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67)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67화. 로제테의 호위 기사(67/214)
67화. 로제테의 호위 기사
2024.01.06.
시선을 느꼈는지 다니엘이 그녀를 내려다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왜 그렇게 보니?”
“그냥 오빠가 대단한 것 같아서요.”
로제테가 두 엄지를 치켜세웠다.
“아까 그거 오러죠? 그럼 이제 오빠도 아빠처럼 소드 마스터가 된 건가요?”
“아니, 아직은 아니야.”
다니엘이 한쪽 눈을 찡그리며 웃었다.
“아버지 같은 소드 마스터가 되려면 조금 더 오러를 자유자재로 다뤄야 해. 솔직히 아까는 오러가 내 뜻대로 나온 건 아니었어.”
로제테가 박수 쳤다.
“그래도 대단해요!”
“고마워. 조금 부끄럽네. 아무튼 더 열심히 해야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소드 마스터가 되려면 말이야.”
로제테는 새삼 감회가 새로웠다.
‘다니엘 오빠가 진짜로 소드 마스터가 될지도 모른다니…….’
로제테는 비록 검술 실력은 많이 늘지 않았지만, 그동안 공작이나 삼 남매에게 수업을 들으며 보는 눈을 길렀다.
그녀가 보기에도 다니엘은 부쩍 실력이 늘었다. 그동안 몇 번 오러를 검에 희미하게 두른 적이 있었는데, 오늘은 잠깐이지만 선명한 오러를 만들어 내지 않았는가.
과거, 어릴 때는 검술 유망주였지만 다친 다리 때문에 기사의 길을 포기했던 것과 전혀 다른 성과였다.
로제테는 자신이 다니엘의 미래를 바꾸었다는 것에 기뻤다.
“저는 오빠가 검을 계속 쓸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그래? 내가 검을 쓰지 않으면 뭘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죠.”
로제테는 그저 헤헤, 하고 웃었다.
그때 로제테는 다니엘 뒤로 보이는 익숙한 두 얼굴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조셉! 멜로디!”
저 멀리 오서 남매가 다정하게 손을 잡고 연무장에 나오고 있었다.
“어? 아가씨 나오셨네요.”
“아가씨!”
두 사람이 로제테의 목소리를 듣고 뛰어왔다. 로제테는 멜로디의 손을 잡고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멜로디! 뭐 하고 왔어?”
“저는 오빠와 함께 점심 먹고 왔어요. 아가씨는요?”
멜로디가 해맑게 웃었다.
지난 5년 동안 큰 변화가 있었다면, 로제테와 멜로디의 관계가 변화했다는 것이었다.
5년 전에만 해도 두 사람은 친구처럼 지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멜로디는 로제테와의 신분 차이를 깨달은 모양이었다. 로제테가 괜찮다고 하는데도 그녀를 꼬박꼬박 아가씨라고 불렀다.
로제테는 그게 좀 슬펐지만, 멜로디의 뜻을 존중해 주기로 했다. 언제까지 친구로 지낼 수 없다는 것을 그녀 또한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마법 수업은 여전히 같이 듣고, 같이 놀기도 하니까.’
호칭은 바뀌었어도 두 사람이 친구인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런데 멜로디, 또 키가 컸어?”
로제테가 새삼 멜로디의 눈높이가 살짝 더 높아졌다는 것을 깨닫고는 놀라서 물었다.
멜로디가 제자리에서 빙그르르 돌았다.
“아가씨가 보기에도 그래요? 오빠가 그러는데, 저 또 키가 컸대요!”
“부럽네.”
지난 5년 동안 멜로디는 꽤 성장했다.
로제테에게는 슬픈 일이었지만, 엇비슷했던 키도 지금은 그녀보다 더 컸다.
‘이상해. 나도 열심히 먹고 있는데…….’
왜 포동포동해지지도 않고 키도 안 크는 걸까?
로제테가 콧잔등을 찌푸리며 고민하자 조셉이 호탕하게 웃었다.
“아가씨도 많이 크실 거예요. 늦게 크는 사람도 많대요!”
“정말?”
“그럼요.”
“그렇다면 좋겠어.”
로제테가 간절히 중얼거리며 이번엔 조셉을 관찰했다.
로제테를 처음 만났을 때 이미 성인을 앞두고 있었던 조셉은 그때나 지금이나 외적으로 별다를 게 없었다.
몸에 근육이 좀 더 붙고, 피부가 조금 더 그을렸다는 게 유일한 변화였다.
변함없는 외형과는 달리 실력은 부쩍 늘었다고 들었다.
루카스가 그런 조셉을 놀려댔다.
“왜 이제 왔어? 조금 전까지 다니엘 형과 켈런 경이 대련했는데.”
“정말요?”
“그래. 형이 오러를 만들기까지 했어! 그 오러를 켈런 경의 목에 갖다 대는데, 크으! 내가 소름 돋을 정도였다니까.”
“뭘 또 그렇게 말하고 그러니.”
민망해하는 다니엘과 달리 조셉이 아쉬워했다.
“저도 봤어야 했는데, 정말 아쉽습니다. 멜로디가 오늘따라 밥을 좀 느리게 먹어서…….”
“내 잘못인 거야?”
멜로디가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자 조셉이 안절부절못했다.
“아니이, 우리 멜로디 잘못은 아니지.”
지켜보던 아드리안 사 남매가 동시에 웃었다.
“두 남매는 언제 봐도 사이가 좋구나.”
“사이가 좋기는요. 제가 멜로디에게 조금 더 같이 놀아 달라고 애걸복걸하는걸요.”
“그래도 그 정도면 사이가 좋은 거지. 하인트 경은 동생하고 말도 안 하는 사이라던데.”
여섯 사람이 간단한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다들 여기 있었구나.”
가벼운 셔츠와 바지 차림의 아드리안 공작이 나무 그늘로 다가왔다.
“아빠!”
로제테가 제일 먼저 아드리안 공작을 발견하고 그에게 달려갔다.
그녀는 이제 제법 커졌는데도, 공작은 그런 그녀를 여전히 번쩍 안았다.
“그래, 로즈. 뭐하고 있었니?”
“다니엘 오빠의 대련을 구경했어요. 이자벨 언니와 루카스 오빠도 함께요!”
“그래. 재밌었니?
“네!”
빙긋 웃은 아드리안 공작이 다니엘에게 칭찬했다.
“기사들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제법 선명한 오러를 만들어 냈다지?”
다니엘이 얼굴을 살짝 붉혔다.
“아직은 많이 부족합니다, 아버지.”
“부족하기는. 이 제국에 있는 네 또래 중에서 아마 네가 제일 실력이 좋을 거다.”
“과찬이십니다.”
“오늘 저녁은 네가 오러를 제대로 만들어 낸 기념으로 다 같이 만찬을 열어야겠어.”
루카스가 제일 신났다.
“정말요? 그럼 맛있는 것도 많이 먹나요?”
이자벨이 고개를 저었다.
“쟤 머릿속엔 온통 먹을 것 생각밖에 없다니까.”
아드리안 공작이 미소 지었다.
“그럼, 당연하지. 너희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준비하라고 하겠다.”
“야호!”
환호하는 루카스를 보던 아드리안 공작이 로제테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로즈, 아빠가 우리 로즈에게 할 말이 있는데.”
로제테는 진지한 공작의 모습에 침을 삼켰다.
“심각한 일인가요?”
“그런 건 아니란다. 다만 로즈의 의견이 필요해서 그래.”
“알겠어요.”
로제테를 내려 준 아드리안 공작이 멜로디와 손장난을 하고 있던 조셉 오서에게 손짓했다.
“조셉 오서. 너도 잠깐 나 좀 보지 않겠나?”
조셉이 기합이 잔뜩 들어간 얼굴로 벌떡 일어섰다.
“네! 알겠습니다.”
아드리안 공작은 로제테의 손을 잡고 집무실로 향했다. 로제테는 한 걸음 뒤에서 따라오는 조셉을 흘끔거렸다.
‘무슨 일이길래 그러시지.’
그러나 걱정하는 그녀와 달리 조셉은 이름이 불린 순간부터 싱글벙글한 얼굴이었다. 공작이 자신을 호명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좋은 모양이었다.
“둘 다 앉거라.”
“아닙니다. 저는 서 있겠습니다.”
“괜찮으니, 앉거라.”
로제테와 조셉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아드리안 공작 맞은편에 차례대로 앉았다. 하녀가 다과를 가져왔다.
아드리안 공작이 조셉의 찻잔에 차를 따라 주며 물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지?”
“저는 공작님 덕분에 늘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제 동생 멜로디도요.”
“그래.”
공작의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드리웠다.
“멜로디, 그 아이가 마법에 그렇게 재능이 있다지?”
조셉이 뒤통수를 긁적였다.
“저는 마법에 대해 잘 모르지만, 셀린느 경께서 그리 말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의 눈동자에서는 멜로디를 향한 애정이 뚝뚝 묻어 나왔다.
“다 주군과 작은 아가씨께서 신경 써 주신 덕분입니다.”
“나는 별로 한 게 없지. 로즈의 말을 들어 준 것뿐이니까. 그나저나 이제 멜로디도 슬슬 아카데미에 입학하면 어떨까 싶은데, 네 생각은 어떻지?”
“아카데미요? 어, 어…….”
조셉이 당황했다.
“저는 아직 멜로디를 제 품에서 떠나보내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요. 아직 멜로디가 어리기도 하고, 또…….”
“괜찮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조금 더 생각해 보도록 하지. 그것보다, 내 용건은 그게 아니고.”
아드리안 공작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본론을 꺼냈다.
“조셉, 너는 유일하게 로제테에게 서약을 했지.”
지난 5년 동안 기사 임명식이 몇 번 더 있었다.
애석하게도 로제테에게 서약을 한 사람은 없었다.
로제테는 그 사실에 별로 슬퍼하지는 않았다.
그동안 로제테는 마법사의 재능을 완전히 꽃피웠고, 점점 더 기사의 길에서 멀어졌다. 오히려 셀린느의 제자들이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고는 했다.
반면 조셉은 ‘로제테에게 서약한 유일한 기사’라는 타이틀을 퍽 자랑스러워했다. 그가 가슴을 펴며 당당히 외쳤다.
“네, 그렇습니다! 앞으로 작은 아가씨에게 서약할 기사가 더 생기겠지만, 제가 가장 처음으로 서약했습니다.”
아드리안 공작이 살짝 미소 지었다.
“물론 큰일이 있긴 했지만, 너는 그 이후로 아드리안가에 충성을 보여 주었어. 실력도 부쩍 늘었지.”
“그때 일은…….”
조셉의 얼굴이 흐려지자 아드리안 공작이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막았다.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그때 일을 끄집어내려는 건 아니니 걱정하지 말거라.”
“그럼……?”
“로즈도 벌써 열세 살이고, 수도에 가면 외출하는 일도 잦아질 테지. 지금까지는 기사들이 돌아가면서 호위를 했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지 않겠니.”
대충 상황을 파악한 조셉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렇다면……!”
“네가 정식으로 로즈의 호위 기사가 되어 주었으면 하는데, 너희들의 생각은 어떻지?”
“저는……!”
흥분해서 목소리를 높였던 조셉이 로제테의 눈치를 살피고 목소리를 줄였다.
“저는 무척 좋습니다. 오서가의 영광이라고 할 수 있죠. 물론 아가씨께서 저를 받아 주신다면 말이죠.”
“네 생각은 어떻지, 로즈?”
“저는 좋아요.”
“아가씨!”
로제테의 덤덤한 대답에 조셉이 감동 받은 얼굴을 했다.
“호위 기사가 없다면 외출을 못 할 거 아니에요? 그럼 다니엘 오빠의 경기도 못 보러 갈 거고요.”
“그건 그렇지.”
“그러니 호위 기사가 생기는 건 저도 좋아요!”
어떻게 들으면 조셉이 아니더라도 상관없다는 말로 들렸다. 조셉이 조금 실망한 얼굴을 하면서도 자기 합리화를 했다.
“괜찮아. 어차피 아가씨의 호위 기사는 나고…….”
“조셉, 장난이야.”
로제테가 그런 조셉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난 내 호위 기사가 조셉이라서 무척 좋아!”
“아가씨이이……!”
“큼, 흠.”
조셉이 로제테 앞에 무릎이라도 꿇으려고 하자 아드리안 공작이 헛기침으로 그의 주의를 끌었다.
“하지만 너 하나로는 부족해, 조셉. 물론 너는 실력 있는 기사지만, 아직 호위 경험이 없으니까. 그래서 로제테에게 추가로 켈런 경을 붙여 주려고 해.”
“켈런 경이요?”
로제테가 놀랐다.
‘켈런 경이라면 아드리안가에서 열린 대회에서 연속으로 세 번이나 우승한 사람이잖아?’
그런 사람을 가주인 아드리안 공작도, 후계자인 다니엘도 아닌 로제테에게 붙여 주다니.
아드리안 공작이 얼마나 로제테를 아끼는지 보여 주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저에게 켈런 경을 붙여 주어도 되나요?”
“너에게라니. 너니까 붙여 주는 거지, 로즈.”
아드리안 공작이 당황한 로제테의 뺨을 아프지 않게 꼬집었다.
“너는 우리 모두가 아끼는 막내잖니. 당연히 최고의 기사를 가져야 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