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65)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65화. 5년 뒤(1)(65/214)
65화. 5년 뒤(1)
2024.01.04.
“아가씨!”
조앤이 놀라서 실버를 떼어 놓으려고 했지만, 실버는 아랑곳하지 않고 로제테의 뺨을 핥았다.
“아하하, 간지러워. 그만해. 조앤, 걱정하지 않아도 돼. 실버는 황자님의 패밀리어야.”
“패밀……리어요?”
“응! 게다가 날 좋아해서 물지 않아. 그렇지, 실버?”
로제테가 실버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 코에 코를 비비는데, 목걸이에서 조슈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조앤과 하녀들이 상황을 깨닫고 모두 방에서 나갔다.
<스승님께 들었어. 오늘 아드리안 영지에 간다지?>
“네. 아빠가 돌아오면 바로 떠난댔어요. 인사도 못 하고 가서 죄송해요.”
<죄송은 무슨.>
조슈아가 그답지 않게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래도 봄이면 다시 올 테니까…….”
<스승님이 아직 말 안 하셨어?>
“뭘요?”
<…….>
“황자님?”
잠시 뜸을 들이던 조슈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가면 한동안 수도에 안 올 계획이라고 하시던데.>
“한동안이라면 얼마나요?”
<한 4, 5년? 다니엘이 성인이 되려면 5년 남았으니까, 그때까지는 영지에 계속 계실 모양이야.>
“왜요?”
<왜겠어.>
로제테는 나름대로 그 이유를 추측해 보았다.
“설마 저 때문에요?”
<설마가 아니라 사실이지.>
“하지만…….”
<나는 스승님의 생각이 옳다고 해. 안 그래도 이번에 또 뭔 일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네.”
로제테가 음울하게 속삭였다.
“제 부모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저를 납치하려고 했어요. 절 이상한 귀족에게 팔려고 했대요.”
<그래서 스승님이 아드리안 영지행을 택한 거야. 영지라면 외지인이 쉽게 들어와 돌아다닐 수 없으니까.>
“아하.”
솔직히 로제테는 아드리안 영지에서 4, 5년을 지낸다고 해도 가늠이 되지 않았다.
아까 열심히 떠들어댄 루카스의 말을 들으면 영지가 수도보다 할 게 더 많다고 했다.
수도만큼 최신 유행을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로제테는 유행에 민감하지 않으니 괜찮았다.
‘제인 언니를 당분간 못 보겠지만…….’
그것 또한 아드리안 공작을 따라올 때 다짐한 거였으니 상관없었다.
다만.
“당분간 황자님도 못 만나겠네요.”
조슈아를 못 본다는 게 굉장히 아쉬웠다. 아무래도 지난 몇 달간 조슈아와 비밀을 공유하며 정이 든 모양이었다.
<뭐, 그렇겠지.>
더 슬픈 건 조슈아는 그 사실에 아무렇지 않은 것 같다는 점이었다.
로제테는 괜히 우울해서 실버의 목덜미를 꽉 끌어안았다.
황자님은 저를 못 만난다는데 아무렇지도 않으세요?
그 질문이 턱끝까지 차올랐지만, 차마 묻지 못했다.
<그래도 그게 널 위한 길이니 어쩔 수 있나.>
“제가 없으면 황후님도…….”
<이제 우리가 아는 정보로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어. 알잖아. 네가 있다고 해도 큰 도움은 안 될 거야. 어마마마는 내가 지키면 되니까.>
“네에.”
<그니까 내 말은…….>
조슈아가 한숨을 쉬었다.
<나나 어마마마 걱정은 하지 말고 그냥 푹 쉬고 오라는 뜻이야.>
“네?”
<걱정하면 키가 크지 않는다고 다니엘이 그러더군. 안 그래도 또래보다 작은데 더 안 크면 안 되지.>
“지금 저를 놀리는……!”
로제테가 발끈해서 소리치려고 할 때였다. 조슈아가 진지하게 속삭였다.
<그러니 조심히 다녀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네……?”
로제테가 얼떨떨해하자 조슈아가 살짝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뭐, 네가 없으면 좀 심심하긴 하겠어.>
별것 아닌 이야기였다.
보고 싶을 거라는 감동 어린 말과는 전혀 상관 없는 말.
그런데도 로제테는 마치 고백이라도 들은 것처럼 심장이 뛰었다. 얼굴도 순식간에 빨개졌다.
조슈아가 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실버가 그런 그녀의 손등을 혀로 핥았다.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해.>
“으으, 네.”
실버가 다시 한번 로제테의 뜨거운 뺨을 핥은 뒤 떠나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며 루카스가 재촉했다.
“꼬맹이, 다 준비했어? 아버지 오셨어!”
“아, 네에! 나갈게요!”
로제테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방을 나섰다. 그런 그녀의 뒤를 삐삐가 뒤따라갔다.
* * *
[클라라에게.안녕! 인사도 못 하고 와서 미안해. 아빠가 갑작스럽게 결정하셨거든.
나는 며칠 전에 아드리안 영지에 도착했어.
여기는 듣던 것보다 훨씬 더 근사해. 저택 뒤에 아주 높은 산이 있는데, 벌써 산에 단풍이 들었어.
루카스 오빠 말로는 겨울에 눈도 많이 온대. 수도에도 눈이 오긴 하지만 많이 오지는 않잖아. 그래서 기대 중이야.
그러고 보니 여기는 헤이즐넛이 유명하대. 헤이즐넛으로 만든 과자도 많아. 편지와 함께 보낼게.
아 참, 티파티에 초대해 줬는데 가지 못해서 미안해. 수도에 돌아가면 다시 초대해 줘, 알겠지?
그럼 잘 지내.
로제테가.] [로제테에게.
소식 들었어. 안 그래도 아드리안가 사람들이 갑자기 영지에 갔다고 해서 수도가 떠들썩하더라고.
티파티에 못 오는 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던 일이니까 별수 없지. 당연히 다시 초대할 거야. 네가 수도에 돌아오는 날만 기다리고 있어. 얼른 돌아왔으면 좋겠다.
보내 준 헤이즐넛 초콜릿 잼은 잘 먹고 있어. 토스트에 발라먹으면 참 맛있더라. 달콤하면서도 은은하게 헤이즐넛 향이 나는 게 좋아.
언니가 먹자마자 다 먹으려고 해서 말리느라고 애 좀 썼다니까. 혹시 조금 더 보내 줄 수 있을까? 대신 내가 우리 영지에서 나는 장미 잼을 보내 줄게!
아무튼 편지 자주 해. 그럼 또 편지하자.
널 그리워하는 클라라가.]
* * *
[테레사에게.오랜만이야, 테레사.
벌써 아드리안 영지에 온 지도 3년이 지났네.
나는 그동안 잘 지냈어. 이제 완전히 영지에 적응한 것 같아. 처음엔 코가 떨어질 것처럼 추웠는데, 지금은 겨울이 그렇게 춥지 않아.
물론, 춥긴 추워. 그래도 눈이 많이 와서 루카스 오빠와 썰매 타기 딱 좋아.
조만간 클라라와 함께 놀러 오지 않을래? 클라라에게도 편지를 보내 놨어.
아빠에게도 허락 맡았으니까 아무 때나 와도 돼. 참고로 여기는 여름에 오는 게 좋아. 수도보다 여름이 시원하거든.
그럼 답장 줘.
로제테가.] [로제테에게.
네 편지를 보자마자 부모님께 허락을 구했어. 혹시 부모님도 같이 가도 되니? 아무래도 나와 클라라만 보내기는 걱정되시는 모양이야.
나도 꼭 놀러 가고 싶어.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잖아. 꼭, 꼭 갈래.
그럼 답장 줘.
테레사가.] [테레사에게.
당연히 되지. 네 오빠들도 와도 돼.
너무 기대된다.
그럼 날짜 정해서 다시 연락 줘.
신이 잔뜩 난 로제테가.]
* * *
격조했습니다, 전하.
이렇게 인사를 쓰는 게 맞을까요? 노이어 부인께선 이렇게 가르쳐 주셨거든요.
전하께 편지를 쓰기는 하지만, 이 편지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아빠가 황궁에 검열이 더 강화됐다고 들었거든요.
그러니까, 황후 전하께서 편지와 같이 온 폭발물에 큰일이 나실 뻔한 이후예요.
황후 전하는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소식을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범인은 아직도 못 잡혔다고 하던데, 또다시 황후 전하를 노리면 어떡하나요. 무척 걱정돼요.
전하께서는 어떻게 지내셨나요? 실버는요?
저에 대해 물어보신다면-물론 궁금하시진 않았을 것 같지만- 저는 정말 잘 지냈어요. 계속해서 체력 단련과 검술 연습도 해서, 나름대로 루카스 오빠와 대련도 할 수 있답니다.
루카스 오빠가 봐주는 거 아니냐고요? 맞아요. 루카스 오빠는 대련하는 내내 실실거리면서 저를 놀려대요.
그렇지만 마법은 제가 더 잘 쓰니 괜찮아요. 마나 코어도 제법 커졌어요. 하지만 아빠가 부탁한 대로 마법을 잘 안 쓰고 있어요.
이것도 궁금해하시지 않겠지만, 얼마 전엔 친구도 다녀가서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친구들과 있으니 얼른 수도로 돌아가고 싶어요.
아빠에게 수도에 가고 싶다고 말했지만 아직은 안 된대요. 언제쯤 돌아갈 수 있을까요?
더 하고 싶은 얘기는 많은데, 다른 사람이 제 편지를 먼저 읽어 본다고 생각하니 차마 못 하겠어요.
그냥 전하의 안부가 궁금해요.
바쁘신 건 알지만, 이 편지를 받으면 받았다는 의미로 짧은 편지라도 보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냥 점 하나만 찍어 주셔도 괜찮아요. 그냥 답장만 보내 주세요.
그럼 이만 줄일게요.
로제테 아드리안.] [.] [앞장에 쓴 건 장난이었어.
어마마마는 무사하시다. 다만 그 일 이후로 부쩍 건강이 안 좋아지신 느낌이라 걱정이야.
나도 별일 없어. 그냥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지.
아,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폐, 그분께서 날 전보다 예의주시하는 느낌이야. 아마도 실버를 소환한 이후겠지.
그거 말고는 특별한 건 없다.
안 그래도 이번에 스승님이 황궁에 왔다 가셨던데, 너희들 아무도 안 왔더군. 다니엘 정도는 올 줄 알았는데.
스승님께서도 다 생각이 있을 테니, 조금만 더 참도록 해. 나중엔 수도에 오기 싫어도 와야 할 테니까.
아무튼 나도 네게 할 말이 많은데 편지로 할 말은 아니라서 쓰진 않겠어. 추후 만나서 얘기하지.
어쨌든 잘 지낸다니 다행이군.
그럼 이만.
J. N. E]
* * *
[클라라에게.클라라, 안녕? 잘 지내고 있어?
어느새 내가 영지에 온 지도 5년이 지났어. 시간이 정말 빠르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
있지! 나 이번 봄에 수도로 갈 것 같아! 다니엘오빠가 올해 성년이 되거든! 데뷔탕트를 치르러 수도에 갈 건데, 그때 다같이 갈 것 같아.
게다가 이건 비밀인데, 다니엘 오빠가 검술 대회에 나갈 예정이거든. 그래서 다들 응원하러 갈 거야. 너랑 테레사만 알고 있어!
이번에 가면 꼭 티파티에 초대해 줘. 나 정말 기대하고 있거든. 알겠지?
너희를 만날 생각에 신이 난 로제테가.] [로제테에게.
정말? 나 네 편지를 읽자마자 소리를 질렀어. 같이 있던 데이지 언니가 시끄럽다며 뭐라고 했지만, 알게 뭐니! 내가 신나는데!
너무 신나. 언제 와? 네가 오는 날에 맞춰서 티파티를 열 거야. 너무 기대돼.
너 같은 천재 마법사가 내 친구라고 알리는 첫 티파티잖아. 엄청 화려하게 꾸밀 거야.
얼른 왔으면 좋겠다.
조심히 와.
벌써부터 신이 난 클라라가.]
* * *
“이것 좀 봐, 삐삐.”
[삐이?]꽃병에 꽂힌 꽃잎을 물어뜯던 삐삐가 포르르 날아와 로제테의 어깨에 앉았다.
로제테가 자수를 놓고 있던 손수건을 펼쳐 삐삐의 눈앞에 갖다 댔다.
“어때? 나 많이 늘었지?”
[삐이?]삐삐가 고개를 이리 갸웃, 저리 갸웃거렸다. 차마 말은 안 했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로제테가 금방 시무룩해졌다.
“별로야?”
[삣! 삐잇!]아니, 그게 아니라!
삐삐가 뒤늦게 변명했지만 이미 늦었다. 로제테는 손수건을 내려놓으며 한숨을 푹 쉬었다.
“나도 알아. 내 자수 실력이 엉망이라는 거.”
그동안 시간이 빠르게 흘러 로제테가 아드리안영지에 온 지도 벌써 5년이나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