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61)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61화. 친부모의 등장(1)(61/214)
61화. 친부모의 등장(1)
2023.12.31.
그 후로 며칠이 지났다. 아드리안 공작에게서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 수상쩍은 일도 없었다.
그래서 로제테도, 루카스도 그날의 일은 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두 아이가 바닥에 엎드려 색칠 공부 놀이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밖이 시끄러웠다.
정확히는 바깥으로 놀러 나갔던 삐삐가 시끄럽게 굴었다.
[삐잇! 삐이!]“삐삐가 뭐래?”
“누가 1층에서 절 찾는대요.”
“널? 누가? 설마 그 망할 헉슬리야?”
“아뇨, 어른 남자와 여자라는데.”
로제테는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녀를 찾아올 손님, 특히 성인 손님은 없었기 때문에 삐삐가 뭔가를 잘못 안 거라고 생각했다.
‘진짜로 날 찾아온 게 맞다면 세바스찬이 부를 테고.’
그런데 아무리 지나도 세바스찬이 그녀를 찾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때, 루카스가 씨익 웃으며 일어났다.
“꼬맹아, 뭔가 구린 냄새가 나지 않니?”
로제테가 코를 팔에 대고 킁킁거렸다.
“저 오늘 씻었는데.”
“그런 냄새 말고! 뭔가 수상한 느낌이 나지 않냐는 거야.”
“모르겠어요.”
“에이, 정말.”
루카스가 로제테를 일으켜 세웠다.
“지난번에 아버지와 세바스찬이 너에 대한 얘기를 했잖아. 그런데 오늘 널 찾아왔다는 사람이 있어. 뭔가 느껴지지 않아?”
“모르…….”
“일단 내려가자, 꼬맹아. 오늘 아버지가 나가셨으니, 이번이 기회야.”
로제테는 “어어?” 하는 사이에 루카스에게 끌려 방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복도를 지나 계단으로 내려가는 순간이었다.
“어, 꼬맹아.”
먼저 홀로 내려가던 루카스가 불현듯 발걸음을 멈추었다. 로제테는 미처 그것을 보지 못하고 그의 등에 코를 부딪쳤다.
“아야.”
로제테는 코를 문지르며 아직도 꼼짝하지 않는 루카스의 팔을 툭툭 건드렸다.
“왜 멈췄어요?”
“아니, 그…….”
그가 손을 들어 홀을 가리켰다.
“저 여자…….”
로제테가 루카스 옆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어 그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30대로 추정되는 남녀가 서 있었다.
그런데 루카스가 가리킨 여자는.
“너랑 같은 분홍 머리를 갖고 있는데?”
굵은 웨이브 진 분홍 머리를 갖고 있었다.
분홍 머리는 흔치 않았다. 로제테도 한평생 살면서 분홍 머리는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분홍 머리를 가진 여자가 아드리안가를 찾아온 것이다.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을까. 아니면…….
로제테가 멀뚱멀뚱 눈만 깜빡이고 있을 때였다.
문득 고개를 돌렸던 여인이 로제테와 눈이 마주치고는 소리 질렀다.
“저기, 저기 있네요!”
나?
로제테가 손가락으로 자기를 가리켰다. 루카스는 양팔을 벌려 그런 동생을 필사적으로 가렸다.
“로제테! 엄마야, 엄마가 왔어!”
여인이 필사적으로 달려오려고 했지만, 경비병들에게 막혀서 오지 못했다.
로제테도, 루카스도 그녀가 말한 단어에 주목했다.
“엄마?”
“꼬맹이, 네 어머니야?”
“모르겠어요. 저는…….”
엄마를 한평생 본 적 없었다. 애초에 그녀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고아원 앞에 버려졌으니까.
그런데 저 여자가 엄마라고 하다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
그때 세바스찬이 나오더니 여인 앞으로 다가갔다.
“지금 주인님께선 출타 중이십니다.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돌아가시죠.”
“우리 로즈만……. 로즈만 보고 가게 해 주세요.”
“주인님의 허락이 있어야 합니다. 이만…….”
“엄마가 딸을 만나는 것도 못 하게 하나요!”
여인은 목표를 바꿨는지 로제테를 향해 필사적으로 팔을 뻗었다.
“로즈, 우리 아가. 이리 오렴. 엄마에게 와.”
그녀가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너무 힘들어서 그랬어. 하지만 한 번도 널 잊은 적이 없단다.”
루카스가 걱정 어린 표정으로 로제테를 돌아보았다.
“야, 꼬맹아. 어떻게 할 거야?”
하지만 정작 로제테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딱히 부모님을 만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었어.’
고아원에서 지낼 때 부모님을 그리워하거나 원망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찾아올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들이 자신을 기억할 것 같지도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여기서 저 사람을 만나면 아빠가 싫어하실 거야.’
상황을 보아하니 저 여자가 이곳에 온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면 아드리안 공작도 저 여자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 터.
그런데 로제테에게 친모에 대해 말조차 해 주지 않았다는 것은 무슨 이유가 있다는 소리였다.
예를 들면 저 여자의 정체가 의심스럽다든가.
그러니 굳이 여기서 저 여자를 만나 사달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들어가요, 오빠.”
“으응? 하지만 네 어머니인데…….”
“지금은 만나고 싶지 않아요.”
로제테는 그녀답지 않게 단호하게 말한 뒤 먼저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루카스는 “어, 어어?” 소리를 내며 여인을 돌아보다가 이내 로제테를 따라 방으로 돌아갔다.
“로즈! 로제테!”
저택에 여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지만 로제테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방으로 들어간 로제테는 말없이 책을 폈다. 하지만 머릿속이 복잡하여 글자가 눈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루카스는 아까부터 계속 똑같은 페이지만 노려보는 로제테의 눈치를 보다 물었다.
“야, 꼬맹아. 괜찮아?”
“……네?”
“네 어머니 말이야. 널 많이 그리워 하던 것 같던데.”
“글쎄요.”
로제테가 말을 흐렸다.
‘과거에도 댈러스가의 입양된 아이가 분홍 머리라는 것도, 이름이 로제테라는 것도 알려졌었어.’
그런데 왜 과거에는 찾아오지 않았던 부모가 이제야 찾아왔을까.
저 여자가 진짜 친모라고 하더라도, 찾아온 의도가 불순할 게 분명했다.
“그리워했다면 진작 찾아왔겠죠.”
“으응?”
“제가 고아원에 있을 땐 찾아오지도 않았는데 왜 이제야 왔을까요? 오히려 고아원에 있을 때 더 찾기 쉬웠을 텐데.”
“그런……가?”
“네.”
루카스가 다시 책을 노려보는 로제테의 옆으로 슬금슬금 다가갔다.
“안 보고 싶었어? 나는 어머니가 보고 싶은데.”
“저는…….”
로제테가 결국 책을 덮었다.
“엄마를 한 번도 본 적 없어요. 본 적도 없는 사람을 어떻게 그리워하겠어요?”
“그으래?”
“네.”
“응.”
로제테는 멍하니 한 페이지만 반복해서 보고, 루카스는 그런 동생의 눈치를 보며 시간이 흘러갔다.
한 시간 정도 지났을 때, 소식을 들은 아드리안 공작이 아이들을 찾아왔다.
“로즈, 루카스.”
“아빠.”
“아버지!”
루카스와 로제테가 쪼르르 달려갔다. 두 팔을 벌려 두 아이를 안아 준 공작이 로제테를 안아 올렸다.
“책 읽고 있었구나.”
“네.”
“그래.”
애써 웃은 공작이 속삭였다.
“잠깐 아빠랑 얘기 좀 할까?”
“네.”
“루카스, 너는 방에 좀 가 있으렴.”
루카스가 군소리 없이 제 방으로 갔다.
아드리안 공작이 로제테의 맞은편에 앉았다.
“세바스찬에게서 오늘 일을 들었단다.”
“네.”
아드리안 공작이 로제테의 표정을 살폈다. 그러나 아이들의 감정에 예민한 그라도 지금 막내의 심정을 읽어 내기 어려웠다.
그만큼 로제테는 복잡한 얼굴이었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사실 얼마 전에 네 부모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찾아왔다. 아까 너와 루카스가 본 이들이지.”
“…….”
“아빠가 밉지 않니?”
“아뇨.”
로제테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실제로도 공작에게 별다른 감정은 없었다.
“아빠는 똑똑한 어른이잖아요. 아빠가 그렇게 한 데엔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아닌가요?”
“그래, 맞아.”
아드리안 공작이 제 허벅지 위를 두드렸다. 로제테가 조심스럽게 그의 다리에 앉았다.
“일단 그 사람들이 네 진짜 부모인지 조사할 시간이 필요했단다. 헤어진 지 너무 오래됐고, 또 네 부모에 대한 단서가 하나도 없었잖니.”
“네.”
“또 친부모라고 하더라도 널 만나게 해 주는 게 맞는 일인가 고민을 해야 했단다.”
“왜요?”
“그…….”
로제테는 망설이는 공작에게 직설적으로 물었다.
“그 사람들이 제게 뭔가를 원할까 봐요? 돈이라든가.”
“세상에, 로즈. 그런 말은 누가 했니?”
“그냥 제 생각이었어요.”
아드리안 공작이 작게 앓는 소리를 냈다.
“그래, 그렇단다. 너는 지난번 사건 이후로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고 있어. 아빠는 하필 이 시점에 네 부모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난 게 무척 수상했단다. 진짜가 아닐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
“그래서 조사가 끝날 때까지 일단 기다리라고 하고 싶은데, 괜찮겠니?”
“네.”
이번에도 대답에는 망설임 없었다.
“저는 괜찮아요.”
“그래, 이해해 줘서 고맙다.”
그는 로제테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방을 나갔다.
로제테는 그 후로도 한동안 책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다.
* * *
아드리안 공작은 심각한 얼굴로 보좌관이 건넨 서류를 읽었다.
“정말 모녀 관계가 맞나?”
“네. 정확한 것은 혈연관계로 확인해 봐야겠지만, 일단 1차 검사상으로는 가족 관계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군. 일단 나가 보거라.”
아드리안 공작은 지끈거리는 눈을 문지르며 생각에 잠겼다.
‘대체 무슨 속셈일까.’
처음 로제테의 부모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찾아왔던 날, 공작은 세바스찬에게서 자세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들은 젊었을 적 아이를 키울 형편이 되지 않아 로제테를 고아원에 버렸다. 하지만 로제테를 한시도 잊지 않았고, 언젠가 형편이 나아지면 데려올 생각이었다고.
최근 재정 상황이 나아졌고, 로제테를 데리러 고아원에 갔다가 그녀가 아드리안가에 입양됐다는 소리를 듣고 이곳으로 왔단다.
‘정말 골치가 아파.’
아드리안 공작은 처음에 그들이 금전적인 요구를 할 줄 알았다. 그럼 얼마든지 돈을 내어줄 생각이었다. 어찌 됐든 그들 덕분에 사랑스러운 로제테를 만날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들은 로제테를 데려가길 원했다. 게다가 조만간 이벨린 왕국으로 떠날 예정이라고도 했다.
그들의 뜻대로라면 아드리안은 로제테를 이벨린 왕국으로 보내야 했다. 차라리 제국에 계속 있다면 왕래라도 할 수 있을 텐데, 기약 없는 이별이었다.
이미 로제테를 친딸처럼 생각하는 아드리안 공작은 최대한 그들을 설득하려고 했다.
아드리안가에서 데리고 있으면서 부족한 것 하나 없이 기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들은 완강했다.
-저희는 로제테와 함께 살기를 원해요. 로제테를 보내지 않는다면 저희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거예요.
그래서 더욱 로제테에게 이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혹시라도 친부모를 그리워했던 아이가 망설임 없기 그들을 따라가겠다고 할까 봐.
졸렬한 방법이었지만, 현재 공작이 할 수 있는 것은 그 방법밖에 없었다.
실제로 그들이 로제테의 친부모인지도 확인해야 했고.
‘하지만 가족일 확률이 높다고 하니…….’
보다 정확한 정보를 위해선 황실이 소유하고 있는 혈연관계 검사 아티팩트를 이용하여 확인해야 했다.
그러나 허가를 받는 데에는 시간이 걸렸고, 그동안 로제테의 부모라는 자들이 난리를 칠 터였다.
고민하던 아드리안은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