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8)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8화. 아이가 아이답기 위해선(1)(8/214)
8화. 아이가 아이답기 위해선(1)
2023.11.08.
그러자 자신을 조앤이라고 소개한 적갈색 머리의 하녀가 웃으며 다가왔다.
“괜찮아요. 저희는 준비만 해 드리고 가림막 밖에서 대기하고 있을게요.”
“정말요?”
“네. 이자벨 아가씨도 그렇게 하시는걸요.”
“이자벨 님…… 아니, 언니도요?”
“네.”
로제테는 그 말에 용기를 얻고 한 발자국 앞으로 나갔다.
“좋아요.”
덕분에 로제테는 혼자서 순조롭게 목욕을 마칠 수 있었다. 가림막 너머에 하녀 셋이 서 있는 게 좀 걸렸지만, 이곳에 온 이상 그건 익숙해져야 할 일이었다.
그렇게 혼자 씻고 나온 뒤 하녀들이 옷을 갈아입혀 주었다. 세 하녀는 옷을 갈아입은 로제테를 보며 호들갑을 떨었다.
“세상에, 너무나 예쁘세요, 아가씨.”
“천사 같아요.”
“이렇게나 사랑스러울 수가.”
로제테는 그들이 자기에게 잘 보이려고 과장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안 예쁘다는 건 나도 잘 알아.’
댈러스 후작의 사랑받는 막내딸, 엘리샤는 로제테를 보며 항상 이렇게 말했다.
-너처럼 못생긴 애는 태어나서 처음 봐. 어쩜 그렇게 못생길 수 있지? 머리카락도 칙칙한 분홍색이잖아.
엘리샤는 매일같이 로제테를 깎아내렸고, 로제테는 그 말에 세뇌당하다시피 했다. 당연한 결과로 로제테는 스스로가 흉측하다고 생각했다.
“거울 좀 보세요. 얼마나 귀여우신지.”
“아니야. 안 볼래.”
로제테는 필사적으로 얼굴을 가리며 거울을 피했다. 손거울을 보여 주려고 했던 조앤은 강한 거부에 내심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으며 거울을 치웠다.
“죄송해요.”
“아니야.”
“그럼 아침을 드시러 가실까요? 다들 기다리고 계실 거예요.”
“응.”
로제테는 친절한 조앤의 안내를 받으며 1층 식당으로 향했다. 조앤의 말마따나 식당 안에는 이미 다른 아이들이 와 있었다.
늦었다는 생각에 로제테의 볼이 뜨끈하게 달아올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드리안 공작이 아직 오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죄송해요.”
그녀는 하인이 빼 준 의자에 후다닥 가서 앉았다. 루카스가 제일 먼저 답했다.
“아냐! 우리가 일찍 온 거야.”
그는 귀족가의 아이답지 않게 과장된 손길로 배를 문질렀다.
“아침 훈련을 열심히 하고 왔더니 배가 엄청 고파서 서둘러 왔거든.”
“루카스.”
이자벨이 그런 동생을 나무랐다.
“경박스러워.”
기분이 상할 법한데도 루카스는 그저 웃었다. 로제테는 그런 그가 고아원에서 자주 보던 강아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꼬리를 흔들며 아이들을 쫓아다니던 하얀 강아지.
“풋.”
그 생각에 저도 모르게 웃자 주위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쏠렸다. 로제테는 뒤늦게 자신을 향한 시선을 느끼고는 표정 관리를 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웃으니까 보기 좋네.”
로제테의 맞은편에 앉은 다니엘이 미소 지었다.
“방은 마음에 드니?”
“네, 엄청!”
들떠서 얘기하려던 그녀는 이자벨의 시선을 느끼고 목소리를 낮췄다.
“엄청 마음에 들어요.”
“다행이야.”
그때 마침 아드리안 공작이 식당으로 들어왔다. 그가 상석에 앉자마자 에피타이저가 서빙되기 시작했다.
‘아…….’
로제테는 제 앞에 놓인 샐러드를 보고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새우잖아.’
그녀는 새우 알레르기가 있었다. 숨을 못 쉬어서 생명에 지장이 갈 정도로 심한 것은 아니었지만, 먹을 때마다 온몸이 간지러운 정도의 반응은 있었다.
새우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은 댈러스 후작가에 가서 처음 알았다. 로제테가 있던 고아원은 바닷가에서 멀었고 해산물을 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새우를 먹지 않으려고 하면 혼났어.’
댈러스 후작은 로제테가 새우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억지로 먹였다. 여기서도 새우를 먹지 않으면 혼나려나?
로제테의 망설임을 다르게 해석했는지 대각선 방향에 앉아 있던 루카스가 참견했다.
“아직 식사 예법을 배우지 않아서 어렵지? 포크는 바깥쪽에 있는 것부터 쓰면 돼! 전혀 어렵지 않아!”
아마도 그는 로제테가 여러 개의 포크 중 어떤 것을 써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줄 아는 모양이었다.
‘식사 예법은 다 아는데…….’
댈러스 후작가에서 틀릴 때마다 회초리로 손등을 맞아 가며 배웠다. 덕분에 지금은 그 여느 귀족 못지않게 완벽하게 식사할 수 있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그래도 로제테가 머뭇거리자 옆에 앉은 이자벨이 샐러드 포크를 들어 로제테의 오른손에 쥐여 주었다.
“못 들었어? 이걸 쓰면 된다니까.”
“아, 네.”
안 먹으면 편식한다고 혼날 거야. 혼나는 건 싫어. 쫓겨나는 건 더더욱 싫어.
로제테는 안 그래도 하얀 손이 더 하얘질 정도로 포크를 쥐고는 새우를 쿡 찍어 입에 넣었다.
어금니로 새우를 꽉 씹어 먹었다. 맛은 있었다. 사실 로제테는 알레르기가 있을 뿐이지, 새우의 맛을 싫어하지는 않았다.
로제테가 새우를 비롯한 샐러드를 싹싹 비우자 맞은편에서 다니엘이 칭찬해 주었다.
“채소도 잘 먹고, 예쁘네.”
로제테는 뺨을 살짝 붉히며 하나 남은 새우도 망설임 없이 입으로 넣었다.
‘먹길 잘했어.’
……라고 스스로를 칭찬하며.
그 후 계속되는 식사는 무리 없이 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알레르기 반응이 금방 나오지 않은 덕분이었다.
다들 훈련을 하고 와서 그런지 아침부터 고기가 나왔다는 것이 조금 특이했다.
로제테가 제 손바닥보다 큰 스테이크에 놀라서 눈을 깜빡이고 있자 이번에도 이자벨이 손에 나이프와 포크를 쥐여 주었다.
“뭘 보고만 있어. 얼른 먹어.”
“네? 네, 네.”
로제테가 아이용 커틀러리로 고기를 자르려고 하자 이젠 아예 다니엘이 그녀의 접시를 가져갔다.
“내가 잘라 줄게.”
그러고는 작은 입에도 쏙 들어갈 만한 크기로 스테이크를 잘라서 접시를 다시 돌려주었다. 로제테는 핑크빛이 도는 고기 속살을 보며 군침을 삼켰다.
“어서 먹어!”
루카스가 재촉했다. 그는 스테이크를 먹은 로제테의 반응이 궁금한 듯했다.
로제테가 결연한 얼굴로 스테이크를 찍어 입으로 가져갔다. 어금니로 한입 물자 고기가 머금고 있던 육즙이 쭉 흘러나왔다. 몇 번 씹지 않았는데도 고기가 부드럽게 녹아내렸다.
댈러스 후작저에서 십여 년을 지냈는데도 이 정도로 부드럽고 맛있는 스테이크는 먹지 못했다. 그녀가 먹었던 고기는 늘 질기고 딱딱했다.
‘나, 차별 당했구나.’
뒤늦은 깨달음이 그녀를 덮쳤다. 어쩐지 엘리샤가 스테이크가 살살 녹는다며 주방장을 칭찬할 때 공감할 수 없었다 했다.
때늦은 속상함 때문인지, 고기의 감동 때문인지 로제테는 눈물을 찔끔 흘렸다. 그러자 루카스가 푸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게 그렇게 맛있어?”
“으으, 네.”
로제테는 계속해서 스테이크를 찍어 먹었다.
그러나 행복함은 오래 가지 않았다. 디저트가 나올 때쯤,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처음엔 팔이 간지럽기 시작하다가 차츰 목이 간지럽게 시작했다.
로제테는 테이블 아래에서 팔을 세차게 긁었다. 팔이 따끔따끔한 것을 보아하니 상처가 난 듯싶었다.
“왜 그러니?”
그런 그녀의 변화를 기민하게 눈치챈 아드리안 공작이 물었다. 로제테는 고개를 붕붕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런데 왜 디저트는 안 먹어? 우리 주방장이 제일 잘 만드는 커스터드 푸딩이야!”
루카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디저트를 먹겠답시고 자칫 팔을 올렸다간 울긋불긋한 두드러기 자국을 들킬 수도 있었다. 그랬다간 새우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을 들키고 말 것이었다.
그때, 아드리안 공작이 굳은 얼굴로 다가왔다. 로제테의 옆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은 그가 그녀의 팔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
그녀의 팔에 난 두드러기와 빨간 생채기를 본 공작이 한쪽에서 대기하던 세바스찬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얼른 주치의를 불러오도록.”
* * *
세바스찬만큼이나 머리가 희끗희끗한 아드리안가의 주치의가 로제테를 살폈다. 아드리안 공작은 한 발자국 물러난 곳에서 그런 의원과 로제테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드리안가의 삼 남매는 화가 난 듯한 아버지의 모습에 알아서 방으로 간 참이었다.
로제테는 죄인이 된 듯한 심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런데도 정수리 위로 따가운 공작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알레르기인 것 같습니다.”
진찰 끝에 의원이 결론 내렸다.
“알레르기?”
“네. 오늘 애피타이저로 새우가 나왔다더군요. 새우 알레르기는 제국에서 생각보다 흔합니다. 다만, 그동안은 해산물을 접하기 힘든 환경이라서 지금껏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을 모르셨던 모양입니다.”
“…….”
“알레르기 약을 복용하면 두드러기는 금방 가라앉을 겁니다. 다만 팔에 난 생채기는 상처가 남을 수도 있겠군요.”
“그래, 알겠다. 나가 보도록.”
“네.”
주치의가 나간 뒤에도 아드리안 공작의 굳은 얼굴은 풀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로제테는 쭈뼛거리며 그가 건네준 알레르기 약을 먹었다.
로제테가 물 한 컵을 모두 마신 뒤에야 공작이 입을 열었다.
“미안하구나.”
“……?”
“알레르기가 있는지 미리 알아봤어야 했는데 내 불찰이었다.”
로제테는 아드리안 공작이 왜 사과를 하는 것인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댈러스 공작은 알레르기를 갖고 있는 그녀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댈러스가의 사랑받는 막내딸 엘리샤는 “태생이 천하니까 이렇게 고급 음식을 못 먹는 거야. 나처럼 어릴 때부터 먹었다면 알레르기 같은 게 생겼을 리가 있겠어?”라며 비웃기도 했었다.
사과를 해야 한다면 그녀가 해야 했다.
그런데 왜 아드리안 공작이 사과를 하는가.
묻고 싶었다. 하지만 입술을 달싹인 끝에 로제테가 꺼낸 건 전혀 다른 말이었다.
“죄송해요.”
아드리안 공작이 그제야 표정을 풀었다. 그가 침대 가장자리에 앉은 로제테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그녀의 손을 잡았다.
“네가 미안할 일이 아니란다.”
“아니에요. 제가 흠이 있어서……. 알레르기 같은 건 없었어야 했는데…….”
아드리안 공작은 로제테의 말에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을 기민하게 눈치챘다. 아이는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덤덤하게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당연히 그게 흠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렇다면…….
“알레르기가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구나.”
“…….”
“누가 그걸 나쁘다고 말했니?”
“…….”
“고아원 원장님이 그랬니?”
로제테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아니에요.”
“그럼 누가 그랬을까?”
“…….”
로제테가 조개처럼 입을 꽉 다물자 공작이 질문을 바꿔 물었다.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 왜 먹었니?”
“…….”
“로제테.”
“…….”
“로제테 아드리안.”
로제테는 지금 자신이 혼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렇지만 그 이유까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혼나지 않기 위해 아플 것을 감수하고 새우를 먹었는데 결국 혼나다니? 억울한 것은 아니었지만 무서웠다.
댈러스 후작은 마법사였지만, 아드리안 공작은 기사였다. 체격 차이도 났고, 힘의 차이는 더더욱 났다. 그런 그가 때린다면 얼마나 아플까.
로제테는 두 손을 마주 잡은 채로 웅얼거렸다.
“……까요.”
“응?”
“편식은 나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