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71)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71화. 엘리샤 댈러스의 견제(71/214)
71화. 엘리샤 댈러스의 견제
2024.01.10.
히죽 웃은 클라라가 로제테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
“얼른 가자. 테레사도 이미 들어가 있어.”
“정말? 테레사도 보고 싶었어.”
“테레사도 오늘 너 온다고 하니까 잔뜩 신이 났어.”
두 아이가 티파티가 열리는 정원에 들어서자, 다른 아이들과 이야기하던 테레사가 벌떡 일어났다.
“로제테!”
그녀가 도도도 달려와 로제테를 꽉 끌어안았다.
“이게 얼마 만이야!”
“너희 둘이 아드리안 영지에 다녀간 지 2년 됐으니까, 2년 만이네.”
“세상에! 시간이 벌써 그렇게 지났어?”
로제테는 테레사의 등을 쓰다듬으며 새삼 감회에 젖었다.
‘기다려 주는 친구가 있다는 게 이렇게 좋구나.’
솔직하게 말하면, 로제테와 클라라 그리고 테레사는 만난 적이 그리 많지 않았다. 횟수로만 따지면 로제테가 두 친구를 만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드리안 공작령을 떠났기 때문이다.
채 친해지기도 전에 찾아온 이별. 그래서 로제테는 두 친구가 자신을 잊을 거라고 생각했다. 처음으로 사귄, 종족과 신분이 같은 친구였는데 꽤 아쉬웠다.
그런데 클라라와 테레사는 로제테를 잊지 않고 먼저 편지를 썼다. 그것을 계기로 세 아이는 한 달에 한 번씩 꼭 편지하며 친분을 쌓았다.
‘2년 전에 두 사람이 놀러 왔을 때 부쩍 친해졌고.’
다행인 것은 두 사람이 속한 첼러가나 서던가가 댈러스 후작가나 릴리스 공작가와 한편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첼러가는 아드리안가와 교류가 잦았고, 서던가는 중립을 유지하고 있었다.
덕분에 로제테는 골치 아픈 정치 이해관계는 생각하지 않고 두 사람을 대할 수 있었다. 두 사람도 로제테를 정치적 관계와는 상관없이 대했다.
로제테가 양 손에 클라라와 테레사의 손을 잡고 테이블로 다가가자 다들 관심을 보였다.
“그분은 설마…….”
클라라가 자랑스럽게 로제테를 소개해 주었다.
“맞아요! 이쪽은 제 오랜 친구인 로제테 아드리안이에요. 다들 알겠지만, 아드리안 공작님의 막내딸이죠.”
“오…….”
이미 테이블에 앉아 있던 열 명 남짓한 아이들의 반응이 각각 달랐다.
로제테를 신기하게 보는 사람도 있었고, 우러러 보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그녀를 탐탁지 않게 보는 아이들도 있었다.
‘아마도 내가 평민 출신이기 때문이겠지.’
지난 5년간 로제테는 귀족 세계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댈러스가에선 배우지 않았던 예법을 익히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댈러스가에 있을 땐 커틀러리 사용법 조차 배우지 못한 터라 로제테는 예법에서만 꽤 애를 먹었다.
노이어 부인은 천재 공녀님도 인간적인 면이 있어 다행이라며 다정히 알려 주었다. 이자벨도 좋은 본보기가 되어 주었다.
그리하여 이젠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로제테도 귀족가에서 나고 자란 아이처럼 보였다.
그건 누구보다 완벽한 예법과 몸가짐을 보여 준다는 이자벨도 인정한 사실이었다.
그런데도 아직 편견을 갖고 보는 귀족이 남아 있었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예전 같았다면 저 적의가 담긴 눈초리에 주눅 들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로제테는 오히려 그들에게 싱긋 웃어 보인 뒤 자리에 앉았다. 그들은 살짝 당황한 얼굴을 하더니 자기들끼리 속닥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평민 출신이라 눈치가 없다느니 하는 얘기를 떠들어대겠지.
“그나저나 어떻게 지냈는지 얘기 좀 해 줘. 편지로는 많은 얘기를 주고받지 못했잖아.”
클라라가 재촉했다. 테레사도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사실 너희가 생각하는 것만큼 특별한 일은 없었어. 오히려 수도에 있던 너희가 더 재밌는 이야기가 많을걸.”
“그래도 말해 줘. 아드리안 영지에 대해선 알려진 게 거의 없어서 네 얘기 듣는 게 신기하단 말이야.”
“으음…….”
로제테는 기억을 더듬으며 지난 2년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해 주었다. 몇몇 아이들도 그녀를 둘러싸고 이야기에 집중했다. 물론 여전히 아니꼽게 보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사이 티파티가 시작되었다. 하녀들은 차와 다과를 가져오고, 다들 디저트를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창 티파티가 무르익었을 때였다.
“어머, 미안해요. 제가 늦었네요.”
하녀의 안내를 받으며 누군가가 정원으로 걸어왔다. 로제테는 그 목소리를 바로 알아들었다.
‘엘리샤?’
부채로 얼굴을 가리며 웃는 금발 머리의 소녀는 엘리샤 댈러스였다.
댈러스 후작이 제 목숨처럼, 아니, 제 목숨보다 아끼는 딸.
엘리샤는 어딜 가든 주목받는 것을 좋아했는데, 오늘처럼 일부러 파티 자리에 늦게 나타나 주인공 행세를 하겠다고 저택에서부터 계획하는 걸 들은 적도 있었다.
게다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오늘따라 잔뜩 꾸미고 왔다.
꿀을 바른 듯한 진한 금발은 머리 인두로 곱슬곱슬하게 말았고, 진주 가루를 넣은 파우더를 발랐는지 얼굴이 화사하게 빛났다.
누가 보면 주최자가 엘리샤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그걸 눈치챘는지 주최자인 클라라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테레사 또한 ‘쟤는 왜 초대한 거야?’라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가 표정 관리를 했다.
여기서는 ‘아니에요. 오히려 영애가 늦게라도 와 주셔서 기뻐요’ 등의 이야기를 하는 게 도리다.
하지만 클라라는 본디 하고 싶은 말을 참지 않았다.
“죄송해요. 제가 영애의 초대장에는 깜빡하고 시간을 적지 않은 모양이에요.”
‘눈이 삐어서 시간도 제대로 보지 않은 모양이구나. 시간 좀 제대로 보고 다녀.’라는 말을 귀족 화법으로 돌려 말한 것이었다.
로제테와 테레사를 비롯한 몇몇 아이들이 고개를 숙이고 풋, 하는 웃음을 터뜨렸다. 엘리샤의 귀가 새빨개졌다.
“흠흠, 암튼 다들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나요?”
서둘러 빈자리에 앉은 그녀가 주위의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다.
“아드리안 공녀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어요.”
“아드리안 공녀? 그분이 여길 오셨…….”
이자벨을 생각하며 무심코 대꾸하던 엘리샤의 시선이 순간 로제테와 마주쳤다.
“어머.” 하고 작게 감탄사를 내뱉은 엘리샤가 이내 웃었다.
“처음 보는 분이 있네요.”
녹음을 닮은 초록 눈이 로제테를 위아래로 훑었다.
과거와 똑같은 눈이었다. 대놓고 무시하던 과거와는 달랐지만, 은근슬쩍 무시하는 저 눈.
로제테는 분명 달라졌다. 더 이상 그녀는 과거에 얽매이지도 않았고,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알았다.
그런데도 여전히 자신을 무시하는 엘리샤의 얼굴을 보니 심장이 기분 나쁘게 두근거렸다.
그럴 일은 없지만, 엘리샤가 당장에라도 다가와 머리채를 잡으며 ‘이것 좀 보세요. 이 머리 색이 아드리안과 어울린다고 생각하나요? 하하하!’라고 비웃을 것만 같았다.
로제테는 간신히 이자벨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래, 맞아. 넌 자랑스러운 아드리안이야. 설마 그런 사람은 없겠지만, 누가 너를 무시한다 해도 그 사실을 절대 잊지 마.
쌀쌀맞으면서도 다정함이 깃든 목소리에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나는 아드리안이야.’
더 이상 그녀는 로제테 댈러스가 아니었다.
로제테는 엘리샤를 보며 싱긋 웃었다.
그러고 가만히 있자 엘리샤가 이죽거렸다.
“제가 먼저 아는 척을 했는데 소개도 안 하시나요? 하다못해 인사라도 해야죠.”
그러고는 작게,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들릴 정도로 혼잣말했다.
“5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예법을 다 못 배웠나 보네요.”
그녀의 주변에 있는 아이들이 웃었고, 클라라의 얼굴이 분노로 빨개졌다.
로제테는 당장 벌떡 일어나 한소리하려는 클라라의 팔을 잡았다.
“영애께서는 제가 누군지 알잖아요.”
“알기야 알죠. 그 분홍 머리를 가진 귀족이 달리 또 누가 있을까요.”
“그런데도 제가 먼저 인사를 해야 하나요?”
아드리안은 먼저 인사하지 않는다.
다른 이유는 필요 없었다. 그냥 ‘아드리안’이기 때문이었다.
로제테의 말이 무슨 뜻인지 깨달았는지 엘리샤의 얼굴이 살짝 구겨졌다.
‘평민 출신이라고 무시하던 내가 아드리안을 들먹거리니 자존심이 상했겠지.’
로제테는 일부러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
이내 엘리샤가 분해 죽겠다는 얼굴로 일어나 로제테에게 다가오더니 손을 내밀었다.
“난 엘리샤 댈러스라고 해. 댈러스 후작의 막내딸이지.”
로제테가 손을 잡자 엘리샤가 손에 힘을 꽉 쥐었다.
그러나 무거운 것을 들어 본 적도 없고, 따로 체력 단련도 한 적 없는 애송이의 악력은 약했다.
로제테도 강한 편은 아니었지만 이것보다는 나았다. 로제테가 반대로 힘을 주었다. 그러자 엘리샤의 “아얏.” 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엘리샤와 친분이 있는 아이들이 무슨 일이냐며 호들갑을 떨었다. 로제테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척 시치미를 뗐다.
“왜 그러세요?”
지기 싫어하는 엘리샤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표정을 갈무리했다.
“아뇨, 별일 없어요.”
그러고는 새침한 얼굴로 자리로 돌아갔다.
로제테의 옆에 앉은 클라라가 팔꿈치로 로제테의 옆구리를 꾹꾹 찔렀다.
“제법인데?”
“유치하지는 않았어?”
로제테가 뒤늦게 제 행동을 반성했다.
아까는 엘리샤를 한 방 먹여 준 것 같아서 고소했는데, 돌이켜 보니 너무 아이처럼 굴었나 싶었다.
‘엘리샤와 똑같은 사람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조금 우울해하고 있는데 클라라가 킥킥댔다.
“유치하기는. 난 오히려 좋았어. 쟤가 널 무시하는 게 다 보였단 말이야.”
“맞아, 쌤통이야. 자기가 뭐라고 로제테를 무시하고 그래.”
테레사가 동조했다. 덕분에 로제테의 마음은 마시멜로처럼 말랑말랑하게 풀렸다.
그 뒤로 정원에는 묘한 기류가 맴돌았다.
분명 같은 공간에 있는데, 아이들은 엘리샤파와 클라라파로 나뉘어 따로 대화를 나누었다.
중간중간 서로를 흘끔거리며 신경전도 했다.
로제테는 클라라에게 미안해졌다.
“역시 내가 괜한 짓을 했나 봐.”
“아냐. 잘했어. 쟤가 한 짓을 생각해 봐. 일부러 시간에 늦은 거 봤지? 그거 다 주목받으려고 하는 거야. 유명해. 당한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아하.”
“사실 나도 초대하고 싶지 않았는데, 아버지가 한번 초대하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초대했어.”
“백작님이?”
“응.”
왜지? 원래라면 첼러 백작은 댈러스가와 손도 잡지 않았는데.
‘무슨 바람이 분 걸까.’
로제테가 고민하느라 눈썹을 축 늘어뜨리고 있는데, 클라라가 설명했다.
“그동안 아드리안 공작님이 영지에 가 계셨잖아. 그래서 아빠도 입장이 조금 애매해졌어. 그래서 뭐, 다양한 가문과 교류를 하려고 하신 것 같더라고.”
“으응.”
로제테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클라라의 태도에 마음을 놓고 주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클라라의 친구들이라는 또래 아이들은 그녀에게 꽤 친절했고, 금방 말을 놓고 친해질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말이에요.”
두 파로 나뉘어진 아이들이 도저히 섞이지 않고 있을 때, 엘리샤가 손을 들고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아드리안 공녀가 벌써 패밀리어를 소환했다는데, 정말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