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75)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75화. 결승전(75/214)
75화. 결승전
2024.01.14.
로제테 또래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였다. 머리는 살짝 붉은빛이 도는 은발이었고, 눈동자는 빨간색이었다. 실핏줄이 보일 정도로 피부가 하얗고 속눈썹도 길어서 꼭 인형처럼 보였다.
‘순간 여자아이인 줄 알았어.’
그 아이는 남성용 바지를 입고 있는 게 아니었다면, 여자아이로 착각할 외모를 갖고 있었다.
“안녕.”
아이가 눈을 휘며 웃었다. 그러자 은빛 속눈썹이 햇살에 반짝였다. 로제테가 무언가에 홀린 듯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으응, 안녕.”
“난 미하엘라고 해. 넌?”
“아가씨.”
로제테가 채 대답도 하기 전에 크리스가 말도 섞지 말라는 듯이 말했다. 그게 의아한 로제테가 크리스의 귀에만 들릴 정도로 소곤거렸다.
“왜 그렇게 둘 다 날이 서 있어? 그냥 애잖아. 날 해치려고 온 것도 아니고.”
“그게…….”
크리스가 망설였다.
“응? 왜?”
“저 아이에게서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응?”
“좋은 의도로 접근한 건 아닌 듯하여.”
그제야 로제테는 아이를 좀 더 제대로 살펴보았다.
‘그런데 저 아이, 마법사인 것 같아.’
로제테는 아이의 몸속에 억눌린 마나를 느꼈다. 아이는 나름대로 그 사실을 숨기려고 한 모양이지만, 로제테의 감을 피할 수는 없었다.
제 실력을 믿는 걸까, 아니면 겁이 없는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고위 귀족인 걸까.
이름 모를 적은발의 아이는 서슬 퍼런 조셉의 기세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름도 안 알려 줄 거야?”
로제테는 이름을 말하는 대신 다른 것을 물었다.
“나에게 볼일 있어?”
미하엘이라는 아이가 빙긋 웃었다.
“그냥 한번 보고 싶었어.”
“나를? 왜?”
“그냥. 분홍 머리의 아이가 유명하다고 들은 것 같아서.”
“으응.”
조셉과 크리스의 경계가 무색하게도, 참 싱거운 아이였다.
“아가씨, 가셔야 합니다. 큰 아가씨와 작은 도련님께서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크리스가 재촉했다.
“으응, 알겠어. 저기 미안한데, 내가 가야 해서.”
“괜찮아.”
아이가 언짢은 기색 없이 계속 웃었다.
“어차피 우리는 또 보게 될 거니까.”
그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는 미련 없이 사라졌다. 잔뜩 긴장하고 있던 조셉이 멋쩍다는 듯 뒤통수를 긁적였다.
“뭐죠, 저 아이?”
“그러게 말입니다.”
“두 사람이 예민한 것 같아. 쟤는 기사가 아니라 마법사 같거든.”
“마법사요?”
“응. 그런데, 두 사람. 저 아이, 혹시 어디 가문 사람인 줄 알아?”
로제테의 물음에 두 사람이 기억을 더듬었다.
“글쎄요, 본 적이 없습니다.”
“저런 외모라면 한 번쯤은 이야기를 들을 법도 한데 들은 바가 없네요.”
“아가씨, 신경 쓰지 마세요.”
“응, 알겠어.”
“그것보다 얼른 가시죠. 다들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그래.”
로제테가 두 사람의 경호를 받으며 자리로 돌아가자 루카스가 눈을 부릅뜨고 쏘아붙였다.
“꼬맹아, 왜 이렇게 늦게 왔어? 기다렸잖아! 걱정했다고!”
“미안해요, 오빠.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랬어요.”
“무슨 일은 없었지?”
무슨 일?
그 말을 듣자마자 로제테는 조금 전 만났던 예쁜 남자애를 떠올렸다. 하지만 별일은 아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그럼 얼른 앉아. 곧 경기 시작하겠어.”
“네, 언니.”
로제테는 이자벨과 루카스 사이에 앉았다. 루카스가 로제테 쪽으로 몸을 돌리며 실실 웃었다.
“꼬맹아, 아까 나중에 준다고 했잖아. 내 것도 있는 거야?”
“네.”
로제테가 가방에 넣어 두었던 손수건을 각각 루카스와 이자벨에게 주었다. 루카스가 풉, 하고 웃었다.
“이거 장미 맞아? 삐뚤빼뚤하잖아.”
“싫으면 주세요. 맨날 놀려.”
로제테가 손수건을 잡으려고 손을 내밀자 루카스가 손을 번쩍 들었다.
“줬다 뺏는 게 어딨어! 한번 줬으면 끝이지!”
로제테가 입술을 삐쭉이며 그를 흘겼다. 이번엔 이자벨을 살폈다.
“언니는 어때요?”
“마음에 들어.”
이자벨이 간단하게 얘기하며 품속에 손수건을 집어넣었다.
“잘 쓸게, 고마워.”
로제테가 신이 나서 발을 동동거렸다.
그 후 세 사람은 간단한 다과를 즐기며 검술 대회를 구경했다. 루카스와 이자벨은 진지하게 관람했고, 로제테는 비스킷 가루를 먹어 잔뜩 신이 난 삐삐와 놀며 대충 보았다.
그러다 다니엘의 첫 번째 경기가 시작됐다. 상대는 한 귀족가의 기사라고 했다.
다니엘보다 더 근육질인 남자라서 로제테는 긴장했다. 그러나 다니엘은 상대보다 훨씬 더 민첩하게 움직여 의외로 쉽게 이겼다.
“와아! 오빠가 이겼어요!”
로제테가 기뻐했고.
“당연한 결과지!”
“못 이기면 이상한 경기였어.”
루카스와 이자벨은 덤덤히 승부를 받아들였다.
그 후로도 시합이 계속되었다. 다니엘의 두 번째 시합은 첫 번째보다는 흥미진진했지만, 역시나 다니엘의 승리로 돌아갔다.
“역시 다니엘 형이야!”
“당연히 이겨야 하는 경기였어.”
“그래도 흥미진진했어요!”
다니엘의 경기 뒤에도 경기는 남았지만, 세 아이는 저택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다니엘도 함께 돌아가 푸짐한 저녁 식사를 했다.
며칠 뒤 또다시 다니엘의 경기장으로 향했다.
세 번째 경기는 다니엘의 압도적인 승리로, 네 번째는 생각보다 치열한 승부 끝에 다니엘의 승리로 끝났다.
그날 저녁, 아드리안 저택에서는 다니엘의 결승 진출을 축하하는 파티가 열렸다.
“공자님께서 당연히 우승하실 겁니다!”
“그럼요! 곧 소드 마스터도 되실 분인데!”
기사들이 커다란 잔에 맥주를 마시며 껄껄 웃었다. 로제테는 그 속에서 사과 주스를 홀짝이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상대가 누구였죠?”
누군가가 물었을 때 로제테는 긴장했다.
“알렉스 댈러스였던 것 같습니다.”
그랬다. 공교롭다고 해야 할지, 결승전에 올라온 상대는 알렉스 댈러스였다.
로제테는 내심 이 결과에 당황했다.
‘알렉스 댈러스가 우승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말이지.’
아마 과거와는 다르게 다니엘의 등장으로 검술 대회의 판도가 바뀐 듯했다. 알렉스 댈러스도 묘하게 자극받은 모양이고.
루카스와 이자벨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러니까 알렉스 댈러스의 동생이 우리 꼬맹이를 괴롭혔다는 거지?”
루카스는 마치 자신이 대결하는 사람처럼 옷소매를 걷었다. 로제테가 “그…… 괴롭혔다는 소리는 안 했는데요.”라고 소곤거려도 두 사람은 듣지 않았다.
“원래도 이겨야 하지만, 이 경기는 더더욱 이겨야지. 그것도 압도적으로 이겨야 해.”
이자벨마저도 기합이 단단히 들어가 있었다.
“당연하지! 지기만 해 봐라!”
“그러니까 괴롭혔다고는…….”
로제테의 목소리는 응원하는 루카스의 목소리에 묻혔다.
그때 듣고 있던 삐삐도 삑삑거렸다.
[삐이잇!]뭐? 로제테를 괴롭힌 사람이라고? 이겨라! 첫째 인간!……이라고 말하면서.
한숨을 한 번 쉰 로제테 또한 신경 쓰지 않는 척하면서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사실 나도 오빠가 이겼으면 좋겠어.’
이자벨과 루카스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다니엘에게 우승을 거머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로제테는 달랐다. 우승보다 다니엘의 안전이 더 중요했다.
그렇지만 알렉스와의 대결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다니엘이 이겼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뭐? 댈러스 영애께서 아가씨를 괴롭히셨단 말입니까?”
“진작 말씀하시지 그러셨습니까! 그랬다면 아까 제가 댈러스가의 기사들에게 결투 신청을 했을 텐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가서 결투 신청을……!”
루카스와 이자벨에 이어 기사들도 야단법석을 떨었다.
로제테는 두 손을 흔들며 오해라고 해명해야 했다. 다행히 그녀의 열띤 노력에 고조됐던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았다.
“흐음, 댈러스가 우리 로즈에게 그랬단 말이지?”
하지만 이미 다니엘은 묘한 승부욕에 불타오른 모양이었다. 그는 기사들에게 알렉스 댈러스의 약점을 묻기 시작했다.
기사들은 알렉스의 경기를 보며 저마다 느꼈던 것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다니엘은 그 속에서 다시 한번 우승을 다짐했다.
다른 사람도 그의 우승을 바라며 건배하는 것으로 가벼운 파티가 끝이 났다.
* * *
며칠 뒤, 검술 대회의 마지막 경기, 결승이 열렸다. 로제테는 경기장에 나타난 다니엘을 보며 무사히 완승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마음 속으로 응원했다.
‘오빠 화이팅.’
그런 그녀의 응원을 듣기라도 한 걸까. 가볍게 몸을 풀던 다니엘이 특별석 쪽을 쳐다보았다.
분명 밖에서는 안쪽이 보이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다니엘은 마치 세 동생이 보이는 사람처럼 손을 흔들었다. 루카스가 소리를 질렀다.
“형, 꼭 이겨!”
다니엘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지난 경기에서는 하지 않던 행동이었다.
로제테는 다니엘도 이번 경기를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로제테는 소리 내어 응원했다. 다니엘에게 보이지 않아도 응원하는 목소리라도 닿았으면 했다.
“다니엘 오빠, 꼭 이겨!”
다시 등을 돌린 다니엘이 검을 빼어 들고 알렉스와 마주 보고 섰다.
심판이 깃발을 들었을 때, 비로소 두 사람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다니엘과 알렉스는 서로 검을 든 채 신경전을 벌였다.
숨죽여서 구경하던 사람들의 의아하게 여길 정도로 긴 시간이 지난 뒤, 알렉스가 먼저 움직였다.
로제테가 눈으로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빠른 움직임. 그러나 다니엘은 금세 그것을 막았다.
“좋았어!”
루카스가 환호했다. 로제테도 내심 안심했다.
다니엘이 알렉스의 검을 옆으로 흘리며 앞으로 공격을 시도했다. 알렉스가 아슬아슬하게 그 공격을 막았다.
관중들 사이에서도 탄성이 터져 나왔다.
계속해서 아슬아슬한 경기가 이어졌다. 공격하면 막고, 공격하면 또 막고.
경기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로제테는 점점 더 긴장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다니엘이 지면 어쩌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냐, 그럴 일은 없어.’
로제테는 고개를 저으며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 냈다. 주먹을 꽉 쥔 손에서 식은땀이 났다. 로제테는 아예 두 손을 모으고 아쉘라 여신에게 기도했다.
‘제발, 오빠가 이기게 해 주세요. 다치지도 않게 해 주세요!’
가면 갈수록 루카스의 응원도 요란해졌다. 평소라면 ‘조용히 좀 해’라고 말렸을 이자벨이 조용했다.
그렇게 경기가 이어지던 중.
“어?”
“아!”
이자벨과 루카스가 동시에 일어났다. 차마 경기를 지켜볼 수 없어 눈 감고 기도하던 로제테가 두 사람의 기척을 느끼고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다.
그 순간. 다니엘과 알렉스가 빠른 속도로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움직임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달려간 두 사람이 멈췄을 때, 그들은 서로의 목을 향해 검을 겨눈 상태였다.
“헉!”
“……!”
루카스와 로제테가 당황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때 이자벨이 조용히, 그러나 흥분을 채 억누르지 못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오빠가 이겼어.”
“뭐?”
“네?”
“둘 다 잘 봐.”
로제테와 루카스가 두 눈을 부릅뜨고 다니엘과 알렉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동시에 탄성을 내뱉었다.
“오러가……!”
“우와아!”
다니엘의 검도, 알렉스의 검도 서로의 목에 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니엘의 검에서 뻗어 나온 오러가 알렉스의 턱밑에 닿을 듯 말 듯 자리 잡고 있었다.
전에 크리스와 대련할 때와 같은 전술이었다.
“이겼다!”
“그렇지, 그래야 우리 형이지!”
로제테와 루카스가 서로 부둥켜 안고 기뻐했다. 이자벨은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