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62)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62화. 친부모의 등장(2)(62/214)
62화. 친부모의 등장(2)
2024.01.01.
“정말 만날 거야?”
‘로제테의 친부모가 나타났고 로제테를 데려갈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들은 루카스가 로제테의 방에 찾아와 초조하게 물었다.
초조한 건 로제테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조앤의 도움을 받아 머리를 땋으며 한숨을 쉬었다.
“잘 모르겠어요.”
“아버지는 네 의견을 존중한다고 하셨잖아. 네가 싫다고 하면 그 사람들을 그냥 보낼 거야. 그냥 싫다고 해.”
“하지만…….”
“널 버린 부모잖아! 너도 한 번도 본 적 없어서 그리워한 적 없다며!”
“그렇게 말하긴 했죠.”
“뭐야? 그럼 지금은 마음이 바뀌었단 소리야?”
“…….”
로제테는 입을 꾹 다물고 거울을 바라보았다. 거울에 비치는 그녀의 표정은 우울해 보였다.
‘그립지 않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그건 그냥 자기 최면이었나 보다. 어차피 부모가 오지 않을 걸 알았으니까 그렇게라도 스스로 위로를 한 모양이다.
보육원에 있는 아이들에게 친부모가 찾아오는 건 기적같은 일이었다. 그들은 울면서 미안했다고, 이제 함께할 수 있다고 아이를 연신 껴안아 주고는 했다. 지난 생의 로제테에겐 없던 기적이었다.
댈러스가에 가서도 그들과 가족이 되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 나를 버린 가족이 찾으러 올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전혀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막상 부모라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고 하니까 마음이 이상했다.
“그냥 한 번 정도는 보고 싶었어요.”
“그럼 보기만 할 거지? 여기서 계속 지낼 거지?”
“…….”
“막내야아.”
“그럴 거예요.”
로제테는 생각 끝에 제법 단호하게 얘기했다.
“내 집은 여기니까요.”
로제테는 어젯밤 아드리안 공작에게서 그녀를 찾아온 사람들이 진짜 친부모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를 들었다. 서로의 머리카락에 담겨 있는 마나를 대조했는데 반응이 아주 진하다고 했다.
또한 친부모가 로제테를 데려가기를 원한다고 했다. 이벨린 왕국으로 떠날 거라, 그들을 따라가면 아드리안 사람들을 보기도 힘들 거랬다.
로제테는 처음엔 살짝 싱숭생숭했다. 그러나 그녀의 결론은 하나였다.
“아드리안이 내 가족이에요.”
그녀의 가족은 낳아 준 부모도, 과거에 그녀를 데려갔던 댈러스 후작가도 아니었다.
아드리안. 그게 그녀가 있을 자리였다.
하지만 부모님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기는 하니 만나 보기로 했다. 한 번 정도는, 어떤 사람들인지 알아보는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았다.
“막내야아아.”
루카스가 코를 훌쩍이며 로제테를 끌어안았다.
로제테는 그를 간신히 떼어 놓고 응접실로 향했다.
그녀가 안으로 들어가자 꽤 근사한 차림의 부부가 일어났다. 그들은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으로 보였다.
“로즈.”
로제테와 꼭 닮은 머리색을 가진 여자가 그녀의 손을 잡으며 울먹였다.
“예쁘게 컸구나. 정말 예쁘게 컸어.”
“네에.”
“엄마를 기억하겠니?”
“……아뇨.”
“그래, 워낙 어릴 때였으니까.”
“…….”
그다음엔 아빠라는 사람이 인사했다. 그는 평범한 갈색 머리에 푸른 눈을 갖고 있었다.
“이 아빠도 네가 참 그리웠단다. 넌 네 엄마를 참 닮았구나.”
글쎄. 로제테는 여인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로제테는 그녀와 머리 색이 같은 것 빼고는 닮은 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게다가.
‘어색해.’
언젠가 친부모가 찾아오는 상상을 해 본 적이 있었다. 장난꾸러기 윌의 친부모가 고아원을 찾아온 날 밤의 일이었다.
그때 로제테는 자신을 꽉 끌어안는 부모님을 상상하며 가슴이 뭉클했다. 아마 그들을 만나면 펑펑 울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딱히 반갑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그저 어색하기만 했다.
부모님은 그녀를 이렇게나 반가워하는데 왜 별 생각이 없을까.
‘아빠랑 언니, 오빠가 보고 싶어.’
얼른 이 사람들이 가고 가족들과 맛있는 저녁을 먹고 싶었다. 저녁 식사 내내 식탁 위에서는 시시껄렁한 이야기가 오고 가겠지. 그래도 즐거운 시간일 터였다.
로제테는 부모님의 말에 대충 맞장구를 치며 시간을 보냈다.
그때, 여인이 제안했다.
“잠깐 엄마 아빠와 나들이를 가는 게 어떠니?”
“나들이요?”
이번엔 남자가 끼어들었다.
“그래. 수도 근처에 호수가 있다고 하던데, 거기에 뱃놀이를 가자꾸나.”
“그…….”
그래도 부모님의 제안인데 차마 거절할 수는 없었다. 로제테는 대충 얼버무렸다.
“아빠의 허락이 있어야 해요.”
남자가 너털 웃음을 터뜨렸다.
“아빠는 여기 있는데 무슨 허락이 필요하니?”
“지금 아빠, 그러니까 아드리안 공작님의 허락이요.”
“아하.”
두 사람은 당황했지만 이내 수긍했다.
“그래, 어쨌든 지금 네 보호자는 공작님이니 허락을 맡아야겠지.”
로제테는 아드리안 공작을 찾아가면 그가 대충 거절할 줄 알았다.
그러나 그는 로제테의 얼굴을 살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겠지.”
“하지만…….”
로제테는 입만 벙긋거리다가 이내 부부를 따라 마차에 올랐다.
아드리안 공작은 공작가의 마차를 내어주겠다고 했지만 부부가 거절했다. 그래서 그들이 타고 온 마차를 탔다.
“나간 김에 점심도 같이 먹자. 뭘 좋아하니?”
“다 좋아해요. 새우만 빼고요.”
“그래. 그 근처에 맛있는 스테이크 집이 있다니까 그곳으로 가면 되겠다.”
“네에.”
마차를 탄 지금도 여전히 부부가 주로 말을 했고, 로제테는 가만히 들었다.
그때,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던 로제테는 이상한 점을 느꼈다.
‘여긴 어디지?’
수도의 많은 곳을 가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듣기로 호수는 귀족들이 많이 가서 길이 잘 닦여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지금 가는 길은 좁고, 울퉁불퉁했다. 지금 타고 있는 마차가 그리 좋은 게 아니라서 더욱 통통 튀었다.
로제테가 밖을 바라보며 조금 의아하게 물었다.
“저희 호수로 가는 거 맞죠?”
“그럼, 당연하지. 갑자기 그건 왜 묻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로제테는 손가락만 꼼지락거렸다. 얼른 호수 구경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피곤해.’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여인의 말을 한 귀로 흘리고, 한 귀로 들을 때였다. 여인이 창문을 닫으며 물었다.
“네 이름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니? 로제테란 이름 말이야.”
로제테가 귀를 쫑긋 세웠다.
“제 이름이요?”
“그래. 널 낳기 전부터 네가 날 닮은 분홍 머리의 여자아이라면 로제테라고 이름을 짓기로 했어.”
“……?”
“실제로도 넌 분홍 머리였고, 우리는 네 이름을 로제테라고 지었단다.”
그 순간, 로제테의 눈에 여인의 미소가 섬뜩하게 보였다.
* * *
아드리안 공작은 심란한 마음으로 서류를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일이 도통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엔 오로지 로제테 생각뿐이었다.
‘낯을 가리지는 않을지.’
처음 봤을 때보다 많이 밝아지고 사교성이 생겼지만, 로제테는 여전히 처음 보는 사람을 낯설어했다. 아무리 친부모라도 불편해할 터였다.
‘차라리 이상하게 여기더라도 내가 같이 갈 걸 그랬어.’
그가 조금 후회하고 있을 때였다. 노크도 없이 문이 벌컥 열리며 보좌관이 뛰어 들어왔다.
“주군!”
“무슨 일이지? 노크도 없이…….”
“조금 전 아가씨의 친부라는 자의 머리와 아가씨의 머리를 대조해 봤습니다. 셀린느 님이 친모와 아가씨의 머리카락의 일치도가 너무 높게 나왔다고 하셔서요.”
“그런데?”
“가족이 아닙니다.”
아드리안 공작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
“피가 전혀 섞이지 않은 남입니다. 셀리느 님이 친모 쪽 머리카락을 다시 조사한 결과, 아가씨의 머리를 이용하여 인위적으로 만든 것 같다고 합니다.”
“대체 왜 그런 짓을…….”
잠시 고민하던 아드리안 공작은 서둘러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말을 준비하라고 해. 얼른!”
* * *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네 머리 색이 장미를 닮아서 로제테라고. 그래서 애칭도 로즈잖니.”
“…….”
“네 옷 속에 로제테라고 적힌 쪽지를 넣어 두었단다. 다행히 그걸 보고 네 이름을 지어 준 모양이야.”
“아…….”
로제테는 그 순간 눈치챘다.
‘이 사람들은 가짜야.’
로제테의 이름은 고아원 사람들이 지어 준 이름이었다. 다들 그걸 자랑스럽게 말했다.
로제테는 그들이 거짓말했을 거라고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그들은 만약 로제테의 이름이 부모가 지어 준 거라면 그리 말했을 테니까.
아마도 이들은 뭔가 잘못된 정보를 갖고 이런 소리를 늘어놓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진짜 부모가 나랑 가까워지고 싶어서 지어 낸 거짓말일 수도 있지만…….’
느낌이 좋지 않았다.
만약 이들이 가짜라면 왜 로제테를 찾아와 이런 연기를 하는 걸까. 무엇을 위해서?
돈이 목적은 아닌 것 같고, 그녀를 납치해서 무언가를 하려고 했나?
이유는 상관없었다. 일단 이 마차에서 탈출하여 돌아가는 게 우선이었다.
로제테는 모든 것을 알아채지 못한 척 애써 덤덤하게 말했다.
“그렇군요. 늘 제 이름이 왜 로제테인지 궁금했는데 이제 제대로 알았어요. 장미를 따 온 것이라고 추측만 했었거든요.”
로제테가 슬금슬금 문 쪽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제가 멀미를 해서 그런데 잠깐 마차 좀 세우면 안 될까요?”
“어머. 그건 곤란한데.”
여인이 씩 웃었다. 로제테는 그녀가 모든 사실을 알아챘다는 것을 직감하고는 마차 문을 열려고 했다.
그러나 손잡이가 돌아가지 않았다.
‘이게 왜…….’
마법으로 문을 열려고 했지만 마법이 통하지 않았다. 로제테는 뒤늦게 깨달았다.
‘마차에 무효화 마법이 걸려 있어.’
아무래도 준비를 단단히 한 것 같았다. 무효화 마법의 수준이 높을 것을 보면.
‘물론 깨려면 깰 수 있어. 하지만 그 뒤는 장담 못 해.’
이 정도로 치밀하면 로제테가 도망칠 것도 대비하고 있을 터였다.
어떡하지, 어떡하면 좋아.
로제테가 입술을 질근질근 깨무는데, 어느새 연기를 그만둔 여자가 차갑게 말했다.
“허튼수작 부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괜히 험한 꼴 보기 싫으면.”
“절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 거죠?”
“글쎄. 비밀로 할까, 어쩔까.”
기다란 손톱을 내려다보며 여자가 낄낄거렸다.
“다른 왕국에 별난 귀족이 하나 있어. 마법 능력 있는 아이들을 수집하는 게 취미라는데, 널 그 귀족에게 팔아넘기면 꽤 쏠쏠할 거야. 너, 천재라며?”
“그 귀족이 날 데리고 뭘 한다는데요?”
여자가 어깨를 으쓱했다.
“나야 모르지.”
로제테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이대로 그냥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삐삐.’
로제테의 부름에 그녀의 주머니에 숨어 있던 삐삐가 몸을 바르작거렸다.
‘내가 마법으로 창문을 열 테니까 가서 아빠를 불러 와. 알겠지?’
삐삐가 대답 대신 부리로 허벅지를 콕 쪼았다.
로제테가 주머니를 손바닥으로 톡톡 치며 신호를 주었다.
하나, 둘, 셋.
“지금이야!”
로제테가 마나를 끌어모아 창문을 부수었다. 삐삐가 주머니에서 튀어나와 창문 밖으로 힘차게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