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6)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6화. 새로운 가족(1)(6/214)
6화. 새로운 가족(1)
2023.11.06.
여전히 귀족가로 입양 가는 것은 두려웠다. 그렇지만 두려운 마음보다는 미래를 바꾸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설령 아드리안 공작이 자신을 데려가서 댈러스 후작보다 더한 짓을 시킨다고 해도, 자신은 그를 지키리라.
이기적일지라도, 로제테는 그렇게 해서 자신의 과거를 속죄하고 싶었다.
아드리안 공작도, 원장도, 다니엘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가장 먼저 충격에서 벗어난 건 아드리안 공작이었다.
그가 로제테에게 다가와 한쪽 무릎을 꿇고 앉더니 그녀를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
“그래.”
그가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 주었다.
“환영한다, 로제테.”
* * *
아드리안 공작저의 고용인들은 새벽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방금 공작저의 유일한 공녀, 이자벨의 옆방을 말끔하게 치우라는 공작의 명령이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3층 남쪽 복도는 아드리안 공작가의 직계만 이용하는 공간이었다. 그런데 손님방도 아니고 갑자기 왜 이곳을 치우라고 한 것일까?
의아했지만 집사장의 말에 토를 달 수는 없는 법. 고용인들은 귀한 이자벨 아가씨가 깨지 않도록 조용히, 그러나 신속하게 움직여 방을 정돈했다.
몇 시간 동안 정리 끝에 방이 말끔하게 정돈되었을 무렵이었다. 일어나서 옷까지 갈아입은 이자벨이 옆방을 보러 왔다.
“방 정돈은 다 했어?”
이자벨 아드리안은 아드리안 사람 특유의 결 좋은 백금발에 공작을 닮은 보라색 눈을 지니고 있었다.
올해로 열한 살이었지만, 이자벨은 귀엽다기보다는 위엄 있다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렸다.
고양이처럼 새치름한 보라색 눈이 천천히 방 안을 훑었다. 가장 경력 많은 하녀가 그녀 앞에 허리를 조아렸다.
“네, 아가씨. 막 정돈을 마쳤습니다.”
“그래, 그런 것 같네. 수고했어.”
하녀들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이자벨은 공과 사를 분명하게 구분할 줄 알았지만, 고용인에게 냉정한 고용주는 아니었다. 하녀들과 어느 정도의 대화는 주고받는 아가씨였다.
하녀들은 이번에도 궁금한 것을 묻는다고 이자벨이 화를 내지 않을 거란 확신이 있었다.
가장 앞에 있던 하녀가 모두를 대표해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그런데 아가씨.”
“응?”
“손님이 오시나요?”
“아아.”
이자벨이 마치 오늘 날씨는 좋네, 라는 듯한 평온한 말투로 답했다.
“내 동생이 올 모양이야.”
“루카스 도련님이요?”
“아니. 새로운 여동생.”
하녀들이 그 의미를 알지 못해 다시 서로를 보며 눈빛을 주고받는데, 집사장이 이자벨을 향해 다가왔다.
“아가씨, 주인님과 첫째 도련님께서 돌아오셨습니다.”
“그래?”
이자벨이 어깨에 두르고 있던 숄을 고쳐 매며 하녀들에게 눈짓했다.
“가자.”
“네?”
“내 동생이 온 것 같아.”
하녀들은 여전히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른 채로 이자벨을 따라갔다. 그들이 저택 앞에 나왔을 때 아드리안가의 문장이 새겨진 커다란 사두마차가 멈춰 섰다.
마부가 문을 열자마자 공작이 내렸다. 일렬로 선 고용인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였다.
“어서 오십시오, 주인님.”
“그래.”
웃으며 그들에게 인사한 공작이 마차 안쪽으로 손을 뻗어 누군가를 안아 내렸다. 저택의 막내인 루카스보다도 더 작고, 사랑스러운 분홍 머리의 여자아이였다.
아이는 동글동글한 파란 눈을 또르르 굴리며 눈치를 살폈다. 아드리안 공작은 그런 아이가 사랑스럽다는 듯 미소를 짓다가 고용인들에게 선언했다.
“소개하지. 앞으로 우리 아드리안가의 일원이 될 로제테 아드리안이다.”
아이가 쭈뼛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잘 부탁드려요.”
고용인들이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세상에, 너무 귀여워!
* * *
아드리안 공작의 수양딸이 되겠다고 선언한 바로 그다음 날. 로제테는 새벽부터 고아원을 나서게 되었다. 아드리안 공작과 다니엘이 더 이상 공작저를 비울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흐어엉, 로즈. 건강히 잘 지내야 해?”
의젓하게 로제테를 보내 줄 줄 알았던 제인은 눈물, 콧물을 모두 쏟아 내며 로제테를 껴안았다. 반면 로제테는 눈시울만 붉힐 뿐 울지 않았다.
아드리안가의 미래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 뒤로 그녀는 의연하게 행동하려고 노력했다.
‘나는 아이가 아니야.’
몸은 일곱 살 아이지만, 정신은 성인이었다. 언제까지고 울면서 과거를 비관할 수는 없었다.
이제는 앞으로 나아갈 때였다.
로제테는 우는 대신 웃으며 제인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편지할게, 언니.”
“끅, 너 글자도 모르잖아.”
“배우면 되지.”
사실, 나 이제 글자 엄청 잘 써. 언니는 모르겠지만. 댈러스 후작가에서 엄청 맞아 가면서 배웠어.
“그럼 꼭 편지해야 해?”
“응. 언니도 편지 꼭 보내. 알겠지? 울지 말고.”
“응.”
“놀러 와. 맛있는 거 많이 만들어 달라고 할게.”
“나 안 초대해도 되니까, 가서 잘살아야 해.”
“응, 알겠어. 나 이제 진짜 가야 해.”
로제테는 마지막으로 제인을 꽉 안아 준 뒤 짐 가방을 들고 아드리안 공작에게 향했다.
“작별 인사는 끝났니?”
“네.”
“짐이 별로 없구나.”
“네. 가진 게 별로 없어서요.”
그나마 가진 것도 다 낡아서 더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과거 댈러스 후작은 쓰레기 따위는 치우라며 로제테가 보는 앞에서 가방째로 버리기도 했었다.
아드리안 공작이 로제테에게서 가방을 조심스럽게 가져갔다.
버리려나? 로제테는 순간 긴장했다. 그런데 그는 버리는 대신 가방을 마차 안에 집어넣었다.
“저것만으로는 부족하겠구나. 저택에 가면 필요한 걸 더 사 주겠다.”
그러고는 로제테를 번쩍 들어 마차에 태웠다. 로제테는 깜짝 놀라 입을 뻐끔거렸다.
그녀의 맞은편에 앉은 공작이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왜 그러느냐?”
“그, 더럽……. 아니, 무겁잖아요.”
댈러스 후작은 처음 로제테를 데려갈 때 마차에 알아서 올라타라며 윽박질렀다.
사실, 그는 로제테가 자신의 마차에 타는 것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보는 눈이 있어 어쩔 수 없이 같은 마차에 탔었다.
그때 로제테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다니엘이 풋 웃었다. 비웃음이 아니라 시트러스처럼 상큼한 미소였다.
“네가 무겁긴 뭐가 무겁니. 넌 앞으로 많이 먹어야겠다. 존이 좋아할 거야. 아, 존은 우리 저택 주방장이야. 아이들을 먹여서 포동포동 살찌우는 것을 좋아하지.”
“포동포동…….”
“안타깝게도 우리 아드리안 삼 남매는 근육만 늘어나서……. 근데 너는 살찌우는 재미가 있겠구나.”
로제테가 볼을 빵빵하게 부풀렸다.
“지금 저 놀리시는 거죠?”
“이런, 들켰니?”
다니엘이 이젠 아예 소리 내어 웃었다. 그를 잠깐 흘겨보던 로제테는 문득 다니엘의 성격이 제가 알던 것과 살짝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의외로 활발하네.’
불편한 몸 때문이었을까. 과거의 그는 자상하다기보다는 살짝 냉소적인 구석이 있었다. 사람들과는 살짝 거리를 두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의 다니엘은 그저 활발하고 순수했다.
이런 그의 모습도 지켜 주고 싶었다.
게다가…….
‘싫지 않아.’
이런 관심이 나쁘지 않았다. 고개를 푹 숙이는 로제테의 두 뺨이 어느새 살짝 불그스름해져 있었다.
그걸 눈치챈 아드리안 공작과 다니엘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지만, 그녀는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 * *
마차는 달리고 또 달려 어느새 수도에 있는 아드리안 저택에 도착했다. 이번에도 얼떨결에 아드리안 공작에게 안겨서 내린 로제테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그만 말을 잃고 말았다.
‘사람들이 많아.’
댈러스 후작가에 입양됐을 땐 그녀를 환영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당연히 정식으로 그녀를 고용인들에게 소개하는 자리도 없었다.
사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나 사람들이, 그것도 자신만 빤히 쳐다보고 있다니.
로제테는 순간 움찔하며 아드리안 공작의 팔을 꽉 잡았다. 공작이 괜찮다는 듯 그녀의 등을 두드렸다.
“소개하지. 앞으로 우리 아드리안가의 일원이 될 로제테 아드리안이다.”
로제테는 전생에서 배웠던 것을 떠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잘 부탁드려요.”
사실 고용인인 그들에게는 말을 놓아야 했지만, 그건 차차 바꿔 나가면 될 일이었다.
다행히 자세한 인사는 차차 시켜 주겠다며 공작이 고용인들을 물렸다.
그러나 남은 게 있었다. 아드리안 공작이 가족들을 소개해 주겠다고 한 것이었다.
로제테는 공작과 함께 화려한 응접실로 향했다. 방 안에는 공작과 다니엘, 그리고 로제테보다 두어 살은 많아 보이는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있었다.
“이쪽이 이자벨이고, 이쪽은 루카스란다. 네 언니와 오빠가 될 아이들이야.”
이자벨은 팔짱을 낀 채 뚱하게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고, 루카스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로제테는 침을 꼴깍 삼켰다.
그녀는 전생에 사교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이자벨과 루카스는 소드 마스터는 아니었지만, 그에 범접하는 실력자로서 황실 기사단에서 일했다.
그나마 루카스는 서글서글하고 사람을 좋아한다고 했다. 반면 이자벨은 다소 까칠하고 사람들의 접촉을 꺼린다고 했다. 여자의 몸으로 검을 잡으면서 받아 온 차별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저 눈빛을 보아하니 타고난 성격이 꽤 도도한 것 같았다.
로제테가 자기소개를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이자벨이 먼저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어리잖아?”
로제테가 웅얼거렸다.
“어리지 않아요.”
아드리안 공작이 그녀 편을 들어 주었다.
“그래, 어리지 않단다. 일곱 살이거든.”
“뭐라고요?”
이자벨이 한쪽 눈썹을 도도하게 치켜세우며 로제테의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 그녀의 얼굴에 못마땅한 기색이 떠올랐다.
“많이 봐 줘야 여섯 살인데. 나보다 키도 한 뼘은 작잖아.”
로제테가 또래보다 작긴 했지만, 이자벨이 발육이 좋은 탓도 컸다. 그녀뿐만 아니라 아드리안가의 사람들 모두 골격이 컸다.
로제테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작지 않아요. 이자벨 님이 큰 거예요.”
“뭐.”
이자벨은 어이없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로제테의 옆에 서 있던 다니엘이 입을 가리고 어깨를 부들부들 떨었다.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아드리안 공작도 고개를 숙이고 마른침을 삼켰다. 철이 없는 막내, 아니, 어제까지만 해도 막내였던 루카스만 크게 웃어 젖혔다.
“맞아! 누나가 크긴 하지!”
“조용히 해, 루카스.”
이자벨이 신경질적으로 말하자 루카스가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래서 이 아이를 왜 데려온 거예요?”
“이자벨.”
아드리안 공작이 딸을 만류했지만, 그녀는 소신껏 말을 이어갔다.
“능력 있는 기사가 필요한 것이라면 저희가 있잖아요. 자식도 셋이나 있는데 굳이 입양할 필요가 있나요?”
“로제테는 검이 아니라 마법사란다.”
“마법사?”
루카스가 눈을 똥그랗게 떴다. 로제테는 그런 루카스가 꽤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 남매가 될 이 세 사람 중 그와 제일 먼저 친해질 것 같았다.
그러나 이자벨에겐 그 설명만으로도 부족했던 모양이다. 그녀가 팔짱을 끼며 되물었다.
“그럼 후원을 하면 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