, 삐삐.”
[삐잇!]또다시 위에서 파편이 쏟아졌다. 삐삐만 한 돌멩이가 로제테의 이마와 머리 사이를 때리고 떨어졌다. 피가 로제테의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로제테가 힘없이 바닥에 늘어졌다. 시야가 가물가물해지기 시작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탈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조금씩 희망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잘 다녀오겠다고 했는데…….’
눈앞에 가족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만약 내가 여기서 죽는다면 다들 울어 줄까?
그런데 내가 죽으면 우리 가족들은 누가 지켜 주지? 황자님이 지켜 주시려나?
[삐! 삐잇!]삐삐가 다시 한번 필사적으로 로제테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녀의 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로제테가 힘겹게 말했다.
“삐삐. 너라도 탈출해.”
부질없는 소리란 것을 안다. 로제테가 죽으면 그녀의 마나로 소환된 삐삐는 사라진다.
그렇지만 삐삐라도 피신시키고 싶었다.
로제테가 저 멀리 희미하게 새어 들어오는 빛을 가리키며 얘기했다.
“너라면 저기로 빠져나갈 수 있을 거야.”
[삐이, 삐이이…….]삐삐는 날아가는 대신 로제테의 얼굴 옆에서 울었다.
[삐이이.]“얼른 가.”
로제테를 바라보는 삐삐의 까만 눈에 눈물이 고였다.
삐삐는 계속해서 로제테의 머리 위에서 원을 그리며 날다가 결심한 듯 바깥을 향해 힘차게 날아갔다.
로제테는 멀어지는 삐삐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내가 죽어도 삐삐가 살아 있으면 좋을 텐데…….’
내 친구, 삐삐야. 너라도 무사하면 좋겠어.
로제테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눈을 감으려던 순간이었다. 거센 마나가 불어닥치더니, 앞을 가로막고 있던 돌덩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틈이 생기며 찬란한 햇빛이 로제테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삣!]동시에 삐삐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무언가가 빠르게 로제테를 향해 돌진했다. 햇빛에 반짝이는 은빛 갈기. 실버였다.
[삐이잇! 삑!]삐삐는 그런 실버의 머리 위에 필사적으로 매달려 있었다.
[삐이이!]단숨에 로제테의 앞에 점프한 실버가 로제테의 몸을 깔고 있는 벽 밑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무거운 벽을 몸으로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로제테나 삐삐의 힘으로는 꿈쩍도 하지 않던 벽이 조금씩 들썩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로제테의 머리 위에서 가루와 파편들이 쏟아져 내렸다.
삐삐가 로제테의 머리를 보호하듯 날개를 펼쳤다.
[삐잇!] [……!]실버가 삐삐의 재촉에 더욱 힘을 냈다. 실버가 포효하며 조금 더 힘을 주었다.
“……!”
찰나의 순간, 실버가 몸을 완전히 세우며 로제테의 다리를 짓누르던 벽이 들어 올려졌다.
[삣!]로제테는 삐삐의 재촉을 들으며 벽 밑에서 기어 나왔다.
로제테가 빠져나오자마자 실버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쿵, 소리가 나며 로제테의 뒤로 벽이 쓰러졌다.
실버는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는 로제테를 등에 태우고는 빛 속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로제테는 늑대의 털을 필사적으로 잡았다.
“공녀!”
늑대가 구멍을 통과하자마자 밖에 서 있던 조슈아가 제일 먼저 그녀에게 달려왔다.
“괜찮나?”
그가 그녀의 머리에서 흐르는 피를 발견하고는 얼른 뒤를 향해 손짓했다.
“이쪽이다!”
조슈아가 로제테를 실버의 등에서 내려 바닥에 조심스럽게 눕혔다. 로제테가 잔뜩 찌푸린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어떻게……?”
“안토니 헉슬리가 필사적으로 달려오더군. 네가 갇혔다면서. 하지만 정확히 어딘지 설명하지 못해서 애를 먹던 중에 삐삐가 와서 알려 주었다.”
“삐삐가…….”
혼자 탈출한 게 아니라 날 구하려고 간 거였구나.
마음이 뭉클해졌다. 로제테는 제 손등에 부리를 비비는 삐삐를 토닥였다.
“고마워, 삐삐. 네 덕분이야.”
[삐이이.]“그런데…….”
로제테는 뒤늦게 주위를 확인했다. 조슈아의 뒤쪽으로 기사들이 몇 명 서 있었고, 달려오는 사람도 보였다.
그중에는 황실 마법사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있었다. 그는 로제테의 옆을 지키는 실버를 보고 놀랐다.
“패, 패밀리어! 패밀리어가 둘이라니?”
그는 혼란스러워 보였다.
“하나는 공녀님의 패밀리어일 텐데, 다른 하나는……. 설마?”
그가 경악한 눈으로 조슈아를 보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로제테는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조슈아가 많은 사람 앞에서 실버를 소환한 것이었다.
‘분명 황자님은 실버를 2, 3년 뒤에야 공개한다고 했는데…….’
어째서? 왜 지금?
로제테가 혼란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실버를…… 왜…….”
적절한 시기가 될 때까지 비밀로 하기로 했잖아요. 이렇게 소환하면 어떡해요?
혹시 사람들이 들을까 봐 뒷말은 생략했다. 그걸 용케 알아들은 조슈아가 그녀를 타박했다.
“지금 그게 문제야?”
“하지만…….”
“지금이 적절한 때였어. 실버가 아니라면 널 제때 구하지 못했을 테니까.”
“그런…….”
“황자 전하!”
때마침 의원이 달려 오면서 로제테의 말이 끊겼다. 조슈아가 일어서며 의원에게 지시했다.
“얼른 살펴보도록 해.”
“알겠습니다.”
의원이 로제테를 꼼꼼하게 진찰하기 시작했다. 일단 깨끗한 수건으로 이마를 지혈하며 물었다.
“어디가 어떻게 불편하십니까?”
로제테 대신 실버에게 언질을 받은 조슈아가 대답했다.
“커다란 벽에 다리가 깔려 있었다고 해. 머리는 파편에 맞은 것 같고.”
“알겠습니다. 일단 살펴보도록 하죠.”
이것저것 살피던 의원이 안도하는 것인지, 걱정하는 것인지 모를 표정으로 설명했다.
“하반신 신경이 다치시진 않았습니다. 제일 걱정했는데 다행이지요.”
“그럼?”
“다만, 다리뼈에 이상이 있으십니다. 금이 가거나 부러진 것 같습니다. 일단 응급처치를 하고 마법사에게 치료를 부탁하죠.”
“그럴 필요는 없다. 아마 공작저에 가면 불의 마녀가 치료할 테지. 일단 응급처치만 해 두도록.”
“네.”
의원이 로제테의 발에 부목을 대고 붕대로 칭칭 감았다. 조슈아는 기사 하나에게 지시했다.
“얼른 아드리안 공작가로 사람을 보내 공녀가 다쳤다는 것을 알려라. 공작가 주치의와 셀린느 카린이 필요할 것 같다는 말도 전하고.”
“네, 알겠습니다.”
기사가 가는 것을 확인한 조슈아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스승님께서 무척 화가 나시겠어.”
로제테는 소식을 듣고 놀랄 가족들을 생각하며 우울하게 중얼거렸다.
“그러게요.”
가족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그래도 그만하니 다행이야.”
조슈아가 작게 중얼거리며 로제테의 머리를 쓸어 주었다. 손길이 부드러웠다. 로제테가 그를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상상도 못 하던 행동이었다.
“그…….”
로제테가 이마를 간지럽히는 손끝을 무시하려고 애쓰며 중얼거렸다.
“감사해요. 실버를 보내 주셔서.”
실버가 오지 않았더라도 로제테는 무사히 구출됐을 것이었다. 이미 안토니와 삐삐의 도움 요청을 들은 사람들이 달려오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시간은 조금 더 걸렸을 테지.
만에 하나, 그 사이에 로제테의 머리 위로 또다른 파편이 떨어졌다면…….
‘어쩌면 나는 죽었을지도 몰라.’
밖에서는 안에 있는 로제테에게 보호 마법을 쓸 수도 없었으니, 어쩌면 사람들이 들어올 정도로 파편을 치우다가 무너질 수도 있었다.
그러니까 조슈아는 그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었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어.’
로제테는 조슈아가 실버를 소환했을 때와 안 했을 때에 얻을 이점을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실버를 소환해 자신을 구했을 때의 이점은 없었다. 오히려 골치만 아파졌다.
열두 살에 패밀리어를 소환한 천재라는 타이틀이 그에게는 독이 될 테니까. 어쩌면 릴리스 공작을 더욱 자극할지도 모르고.
그래서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저 같은 건 그냥 놔두셨어도 됐어요. 저 때문에 황자님께서 곤란해지잖아요.”
조슈아는 미안함에 제 눈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는 로제테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그건 그렇지.’
하지만 로제테가 안에 갇혀 있다는 안토니의 말과 이러다간 로제테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실버를 통해 전해 들은 삐삐의 말에 이성적인 사고가 불가능했다.
어떤 것이 더 이득이 되고 실이 되는지 잴 시간도 없었다는 소리였다.
그는 본능적으로 실버를 소환하고, 마법으로 실버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그 일련의 과정이 모두 본능적으로 이루어졌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이 아이를 잃고 싶지 않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