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66)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66화. 5년 뒤(2)(66/214)
66화. 5년 뒤(2)
2024.01.05.
지난 5년 동안 특별한 일은 없었다. 아드리안 공작의 보호 아래서 사 남매는 때로는 자유롭게, 때로는 엄격하게 자랐다.
클라라와 테레사가 놀러 온 것이 가장 큰 이벤트였다.
그리고 로제테는 몇 달 전 열세 살이 되었다.
그동안 그녀는 부쩍 자랐다. 팔다리는 더욱 길쭉해졌고, 젖살이 통통하게 올랐던 얼굴도 조금 갸름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또래보다 작았다. 로제테는 왜 잘 먹는데도 포동포동해지지 않는지, 여전히 아드리안가 사람들에 비하면 작은 것인지 궁금했다.
하루는 아드리안 공작도 비슷한 의문을 표시했다.
‘우리 애들은 이맘때쯤 이것보다 한 뼘은 더 컸는데, 로즈는 왜 잘 먹여도 작지?’라는 질문에 가문의 주치의는 ‘타고나신 체격이 작으신 모양입니다.’라고 답했다.
살이나 근육이 잘 오르지 않는 것도 다 타고난 체질 탓이라고도 덧붙였다.
그 말을 들은 아드리안 공작은 ‘우리 로즈는 기사가 아니라 마법사가 될 운명이었구나. 더 잘됐지, 뭐니?’라며 우울해하는 로제테를 달래 주기도 했다.
‘뭐 그래도 댈러스가에 있을 때에 비하면 많이 컸어.’
체형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
일단 로제테는 이제 완벽하게 귀족 사회에 적응했다. 예법도 완전히 익히고, 역사나 지리 같은 과목도 많이 공부했다.
마법 실력은 부쩍 많이 늘었다. 로제테는 지난겨울에 열세 살이 되었는데,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마나 코어가 많이 커졌다. 회귀 전, 열여섯 살 정도 되는 실력이었다.
다만, 이상하게 자수 실력은 늘지 않았다. 자수를 연습하는 시간은 로제테가 훨씬 많았는데도 실력은 이자벨이 더 좋았다.
‘난 정말 손재주가 없나 봐.’
로제테가 삐뚤빼뚤한 자수가 수놓아진 손수건을 노려보았다.
저건 다니엘에게 줄 선물이었다.
올해 다니엘은 열아홉 살, 즉 제국법으로 성년이 되었다. 그리고 그는 성년이 되자마자 벼르고 있던 무투 대회를 참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래서 로제테는 다니엘의 무운을 빌며 그에게 선물할 손수건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솜씨가 좋지 않아 손수건을 벌써 여러 개 망쳤다.
심지어 자수를 본 루카스는 배꼽을 잡고 웃었다. 삐삐가 만들어도 그것보다는 나을 거라나 뭐라나.
심지어 삐삐가 ‘차라리 내가 해 볼까?’라고 거들먹거려서 로제테는 더욱 심술이 났다.
‘그래 놓고선 하나 만들어 달라고 했지. 만들어 주나 봐라.’
로제테는 입술을 삐죽이다가 다시 수를 놓기 시작했다. 옆에서 삐삐가 지저귀며 응원하는 소리를 들으니 기운이 났다.
그렇게 집중해서 자수를 놓고 있는데, 문이 벌컥 열리며 루카스가 들어왔다.
“야, 꼬맹이!”
로제테는 깜짝 놀라 손수건을 등 뒤로 숨겼다.
“깜짝 놀랐잖아요!”
“뭘 그렇게 놀라.”
루카스가 낄낄거렸다. 올해로 열다섯 살이 된 루카스는 아이의 티를 완전히 벗고 소년이 되어 있었다.
매일 햇빛 아래에서 훈련한 덕분에 피부는 적당히 그을려 있었고, 몸도 제법 다부져졌다.
그러나 로제테를 놀리는 것을 좋아하는 건 여전했다. 장난스러운 표정도 똑같았고.
로제테가 볼을 빵빵하게 부풀렸다.
“또 놀리려고 왔죠?”
“놀리기는. 그래서 잘돼 가고 있어?”
“안 보여 줄 거예요.”
로제테는 흥, 소리를 내며 손수건을 얼른 서랍에 넣었다. 루카스가 아쉬운 듯 혀를 찼다.
“그것보다 다니엘 형이 대련하는 거 보러 가지 않을래?”
“대련?”
“응. 이제 두 달 뒤면 검술 대회잖아. 막바지 연습하는 거지.”
“좋아요!”
로제테는 루카스와 함께 저택에서 조금 떨어진 연무장으로 향했다. 그곳에선 이미 다니엘과 기사가 대련을 하고 있었다.
“루카스, 로즈.”
연무장 가장자리에 서 있던 이자벨이 손짓했다. 그의 옆으로 달려간 로제테가 이자벨을 보며 새삼 감탄했다.
‘언니도 많이 자라긴 했구나.’
올해로 열여섯 살이 된 이자벨은 누가 아드리안가 사람 아니랄까 봐 키가 컸다. 지난번에 쟀을 때 170cm가 넘었다고 했는데, 제국의 평균 키보다 훨씬 큰 수치였다.
게다가 팔다리가 늘씬하고 길어서 로제테는 그녀를 볼 때마다 동물도감에서 보았던 재규어가 생각났다.
‘나도 언니처럼 되고 싶은데…….’
그녀는 시무룩하게 이자벨과 자신의 그림자를 비교해 보았다.
키가 큰 다른 형제들에 비해 로제테는 작았다. 150cm가 조금 넘은 키였는데, 아직 성장기가 남았다는 것을 생각해도 작은 키였다.
‘물론 댈러스가에 있을 때엔 성인일 때도 150cm가 되지 않았지만…….’
다니엘과 루카스도 부러웠지만, 보기 좋게 근육이 잡힌 이자벨을 볼 때면 더 크고 싶다는 욕심이 들고 마는 것이다. 어느새 이자벨은 로제테의 우상이 되어 있었다.
“뭘 그렇게 보니?”
“언니가 너무 멋져서요.”
“뭐?”
“헤헤.”
로제테가 웃자 이자벨이 픽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귀가 빨개졌다. 여전히 솔직하지 못한 언니였다.
눈치 없는 루카스가 이자벨을 놀려대기 시작했다.
“우와앗! 누나 얼굴 빨개졌다!”
“조용히 못 해?”
그래도 루카스가 요상한 소리를 내며 웃자 이자벨이 바닥에 두었던 목검을 들었다.
“너 자꾸……!”
“안 돼요!”
로제테가 팔을 벌리며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대련을 보러 왔잖아요. 그렇죠?”
이자벨이 로제테를 흘끔거렸다가 다시 목검을 내려 두었다.
“너, 로즈 때문에 봐준 줄 알아.”
“헹.”
혀를 내보인 루카스가 나무 그늘 밑에 털썩 앉았다. 로제테도 그의 옆에 앉아 대련을 구경했다.
다니엘의 대련 상대는 케런 경이었다. 로제테는 다소 긴장했다.
“오빠 괜찮을까요?”
“왜?”
“케런 경은 지난해 아드리안 검술 대회 우승자잖아요.”
이자벨이 심드렁하게 답했다.
“엄밀히 따지면 지난해 우승자뿐만 아니라 3년 연속 우승자였지.”
아드리안 공작은 매년 기사들의 사기를 불어넣기 위해 자체적으로 검술 대회를 열었다. 우승하는 사람에게는 어마어마한 상금이 주어졌다.
워낙 능력 있는 기사도 많아서 황실 주최 검술 대회만큼이나 열기가 뜨거웠다. 우승자는 검술 대회에서도 우승 후보로 거론될 정도였다.
크리스 켈런은 그런 대회에서 무려 3년 연속 우승한 능력자였다.
‘물론 사람은 참 좋아.’
크리스는 종종 로제테나 삼 남매의 자세를 고쳐 주거나, 단점을 분석해 주는 등 친절을 베풀었다.
그것 외에도 워낙 성격이 좋아 동료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다고 했다. 그를 사모하는 하녀도 꽤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승부욕이 강해서 대련만큼은 상대가 누구든 봐주지 않는다고 했다. 로제테는 크리스와 대련한 기사들이 종종 ‘살살 좀 하지 말입니다!’라고 외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런 사람이니 상대가 다니엘이라고 다를까. 분명 전력을 다해서 싸울 게 분명했다.
물론 다니엘의 실력도 장난 아니지만, 경력에서 차이가 나지 않나.
“저러다가 다니엘 오빠가 시합을 앞두고 다치기라도 하면…….”
루카스가 푸하하, 하고 웃었다.
“다니엘 형이? 다쳐? 켈런 경에게?”
그가 로제테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꼬맹아, 잘 봐 둬. 다니엘 형이 얼마나 대단한지!”
“으응.”
로제테는 루카스의 팔을 조심스럽게 떼어 놓으며 대련에 집중했다.
검은 머리에 푸른 눈을 가진 크리스 켈런이 기합을 넣으며 다니엘에게 달려들었다. 로제테는 간신히 그의 움직임을 좇을 수 있었다.
로제테가 저도 모르게 입을 막으며 헉, 소리를 냈다. 동시에 챙, 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다니엘이 크리스의 검을 막았다.
크리스는 조금도 주춤하지 않고 몸을 돌려 다니엘의 허리를 노렸다. 다니엘이 검을 맞대는 대신 몸을 비틀어 피했다.
기사들 사이에서도 감탄사가 새어 나왔다.
“역시 다니엘 도련님이셔.”
“근육이 많지는 않으셔서 아직 힘이 조금 달리시지만, 그만큼 민첩하시지.”
로제테는 고개를 돌려 옆에 앉은 루카스와 그 옆에 서 있는 이자벨을 흘끔거렸다.
두 사람은 로제테보다도 더 진지한 얼굴로 다니엘에게서 시선 한번 떼지 않았다.
이럴 때 보면 두 사람이 천상 기사라는 게 느껴졌다.
로제테는 쭉 뻗은 발을 앞뒤로 까딱이며 대련을 마저 구경했다.
그 후로 대련은 대련이 아니라 진짜 싸움인 것처럼 치열해졌다.
두 사람의 속도도 점차 빨라져 로제테는 움직임을 눈으로 따라갈 수 없었다. 그저 검이 맞부딪치는 날카로운 파열음이 들릴 때마다 몸을 흠칫흠칫했을 뿐이다.
치열한 공방이 계속해서 이어지는데, 이자벨이 탄성을 내뱉었다.
“아……!”
“누나 왜? 나도 말해 줘!”
루카스가 재촉했지만 이자벨은 들리지 않는지 대련에 집중했다. 칫, 소리를 낸 루카스도 다시 다니엘을 바라보았다.
다니엘의 검이 큰 호적을 그리며 크리스를 향해 뻗어져 나갔다. 그 순간 연무장에 모래가 날리며 두 사람의 주위가 뿌예졌다.
로제는 입을 막으며 콜록이면서도 눈은 부릅 떴다
그때였다.
‘어?’
로제테는 다니엘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의 기운을 느꼈다. 마검사가 아닌 기사에게서 마나가 느껴진다는 게 의미하는 건 한 가지뿐이었다.
‘오러 발현……?’
그를 증명하듯, 뿌연 모래 연기 속에서 다니엘의 따뜻함을 닮은 노란색 빛이 보였다.
로제테와 루카스가 동시에 벌떡 일어났다. 이자벨은 아까보다 더 큰 탄성을 내뱉었다. 기사들 사이에서도 ‘오오오!’하는 감탄사가 퍼져 나왔다.
다니엘과 크리스 사이에서는 더 이상 검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어렴풋이 두 사람이 멈춰 있는 인영이 보였다.
잠시 후 모래 바람이 어느 정도 가라앉았을 때, 로제테는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볼 수 있었다.
다니엘이 크리스의 목에 검을 갖다 댄 채 서 있었다.
그의 검은 노란색 오러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오러가 검 끝에서부터 뻗어져 나와 크리스의 목에 닿을 듯 말 듯 한 곳에 멈춰 있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오러에 목이 벨 것 같은 거리였다.
크리스는 다니엘의 허리춤에 검을 댄 채로 멈춰 있었다.
허리와 목. 승부는 이미 결정난 상황이었다.
잠시 망설이던 그가 뒤로 물러서며 순순히 인정했다.
“제가 졌습니다, 도련님.”
그 순간, 그들을 삥 둘러싸고 지켜보던 기사들 사이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도련님이 이기셨다아!”
“큰 도련님께서 이제 오러도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아시는 것 같은데요?”
로제테도 신나서 두 손을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다니엘 오빠가 이겼다!”
“역시 형이 이겼어!”
로제테와 루카스는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만끽했다. 이자벨은 그런 두 동생을 보고 피식 웃었다.
“다들 여기 있었네?”
기사들의 축하를 받던 다니엘이 턱에 맺힌 땀을 손등으로 닦으며 다가왔다. 로제테가 미리 챙겨 두었던 수건과 물통을 건넸다.
“오빠, 여기.”
“고마워, 로즈.”
로제테는 물을 마시는 다니엘을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처음 보았을 때만 해도 소년이었던 그는 이제 완전히 어른이 되어 있었다.
키와 체격도 아드리안 공작과 비슷해져서, 뒷모습을 본다면 누가 누군지 구분이 힘들 정도였다.
‘사실 얼굴도 다니엘 오빠가 아빠를 제일 닮긴 했지.’
목소리도 완전히 변성기가 끝나서 예전보다 한층 낮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부드러워서 듣기 좋은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