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63)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63화. 납치 미수(63/214)
63화. 납치 미수
2024.01.02.
“저 새를 잡아!”
[삐잇!]삐삐는 자신을 잡으려고 애를 쓰는 사람들의 손을 요리조리 피하며 마차와 반대편으로 날아갔다.
“마차 멈춰요.”
로제테가 손에 마나를 모으며 낮게 경고했다.
“나 아직 어린 거 알죠? 마나 조절을 잘 못 해서 이 마차를 다 폭발시킬지도 몰라요.”
“그럼 너도 무사하지 못할 텐데?”
“제 한 몸 빠져나갈 방법은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여자가 웃었다.
“그럼 어디 한번 해 보렴.”
동시에 로제테가 마나를 분출시켰다. 마차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남자가 품속에 넣어 두었던 단검을 꺼냈고, 여자가 방어 마법을 펼쳤다. 로제테의 실력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지 제법 놀란 눈치였다.
“꽤 하는구나.”
“아직 놀라려면 멀었어요.”
로제테가 다시 한번 마나를 한꺼번에 모아 터뜨렸다. 그녀의 마나가 마차 벽을 감싸고 있는 방어벽을 때렸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만하지 못 해?”
여자가 어깨를 잡고 말렸지만 로제테는 멈추지 않았다.
‘조금만 더!’
이젠 마차 천장 쪽까지 균열이 생겼다. 로제테가 조금 더 세게 마나를 분출한 순간이었다.
펑 소리와 함께 마차 벽이 뜯겨 나갔다. 로제테는 서둘러 온몸에 방어 마법을 둘렀다. 마차 바퀴 한쪽이 망가지며 마차가 기울었다.
안에 있던 세 사람은 동시에 마차 밖으로 튕겨 나갔다.
“윽!”
“큽!”
방어 마법을 쓴 로제테와 달리 무방비하게 바닥을 구른 두 사람의 몸에 여기저기 상처가 났다.
하지만 로제테라고 멀쩡한 건 아니었다. 방어 마법을 늦게 써서 충격을 완전히 완화하지는 못했다.
그녀는 땅에 떨어진 충격에 잠시 몸을 움츠리고 신음하다가 간신히 일어났다.
마부까지 포함하여 세 사람이 아직도 땅에 쓰러져 있었다. 그나마 아빠로 위장했던 남자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자리에서 일어서는 게 보였다.
로제테가 마른침을 삼켰다.
‘이대로 도망가 봤자 잡힐 거야. 차라리 저 남자의 급소를 찌르면……!’
순간 그렇게 생각했던 로제테는 몸이 굳고 말았다.
지금 당장 저 남자의 숨을 끊을 방법을 알고 있었다.
과거에 배운 지식이었다. 그리고 시간을 되돌리고 그 마법을 사용하지 않을 거라고 결심했다.
다시는 사람을 해치는 마법 따위는 쓰지 않을 거라고, 앞으로는 사람을 살리기만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다니.
스스로에게 환멸이 났다.
로제테가 잠시 주춤거리는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다. 남자가 빠르게 달려와 그녀의 목에 단검을 갖다 댔다.
“자, 꼬맹아. 이제 놀이는 그만하자.”
“꼬맹이라 부르지 마!”
“그래, 그래. 알겠으니까 이제…….”
남자의 팔을 깨물어야 하나 고민하던 로제테는 뒷골이 저릿한 느낌에 몸을 움츠렸다.
동시에 등 뒤에서 오러를 두른 단검이 날아오더니 남자의 팔에 꽂혔다.
“으아악!”
그가 주춤할 때 로제테가 팔꿈치로 명치를 치고 빠져나왔다. 뒤로 돌아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아빠!’
검에 오러를 두를 수 있는 건 소드 마스터 뿐. 그리고 제국에 넷밖에 없는 소드 마스터 중 그녀를 구하러 올 사람은 아드리안 공작밖에 없었다.
저 멀리 공작의 검은 말이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게 보였다.
[삐잇!]로제테는 달리고 또 달렸다. 그러나 머지않아 남자에게 머리채가 잡히고 말았다.
“악!”
“젠장, 이 빌어먹을 꼬맹이가!”
남자가 피가 묻은 단검을 다시 로제테의 목에 바짝 갖다 댔다. 이번엔 살짝 상처가 나며 따끔한 느낌이 났다.
“로즈!”
어느새 코앞까지 말을 몰고 온 아드리안 공작이 말에서 내리며 검을 꺼냈다.
그가 경고했다.
“그 아이를 가만히 보내는 게 좋을 거야. 상처 하나라도 났다간…….”
남자가 이죽였다.
“이런 어쩌지? 이미 상처는 난 것 같은데.”
남자의 손에 더 힘이 들어갔다. 이번엔 피가 로제테의 목을 타고 흘렀다. 아드리안 공작이 검을 더욱 세게 쥐었다.
“이런 쥐새끼들이, 감히 누구 딸을……!”
그가 검을 고쳐 쥐고 빠르게 달려오려고 했으나, 갑자기 튀어나온 남자들에 막혔다.
“오지 못하게 막아!”
그러나 아드리안 공작이 검을 휘두르며 검기를 날릴 때마다 세 명이 동시에 쓰러졌다. 고작 검을 몇 번 휘둘렀을 뿐인데, 그를 가로막던 남자들이 죄다 쓰러졌다.
“제기랄.”
로제테를 잡은 남자가 그녀의 팔을 끌고 마차에 묶여 있는 말로 향했다.
그가 단검으로 말과 마차를 고정 시킨 밧줄을 끊어냈을 때.
“크헉!”
남자가 붉은 선혈을 토하며 로제테의 머리 위로 고꾸라졌다.
피가 바닥으로 툭툭 떨어지는 것을 보며 로제테가 소리를 지르려 하는데 다정한 손길이 그녀를 끌어안았다.
“괜찮아, 로즈. 이제 괜찮아.”
“아빠…….”
로제테는 눈물을 참고 그의 품에 안겼다.
“아빠아.”
“그래, 아빠가 늦어서 미안해.”
그대로 와앙 울음을 터뜨리려던 로제테는 다시 한번 느껴지는 마나의 흐름에 방어막을 펼쳤다.
한 박자 늦게 마나로 만든 화살이 방어막 위로 쏟아졌다.
“하…….”
뒤를 돌아보니 여인이 발을 절뚝이며 뒷걸음질 치는 게 보였다.
“뭐, 저딴 꼬맹이가……!”
로제테가 아드리안 공작에게 재빨리 말했다.
“저 사람은 우리 엄마가 아니에요. 절 이상한 귀족에게 팔아 넘긴댔어요!”
아드리안 공작의 눈이 섬뜩하게 빛났다.
분명 방금까지만 해도 로제테를 안고 있던 그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로제테의 동체 시력으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인 그가 검 손잡이로 여자의 명치를 가격했다.
“……!”
여자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아드리안 공작이 그녀를 어깨에 짊어지고 다시 로제테에게 다가왔다.
“로즈, 이제 집에 가자꾸나. 다들 널 기다리고 있어.”
로제테가 물기 어린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곧 삐삐와 함께 기사 몇 명이 말을 몰고 왔다.
“주군!”
[삐이!]“삐삐!”
로제테는 삐삐를 두 손에 감싸쥐고 머리 위에 뽀뽀를 해 주었다.
“네가 아빠를 제대로 데려와 주었어. 고마워!”
[삣!]로제테와 삐삐가 감동의 상봉을 하는 동안 아드리안 공작이 기사들에게 뒤처리를 지시했다.
“저 여자는 그대로 가서 지하 감옥에 가둬라. 오늘 일에 대한 죗값을 톡톡히 치르게 할 것이니. 그리고 마법을 쓸 줄 아는 것 같으니 셀린느에게 감시하라고 전해라.”
“알겠습니다.”
그가 표정을 풀고 로제테를 안아 말에 앉혔다. 아주 손쉽게 그녀의 뒤에 올라탄 공작이 고삐를 잡아당겼다.
말이 올 때와는 달리 천천히 저택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빠. 어떻게 이렇게 빨리 오셨어요?”
저택까지는 거리가 제법 있었다. 날개가 작은 삐삐의 속도로는 이렇게 빨리 저택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뒤늦게 그 사람들이 네 부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널 찾고 있었단다. 네 아빠라고 하는 사람이 너와 혈연관계가 아니라고 나왔거든.”
“아하.”
“급하게 마차의 흔적을 쫓아가는데 삐삐가 날아와 네가 있는 곳을 알려 주더구나. 참 기특하지.”
[삣.]삐삐가 부끄러워했고, 로제테가 자랑스럽게 맞장구쳤다.
“맞아요. 삐삐는 훌륭한 패밀리어니까요.”
두 사람과 새 한 마리는 달리고 또 달려 저택에 도착했다.
아드리안 공작이 흙먼지로 꼬질꼬질해진 로제테를 안고 들어가자, 삼 남매가 달려 나왔다.
“꼬맹아! 무슨 일이에요?”
“로즈에게 또 무슨 일이 있었나요?”
“별일 아니란다.”
아드리안 공작이 로제테를 더욱 꽉 안으며 3층으로 향했다. 삼 남매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로를 보다가 로제테의 방까지 따라왔다.
그러나 심각한 아드리안 공작의 얼굴에 각자 방으로 흩어졌다.
“로즈.”
“네, 아빠.”
“친부모가 보고 싶니?”
로제테는 그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딱히 보고 싶은 건 아니었어.’
만나 보고 싶었는데, 이제 와 그 이유를 찾으려니 집이는 것이 없었다.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친부모를 특별히 그리워한 적 없었다.
태어나자마자 자신을 고아원 앞에 버리고 간 매정한 부모였다. 그리움보다는 야속함이 더 컸다.
친부모일지도 모른다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도 별다른 감정이 들지 않았다. 만나기 전보다 만난 후의 어색함이 더 컸다.
그런데 막상 그들이 사기꾼이라는 얘기를 들으니까 허무했다.
‘난 대체 무엇을 바랐던 걸까.’
알 수 없었다.
보육원에 다시 찾아온 부모님들처럼 나를 계속 그리워했냐고, 물어보고 싶었던 걸까.
지난 삶에서도 나를 계속 찾아 헤맸을 거라고, 그저 댈러스 저택에서 갖혀 커서 나를 찾지 못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던 걸까.
무엇을 위해서?
로제테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자 아드리안 공작이 힘겹게 물었다.
“친부모가 보고 싶다면 내가 한번 찾아보도록 하마.”
“네?”
“워낙 정보가 없어 힘들긴 할 테지만 그래도 찾다 보면 찾을 수…….”
“아니에요!”
로제테는 그제야 비로소 말문이 열렸다. 지난 삶에서도 이번 삶에서도 찾아보겠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던 사람들이었다. 이번에 친부모라고 나타난 사람들을 만나고 나니 더 확실해졌다.
“저 친부모님이 보고 싶지 않아요. 솔직히 아까도 그 사람들이랑 있을 때 불편하고 집에 오고 싶었어요. 아빠랑 오빠들이랑 언니랑 같이 저녁이 먹고 싶었어요.”
“……그러니?”
로제테가 결연한 얼굴로 아드리안 공작을 올려다보았다.
“네, 전 아드리안이니까요. 제가 있을 곳은 여기예요.”
그런 소리를 들을 줄 몰랐다는 듯 공작이 놀란 얼굴을 했다가 이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로제테는 조심스러운 그의 손길에서 아빠가 안도했다는 사실을 느꼈다.
그녀는 아드리안이었다.
그녀의 가족 또한 아드리안가 사람들이었다.
머리 색이 다르고, 재능도 다르지만 자신들이 가족이란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지난 반년 넘게 그래 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그녀에게는 이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족이 있었다.
* * *
그날 저녁,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하더니 잠자리에 들 무렵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져 내렸다.
[삐이…….]삐삐가 잔뜩 겁에 질려 로제테의 옷 소매 속에 숨었다.
“괜찮아. 무섭지 않아. 내가 있는걸.”
과거에도 비가 이렇게 올 때면 여리고 작은 삐삐는 달달 떨었다. 그럴 때마다 로제테는 삐삐를 달래 주었다. 그래서인지 정작 그녀는 무서움을 느끼지 못했다.
지금도 로제테는 밖에서 내리는 비보다는 삐삐가 더 걱정되었다.
‘이런 건 예전이랑 똑같네.’
로제테가 풋 웃으며 삐삐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동안에도 비는 계속 내렸다.
심지어 창문 밖이 번쩍이더니, 저택이 떠나갈 정도로 천둥 소리도 들렸다.
[삣!]삐삐가 자지러질 정도로 놀라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괜찮아. 내일이면 또 해가 뜰 거야. 내가 노래 불러 줄까?”
[삐이.]로제테가 작게 자장가를 흥얼거리고 있을 때였다.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가 안으로 살금살금 들어왔다.
루카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