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68)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68화. 다시 수도로(68/214)
68화. 다시 수도로
2024.01.07.
“너는 우리 모두가 아끼는 막내잖니. 당연히 최고의 기사를 가져야 한단다.”
“하지만…….”
“나나 다른 애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다 그 못지않게 실력자를 붙여 줄 거니까.”
“그렇긴 하지만요.”
하긴, 소드 마스터인 공작이나 곧 소드 마스터가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다니엘에겐 어쩌면 호위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로제테는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아드리안 공작을 향해 환하게 웃었다.
“조셉도, 켈런 경도 좋아요. 신경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빠!”
* * *
“오빠, 무슨 일이야?”
아드리안 공작의 집무실 앞에 쪼그려 앉아 기다리던 멜로디가 문이 열리자마자 벌떡 일어났다. 조셉이 그런 동생을 꽈악 안았다.
“멜로디, 왜 여기에 있었어?”
“오빠가 걱정돼서.”
“오빠가 공작님께 혼날까 봐 걱정한 거야? 왜 오빠가 혼날까 걱정했어?”
“으응. 오빠는 사고뭉치잖아.”
멜로디가 차분한 목소리로 신랄한 말을 내뱉었다. 로제테가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멜로디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아무튼 혼났어?”
“안 혼났어. 있지, 멜로디. 오빠한테 좋은 소식이 있어!”
“좋은 소식?”
“오빠가 로제테 아가씨의 호위 기사가 됐어!”
“뭐어?”
멜로디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게 가능한 거야?”
“으응?”
“오빠 실력으로?”
마냥 사이가 좋은 아드리안가의 사 남매와 달리, 오서 남매는 사이가 좋은 듯하면서도 서로에게 냉정한 구석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조셉은 여전히 멜로디라면 껌뻑 죽는데, 슬슬 사춘기에 접어든 멜로디가 종종 그에게 냉소적일 때가 있었다.
“뭐, 가능하니까 공작님께서 날 호위 기사로 삼으셨겠지? 그리고 내가 유일하게 아가씨에게 서약한 기사니까……!”
“그럼 그거 특혜잖아? 설마 그럴 목적으로 아가씨에게 서약한 거야? 얍삽해.”
“특혜? 얍삽? 멜로디, 대체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웠어? 오빠가 가르쳐 주진 않았는데.”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로제테가 와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제야 오서 남매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런데 조셉, 정말 괜찮아? 내 호위 기사를 하게 되면 검술 대회에는 못 나가. 나는 이번엔 다니엘 오빠의 시합을 구경하러 갈 건데, 조셉도 내 옆에 붙어 있어야 하잖아.”
“괜찮습니다! 저는 검술 시합보다 아가씨의 호위가 더 좋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야.”
로제테는 다행이라는 듯 웃었다. 그렇게 그녀에게도 첫 호위 기사가 생기게 되었다.
* * *
그날 저녁, 아드리안 저택의 홀에서 성대한 만찬이 열렸다. 아드리안가 사람들은 물론, 기사들도 모두 참석했다.
“멜로디, 많이, 많이 먹어. 네가 좋아하는 바비큐 폭립도 있네.”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오빠도 많이 먹어.”
“우리 멜로디, 오빠도 챙겨 주는 거야?”
“그런 거 아니거든.”
로제테는 대각선 쪽에서 티격태격하는 오서 남매를 보며 숨죽여 웃었다. 루카스도 오서 남매를 보더니, 질 수 없다는 듯이 로제테의 접시에 이것저것 담아 주기 시작했다.
“꼬맹아, 너도 많이 먹어. 그래야 키가 쑥쑥 크지. 작은 오서에게 지면 안 돼.”
“으응.”
손바닥만 한 폭립을 통째로 덜어 준 루카스가 아예 포크와 나이프로 살만 쏙쏙 발라내기 시작했다. 덕분에 로제테는 편안하게 살코기만 찍어 먹을 수 있었다.
루카스는 그 외에도 로제테에게 닭다리 살을 발라 주거나, 구운 채소를 한입 크기로 썰어 주었다.
“오빠도 먹어요.”
“이거 해 주고 먹을게.”
“으응. 고마워.”
야들야들한 닭고기를 우물거리던 로제테가 커다란 고기를 하나 찍어 루카스에게 내밀었다.
“이거 먹어요.”
“정말 오빠 주는 거야?”
루카스가 감동 어린 눈을 했다.
“응. 아, 해요.”
“응!”
루카스가 덥석 받아먹으며 웃었다. 그가 우물거리며 물었다.
“그러고 보니 꼬맹아. 조셉하고 켈런 경이 네 호위 기사가 된다고 했지?”
“네.”
“켈런 경하고는 정식으로 인사 나눴어?”
“아뇨, 아직…….”
“마침 저기 켈런 경이 오는데 인사하자. 여기! 여기 좀 와 봐!”
동료들과 안으로 들어오던 캘런이 얼른 달려왔다. 그가 두 아이를 보며 웃었다.
“안녕하십니까, 도련님, 아가씨.”
“안녕, 켈런 경. 아까 대련 잘 봤어.”
“아, 보셨습니까?”
“응. 사실 다니엘 오빠와 켈런 경의 속도가 워낙 빨라서 제대로 보지는 못 했어. 두 사람 다 대단해.”
로제테가 수줍게 얘기하자 캘런이 무릎을 굽혀 그녀보다 눈높이를 낮췄다.
“과찬이십니다, 아가씨. 제가 듣기로는 아가씨의 마법 실력도 대단한 것 같은데요.”
“으응, 고마워.”
다시 웃은 캘런이 아예 로제테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다, 아가씨. 오늘부터 아가씨의 호위를 맡은 크리스 켈런입니다. 반갑습니다.”
“응, 나도 반가워.”
크리스가 웃으며 오른손을 내밀었다. 로제테가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눈만 깜빡이자, 루카스가 속삭였다.
“꼬맹아, 손.”
“아!”
그녀가 뒤늦게 손을 내밀자 크리스가 작고 흰 손을 잡았다. 그러고는 보들보들한 손등에 입을 맞췄다.
주군의 맹세와는 달리, 기사가 모시는 아가씨에게 하는 인사였다. 물론, 로제테는 태어나서 처음 받는 기사의 인사였다.
아무래도 크리스에게 로제테는 믿고 따르는 주군이 아니라, 소중하게 지켜야 하는 아가씨인 것 같았다.
‘지켜야 할 아가씨라니…….’
로제테의 얼굴이 민망함에 달아올랐다. 크리스가 그런 그녀를 보며 숨죽여 웃었다.
“뭐야.”
루카스가 얼른 그의 손에서 로제테의 손을 빼 냈다.
“아무튼, 우리 꼬맹이에게 허튼생각하기만 해 봐.”
“오빠아.”
로제테가 이마를 짚었다.
크리스 경은 20대 후반이었다. 로제테에게 감정이 생길 일도, 생겨서도 안 되는데 루카스만 이상한 경계를 하고 있었다.
크리스가 재빨리 부정했다.
“그럴 일, 전혀 없습니다!”
루카스가 그를 흘겨보았다.
“그래? 그렇다면 꼬맹이에게 상처 하나 나기라도 해 봐. 그땐 내가 경을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
“네, 알겠습니다.”
로제테는 이쯤 되니 루카스가 굉장히 부끄러워져서 접시에 얼굴을 묻고 발라놓은 살코기를 콕콕 찍어 먹었다.
조금 뒤엔 다니엘과 아드리안 공작도 들어왔다. 두 사람은 기다란 테이블 가장 바깥자리 상석에 나란히 서서 커다란 맥주잔을 들었다.
“오늘은 겸사겸사 다들 모이라고 했네. 다들 보았겠지만 오늘 다니엘이 선명한 오러를 만들어 냈지. 아드리안가의 복이야.”
다니엘이 어색하게 웃었다.
“또한 켈런 경과 오서 경을 우리 로즈의 호위로 삼았다. 하지만 두 사람뿐만 아니라 다들 로즈를 잘 부탁하네.”
“알겠습니다.”
“그럼 건배하지.”
다들 한 손으로 맥주잔을 들었다. 아직 미성년자인 삼 남매는 주스가 든 유리잔을 들었다. 특히 로제테는 유리잔이 무거워 두 손으로 들 수밖에 없었다.
“건배!”
로제테는 옆에 앉은 루카스와 잔을 부딪치며 웃었다.
시끌벅적한 분위기에서 배가 터질 정도로 저녁을 먹은 로제테는 조앤의 손에 이끌려 방으로 향했다.
“나, 아직 안 졸린데.”
“하지만 주무셔야죠. 내일 수도에 가시려면요.”
“으응, 하지만 마나 게이트를 이용해서 가잖아.”
“마나 게이트를 이용하더라도 피로는 누적되잖아요. 특히 아가씨는요.”
영지에 온 뒤 몇년 사이, 제국에도 마나 게이트가 생겼다. 마나 게이트를 이용하면 마나를 활용해 다른 게이트로 이동할 수 있었다.
아드리안 영지와 수도에도 마나 게이트가 있어서 마차를 거의 타지 않고 오고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거대한 마나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게이트를 이용하면 피로가 쌓인다.
마나에 예민한 로제테는 남들의 배는 힘들어했다.
“알겠어.”
“자, 옷 갈아입혀 드릴게요. 손 올리세요.”
“응.”
잠옷으로 갈아입은 로제테는 조앤의 재촉에 침대에 누웠다. 그러나 조앤이 불을 끄고 나간 뒤에도 설레서 좀처럼 잠을 잘 수 없었다.
‘드디어 수도에 돌아간다니.’
몸을 뒤집어 침대에 엎드린 그녀가 삐삐에게 앞으로 할 일을 읊어 주었다.
“가자마자 클라라랑 테레사에게 편지하고, 번화가에 나가서 같이 카페도 가고 또…….”
조용히 속삭이던 로제테는 불현듯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에 말을 멈췄다. 그녀가 갑자기 이불을 뒤집어쓰자 삐삐가 날개를 파닥였다.
[삐이? 삣?]이불 속에서 작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황자 전하도 볼 수 있겠지?”
[삐이!]당연하지! 황자라는 인간도 보고 실버도 볼 수 있을 거야.
이불 속에서 발을 동동거리던 로제테가 벌떡 일어났다.
“아, 맞다, 실버!”
그녀는 침대에서 뛰어나와 서랍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맨 아래 서랍에 모아 두었던 강아지 간식을 꺼냈다. 뼈다귀와 육포 등등이었다.
[삐잇!]그녀를 따라왔던 삐삐가 질색하는 얼굴로 다시 침대로 날아갔다.
“실버가 이것도 먹으면 좋겠는데.”
늑대도 갯과니까 먹지 않을까. 로제테는 가방 속에 간식을 소중히 챙겼다.
다시 침대 속으로 들어가 오지 않는 잠을 청했다.
어느덧 아드리안 영지에서의 마지막 날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 * *
다음 날 아침, 조앤은 로제테에게 얇은 봄옷을 여러 겹 겹쳐 입혔다.
“수도는 여기보다 더울 테니까 가서 겉옷을 벗도록 해요.”
“으응.”
로제테는 조앤에게 몸을 맡긴 채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만년설이 쌓인 높은 산과 저 멀리 보이는 에메랄드 빛 호수.
로제테는 수도와는 다른 이 아드리안 영지를 무척 사랑하게 됐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수도에 돌아간다는 점에서 설렜다.
그곳엔 친구들도 있고, 오필리아도 있고, 조슈아도 있었다.
“황자 전하도 많이 크셨겠지?”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자 조앤이 빙긋 웃었다.
“그럼요. 수도 애들 말로는 키가 무척 크셔서 성인처럼 보인대요.”
“정말?”
“네. 아마 전하 앞에 서면 아가씨는 이제 정말 아이처럼 보일 거예요.”
그런 건 싫은데. 로제테가 괜히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머릿속으로는 조슈아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그녀가 알고 있는 12살의 조슈아와 24살의 조슈아, 그 가운데 어디쯤을.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커다란 몸에 앳된 얼굴을 한 모습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로제테가 저도 모르게 풋 하고 웃었다.
“뭐가 그리 재밌으신가요?”
“아냐, 아무것도. 다 됐으면 가자.”
로제테는 당분간 오지 않을 방을 다시 한번 둘러보고 밖으로 나갔다.
* * *
“어으으, 마나 게이트는 이용할 때마다 새로워. 적응이 안 돼.”
수도의 마나 게이트에서 걸어 나오며 루카스가 허리를 통통 두드렸다. 이자벨이 그의 옆을 지나가며 핀잔을 주었다.
“엄살은.”
그 뒤로 다니엘이 비틀거리는 로제테의 팔을 잡아 주며 조심히 걸었다.
“로즈, 괜찮니?”
“네에.”
“어지럽지는 않고?”
“살짝요. 하지만 전에 게이트를 이용할 때보다는 나아요.”
“그럼 다행이네.”
“로즈.”
다섯 가족 중 제일 마지막으로 마나 게이트에 도착한 아드리안 공작이 로제테를 번쩍 안아 올렸다. 그러고는 마차에 탔다.
다섯 명을 모두 태운 마차는 아드리안 저택을 향해 열심히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