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70)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70화. 클라라의 티파티(70/214)
70화. 클라라의 티파티
2024.01.09.
로제테가 몸을 굳혔다.
“혹시 제가 실버와 친하게 지내는 게 싫으신가요?”
<싫을 것까지야.>
대답하는 목소리는 퉁명스러웠지만, 불만은 없어 보였다. 로제테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 보니 너에게 물어볼 게 하나 있었군. 안 그래도 이걸 어떻게 편지로 써야 하나 고민했는데, 때마침 잘 왔어.>
“뭔데요?”
<댈러스 후작이 며칠 전 웬 아이를 하나 데려왔다더군. 그 아이는 누구지? 아는 게 있나?>
로제테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이요? 어떤 아이요?”
<정확한 것은 모르지만 남자아이라고 하던데.>
“나이는?”
<네 또래 정도.>
“으음.”
로제테는 기억을 더듬어 보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모르는 일이에요.”
<대답이 빠른데. 좀 더 자세히 생각해 보는 게 어떻지?>
“더 생각해도 똑같아요. 제가 아는 바로는 없어요.”
로제테는 그것 하나만은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었다.
“과거엔 제가 있었으니까 굳이 다른 애를 데려올 필요가 없었겠죠. 저만으로도 충분히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 텐데 뭐 하러 입양을 더 하겠어요?”
<그건 그렇지.>
“아마도 제자리를 대신할 애를 찾은 게 아닐까요?”
<그렇다면 그 남자애가 마법에 능통하다?>
“아마도요. 그것도 꽤 능력 있을 거예요. 댈러스 후작을 만족시킬 정도니까요.”
<…….>
조슈아가 말이 없었다. 로제테도 실버를 꽉 안은 채로 생각에 잠겼다.
‘마법을 못 했으면 좋겠는데.’
자신을 대신할 아이를 찾았다는 게 잘못된 예측이었으면 좋겠다. 그냥, 댈러스 후작이 남들에게 보여 주기 식으로 남자아이를 하나 입양한 거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리 없지.’
그저 남들에게 보여 주려고 입양했다면 남자아이가 아니라 여자아이를 택했을 거다. 이미 정통한 후계자가 있는 상황에서 괜한 분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을 테니까.
조슈아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조용히 중얼거렸다.
<사실상 이유가 있는 입양이라고 봐야겠군. 그 이유가 뭔지는 정확히 알아 봐야겠지만.>
“맞아요. 굳이 남자아이를 입양할 리가 없으니까요.”
<네 말대로 그 아이가 마법에 능통하다면 무척 골치 아프겠어.>
“그렇죠.”
로제테는 댈러스 후작이 이름 모를 남자아이에게 시킬 일을 잘 알고 있었다. 그를 잘 훈련 시켜 정적을 제거하는 데 이용할 것이다.
과거 로제테가 그러했듯이.
그리고 댈러스 후작이 제일 마지막에 노리는 건…….
‘아빠와 다니엘 오빠야.’
순식간에 그녀의 얼굴이 흐려졌다.
“아마도 댈러스 후작이 노리는 건 아빠와 다니엘 오빠일 거예요. 황자님을 지지하니까요. 게다가 황후님도 계속해서 노릴 거고요.”
로제테가 계속 우울하게 중얼거렸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별걱정 없을 거예요. 마법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후작이 원하는 마법을 터득하려면 적어도 3, 4년은 있어야 할 거예요.”
<그렇다면 방법은 한 가지군.>
“방법이요?”
<댈러스 후작이 정식으로 그 아이를 양자로 삼기 전에 빼 오는 거지.>
“빼 와요? 어떻게요?”
<생각해 봐야지. 무슨 방법을 쓰든 후작의 양자가 되는 건 막을 거야.>
“그럴 거면 빨리 해야 할 거예요.”
로제테는 과거 댈러스가에 갔을 때를 떠올렸다.
댈러스 후작은 로제테가 마법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을 때, 그러니까 후작가에 간 지 석 달 정도 지났을 때 그녀에게 마법을 새겨 넣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는 명령 마법을 말이다.
로제테는 그 마법 때문에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드리안 후작과 다니엘을 죽였었다.
끔찍했던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던 로제테가 코로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언젠가는 말할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하긴 했어.’
이미 조슈아를 처음 만났을 때, 두 사람을 죽인 게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는 말을 넌지시 한 적이 있었다.
무슨 원리였는지까지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분명 조슈아도 그녀에게 마법이 걸려 있었다는 것을 짐작했다.
그러나 막상 제 입으로 말하려고 하니 조금 꺼림칙했다.
로제테는 과거 마법이 걸려 있던 쇄골 밑 쪽을 더듬거렸다.
<공녀?>
“확실치는 않지만, 댈러스 후작이 그 아이에게 마법을 걸 거예요.”
<마법?>
“네. 고대 마법의 일종인데, 자신의 명령을 그대로 따르게 만드는 마법이에요.”
<…….>
“그 마법 때문에 그 아이는 하기 싫어도 남을 해치게 될 거예요.”
<설마 댈러스 후작이 과거에 너에게도 그 마법을 걸었었나?>
“……네.”
로제테와 조슈아는 이미 과거의 일은 묻어 두었다.
암묵적인 합의였다. 실제로도 두 사람 사이에선 오필리아의 독살을 저지한 뒤로 과거에 대한 얘기는 오고가지 않았었다.
그래서인지 로제테는 오랜만에 나오는 과거 이야기에 마음이 불편했다. 체한 것처럼 명치 부근이 답답하기도 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합리화하려는 건 아니지만…….’
그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미 짐작하고 계셨겠지만, 저는 과거 그 마법 때문에 아빠와 다니엘 오빠를 그렇게 만들었어요. 제 행동을 합리화하고 싶지는 않지만, 사실이 그래요.”
<…….>
“만약 그 아이의 심장에도 그 마법을 새겨 놓으면, 그 아이는 자기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람들을 해치는 일을 하고 다닐 거예요.”
그렇다면 그 아이는 마음이 멍들겠죠. 어쩌면 영혼까지 다칠지도 몰라요. 과거 내가 그랬던 것처럼.
로제테는 그 말을 입속으로 삼켰다.
“저는 그 아이가 저와 똑같은 불행을 반복하는 것을 볼 수가 없어요.”
<얼굴도 모르는 아이인데 꽤 애틋하군.>
“저 대신이라고 생각하니까 안타까워서요. 원래라면 그런 일을 당할 아이가 아니잖아요. 그런데 제가 댈러스가 아닌 아드리안으로 오는 바람에…….”
<네 잘못이 아니야.>
조슈아가 딱 잘라 말했다.
<잘못은 댈러스 후작이 하고 있지. 그러니 네가 괜한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어.>
“……네.”
<아무튼 네 말대로라면 댈러스 후작이 그 아이에게 그 고대 마법을 걸기 전에 빼내야겠네.>
“댈러스 후작이 정확히 그 아이를 데려온 게 얼마나 됐나요?”
<한 2주 정도 되었어.>
로제테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오래 되지는 않았네요. 다행이에요.”
<왜지?>
“그 마법은 마나를 안정시킨 다음에 쓸 수 있어요. 안 그러면 몸속에서 마나가 충돌해서 몸이 버티지 못하거든요. 그 아이가 마법을 배웠는지 안 배웠는지는 모르겠지만, 배우지 않았다면 마나를 안정시키는 데만 석 달은 걸릴 거예요.”
<그럼 아직 두 달 반 정도 시간이 있군.>
“네. 물론 그 아이가 마법을 아직 하나도 배우지 않았다는 전제하에서요.”
<뭐, 그 정도만 해도 희망적이야.>
조슈아의 목소리가 더욱 가라앉았다.
<과거에 댈러스 후작이 널 세간에 내보이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 아이도 저택 밖으로 내보이지 않을 테지.>
“아마도요.”
<하지만 조만간 나올 일이 있을 거야.>
“어떻게요?”
“폐하를 알현해야 하거든.”
<아…….>
로제테가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 그녀도 댈러스가에 정식으로 입양되기 전, 후작과 함께 황성에 갔다 온 적이 있었다.
<너는 스승님 덕분에 폐하를 알현하지 않고 입양이 가능했지만, 원래 절차대로 하면 알현해야 하니까.>
“맞아요. 저도 전에 그랬어요.”
<일단 그때 그 아이에게 접근해 보자고. 그때에 맞춰서 황성으로 초대하도록 하지.>
로제테가 걱정 어린 목소리로 덧붙였다.
“만약 실패하면요?”
조슈아가 잠시 침묵하다가 답했다.
<그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 보도록 하지.>
“네.”
<마나 게이트를 타고 오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제 그만 자도록 해.>
“네, 황자님도요. 실버, 너도 잘 가.”
로제테의 손을 다시 한번 핥은 실버가 창문 밖으로 뛰어나갔다.
로제테는 창문에 서서 실버가 사라지는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 * *
로제테가 클라라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전이었다. 그녀가 수도에 왔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클라라가 먼저 그녀에게 편지를 보냈다.
로제테는 신이 나서 편지를 뜯었다. 평소보다 조금 더 흐트러진 필체로 쓰인 편지에는 수도에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는 말과 얼른 만나고 싶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삐삐, 이것 좀 봐. 클라라가 사흘 뒤에 티파티를 여니까 놀러 오래. 피곤하면 다음에 봐도 된다고 하지만, 가는 게 좋겠지?”
[삐이!]“근데 널 데리고 갈 수는 없어.”
[삑?]“다들 널 신기하게 볼 거란 말이야. 대신 맛있는 간식을 싸 가지고 올게.”
[삐이이.]로제테는 삐삐의 턱을 간지럽히며 삐삐를 달랬다.
그 후 시간이 빠르게 흘러 클라라의 티파티에 가기로 한 날이 되었다.
로제테가 오랜만에 와이드 부인이 만들어 준 나들이 드레스를 입고 저택을 나서려던 때였다.
“자, 로즈.”
이자벨이 로제테의 두 어깨를 잡았다. 로제테는 이자벨을 쳐다보느라 고개를 뒤로 엄청나게 꺾어야만 했다.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나러 가니까 다시 한번 얘기할게. 네가 누구라고?”
과거와 달리 로제테는 이제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었다.
“로제테 아드리안이요. 아드리안 공작님의 막내딸이자 언니의 동생이에요.”
이자벨이 미소 지었다.
“그래, 맞아. 넌 자랑스러운 아드리안이야. 설마 그런 사람은 없겠지만, 누가 너를 무시한다 해도 그 사실을 절대 잊지 마.”
“네.”
로제테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5년 동안 자존감이 높아진 것도 큰 변화 중 하나였다.
이자벨이 들고 온 머리 장식을 로제테에게 해 주며 당부했다.
“그래도 널 무시하는 사람이 있다면, 네 마음대로 하고 와도 돼. 내가 다 책임질 거니까.”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알겠어요.”
“그럼 다녀와.”
“네!”
로제테는 마차를 타고 클라라의 가문인 첼러 백작가 저택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날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윽고 챌러 저택 입구에 마차가 멈추고, 로제테가 조셉의 에스코트를 받고 내렸을 때.
“로제테!”
마차가 들어설 때부터 잔뜩 흥분해 있던 클라라가 달려와 로제테를 꽉 끌어안았다. 기사의 길을 걷고 있는 클라라는 또래보다 키가 컸다.
“보고 싶었어, 내 친구! 그동안 건강히 잘 지냈어?”
“응! 난 정말 잘 지냈어. 클라라, 너는?”
“나야, 뭐 늘 똑같지! 그런데 너 좀 더 밝아진 것 같아.”
“그래? 다들 그 소리 하긴 했어.”
로제테가 수줍게 웃는데, 클라라가 그녀의 어깨를 잡고 쭉 훑어 보았다.
“그동안 좀 컸나? 큰 것 같기는 한데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눈높이가 낮아졌는걸?”
로제테가 입술을 삐쭉이며 불퉁거렸다.
“그건 네가 더 많이 커서 그래. 너뿐만 아니라 이자벨 언니도, 루카스 오빠도 나보다 많이 컸어. 나만 빼고 다 크는 것 같아.”
클라라가 호탕하게 웃었다.
“그거야 타고난 체격 차이니까 어쩔 수 없지. 다들 기사인데 너만 마법사잖아. 그래도 넌 작아서 귀여우니까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