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64)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64화. 아드리안 영지행(64/214)
64화. 아드리안 영지행
2024.01.03.
“어? 꼬맹이 안 자네?”
“루카스 오빠?”
방에서 자고 있어야 할 루카스가 여기는 왜 온 걸까? 게다가 베개까지 품에 안고?
의아해하는 로제테의 얼굴를 루카스가 이리저리 바라보았다.
“안 울었네?”
“울어요? 제가요?”
“응. 나는 네가 천둥번개가 무서워서 우는 줄 알고 걱정돼서 왔어.”
“그런 걸로 울지 않아요.”
[삐이이.]“삐삐는 조금 놀랐지만요.”
“흐음, 그렇다면 다행인데.”
로제테의 눈가가 건조하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도 그는 돌아가지 않았다.
“오빠는 안 자요?”
“으음.”
잠시 고민하던 루카스가 로제테 옆에 털썩 누웠다.
“나 오늘 여기서 잘래.”
“네에?”
“혹시 모르잖아. 네가 내가 나간 뒤에 무섭다고 울지.”
“안 운다니까요.”
로제테는 발끝으로 루카스의 다리를 꾹꾹 밀었다. 얼른 가라는 무언의 신호였지만, 루카스는 온몸에 힘을 주며 버텼다.
결국 로제테가 포기했다.
“오늘만이에요.”
“알았어. 야, 삐삐. 너도 내가 오니까 좋지?”
[삐이이…….]“이것 봐. 삐삐도 좋대잖아.”
“삐삐는 성가시대요.”
“뭐어?”
루카스가 어느새 로제테의 베개 밑으로 들어간 삐삐에게 따져 물었다.
“야, 삐약이. 너 진짜 그렇게 말했어?”
[삐잇.]“진짜야?”
“오빠, 시끄럽게 하면 내쫓을 거예요.”
“내가 뭘 시끄럽게 했다고 그래.”
루카스가 투덜거리면서도 입을 다물었다.
그런데 그때 또다시 문이 열리며 검은 그림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뭐야? 루카스, 얘는 왜 여기 있어?”
이자벨이었다.
두 아이는 서로를 보며 어이없어 했다.
“누나는 왜 왔어?”
“나는 당연히……. 아무튼 너는 왜 여기 있어?”
“꼬맹이가 걱정돼서 왔지!”
씨익 웃은 루카스가 제 옆자리를 탁탁 두드렸다.
“잘됐다. 누나도 같이 자자.”
“싫어, 내가 왜.”
“꼬맹이가 무섭대.”
“제가 언제…….”
“알겠어. 오늘만이야.”
로제테가 채 부정도 하기 전에 대답한 이자벨이 루카스 옆에 누웠다. 큼지막한 침대는 세 아이가 누워도 반도 차지 않았다.
‘대체 왜 이렇게 된 거지?’
로제테는 천장을 보며 생각했다. 그 와중에도 바깥에선 계속 천둥소리가 들렸다.
그럴 때마다 루카스가 “걱정 마, 꼬맹아. 이 오빠가 지켜 줄게.”라고 말하며 그녀의 손을 토닥였다.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는데 말이다.
그렇게 세 번째 천둥이 울렸을 때였다.
앞선 두 번보다 더 조심스럽게 문이 열리더니, 다니엘이 나타났다.
그는 고개만 빼꼼 내밀어 안을 살폈다가 풋 웃었다.
“다들 여기 있었네.”
그가 빠르게 다가와 세 동생을 확인했다.
“두 사람은 로제테가 걱정돼서 온 거야?”
“응!”
“뭐, 딱히 걱정된 건 아니고.”
상반된 대답에 다니엘이 소리 내어 웃었다. 루카스가 이번에도 그에게 제안했다.
“형도 여기서 자고 가. 누나 옆에 누우면 되겠네.”
“아니, 나는…….”
“얼른!”
“그럼 그럴까?”
결국 루카스에게 진 다니엘이 이자벨의 옆에 누웠다. 그제야 침대가 반쯤 찼다.
“이렇게 다 같이 자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네. 그렇지, 얘들아?”
다니엘의 감탄 어린 말에 루카스가 낭랑하게 말했다.
“꼬맹이랑 자는 건 처음이잖아!”
“그건 그렇네.”
삐삐와 로제테의 소리만 들리던 방에서는 이제 아이들의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또다시 문이 열렸다.
이번에 올 사람은 뻔했다.
“아버지!”
루카스가 몸을 벌떡 일으켰다. 아드리안 공작이 옹기종기 붙어 있는 네 아이를 발견하고는 놀란 듯 눈을 떴다.
“다들 여기 있었구나.”
“우리 모두 꼬맹이가 무서워할까 봐 걱정돼서 왔어요!”
“네. 잠깐 보러 왔다가 얼떨결에 같이 자기로 했지만요.”
“누가 걱정했다고 그래.”
“안 무서운데…….”
아드리안 공작은 저마다 한마디씩 하는 아이들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루카스가 낭랑하게 물었다.
“아버지도 같이 주무실래요?”
“나는 괜찮단다.”
“에이…….”
“대신 너희가 잠들 때까지 옆에 있으마.”
그는 침대 옆에 의자를 갖고 와 앉았다.
그 후로도 한동안 아드리안가 사 남매의 수다가 계속되었다.
그러다 로제테는 문득 깨달았다.
‘천둥 번개는 핑계였구나.’
물론 천둥 번개도 이유 중 하나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가족들은 행여나 오늘 실망했을 로제테를 위해 찾아온 것이었다. 혹시라도 그녀가 실망감에 혼자 훌쩍이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괜한 걱정인데.’
그렇지만 마음이 따뜻해졌다. 아주 잠시나마 친부모를 만나겠다고 했던 것을 후회했을 정도로.
이런 좋은 가족을 놔두고 왜 한 번도 보지 않은 친부모를 궁금해했던 걸까.
로제테는 이불을 꼬옥 쥐며 눈을 감았다.
“야, 꼬맹이. 자?”
루카스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오늘도 행복하지만,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행복한 하루가 되길.
* * *
아드리안 공작은 심각한 얼굴로 보고서를 들여다보았다.
그의 보좌관이 오늘 잡은 여인을 심문한 내용을 요약해서 설명해 주었다.
“여자의 이름은 아니타 그웰린입니다. 인신매매상에서 일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 인신매매라는 게 설마…….”
“네. 주로 작은 아가씨 같은 아이들을 납치해서 귀족들에게 넘긴다고 하더군요. 아니타 그웰린 말에 의하면 아가씨를 원하는 이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보좌관이 목소리를 낮췄다.
“……그래.”
아드리안 공작의 얼굴이 더욱 심각해졌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긴 했어.’
아드리안은 제국 사람들이라면 어린애도 알 정도로 유명했다. 심지어 인근 왕국 귀족들도 그 이름을 알았다.
유명한 만큼 따라오는 부작용도 있었다. 의도하지 않아도 적들이 생겼고, 아드리안의 명성과 부를 노리는 사람들을 접하게 됐다.
특히 만만한 게 아이들이었다. 아드리안 공작은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태어난 순간부터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애썼다. 로제테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어떻게 보면 로제테는 사람들의 먹잇감이 되기 더 쉬웠다.
귀족가에 대해 잘 모르는 어리숙한 꼬마 아이. 게다가 다른 아드리안과 달리 검에 재능이 없고 몸도 작고 여렸다.
해치고자 하면 쉽게 해치울 수 있다는 소리였다.
그래서 공작은 로제테가 마법에 재능이 있다는 점을 다른 의미로도 다행이라고 여겼다. 호신술을 쓰진 못해도 마법으로 충분히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그녀의 마법 실력이 예상보다도 훨씬 더 뛰어난 것을 알았을 때, 아니, 천재라고 불릴 정도라는 것을 알았을 땐 만감이 교차했다.
‘기쁘기도 했지만 걱정도 됐지.’
자식이 능력 있다는 데 싫어할 부모가 어디 있을까.
다만 로제테가 시련을 겪을까 봐 불안했다.
평민 출신 입양아라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텐데 마법 재능까지 월등하다니. 멋 모르는 사람들이 본다면 아드리안 공작이 그녀의 재능을 탐내 입양한 것처럼 보이지 않나.
‘또 그녀를 노리는 사람도 생길 것 같았지.’
그래서 최대한 로제테에 대한 정보를 숨겼다. 그녀가 그를 구했다는 것도 숨기고 패밀리어를 소환했다는 것도 숨겼다.
그러나 황후의 독살을 막은 뒤로 로제테는 주목받았다. 키쉬 나무 이파리를 밝혀낸 게 그녀의 패밀리어라는 게 알려지면서 자연스럽게 마법 실력도 주목받았다.
게다가 이번엔 대규모 사고까지 막아 세간의 이목을 완전히 집중시켰다.
그러니 그녀를 노리는 사람이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하기는 했는데.
그래도 이런 식으로 나타날 줄은 몰랐다.
인신매매라고?
만약 로제테를 구하지 못했다면 대체 무슨 일을 당했을까.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생각하는 공작의 눈이 매섭게 빛났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보좌관에게 지시했다.
“아니타 그웰린을 좀 더 심문해라. 절대 죽여서는 안 되니 셀린느에게 치유 마법을 쓰라고 시켜. 자결도 막아야 한다.”
“네.”
“배후를 조사해서 인신매매상을 잡아 낸다. 제국 에 그런 것들이 돌아다니게 놔둘 수는 없지.”
“알겠습니다.”
“계속해서 특이사항이 생기면 보고하도록.”
아드리안 공작은 자리에서 일어나 지금은 자고 있는 아이들을 찾아갔다.
다니엘, 이자벨, 루카스 그리고 로제테가 한 침대에서 사이좋게 자고 있었다.
로제테의 베개 옆에서 자던 삐삐가 인기척을 느끼고 눈을 떴다.
[삐이?]“쉬잇. 로즈가 깨지 않느냐.”
눈을 끔뻑이던 삐삐가 상대를 확인하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아드리안 공작은 삐삐의 머리를 엄지로 쓸어 준 뒤 로제테의 이마에도 가볍게 입을 맞췄다.
“좋은 꿈 꾸렴, 아가.”
나쁜 것들이 오지 못하게 이 아빠가 지켜 줄 테니, 너는 좋은 것만 보고 자라거라.
속으로 중얼거린 아드리안 공작은 조심히 방에서 나와 세바스찬에게 지시했다.
“영지에 갈 준비를 하거라.”
“영지…… 말입니까?”
“그래.”
세바스찬이 조금 놀랐다. 아드리안가 사람들은 가을까지 수도에서 지내고 겨울에 영지로 떠나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아직 가을이었다.
“확실히 수도는 수상한 이들이 돌아다니기에 좋지. 당분간 수도에 오지 않고 영지에서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보면서 지내야겠어.”
“알겠습니다. 바로 떠날 준비를 하라고 지시하겠습니다.”
“고맙다.”
“제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래.”
아드리안 공작은 세바스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 뒤 다시 방으로 향했다.
* * *
갑작스럽게 가족들의 아드리안 영지행이 결정됐다.
아침 훈련도 건너뛰고 로제테의 침대 위에서 뒹굴고 놀고 있던 사 남매가 세바스찬의 말에 놀랐다.
“아드리안 영지? 갑자기 왜?”
“주인님께서 작은 아가씨께 영지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겨울도 좋지만 가을 모습도 예쁘지 않습니까.”
“그건 그래! 꼬맹아, 너도 알고 있겠지만 우리 아드리안 영지는 제국 북부에 있어. 겨울이 다른 곳보다 빨리 찾아와! 아마 지금 가도 단풍이 들어 있을걸?”
“우와아.”
“수도보다 눈도 많이 온다? 가면 눈도 질리도록 볼 수 있어!”
[삣!]로제테보다 삐삐가 더 신났다. 루카스가 쫑쫑 뛰는 삐삐의 부리를 톡 두드렸다.
“당연히 너도 같이 가야지, 삐삐!”
“주인님께서는 황제 폐하를 알현하러 가셨습니다. 돌아오시면 바로 떠난다고 하니 얼른 준비하시죠.”
“알겠어! 다들 준비하자!”
사 남매는 각자 방으로 흩어져서 짐을 챙겼다. 로제테 또한 하녀들과 함께 꼭 필요한 짐을 챙겼다.
“이 인형 가져가도 될까?”
로제테가 안토니 헉슬리가 선물해 준, 사실은 본래 그녀가 갖고 있던 인형을 품에 안고 묻자 조앤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가방에 넣을게요.”
“으응, 고마워.”
그렇게 다들 분주히 움직이고 있을 때였다.
[삐이?]로제테의 머리 위에 앉아 있던 삐삐가 창가로 쪼르르 날아갔다.
바깥에는 실버가 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소식을 들은 조슈아가 실버를 보낸 것이다.
이제 숨길 필요가 없는데도 실버는 굳이 로제테의 방 창문을 넘어 들어왔다.
“꺄아악!”
“늑대다!”
로제테의 짐을 챙기던 하녀들이 난리가 났다. 공부책을 챙기다가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뺴꼼 내민 로제테가 실버를 반겼다.
“실버! 여기야!”
실버가 쏜살같이 달려와 로제테를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