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79)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79화. 의문의 아이, 미하엘(2)(79/214)
79화. 의문의 아이, 미하엘(2)
2024.01.18.
“기괴?”
“설마 그 단어의 뜻을 모르는 건 아니겠지?”
“뜻은 알아. 이상하다는 말이잖아.”
“맞아. 다들 내 눈이 이상하다고 생각해.”
“하지만…….”
로제테가 뭐라고 중얼거리려다가 입을 다물자 미하엘이 은근하게 재촉했다.
“하지만, 뭐?”
“네 눈, 토끼 같아.”
미하엘이 예쁘다는 말을 들었을 때보다 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은 것처럼 눈을 느릿하게 깜빡였다.
민망해진 로제테가 변명하듯 중얼거렸다.
“언젠가 흰 토끼를 본 적 있는데, 눈이 빨갰어. 그런데 되게 귀여웠어. 눈이 꼭 루비 같기도 하고…….”
“…….”
“아무튼 내 말은! 네 눈이 이상하지 않고 예쁘다는 거야.”
“빨간색인데?”
“빨간색이 왜?”
“나 말고 빨간 눈을 가진 사람은 본 적이 없어.”
아하, 그런 거구나.
로제테는 미하엘에게서 과거 제 모습을 보았다. 남들과 다른 분홍 머리에 의기소침해하던 여덟 살의 로제테를.
그녀가 미하엘에게 다가가며 속삭였다.
“사실 이건 비밀인데.”
“……?”
“나도 내 머리가 안 예쁘고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생각해 봐. 머리가 분홍색이라. 다들 금발이나 갈색인데 말이야.”
“…….”
“그런데 지금은 내 머리가 예쁘다고 생각해. 다들 예쁘다고 해 줬거든. 그러니까 너도.”
로제테가 살짝 미소 지으며 중얼거렸다.
“네 눈이 예쁘다고 생각할 때가 올 거야.”
눈이 마주치자 미하엘이 시선을 돌렸다. 그가 떨떠름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 그럴 수도 있겠지.”
“내 말을 믿어.”
그러다 로제테는 티파티에서 빠져나온 지 시간이 꽤 지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까까지는 그래도 ‘길을 잘못 들었다’라는 변명이 통할 수 있었는데, 미하엘과 얘기를 나누고 나니 시간이 너무 지체했다.
“아무튼 오늘 만나서 반가웠어. 또 만날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에 만나면 인사는 할게. 그럼 나는 이만…….”
“잠깐만.”
미하엘이 정원으로 뛰어가려는 로제테의 팔을 잡았다.
“나와 좀 더 놀지 않을래?”
“너랑?”
“응. 솔직히 엘리샤가 여는 티파티 재미없지 않아? 그 아이는 자기 잘난 맛에 살던데.”
신랄한 평가였다. 로제테는 내심 그 평가에 동의했지만 차마 대놓고 말하지는 못했다. 대신 다른 것을 물었다.
“그런데 엘리샤에 대해 잘 알아?”
미하엘이 어깨를 으쓱였다.
“잘 아는 건 아니야. 그냥 여기서 지내면서 본 대로 얘기했을 뿐.”
“여기서 지내?”
“응, 당분간 이곳에서 손님으로 있을 거거든.”
“너 혼자?”
“응.”
“보호자는?”
“글쎄, 딱히 없는데. 왜? 보호자가 있어야 해?”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그때 로제테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이런 애가 댈러스 후작가에 손님으로 올 리는 없는데.’
로제테는 과거에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조심했다. 그래서 저택에 누가 오고 가는지 잘 몰랐다.
하지만 이 정도 눈에 띄는 외모를 지닌 아이가 잠깐도 아니고 장기적으로 여기서 지냈다면 모를 수가 없었다. 고용인들 사이에서도 얘기가 오고 갔을 거고.
‘엘리샤의 손님은 아니야. 댈러스 후작은 어릴 적부터 엘리샤를 황자비로 삼으려고 해서 또래 남자아이와 어울리게 하지 않았으니까.’
그렇다고 후작의 장남이자 엘리샤의 오빠인 알렉스의 손님도 아닐 것이다. 로제테의 계산으로는 알렉스도 올해 다니엘과 마찬가지로 성년이 되는데, 로제테 또래인 미하엘과 어울릴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황자님이 말한 아이가 미하엘인가?’
로제테가 평민 출신이었기에 당연히 그 아이도 평민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시기와 미하엘이 마나를 억누르고 있는 것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댈러스 후작이 데려왔다는 아이가 미하엘 같았다.
로제테는 정원으로 향해 있던 몸을 다시 미하엘 쪽으로 돌렸다.
“혹시 댈러스 후작이 데려왔다는 아이가 너야?”
“흐음, 나에 대해 들은 적 있어?”
“……아마도?”
“무슨 얘기를 들었는데?”
“그냥.”
로제테가 대충 얼버무렸다.
“댈러스 후작이 남자아이 하나를 입양할…….”
미하엘이 피식 웃었다.
“내가? 댈러스 후작의 양자가 된다고?”
“어, 아냐?”
“내가 죽었다 깨어나도 그럴 일은 없어.”
“아하.”
로제테는 잠시 갈등했다.
‘입양하는 게 아니라면 나와 황자님이 우려하는 일은 없는 거 아닌가?’
게다가 어딘가 오만한 성격을 보아하니, 미하엘이 댈러스 후작에게 고분고분하게 이용당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댈러스 후작이 미하엘에게 고대 마법을 심어 놓으면 얘기가 달라지지.’
아무리 봐도 댈러스 후작은 미하엘의 재능을 알아보고 데려온 것 같았다. 양자로 들이지 않더라도 아이를 데리고 있을 방법은 많으니, 안심할 수는 없었다.
“그럼 여기서 뭐 해?”
“그냥 댈러스 후작에게 마법을 배우는 중이라고 해야 하나. 댈러스 후작이 제국에선 마법으로 꽤 유명하잖아.”
댈러스 후작이 마법에 일가견이 있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미하엘의 대답은 조금 급하게 둘러댄 감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로제테는 그 대답만으로도 초조해졌다.
“왜 많고 많은 사람 중에 하필 댈러스 후작이야? 마법을 잘하는 사람은 후작 말고도 많은데?”
“뭐, 가문끼리 아는 사람이기도 하고.”
“응.”
“너는 어디 가문 출신인데?”
미하엘이 검지를 입술에 갖다 댔다.
“비밀.”
로제테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가 다시 물었다.
“다른 사람에게 배우면 안 돼?”
“글쎄, 마땅한 사람이 없어서.”
미하엘의 눈이 장난스럽게 빛났다.
“아니면 네가 가르쳐 줄래?”
“내가?”
“응, 너 되게 유명하던데. 천재라며.”
“아니, 나는…….”
“왜? 싫어?”
“싫다기보다는…….”
어쩐지 미하엘의 호기심 어린 눈이 부담스러워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나도 누구를 가르쳐 줄 실력은 되지 않아서.”
“에이. 거짓말을 하는 건지, 겸손한 건지 모르겠네. 여덟 살에 패밀리어까지 소환하고, 여러 사고도 막았다면서.”
“그렇긴 한데, 내가 널 가르쳐 주려면 여기로 오거나 네가 우리 저택으로 와야 할 텐데 힘들지 않을까?”
“왜?”
“내가 엘리샤와 친한 게 아니라서 여기 오기 힘들어. 그리고 네가 오는 건, 우리 아빠가 허락해 주지 않을걸.”
“흠.”
미하엘이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고민했다. 그 모습마저도 로제테가 그동안 봤던 어떤 사람보다도 더 예뻤다.
이런 얘기 좀 미안하지만, 이자벨보다도 더 예쁘장한 것 같았다.
“내가 몰래 찾아가면?”
“몰래? 어디를?”
“아드리안 저택?”
“큰일 날 소리 하지 마.”
로제테가 진지해져서 충고했다.
그때 정원 안쪽이 소란스러워졌다.
“왜 안 오지? 길을 잃은 거 아냐?”
하녀들이 로제테를 찾고 있었다.
“나 이제 정말 가야 해. 다들 이상하게 생각할 거야.”
“아쉽네.”
로제테가 조금 시무룩해 하는 미하엘의 손을 잡고 충고했다.
“있지, 가능하면 댈러스 후작과 단둘이 있지 마.”
“하지만 마법을 배워야 하는데?”
“아, 그렇네. 으음, 그러면.”
로제테가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너, 마나를 다룰 줄 알지?”
미하엘의 눈이 이번에는 다른 느낌으로 빛났다.
“그걸 눈치챘어?”
목소리도 한층 낮아졌다. 마냥 미성이라고 생각했는데, 잔뜩 내리깐 목소리를 들으니 느낌이 또 달랐다.
“그 남자는 모르던데.”
“그 남자?”
“댈러스 후작 말이야.”
“아하.”
“어떻게 알았어?”
미하엘이 은근하게 속삭였다.
“어떻게 알기는. 너에게 억눌린…….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로제테가 목소리를 조금 더 낮춰서 미하엘의 귓가에 속삭였다.
“혹시라도 댈러스 후작이 너에게 무슨 마법을 걸려고 하면 마나를 움직여서 방어해. 튕겨 내든가. 절대로 그 사람이 너에게 마법을 새겨 넣지 못하게 해야 해.”
“왜?”
어디까지 말해야 할까. 사실대로 말하면 이상하게 생각할 텐데.
로제테는 잠시 고민했다.
“몸에 다른 사람의 마법을 받아들이는 게 좋은 일은 아니잖아. 너는 아직 어린 데다가 마법을 잘 몰라서 잘 모르나 본데, 아무튼 안 돼. 알겠지?”
미하엘이 푸흐흐 하고 웃었다.
“그러는 너도 어리잖아.”
“나는…….”
너랑 달라. 물론, 지금은 거의 아이처럼 지내고 있지만 마냥 어리숙한 열세 살 아이가 아니란 말이야.
로제테는 속마음을 숨기고 쓰게 웃었다.
“아무튼 그렇게 알고 있어. 일단 난 갈게. 기회가 되면 또 봐. 아니, 꼭 봐.”
로제테는 하녀의 목소리가 점점 더 다가오는 것을 듣고 서둘러 정원으로 향했다. 때마침 이쪽으로 오던 하녀가 그녀를 발견하고는 핀잔을 주었다.
“대체 어딜 갔다가 이제 오신 거예요! 다들 찾았잖아요.”
“미안, 잠깐 길을 잃었어.”
“하여간, 이래서…….”
하녀가 로제테에게 들리지 않을 말을 속삭인 뒤 그녀의 팔을 아프게 잡아끌었다.
“얼른 가세요. 다들 기다리고 있어요.”
“으응.”
로제테는 혹시 하녀가 미하엘을 봤을까 싶어 뒤를 돌아보았다. 다행히 그사이 어딘가 숨었는지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 * *
기둥 뒤에 몸을 숨긴 미하엘은 로제테가 완전히 사라진 뒤에도 그녀가 걸어간 방향을 계속 보았다. 아쉬움보다는 진득한 소유욕이 묻어나는 시선이었다.
그때 풀숲에서 흰 뱀 한 마리가 그에게 스르륵 기어 왔다. 미하엘은 제 몸을 타고 오르는 뱀을 쫓아내기는커녕, 팔을 내밀었다.
그가 손등까지 타고 오른 흰색 뱀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너도 봤지, 페리토.”
뱀이 긍정하듯 기다란 혀를 날름거렸다. 미하엘이 쿡쿡하고 웃었다.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마음에 들어. 왜 진작 저 아이를 몰랐을까? 이럴 줄 알았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드리안 영지에 갔을 텐데.”
[…….]“하긴, 네 말이 맞아.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긴 하지.”
뱀이 빨간 눈으로 미하엘을 빤히 쳐다보았다.
“얼른 아드리안에게서 빼내어 내 옆으로 데려오고 싶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뱀이 쉬익, 거리는 소리를 냈다.
“안 돼. 마음 같아선 아드리안을 모두 죽여 버리고 저 아이를 데려오고 싶지만, 아무리 나라도 그건 힘들어. 뒷수습도 힘들고. 차근차근 접근해야 해.”
쉬이익, 쉬익.
“좋아하는 거? 그런 걸 선물하면 진짜로 기뻐해, 여자아이들은?”
뱀이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좋아하는 거라. 일단 그 멍청한 댈러스 후작이나 엘리샤를 이용하여 뭘 좋아하는지 알아내야겠어.”
미하엘이 사람들의 눈을 피해 온실로 갔다. 온실에는 이미 장미가 피어 있었다.
그는 로제테의 머리 색을 닮은 분홍색 장미를 꺾으려고 손을 내밀었다가 가시에 손가락이 찔렸다.
하얀 손끝에 몽글몽글 맺히는 붉은 피를 보던 그가 피식 웃었다.
“닮았네.”
그러고는 가차 없이 분홍색 장미를 꺾어 향기를 맡았다. 그의 하얀 손에서 장미꽃이 빠르게 시들더니, 이내 바싹 말랐다.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것 같은 꽃잎이 하얀 손가락 사이로 떨어져 내렸다.
미하엘은 땅에 떨어진 꽃잎을 짓밟으며 온실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