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73)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73화. 엘리샤 댈러스의 분노(73/214)
73화. 엘리샤 댈러스의 분노
2024.01.12.
엘리샤는 조금 전 자신을 내려다보던 로제테를 생각하며 이를 갈았다.
그녀의 아버지 댈러스 후작은 그녀가 지금보다도 어릴 때부터 늘 강조했다.
-너는 사교계의 꽃이 될 거야. 내가 널 최고의 위치로 올려 주마.
최고의 자리.
그것이 의미하는 건 한 가지였다. 엘리샤를 황후로 만들어 주겠다는 소리였다.
현재 황제의 유일한 자식인 조슈아와 나이대가 맞는 고위 귀족은 몇 없었다. 공작가에는 이자벨뿐이었고, 후작가에는 엘리샤와 두 명 정도 더 있었다.
이자벨이 가장 유력했지만 황제가 기사의 길을 걷고 있는 그녀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고 했다.
‘그럼 나에게도 충분히 기회가 있을 수도 있다고 했지.’
후작가이긴 하지만 황제가 제국 내에서 황자비를 찾는다면 불가능한 소리도 아니었다.
게다가 댈러스 후작은 어째서인지 자신만만했다. 별다른 이변이 없다면 엘리샤가 확정적으로 황자비가 될 것처럼 얘기했다.
엘리샤는 아빠의 말을 들으며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고는 했다.
그런데 로제테가 나타난 것이다.
평민 출신이지만 아드리안 공작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는 막내 공녀. 게다가 마법 실력이 좋아 황제가 관심을 보인다고 했다.
어디 그것뿐인가. 그녀는 여러 사고에서 황후은 물론이고 여러 귀족 아이들을 구한 것으로 이미 사교계의 유명 인사가 되었다.
이대로라면 조슈아와 결혼하는 건 엘리샤가 아니라 로제테가 될 판이었다.
‘다들 그 애가 뭐가 좋아서!’
그런데 더 화가 나는 것은 아버지인 댈러스 후작이 자꾸만 로제테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5년 전, 로암 거리에서 그녀를 마주친 다음부터였다.
엘리샤는 5년 전의 일을 아직도 기억했다. 그날 그녀는 후작이 내준 마법 수식을 모두 외웠고, 그 대가로 선물을 받았다.
양손 가득히 선물을 들고 돌아가던 중 아드리안 사 남매를 마주쳤다. 그때 처음으로 로제테도 보았다.
분홍 머리에 깡마른 아이는 전혀 귀족가 아이처럼 보이지 않았다. 질 좋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지만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내심 로제테에게 이목이 집중되는 것을 아니꼽게 생각하던 엘리샤는 그런 그녀를 비웃었다.
아드리안 공작에게 선택받았다더니 별것 아니네, 하면서.
꼴을 봤을 때 입양된 막내딸이 공작가의 사랑을 받는다는 말들도 보여 주기 위한 소문일 뿐일 테다.
천한 것들에게 능력이 있든 말든 관계없었다. 구질구질한 평민을 입양하는 건 전시하기에 좋은 선행일 뿐, 감히 진짜 아드리안과 같은 취급을 받을 수 없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아버지인 댈러스 후작도 로제테에게 관심을 보였다.
티파티를 열어서 그 아이를 초대하라느니, 친해져서 아버지에게 도움이 되라느니 하는 말을 하지 않았던가.
엘리샤는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로제테를 단 한 번도 초대하지 않았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데 어떻게 초대하냐’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사실은 그런 격 떨어지는 아이를 저택에 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본 로제테는 고작 5년 사이에 다른 애가 되어 있었다.
평민이라고 무시했지만, 엘리샤는 내심 귀족의 태가 나는 그녀를 보고 놀랐다.
‘말도 안 돼, 그깟 애가 5년 만에 어떻게……!’
그나마 패밀리어가 하찮은 뱁새라는 것을 트집 잡았지만, 역으로 공격당하고 말았다.
설마 평민 주제에 진짜 공녀 행세를 하며 아드리안의 이름으로 그녀를 짓누를 줄이야.
“아아아악! 마음에 안 들어!”
다시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지른 엘리샤는 자신을 무표정으로 쳐다보는 하녀를 노려보았다.
“뭘 봐? 너도 지금 날 무시하는 거야?”
“아닙니다, 아가씨. 저는 그냥…….”
“그냥, 뭐? 그냥 뭐!”
엘리샤가 오른손을 든 순간이었다. 천천히 속도를 줄이던 마차가 완전히 멈추더니 밖에서 호위 기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가씨, 도착했습니다.”
엘리샤는 문이 열리기 전에 손을 내리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입 모양으로 ‘너, 나중에 봐.’라고 중얼거린 뒤 호위 기사의 에스코트를 받아 마차에서 내렸다.
가끔 전속 하녀에게는 패악질을 부렸지만, 그 외 사람들에게는 착하고 얌전한 아가씨로 보여야 했으니까.
분을 애써 가라앉히며 저택 안으로 들어서자 집사장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어서 오십시오, 아가씨. 주인님께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아버지께서?”
“네. 집무실로 가시지요.”
엘리샤는 집사를 따라 집무실에 도착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앨러스 후작이 그녀를 반겼다.
“다녀왔느냐, 엘리샤.”
“네, 아버지.”
엘리샤가 쪼르르 달려가 후작의 무릎 위에 앉아 어리광을 부렸다.
“녀석도 참. 누가 보면 며칠 못 본 줄 알겠구나. 그래서 티파티는 어땠지?”
“어떻기는요. 그냥 그랬어요. 누가 무식한 기사 가문 아니랄까 봐 격 떨어지는 것만 준비했더군요.”
“그래?”
“저라면 절대 그렇게 꾸미지 않을 거예요. 다음에 더 근사한 티파티를 열어서 아이들을 초대하겠어요. 진정한 티파티가 뭔지 알려 줘야죠.”
“그래. 잘 생각했다.”
엘리샤는 발을 앞뒤로 흔들며 잠시 생각했다.
‘그 아이를 만났다는 얘기를 해야 하나?’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조심히 입을 열었다.
“저 그 아이를 봤어요.”
“그 아이라면?”
“로제테 아드리안 말이에요.”
댈러스 후작의 눈이 번뜩였다.
“어땠지?”
엘리샤는 아빠의 표정을 눈치채지 못하고 쫑알거렸다.
“그냥 그랬어요.”
“그냥 그랬다니?”
“걔 패밀리어가 뭐라는 줄 아세요? 다른 아이들이 하나도 멋지지 않다며 비웃더라고요. 그런 패밀리어를 대체 어디에 사용해요?”
“그래서 그 패밀리어는 봤니?”
“아뇨. 보여 달라고 했지만 끝내 안 보여 주더라고요. 하지만 무슨 동물인지는 들었어요.”
엘리샤가 킥킥거렸다.
“글쎄, 뱁새라지 뭐예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동물이에요. 어디, 제대로 날기는 하겠어요?”
“그래, 별것 아니겠구나.”
“그렇죠? 근데 그 아이가 뭐라는 줄 알아요? 패밀리어가 자기 친구라고, 무시하지 말라는 거예요. 웃기지도 않아요. 패밀리어가 어떻게 친구가 되죠?”
“그러게 말이다.”
잠시 뜸을 들이던 후작이 조용히 말했다.
“네가 그 아드리안 공녀를 초대 한번 해야겠다.”
“제가요?”
“네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그동안 초대하지 않았잖니. 이제 친분이 생겼으니 초대해도 괜찮겠지.”
“하지만 그 아이는……!”
“그 아이는?”
엘리샤는 입을 다물었다.
마음 같아서는 로제테 아드리안이 자기를 어떻게 무시했는지 코치코치 말하고 싶었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렇게 할게요.”
“그래, 그럼 이만 가 보렴.”
“네.”
엘리샤는 집무실에서 나와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머릿속으로는 자신을 비웃은 전속 하녀를 어떻게 혼내야 할지 고민하면서.
그때 누군가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엘리샤.”
그녀의 오빠인 알렉스 댈러스였다. 올해 성년이 된 그는 엘리샤와 달리 마법에 별 재능이 없었다.
대신 어릴 때부터 검을 배웠는데, 검에 꽤 탁월한 실력을 보이고 있었다.
“오빠!”
엘리샤가 그의 품에 반갑게 안겼다.
“검술 연습 하고 오는 거야?”
“그래. 곧 있으면 검술 대회가 열리니까.”
“오빠가 분명 우승할 거야! 난 믿어!”
“글쎄.”
알렉스가 특유의 무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왜? 오빠는 엄청난 기사잖아!”
“이번에 다니엘 아드리안도 나온댔거든.”
“다니엘…… 아드리안?”
그놈의 아드리안.
엘리샤는 인상을 썼다가 다시 헤실헤실 웃었다.
“그게 어때서?”
“아드리안이니까.”
“아드리안이 어때서!”
엘리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오빠가 충분히 이길 수 있어! 아니, 꼭 이겨야 해! 나는 그 아이가 날 무시하는 걸 더 이상 볼 수 없단 말이야!”
“그 아이?”
“그런 게 있어! 아무튼 꼭 이겨야 해. 알겠지?”
“그래, 최선을 다해 볼게.”
엘리샤는 몇 번이나 최선을 다하는 게 아니라 잘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에야 알렉스를 놓아주었다.
* * *
클라라의 티파티에 다녀온 뒤, 평화로운 시간이 지나갔다.
로제테는 열심히 다니엘에게 줄 손수건을 완성했고, 더불어 루카스와 이자벨에게 줄 것도 만들었다.
‘루카스 오빠가 자수가 엉망이라도 놀리는 건 싫지만, 그래도 오빠니까. 이자벨 언니에게는 그냥 주고 싶었어.’
그리고 얼마 뒤, 건국제와 함께 검술 대회가 시작되었다. 그동안 기사들과 끊임없이 대련하던 다니엘도 검술 대회 예선에 나가게 되었다.
“오빠, 잘하고 와. 설마 예선 탈락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
“형이라면 예선쯤은 가볍게 통과할 수 있지! 나는 형을 믿어!”
“오빠, 다치지 말고 조심히 다녀와요.”
세 동생의 각기 다른 응원을 받은 다니엘은 “너희 덕분에 잘할 수 있겠네.”라는 말을 남기고 경기장으로 향했다.
예선전도 관중이 구경할 수 있지만, 아드리안의 세 꼬맹이는 안전상의 이유로 본선만 보러 가기로 했다. 그래서 다니엘의 예선 경기는 응원하러 갈 수 없었다.
다니엘이 없어 더욱 무료한 오후 시간.
“꼬맹아.”
로제테가 책상에 앉아 마법 책을 읽는데, 루카스가 쳐들어왔다.
그는 로제테가 읽고 있는 책 이름을 보고 질색했다.
“그런 거 읽으면 머리 안 아파?”
로제테가 농담조로 받아쳤다.
“오빠는 하도 책을 안 읽어서 책을 볼 때마다 머리가 아픈 거예요. 어제도 수업 빼 먹었죠? 삐삐에게 다 들었어요. 노이어 부인이 엄청 찾으러 다녔다는데.”
루카스가 로제테의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우리 꼬맹이, 이제 아주 오빠에게 못 하는 소리가 없어.”
“앗, 오빠! 머리 헝클어져요!”
개구쟁이처럼 웃은 루카스가 그녀의 머리를 정리해 주고는 옆에 앉았다. 그가 책상에 엎드리며 물었다.
“밖에 안 나가고 싶어?”
“밖이요?”
“응. 지금 건국제가 열리잖아. 넌 건국제를 한 번도 보러 간 적 없고 말이야.”
로제테가 관심을 보였다. 그녀는 책을 덮고 루카스처럼 책상에 엎드리며 그를 마주 보았다.
“오빠는요? 오빠는 축제를 보러 간 적 있어요?”
“응! 한 번뿐이지만, 아빠랑 형이랑 누나랑 간 적 있지.”
로제테의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가고 싶어요!”
“검술 대회가 끝나면 가자. 아버지도 흔쾌히 허락하실 거야.”
“진짜요?”
“응! 아버지가 허락 안 해 주시더라도 내가 어떻게 허락을 받아 낼게.”
“좋아요!”
루카스의 호언장담에 로제테는 검술 대회 본선이 더 기다려졌다.
그렇게 또 2주일이 지났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다니엘은 본선에 올라갔다.
“당연한 결과지! 다니엘 형은 곧 소드 마스터가 될 사람인데 떨어지는 게 더 이상하지!”
루카스는 자기가 본선에 올라간 것처럼 좋아했다.
“그런 건 아냐. 그냥 운이 좋았어.”
“검술 대회가 애들 장난도 아니고, 단순히 운이 좋아서 올라갈 수 있는 건 아니잖아. 오빠, 겸손도 너무 지나치면 독이야.”
“맞아요!”
로제테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이자벨의 말에 동의헀다.
“다니엘 오빠는 대단해요! 제가 본 그 어떤 기사님보다도 멋져요!”
신이 나서 중얼거렸던 로제테는 뒤늦게 아드리안 공작의 눈치를 봤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수프를 먹던 공작의 손이 움찔했다.
“물론 아빠는 빼고 말이에요. 아빠가 제일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