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80)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80화. 로제테의 계획(80/214)
80화. 로제테의 계획
2024.01.19.
로제테는 그날 저녁, 처음으로 조슈아에게 먼저 연락하기로 마음먹었다.
“삐삐, 저기 높은 성 보이지?”
[삣!]“저곳으로 가서 실버를 찾아. 아마 파란 사파이어가 달린 궁에 있을 거야. 그리고 이 쪽지를 황자님에게 전해 줘.”
로제테는 작게 접은 쪽지를 삐삐의 부리에 물려 주었다.
최대한 쪽지를 작게 접어야 했기 때문에 긴 내용을 담지는 못했다. 그저 간략히 ‘오늘 밤 실버를 보내 주세요.’라고 적었다.
[쁫!]간신히 대답한 삐삐가 창문 밖으로 보르르 날아갔다.
“이번에도 사람들에게 들키면 안 돼!”
[쁘으!]꽤 긴 시간이 지난 후에야 삐삐가 다시 돌아왔다. 물고 갔던 쪽지는 사라져 있었다.
“어때? 황자님을 만났어? 쪽지는 전했어?”
[삣!]삐삐가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쪽지를 주었다며 신이 났다.
“실버를 보내 주신대?”
[삐이!]삐삐의 확답까지 들은 로제테는 삐삐에게 보답으로 비스킷을 부숴 주었다.
로제테는 그날 하루 종일 밤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잠자리에 빨리 든다고 실버가 빨리 오는 것도 아닌데 평소보다 일찍 잔다며 침대에 누웠다.
모두가 잠든 밤, 약속했던 대로 실버가 찾아왔다.
“실버!”
로제테가 실버를 부둥켜안고 좋아하는데, 목걸이에서 다소 조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왜 불렀지? 무슨 일 있나?>
“아…….”
로제테는 그가 오해할까 봐 서둘러 설명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에요.”
<……그렇다면 다행이야.>
조슈아가 한숨과 함께 대답했다. 로제테는 설마 하는 마음에 물었다.
“혹시 절 걱정하셨나요?”
<걱정까지는 아니고, 그냥 무슨 일이 있나 했었지.>
그게 걱정 아닌가요? 로제테는 그렇게 묻고 싶었지만 굳이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네가 먼저 연락해서 놀라기는 했어. 그래서 무슨 일이지?>
“오늘 그 아이를 만났어요.”
<그 아이?>
“댈러스 후작이 데려왔다는 아이요.”
로제테가 실버의 목을 끌어안으며 웅얼거렸다.
<어쩌다 만났지?>
“사실 오늘 댈러스 영애가 티파티에 초대했거든요. 그래서 갔다가 우연히 마주쳤어요.”
<우연히 마주친 것 같지 않은데.>
조슈아는 늘 그랬 듯 예리했다. 로제테는 어쩔 수 없이 순순히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맞아요. 티파티 초대에 응한다는 핑계로 만나러 가긴 했어요. 하지만 그 아이를 그곳에서 마주친 건 우연이 맞아요.”
로제테는 댈러스 후작가에서 자신이 했던 일을 조금 더 상세하게 얘기했다. 잠자코 듣던 조슈아가 조금 낮아진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러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쩔 뻔했지?>
“그런 일은 없었을 거예요. 저는 댈러스 후작가에 대해 잘 알고…….”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야. 다음부턴 내게 꼭 말하고 행동하도록 해.>
성년에 가까운 조슈아의 목소리는 어릴 때보다 더 위압감이 있었다. 로제테는 그의 기에 눌려 작게 “네에.” 하고 대답했다.
<그나저나 그 아이는 어땠지?>
“으음, 예상과는 많이 달랐어요.”
<어떤 점이? 구체적으로 설명해 봐.>
“일단 평민이 아니라 귀족인 것 같아요. 정확한 소개는 하지 않았지만 귀하게 자란 티가 나요. 댈러스 후작에게 마법을 배우러 왔대요. 입양할 예정은 아닌가 봐요.”
<어쩐지 소식이 없다 했더니.>
“근데 뭐랄까…….”
로제테가 미하엘을 생각하며 말을 아끼자 조슈아가 물었다.
<왜?>
“아니에요.”
<싱겁군.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거지?>
“일단 원래 계획대로 그 아이를 댈러스 후작에게서 빼 와야겠죠. 입양을 하는 게 아니라고 해도 그 아이를 어떻게 할지 모르니까요.”
조슈아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위험할지도 몰라.>
“하지만 그냥 놔뒀다가 댈러스 후작이 먼저 선수치면 진짜로 위험해질지도 몰라요.”
<그건 그렇지.>
“제가 한번 설득해 볼게요. 얼른 댈러스 후작가에서 떠나라고. 마법 공부를 원한다면 제가 더 나은 사람을 소개해 주겠다고 말이에요. 황자님이라면 그럴 수 있겠죠?”
<그래, 알았어. 내가 좋은 사람을 한번 찾아보도록 하지.>
“네.”
그렇게 대화가 끝나고 실버가 떠났다. 하지만 여전히 로제테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미하엘에게 어떻게 연락하지?’
삐삐를 통해서 쪽지를 보내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데 갑자기 그러면 미하엘이 의심하지 않을까? 그러다 경계하면 어쩌지?
“모르겠어.”
로제테는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썼다.
고민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밤이었다.
* * *
로제테는 미하엘을 어떻게 할지 고민만 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며칠이 지났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삐삐가 필사적으로 울부짖으며 로제테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실버가 왔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반응이었다.
“아얏, 삐삐. 무슨 일…….”
눈을 반쯤 뜬 로제테는 깜짝 놀라서 몸을 벌떡 일으켰다.
어둠 속에서 웬 하얀 뱀이 시뻘건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삐삐는 얼른 뱀을 내쫓으라고 성화였다.
로제테는 삐삐를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뱀을 때려잡기 위해 침대맡에 두었던 책을 집어 들었다. 이걸로 죽일 수는 없어도 뱀을 잠시 기절시킬 수는 있을 것 같았다.
책을 번쩍 들어 올렸던 로제테는 순간 무언가를 깨닫고 팔을 내렸다.
“삐삐, 진정해. 얘는 패밀리어야.”
패밀리어는 동물 생김새를 하고 있고, 동물의 특징도 모두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진짜 동물이 아니고, 지능을 가진 지적 생물체였다.
뱀 패밀리어라고 해서 새 패밀리어를 잡아먹지는 않는다.
‘물론 패밀리어끼리 싸우기는 하지. 둘이 싸우면 아마 삐삐가 지겠지만…….’
적어도 눈앞의 백사는 삐삐를 공격할 의지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삐삐는 여전히 겁을 먹은 느낌이었다. 파르르 떨더니 로테제의 머리카락 속으로 쏙 숨었다.
로제테가 이름 모를 뱀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있지, 삐삐는 내 친구거든? 해치지 않을 거지?”
백사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했다? 진짜로 해치면 안 돼.”
로제테는 백사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재차 물었다.
“근데 넌 누구니?”
로제테를 멀뚱멀뚱 쳐다보던 백사가 꼬리로 허공에 알파벳을 썼다.
“페리토? 그게 네 이름이야?”
쉬이익.
백사의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대충 맞다는 소리 같았다.
“멋진 이름이네.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로제테는 새삼 삐삐나 실버에게 미안해졌다.
“그런데 네 소환자는 누구니?”
페리토가 쉬익거렸다. 그러나 여전히 로제테는 뱀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마음 같아선 삐삐에게 해석해 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랬다만 삐삐가 경기를 일으킬 것 같아서 참았다.
하지만 짐작 가는 사람은 하나 있었다.
“혹시 미하엘이니?”
백사가 더욱 힘차게 쉬익거렸다. 로제테는 뱀의 심리는 잘 모르지만, 페리토가 기뻐하는 것 같았다.
“미하엘이 패밀리어도 소환했었구나.”
내 또래처럼 보였는데, 걔도 대단하네.
속으로 중얼거린 로제테가 페리토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침대에 엎드렸다. 삐삐가 기겁하고 저 멀리 포르르 날아갔다.
“내가 아드리안인 건 알았으니까 이곳으로 널 보내는 데엔 아무 문제가 없었을 텐데 말이지.”
쉬이익.
“대체 널 왜 보낸 거니?”
페리토가 아차 싶은 듯 눈을 크게 뜨더니 침대 밑으로 내려갔다. 곧바로 입에 쪽지 하나를 물고 올라왔다.
로제테는 쪽지를 펴서 읽기 시작했다. 쪽지는 로제테가 전생을 통틀어 봤던 그 어떤 글씨보다 우아한 필기체로 쓰여 있었다.
[안녕, 로즈.]첫 인사말을 읽자마자 로제테가 미미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로즈라고 부르지 말랬는데.”
툴툴거리며 계속 쪽지를 읽었다.
[갑자기 페리토를 보내서 놀라지는 않았는지 모르겠어. 아, 페리토는 내 패밀리어 이름이야. 네게 쪽지를 가져간 그 뱀 말이야.아무튼 너를 만난 뒤에 이런저런 생각을 했어. 아무리 생각해도 너에게 마법을 배우고 싶어.
댈러스 후작은 내가 설득할게. 너만 아드리안 공작님을 설득하면 되지 않을까?
답장 기다리고 있을게.
너의 미하엘로부터.]
‘너의’ 미하엘이라니? 언제부터?
조금 당황해하며 편지를 접은 로제테는 옆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페리토가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혹시 답장을 해야 하는 거니?”
끄덕끄덕.
“하지만 난 딱히 할 말이 없는데?”
그러자 페리토가 실망한 듯 고개를 아래로 떨어뜨렸다.
“설마 답장을 안 가져가면 미하엘에게 혼나는 거야? 그럴 애로는 보이지 않았는데.”
도리도리.
“그럼 그냥 미하엘이 신경 쓰이는 거구나?”
끄덕끄덕.
패밀리어는 소환자를 각별하게 생각한다. 삐삐만 해도 로제테를 최우선적으로 생각하지 않나.
아무래도 페리토는 빈손으로 돌아갔을 때 미하엘이 실망할까 봐 걱정한 모양이었다.
작게 한숨을 쉰 로제테는 침대에서 나와 책상으로 향했다. 책상 위에서 쉬고 있던 삐삐가 머리 위로 날아왔다.
[미하엘에게.일단 편지는 잘 받았어. 네 패밀리어 정말 멋지더라.
그런데 내가 로즈라고 부르지 말랬는데 왜 로즈라고 불러? 그러지 마. 말했다시피 그건 우리 가족만 부를 수 있어.
아무튼 나도 너를 다시 만나고 싶기는 해. 방법은 차차 찾아볼게.
그때까지 좀 기다려 줘.
로제테가.
추신. 내가 페리토에게 말하긴 했는데, 페리토가 우리 삐삐를 공격하지 않도록 네가 다시 한번 잘 말해 줘. 부탁할게.]
로제테는 쪽지를 작게 접어 페리토에게 주었다. 페리토가 쪽지를 물고는 스르륵 기어가 창문 밖으로 넘어갔다.
로제테의 방은 3층이었다. 행여나 백사가 3층에서 떨어져서 다친 건 아닌가 테라스에 나가서 살펴보았지만, 페리토는 아무렇지 않게 정원을 빠져나갔다.
뱀이 완전히 풀숲으로 사라진 뒤, 로제테는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미하엘, 그 아이를 댈러스 후작에게 떼어 놓기는 해야 해.’
과거엔 이맘때쯤 황실의 후계 대립이 명확했다.
아드리안 공작가를 필두로 한 조슈아 에른하르트 파와 릴리스 공작가를 필두로 한 루이스 에른하르트 파.
댈러스 후작가는 대놓고 릴리스 공작가와 손을 잡았기 때문에 아드리안 공작가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
오필리아 에른하르트는 아직도 살아 있었고, 릴리스 공작은 자신의 딸을 황후로 만들지도, 루이스 에른하르트를 세상에 내보이지도 못했다.
그런 이유로 아직 사교계에선 이렇다 할 대립 구도가 없었다. 댈러스 후작의 속셈이야 어떻든, 아드리안가와 댈러스가는 딱히 사이가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미하엘을 정식으로 초대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몇 번 교류하면서 미하엘이 댈러스 후작가를 떠나도록 만드는 거다.
그래서 다음 날 로제테는 아드리안 공작을 설득했다. 댈러스 후작가에서 만난 미하엘이라는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를 저택에 초대하고 싶다고 말이다.
아드리안 공작은 잠시 망설이는 듯했다가 허락해 주었다.
로제테는 곧바로 댈러스가로 편지를 보냈고, 며칠 뒤 미하엘이 저택을 방문했다.
“로즈, 안녕.”
로제테를 보자마자 미하엘이 인사했다.
‘또 로즈네.’
로제테가 입술을 삐쭉였다.
“로즈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삐쳤어?”
“삐친 건 아니야. 그냥 부르지 말라는 거지.”
샐쭉 말한 로제테가 미하엘을 데리고 정원으로 향했다. 다과를 즐기며 간단한 얘기를 나누다가 문득 물었다.
“이제 알려 줄 수 있어? 어느 가문 사람인지.”
“아니, 아직. 성은 비밀로 할래.”
미하엘이 검지를 입술에 갖다 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