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76)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76화. 재회(1)(76/214)
76화. 재회(1)
2024.01.15.
“이러지 말고 우리 형에게 가자!”
“좋아요!”
“누나, 누나도 가자!”
“그래.”
세 아이는 뛰지 말라는 호위 기사들의 말에도 대기실을 향해 달려갔다.
“오빠!”
로제테는 제일 먼저 다니엘에게 달려가 안겼다. 다니엘이 주춤하는 기색도 없이 받았다.
“로즈, 오빠 땀 났는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맞아, 형!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이번엔 루카스가 다니엘을 와락 끌어안았다. 얼떨결에 팔을 크게 벌려 두 동생을 안은 다니엘은 어정쩡하게 서 있는 이자벨에게 눈짓했다.
“너도 올래, 벨?”
“뭐…….”
이자벨이 쭈뼛거리다가 다니엘의 품에 안겼다. 다니엘이 푸흡 하고 웃었다.
“세 명은 좀 힘드네.”
제일 가운데에 낀 로제테가 힘겹게 웃었다.
“그러게요.”
“괜찮아, 괜찮아!”
루카스가 소리 내어 웃었다. 간신히 그 속에서 빠져나온 로제테는 문득 알렉스와 엘리샤를 찾았다.
저 멀리 두 남매는 뭐라고 대화하고 있었다. 얼굴이 빨개진 엘리샤가 뭐라, 뭐라 따졌고, 알렉스는 표정 없는 얼굴로 가만히 그걸 들었다.
‘아마도 왜 졌냐고 따지는 거겠지.’
로제테는 두 사람과 눈을 마주치기 전에 고개를 훽 돌렸다.
곧 아드리안 공작도 찾아와서 다니엘을 칭찬했다.
“잘했다. 네가 자랑스럽구나.”
아드리안가의 기사단원들은 다니엘을 번쩍 들어 헹가래를 쳤다.
아드리안 모두가 행복한 결말이었다.
* * *
그 후 로제테는 건국제 기간 동안 세 남매와 함께 축제 구경을 다녔다. 이번엔 아드리안 공작도 함께였다.
솜사탕이라는 입에서 살살 녹는 사탕도 처음 먹어 보았고, 다트를 던져 인형도 땄다.
생에 처음으로 야시장 구경도 해 봤다.
‘아직도 못 해 본 게 이렇게 많네.’
매일, 매일이 행복했다.
그렇게 떠들썩했던 건국제가 지나가고 오랜만에 조용한 나날을 지내고 있을 때였다.
드디어 오필리아 황후에게서 초대장이 왔다. 이번에는 아드리안 사 남매를 모두 초대했다.
로제테는 황후가 쓰는 인장이 보인 봉투를 보자마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드디어 황자님을 볼 수 있어.’
그동안 실버가 몇 번 더 다녀갔다. 조슈아의 말에 따르면 실버가 원해서 어쩔 수 없이 보냈다고 했다.
그래도 실버가 올 때면 로제테는 조금이나마 조슈아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답지 않은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그동안 로제테와 조슈아의 세계는 많이 달라졌고, 공통점이 꽤 사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전에는 황후님과 아드리안을 지키겠다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물론 지금도 그 공통점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미래를 예측할 수 없으니 나눌 얘기도 없었다.
그래도 좋았다. 로제테는 매일 잠이 들기 전이면 ‘오늘은 실버가 올까?’ 하고 기대를 하고는 했다.
동시에 열일곱 살이 된 조슈아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보았다.
그녀가 전생에서 조슈아를 마주친 것은 단 한 번뿐이었다. 시간을 되돌리기 전, 서늘한 감옥에서 말이다.
그땐 조슈아도 그녀도 제정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떤 모습이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저 꽤 위압감이 있었다는 것만 기억났다.
그런데 드디어 조슈아를 만날 날이 온 것이다.
로제테는 입궁하기 전날 밤 제대로 자지 못했다.
혹시나 실버가 오지 않을까 싶어서 기다려도 봤지만 실버는 오지 않았다.
다음 날 언니, 오빠와 함께 황궁으로 가는 마차 속에서도 로제테는 긴장했다. 그걸 눈치챈 루카스가 그녀에게 몸을 붙이며 물었다
“꼬맹아, 왜 이렇게 긴장했어?”
“오랜만이잖아요. 황후님과 황자님을 만나는 게.”
“그냥 평상시처럼 행동해. 뭘 긴장하고 그래.”
“인사를 하다가 넘어지면 어쩌죠? 노이어 부인은 저보고 커트시가 이제 완벽하다고 했지만…….”
“완벽해.”
이자벨이 불쑥 말했다.
“내가 인정했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로제테가 웃음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도 궁금하지 않아? 황자 전하도 엄청 크셨을 텐데. 오, 나 그리고 전하의 패밀리어는 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 볼 수 있는 걸까?”
“아마도 그럴 거야.”
다니엘이 답했다.
“황제 폐하께서 워낙 기골이 장대하셔서 그런지 황자 전하도 키가 무척 크시더구나. 패밀리어도 항상 옆에 데리고 다니셔서 오늘도 볼 수 있을 거고.”
다니엘은 넷 중 유일하게 수도에 온 뒤 조슈아를 알현간 적이 있었다.
“어때, 어때? 늑대라고 들었는데!”
“굉장해. 과장해서 내 허리에 올 정도로 큰 은색 늑대인데, 이름이 실버랬나.”
다니엘이 청량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참 전하답지 않은 작명이야.”
로제테는 모르는 척 딴청을 부렸다.
‘그렇게 이름이 이상한가. 나는 실버가 엄청 마음에 드는데.’
로제테가 시무룩해하고 있는데 루카스가 그녀의 팔을 콕콕 찔렀다.
“꼬맹아, 넌 안 궁금해? 엄청 큰 늑대라잖아. 다니엘 형의 허라까지 오면 거의 너만 하겠는데.”
“바보야. 로즈는 이미 전하의 패밀리어를 봤잖아.”
“어떻게?”
루카스와 이자벨의 대화를 듣던 로제테가 몸을 움찔했다. 혹시나 종종 실버가 놀러 오는 것을 들켰나 싶었는데, 다행히 이자벨이 말한 것은 다른 이야기였다.
“전에 있었던 공연장 사고 말이야. 그때 전하께서 처음 패밀리어를 소환하셔서 로즈를 도왔잖아. 그때 봤겠지.”
아아, 그 소리구나. 로제테가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맞아요! 그때 봤어요!”
“우와, 그렇네! 어땠어?”
로즈는 얼마 전에 본 실버의 크기를 기억하며 팔을 넓게 벌렸다.
“엄청 컸어요. 이렇게요. 그리고 이빨도 엄청 무시무시하고, 또…….”
로제테가 풋 웃었다.
“귀여워요.”
“귀여워?”
루카스가 질색했다.
“직접 보진 않았지만, 그 늑대가 널 잡아먹을 정도로 큰 것 같은데 어떻게 귀여워 보여?”
“…….”
로제테는 실버의 귀여움을 마음껏 자랑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실버를 자주 만났다는 것을 들킬까 봐 그만두었다.
“그냥 제 눈에는 패밀리어는 다 귀여워 보여요.”
대충 그렇게 얼버무리면서.
그러는 사이 마차가 황궁 안에서 멈춰 섰다.
“다들 왔군.”
먼저 내린 오빠들의 도움을 받아 마차에서 내린 로제테는 그들을 반기는 남자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햇빛에 화사하게 빛나는 은발과 황족의 상징인 금안을 가진 남자였다.
남자는 다니엘만큼이나 크고 어깨가 넓었다. 턱선도 날렵하여 약간 냉소적이고 신경질적인 느낌을 풍겼다.
로제테는 저도 모르게 남자의 눈을 빤히 쳐다보며 눈을 깜빡였다.
그때, 남자가 한쪽 입꼬리를 비쭉 들어 올렸다.
“왜 그렇게 보지?”
“어어…….”
로제테가 눈동자를 도르르 돌려 남자 옆에서 자신을 향해 꼬리를 세차게 흔드는 실버를 바라보았다.
실버를 본 뒤에야 확신을 얻었다.
“설마 황자님?”
남자, 조슈아가 피식 웃었다.
“왜 그렇게 놀라지?”
목소리도 마법구를 통해 들을 때보다 더 감미로웠다.
분명 5년 전에 본 조슈아는 아이 티도 채 벗지 못한 소년이었다. 그런데 눈앞의 조슈아는 완전한 성인이었다.
대체 5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로제테가 여전히 충격받아서 아무말도 못하는데, 루카스가 대신 답했다.
“당연히 놀라죠! 전하께서 이렇게 크셨는데요! 저도 놀랐어요!”
“그래?”
“네! 정말 생각보다 엄청 크셨어요.”
“루카스, 너도 많이 컸어.”
“그렇죠?”
루카스가 히히거리며 웃었다. 조슈아가 로제테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 그럼 가지. 어마마마께서 기다리고 계신다.”
그의 손 또한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뼈마디가 굵고 전보다 굳은살이 많아진 손이었다.
로제테는 머뭇거리다가 조슈아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작은 손이 커다란 조슈아의 손에 쏙 들어갔다.
손끝에 닿는 감각도 달랐다. 하루 종일 검을 연습하는 다니엘이나 루카스보다는 덜 거칠었지만, 군데군데 딱딱한 굳은살이 느껴졌다.
로제테는 잔뜩 긴장한 채 조슈아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황후궁 안으로 들어갔다.
오필리아는 장미가 잔뜩 핀 정원에 있었다.
“황후님!”
저도 모르게 정원으로 달려가려던 로제테는 “조심히.”라고 중얼거리는 이자벨의 말에 속도를 줄였다.
“황후님을 뵙습니다.”
로제테가 인사하는 것을 보던 황후가 인자하게 웃었다.
“이제 인사가 많이 자연스러워졌구나.”
“연습 많이 했어요.”
로제테에 이어 삼 남매도 무릎을 굽혀 인사한 뒤 각자 자리에 앉았다. 로제테는 시녀가 차를 따라 주는 것을 보다가 오필리아를 관찰했다.
오랜만에 보는 오필리아는 5년 전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었다. 혼자서만 세월이 빗겨 간 것처럼 주름살 하나 없었다.
오히려 그동안 건강이 나아졌는지 혈색은 더 좋아 보였다.
“황후님은 더 젊어지신 것 같아요.”
“어머.”
오필리아가 입을 가리며 웃었다.
“빈말이라도 고마운걸.”
“거짓말이 아니라 사실이에요.”
“그러는 로테제, 너는, 어디 보자. 정말 많이 자랐구나.”
로제테가 멋쩍어서 볼을 매만졌다.
“언니나 오빠들에 비하면 아직 많이 작아요.”
“제일 어리잖니. 앞으로도 많이 자랄 거란다. 그것보다. 이자벨은 이제 정말 숙녀인걸. 내가 괜찮은 사람을 찾아봐야겠어.”
“아직 멀었습니다, 전하.”
“루카스도 아이 티를 벗었고. 정말 많이 자랐구나. 다니엘은 이번 검술 대회에서 우승했을 뿐만 아니라 오러도 만들었다지? 곧 좋은 소식이 들리겠구나.”
“과찬이십니다. 아직 멀었습니다.”
후후, 하고 웃은 오필리아가 네 아이들에게 그동안의 일을 물어 보았다.
오랫동안 회포를 풀던 중, 오필리아가 로제테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로제테. 이젠 도서관엔 관심 없니?”
“도서관이요?”
“그래. 네가 온다고 해서 도서관을 열심히 정리하라고 했는데 어째 가고 싶다는 얘기가 없구나.”
로제테가 들뜬 목소리로 답했다.
“가고 싶어요. 안 그래도 보고 싶었던 책이 있었거든요.”
“그러렴. 조슈아, 로제테에게 길을 안내해 주겠니?”
“저 혼자도 괜…….”
“알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조슈아가 로제테에게 다시 손을 내밀었다.
로제테는 머뭇거리다가 그의 손을 잡고 실내로 들어갔다. 실버는 로제테의 옆에서 꼬리를 흔들며 따라왔다.
단둘이 복도를 걸어가는데, 로제테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황자님이 완전 다른 사람 같아.’
봐도 봐도 적응되지 않았다.
사실 조슈아를 직접 보기 전에는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달라진 조슈아의 모습이 궁금하면서도, 혹시 부쩍 자라난 그를 보며 옛날 생각이 나지 않을까 두려웠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조슈아를 보고 나니 과거가 생각나기는커녕,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만 했다. 얼굴도 뜨끈해졌다.
로제테는 저도 모르게 조슈아의 손을 놓고 옆으로 슬금슬금 떨어졌다.
“왜 그렇게 떨어져서 걷지?”
“그냥요.”
로제테는 일부러 더 실버 쪽으로 몸을 붙였다. 조슈아는 더 이상 뭐라고 하지 않고 도서관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