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69)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69화. 오랜만이야, 실버!(69/214)
69화. 오랜만이야, 실버!
2024.01.08.
5년 만에 온 수도의 아드리안 저택은 전과 다를 게 거의 없었다.
“어서 오십시오, 주인님.”
세바스찬이 아드리안가의 사람들을 반겼다. 꼬박 5년 만에 보는 얼굴이었다. 루카스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세바스찬! 오랜만이야! 그동안 잘 지냈어?”
“네, 루카스 도련님. 저는 잘 지냈답니다. 가끔 비가 올 때 허리가 쑤시는 것을 빼면 말입니다.”
“내가 좋은 약을 구해 줄게. 걱정하지 마.”
“감사합니다, 도련님.”
간단한 상봉을 마친 뒤에 가족들은 각자 자기의 방으로 향했다. 로제테는 자신을 반기는 하녀들에게 반갑게 달려들었다.
“다들 잘 지냈어?”
로제테의 전속 하녀인 조앤을 제외한 하녀들은 줄곧 수도에서 머물렀다. 로제테는 오랜만에 보는 하녀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부르며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물었다.
“맞다! 내가 선물도 사 왔어.”
가방에서 주섬주섬 선물을 꺼내 나눠 주기도 했다. 로제테가 직접 포장한 선물은 포장지가 구깃구깃했지만, 하녀들은 그것마저도 예쁘게 봐 줬다.
회포를 푼 뒤엔 하녀들과 함께 다과를 즐겼다. 하녀들은 5년 사이에 부쩍 큰 로제테를 신기해했다.
“정말 많이 자라셨어요. 그 전엔 제 허리에 오셨는데.”
“으응, 허리에 올 정도는 아니었어. 그보다는 더 컸다구.”
제일 좋아하는 에그 타르트를 한입 크게 베어 문 로제테가 속상한 듯 중얼거렸다.
“그런데 왜 아직도 작을까? 루카스 오빠도, 이자벨 언니도 엄청 큰데.”
“아가씨도 곧 크실 거예요. 그러려면 더 잘 드시고 잠도 잘 주무셔야겠죠?”
“으응.”
그때 다른 하녀가 로제테의 접시에 마카롱을 덜어 주며 신기하다는 듯 속삭였다.
“아가씨, 그새 더 밝아지신 것 같아요.”
“그래?”
로제테는 머리카락을 비비 꼬며 민망해했다.
‘나도 많이 달라졌나?’
그러고 보니 그동안 의식하지 않았는데, 새삼 돌이켜 보니 성격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드리안 저택에 막 왔을 때 로제테는 소심하고 주눅이 들어 있었다. 원래 타고난 성격이라기보다는 댈러스가에서 지내며 변한 성격이었다.
댈러스 후작이나 엘리샤에게 모진 소리만 들었으니 어린아이의 정신으로 버틸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상처를 눈치챈 아드리안 저택 사람들은 따뜻하게 그녀를 돌봤다. 영지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부단한 노력 덕분에 로제테는 스스로를 좀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성격도 밝아졌다. 루카스와 스스럼없이 농담도 하고, 이자벨의 퉁명한 말에도 주눅 들지 않고 웃을 수 있었다.
다니엘이나 아드리안 공작에게도 먼저 다가가 어리광을 피우기도 했다.
지금도 그랬다. 그녀는 오랜만에 보는 하녀들에게 낯을 가리기는커녕, 먼저 다가가 안기기까지 했다.
5년 전의 로제테를 기억하는 하녀들에게 그녀의 변화는 더 크게 다가왔을 것이다.
“다 너희들 덕분이야.”
로제테가 얼굴을 붉히며 웅얼거렸다. 그 표정이 5년 전과 똑같아서 하녀들은 소리 죽여 웃었다.
여전히 평화로운 하루였다.
* * *
[삐이!]그날 밤, 잠들려고 베개 위에 자리 잡고 있던 삐삐가 갑자기 반갑게 날개를 파닥였다.
잠자리가 바뀌어 쉽게 잠이 들지 않고 뒤척이던 로제테가 몸을 벌떡 일으켰다.
“설마……?”
[삣!]맞아! 실버야!
삐삐가 신나서 쫑알대는 것을 들은 로제테가 창문을 바라보았다. 은빛 늑대가 테라스로 들어오더니, 살짝 열린 창문을 코로 밀며 들어왔다.
“실버!”
로제테가 반갑게 외치며 두 팔을 벌렸다. 실버가 단숨에 달려와 그녀의 품에 안겼다. 그 충격에 로제테는 뒤로 발라당 넘어졌지만, 그저 웃었다.
실버가 강아지처럼 로제테의 얼굴 이곳저곳을 핥았다.
“아하하, 간지러워! 그만해!”
로제테는 오랜만에 보는 은색 늑대의 얼굴을 잡고 요리조리 살폈다.
패밀리어는 자라거나 늙지 않는다. 삐삐도 지난 5년 동안 외형에 전혀 변함이 없었다.
그러니 실버도 분명 과거와 똑같아야 했다. 그런데 왠지 그동안 더 늠름해진 것만 같았다.
“잘 지냈어?”
실버가 아우우, 하고 울었다. 로제테가 깜짝 놀라 실버의 주둥이를 꽉 잡았다.
“하울링하지는 말고. 그래도 잘 지낸 것 같아 다행이네.”
[삣!]삐삐가 실버의 머리 위로 안착하며 아는척했다.
“삐삐도 반갑대.”
“나도 삐삐도 잘 지냈어.”
간단한 근황을 얘기한 로제테가 실버의 목에서 달랑거리는 목걸이를 보고 마른침을 삼켰다.
드디어 지난 5년 동안 보고 싶었던 조슈아를 만날 수 있었다.
만난다고 하기보다는 대화를 나누는 것뿐이지만…….
‘왜 이렇게 긴장되지?’
로제테는 입이 바짝바짝 마르는 것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저, 황자 전하? 듣고 계신가요?”
[……그래.]그 짤막한 대답을 듣는 순간 로제테는 엄청나게 놀랐다. 삐삐도 놀라서 “삣?”하고 소리를 질렀다.
‘다른 사람 같아!’
5년 만에 들은 조슈아의 목소리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로제테가 알고 있던 조슈아의 목소리는 앳된 아이의 목소리였다. 변성기가 지나지 않아 살짝 높고, 어찌 들으면 가볍기도 한 목소리였다.
그런데 목걸이 너머에서 들리는 건 변성기가 완전히 지난 성인의 목소리였다.
‘17살이니 당연히 성인에 가깝기는 하지만, 느낌이 이상해.’
로제테는 다니엘과 루카스가 성장하며 목소리가 바뀌는 것을 직접 보았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바뀐 것도 조금 놀라웠지만, 그래도 계속 옆에서 성장하는 것을 봤기 때문에 그렇게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조슈아는 달랐다.
‘분명 예전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왜 이렇게 놀랍지?’
분명 죽기 전 마지막으로 들었던 목소리가 조슈아의 것이었다.
그런데 목소리에 담긴 감정이 그때와 달라서 그런가.
마치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목소리는 좋아.’
꿀을 바른 듯한 미성. 낮지도 높지도 않은 목소리. 듣고 있으면 저절로 잠이 들 것 같았다.
<왜 부르고선 아무런 말이 없지?>
로제테는 망설이다가 솔직하게 대답했다.
“전하의 목소리가 조금 낯설어서요.”
<그래? 하긴, 어마마마도 내 목소리가 많이 바뀌었다면서 조금 낯설어하시긴 하더군.>
“아, 맞다! 황후 전하! 황후 전하는 잘 계시나요?”
<그럭저럭 잘 지내고 계셔.>
“그럭저럭?”
<아주 건강하신 상태는 아니야.>
“아하. 언제 한번 황후 전하도 뵈러 가야 할 텐데요.”
<어마마마께서 조만간 너와 이자벨을 초대하실 모양이야.>
“얼른 초대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로제테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황자 전하께서는 잘 지내셨나요?”
로제테는 그동안 조슈아에게 다섯 번 정도 편지를 보냈다. 별 내용은 없었고, 그냥 삼 남매나 자신의 근황, 혹은 아드리안 영지를 소개해 주는 것을 썼다.
시시껄렁한 편지라서 그런지, 그중 조슈아에게서 답장이 온 건 두 번밖에 없었다. 그나마도 조슈아는 제 근황을 편지에 쓰지 않았다.
섭섭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로제테는 조금 섭섭했다. 조슈아가 조금 야속하기도 했다.
<나야, 뭐. 별다른 일 없이 지냈지. 몇 번 암살자가 찾아온 것 빼고는…….>
“암살자요?”
로제테가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조심하지 그래? 순간 귀가 찢어지는 줄 알았어.>
눈앞에 인상을 찌푸리는 조슈아의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로제테가 어깨를 움츠렸다.
“죄송해요.”
<뭐, 아무튼. 어마마마가 안 되니까 이젠 나를 노리는 모양이야. 전문 암살자를 썼더군.>
조슈아가 비웃었다.
<그래 봤자 실버의 먹잇감이 되었지만.>
그때까지 실버의 목덜미를 끌어안고 있던 로제테가 팔을 풀고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실버가 아니라고 변명하듯 낑낑거렸다.
로제테는 그 모습에 마음이 약해져서 다시 실버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그때 조슈아가 물었다.
<그런데 왜 황자님이 아니라 황자 전하지? 편지에서도 그렇게 썼던데.>
“아, 그거요. 황자 전하가 맞는 호칭이라고 노이어 부인이 정정해 주었거든요. 제가 황자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알고 엄청 놀라셨어요.”
<흠…….>
로제테는 어딘가 불만이 있어 보이는 목소리에 조심스럽게 물었다.
“뭔가 잘못됐나요?”
<아니, 그건 아니지만.>
조슈아가 잠시 뜸을 들였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너에게까지 전하 소리를 들으니 뭔가 이상하군.>
“그렇지만 그게 맞는 호칭이잖아요?”
<그래, 그래서 더 이상해.>
“뭐가 이상한가요?”
<그냥…….>
그 말을 끝으로 잠시 말이 없던 조슈아가 이내 결심한 듯 말했다.
<앞으로도 황자님이라고 불러.>
“네? 하지만 어떻게…….”
<누가 뭐라고 하면 내가 허락했다고 해.>
조슈아가 당부했지만 로제테는 여전히 좀 떨떠름했다. 그런 마음을 눈치챘는지 그가 물었다.
<싫어?>
“아뇨, 싫은 건 아닌데……. 황자님하고 황자 전하하고 뭐가 다른지 좀 생각해 봤어요.”
<다를 건 없지. 그런데 뭔가 좀 다르게 느껴지네.>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린 조슈아가 끝까지 주장했다.
<아무튼 황자님이야. 알겠어?>
“네에.”
<다시 불러 봐.>
“알겠어요, 황자님.”
<그래, 그렇게.>
그제야 그의 목소리에 만족이 깃들었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로 실버를 보내셨나요?”
<꼭 일이 있어야만 보내는 건 아니지.>
“그건 그렇지만요. 혹시 황자님도……!”
제가 보고 싶었던 건가요?
그래서 제가 오자마자 이렇게 기다렸다는 듯이 실버를 보내신 건가요?
로제테는 순간 그렇게 묻고 싶었지만, 입을 꾹 다물었다.
<혹시 뭐?>
“아니에요. 근데 저에게는 잘 지냈냐고 안 물어보세요?”
<편지만 봐도 잘 지냈다는 것을 알 수 있겠던데.>
“그런……가요?”
<그래.>
“그렇군요.”
로제테의 목소리가 조금 풀이 죽자 조슈아가 마지못해 물었다.
<어떻게 지냈지?>
“잘 지냈어요. 멜로디와 마법 수업도 계속 듣고, 검도 배웠어요. 저 키도 꽤 컸어요.”
<정말?>
조슈아가 불신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로제테가 괜히 몸을 움츠렸다.
“뭐, 전보다는 많이 큰 건 맞아요. 객관적으로 큰 키는 아니지만……. 아, 맞다. 실버에게 간식 좀 줘도 돼요?”
<간식? 굳이? 패밀리어는 음식을 먹을 필요도 없는데?>
“그래도 간식을 좋아하던데요? 그러니까, 저희 삐삐는 말이에요. 맨날 비스킷을 부셔 달라고 해요.”
<뭐, 마음대로 해.>
로제테는 가방 속에 넣어 온 간식을 꺼내 실버에게 내밀었다.
처음엔 의심스럽게 킁킁거리던 실버가 이내 뼈다귀를 물더니 붙어 있는 육포를 열심히 뜯어먹었다.
소리만 듣고도 상황을 예상했는지 조슈아가 혀를 쯧쯧 찼다.
“잘 먹네요.”
<그래, 그런 것 같네.>
로제테는 실버가 간식을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그동안 조슈아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실버, 그렇게 맛있어?”
뼈다귀 하나를 아그작, 아그작 해치운 실버가 로제테에게 달려들어 그녀의 뺨을 핥았다. 고맙다는 표시인 것 같았다.
“아핫, 간지러워!”
로제테가 까르르 웃자 목걸이에서 불만스러운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대체 누구 패밀리어인지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