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81)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81화. 미하엘 르쉐르의 비밀(1)(81/214)
81화. 미하엘 르쉐르의 비밀(1)
2024.01.20.
“왜?”
“그냥. 나에 대해 하나하나씩 알려 줘야 네가 또 만나 줄 것 같아서.”
“그런 게 어디 있어?”
“여기 있지.”
꼭 재밌는 농담이라도 한 듯 미하엘이 킥킥거렸다.
“그럼 댈러스 후작가에는 언제까지 지내는 거야?”
“글쎄.”
미하엘이 턱을 괴며 로제테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너 근데 내가 댈러스 후작가에 있는 게 계속 거슬려?”
“으응?”
“나, 아드리안가에서 지낼까?”
어? 방금 미하엘이 알아서 넘어온 것 같은데?
로제테는 기뻐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답했다.
“그래도 돼? 마법을 배우러 온 거라면서. 아드리안은 검술 가문인데?”
“너한테 배우면 되지.”
또다. 미하엘이 또 눈을 사르르 접으며 웃었다.
로제테는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
“네가 원한다면 아빠에게 한번 말해 볼게. 그리고 또 내가 너에게 맞는 마법 선생님도 구해 보고…….”
“농담이야.”
“으응?”
“사정이 있어서 댈러스가에서 지내야 하거든.”
그렇게 말한 미하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그만 가 봐야겠다. 그럼 또 봐.”
그날 미하엘이 그렇게 떠나간 뒤에도 두 사람은 종종 만남을 가졌다.
아드리안 저택에서 만날 때도 있었고, 카페에서 만날 때에도 있었다.
로제테는 그때마다 미하엘에게 은근히 댈러스가에서 나오라고 권유했지만 그는 여전히 댈러스가에서 지냈다.
오늘도 두 사람은 햇살이 좋은 한 카페의 테라스에서 만났다.
달달한 것을 좋아하는 로제테는 아이스크림이 올라간 파르페를 시켰고, 미하엘은 홍차만 시켰다.
로제테가 열심히 기다란 디저트 스푼으로 파르페를 먹고 있는데, 미하엘이 풋 웃었다.
“너 굉장히 귀엽네. 역시 아직 아기구나.”
그가 한 손으로 턱을 괴며 다른 손으로는 로제테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로제테가 엉망이 된 머리를 손으로 꾹꾹 누르며 항의했다.
“그렇게 하지 마. 머리가 망가지잖아. 그리고 그러는 너도 애잖아.”
“응?”
“너도 나랑 나이가 비슷하지 않아?”
“풉.”
미하엘이 숨죽여 웃었다.
“왜? 왜 웃는 건데?”
“넌 내가 몇 살처럼 보여?”
“으으음.”
로제테는 미하엘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루카스 오빠가 열다섯 살인데, 그것보다는 어려 보여.’
열다섯 정도 되면 키가 부쩍 크고, 목소리도 달라진다.
그런데 미하엘은 키는 로제테보다 좀 더 크긴 했지만 목소리는 미성이었고, 몸 선도 고왔다.
아무리 많이 봐 줘 봤자 로제테와 동갑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열세 살?”
“풉. 푸하하.”
미하엘이 청량한 웃음을 터뜨렸다. 놀림 받았다는 생각에 로제테의 얼굴이 불그스름해졌다.
“그럼 몇 살인데?”
“비밀인데.”
“나한테만 알려 주면 안 돼?”
“궁금해?”
“응.”
미하엘이 팔을 괴고 테이블에 엎드렸다.
“나에 대해서 그렇게 알고 싶어?”
“그런 건 아니고.”
“흐음.”
“왜 그렇게 봐?”
로제테는 자신을 보며 실실 웃는 미하엘을 보다가 조금 뒤로 물러났다. 미하엘이 그녀를 향해 몸을 굽히며 속삭였다.
“몰라.”
“뭐?”
“나도 내가 정확히 몇 살인지 모른다고.”
로제테는 어이가 없었다.
“지금 나 놀리는 거지?”
“진짜 모르는데.”
“그럼 대충 몇 살이야?”
“스무 살?”
“으음.”
생각보다 많은 나이에 로제테가 미간을 좁혔다.
“장난이지?”
“아니, 진짠데.”
“아무리 봐도…….”
스무 살로는 보이지 않는데?
그렇게 생각하던 로제테는 문득 떠오른 게 있었다.
‘맞다. 우리 고아원 아이들도 제대로 나이를 모르는 애들이 있었지.’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로제테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고아원에 버려졌다. 생일은 몰라도 대충 나이는 추측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몇 살인지 제대로 추측할 수 없을 때 고아원에 온 아이들도 있었다.
고아원 원장은 그런 아이들의 발육 상태를 보고 대충 나이를 추측했지만, 정확하지는 않았다. 로제테만 해도 나이에 비해 발육이 더뎠으니까.
-많이 봐 줘야 여섯 살인데. 나보다 키도 한 뼘은 작잖아.
이자벨도, 다른 가족들도 그녀를 나이보다 어리게 봤다. 제대로 먹지 못해 발육이 더딘 탓이었다.
혹시 미하엘도 그런 경우일까.
‘그렇지만 미하엘은 어려 보이기만 할 뿐, 잘 먹은 것 같은데?’
깡마르고, 머리와 피부가 푸석하던 로제테와 달리 미하엘은 귀하게 자라 티가 났다.
늘씬한 편이긴 했지만 타고난 체형이 원래 그렇지, 못 먹어서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머리와 피부에선 윤기가 났고, 입고 있는 옷도 고급스러웠다.
처음 봤을 때에도 느꼈지만 태생부터 아주 곱게 자란 귀족 같았다.
게다가 아무리 발육이 어리다고 해도 스무 살이 로제테와 또래처럼 보이는 게 가능한 걸까?
로제테가 혹시나 하고 물었다.
“귀족이라고 했지?”
“나? 귀족 맞지. 왜?”
미하엘의 두 눈이 부드럽게 휘어졌다.
“아니, 그냥.”
“그냥 뭐?”
“귀족이면 잘 먹었을 텐데 안 자란 게 이상하잖아.”
역시 미하엘이 거짓말을 한 게 분명해. 날 놀리려고. 로제테가 입술을 삐쭉였다.
그런 그녀를 보고 조슈아가 비밀을 얘기하듯 속삭였다.
“너에게만 얘기할게. 사실 난 귀족이 아니야.”
“응?”
“나도 너처럼 입양됐어. 열한 살 때.”
“진짜?”
로제테가 저도 모르게 시무룩한 얼굴을 짓자 미하엘이 눈썹을 모았다.
“그 표정은 뭐야? 왜 갑자기 진지해졌어?”
“그냥…….”
로제테가 조심스럽게 미하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도 힘들었겠구나, 해서.”
“……갑자기?”
“갑자기라기보다는 그냥…….”
로제테가 조금은 우울하게 속삭였다.
“너도 나랑 비슷하게 살았구나 싶어서. 이미 알고 있을 수 있겠지만, 나도 입양아거든. 아드리안 저택에 오기 전엔 고아원에서 지냈어. 또래보다 작았고.”
“글쎼.”
미하엘이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너와 나는 비슷하면서도 다를걸?”
“왜? 너는 그전까지는 고아원에서 지낸 게 아니야?”
“글쎄.”
“아니야?”
미하엘이 환하게 웃었다.
“우리가 조금 더 친해지면, 내 진짜 비밀을 얘기해 줄게.”
“더 친해진다면?”
“응. 세상에서 둘도 없는 친구 사이가 되면 말이야.”
“나와 삐삐 같은?”
“응. 너와 삐삐 같은, 혹은 나와 페리토 같은.”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중얼거린 미하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 다 됐다. 얼른 가 봐.”
“응. 그럼 다음에 봐.”
“잠깐만.”
미하엘이 떠나려는 로제테의 팔을 잡았다. 그러고는 그녀의 말랑한 뺨에 입술을 눌렀다 뗐다.
“……!”
볼을 감싸 쥐며 당황해하는 로제테를 보며 미하엘이 싱긋 웃었다.
“곧 다시 봐.”
* * *
미하엘은 로제테와 헤어진 뒤 댈러스 저택에서 머무는 손님방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페리토가 창문을 넘어 미하엘의 방을 찾아왔다.
미하엘은 익숙한 듯 제 팔을 감고 올라오는 백사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갈증이 나, 페리토.”
물을 갖다 줄까? 페리토가 물었다. 미하엘이 피식 웃었다.
“넌 물을 갖고 올 수도 없잖아. 그리고 내 갈증은 그런 걸로 해결될 갈증이 아니야.”
미하엘은 로제테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 아이가 웃는 모습, 콧잔등을 찡그리는 모습, 시무룩해하는 모습.
다양한 모습을 봤다고 생각했는데, 한 가지 못 본 얼굴이 있었다.
“울 땐 어떤 얼굴일까?”
[…….]“분명 우는 것도 예쁠 거야. 어떻게 하면 울릴 수 있을까.”
페리토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내가 발목을 물어 버릴까? 그럼 아파서 울지도 몰라.
백사가 고심하다가 의견을 내놓았다.
“안 돼. 그 애에게 상처 나는 건 내가 못 봐.”
페리토가 의기소침해했다. 미하엘이 고민하다가 중얼거렸다.
“있지, 페리토. 그 아이는 가족을 엄청나게 아껴.”
페리토가 그의 말에 집중했다.
“가족들이 사라지면, 울까?”
쉬이익, 쉬이익. 페리토가 동의의 의미로 꼬리를 좌우로 천천히 흔들었다.
“역시, 그렇겠지?”
미하엘이 미소를 지었다.
“역시 그 방법밖에 없겠어.”
미하엘 르쉐르는 사창가에서 태어났다. 어미는 몸을 파는 여자였고, 아버지는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그렇게 태어난 미하엘은 어머니를 닮아 예쁘장했지만 붉은 눈을 가졌다. 다들 그런 그를 부러워하면서도 동시에 두려워했다.
천사를 닮은 얼굴에 악마를 닮은 눈동자. 모두 그를 그렇게 서술했다.
그러던 어느 날, 웬 귀족이 그를 발견했다.
어머니는 3년은 족히 먹고 살 수 있는 돈을 준다는 말에 미하엘을 팔아넘겼다. 미하엘의 나이 여덟 살 때 일이었다.
그를 데려간 귀족은 미하엘을 데리고 이상한 실험을 했다. 차마 제대로 말할 수는 없지만, 기억하기 싫을 정도로 끔찍한 시간이었다. 그 실험 때문인지 몸도 제대로 자라지 않았다.
종국에는 제단 같은 곳에 동물의 피로 마법진을 그려 무언가를 소환하려고 했다.
그때, 미하엘에게 변화가 생겼다. 세상에 존재하는 검은 기운이 모두 그에게 들어오는 것 같은 변화.
미하엘은 귀족을 비롯하여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를 죽였다. 그게 몇 살 때 일인지 알 수 없었다. 시간을 세지 못했으니까.
그래도 한 1, 2년 정도 지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의 몸이 여덟 살에서 거의 자라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미하엘은 자신의 나이를 제대로 가늠할 수 없었다.
그 후 그는 또다시 길바닥을 정처 없이 헤매고 다녔다. 그는 태생이 빛에 속할 수 없는 사람이었고, 어둠 속에 숨어 살았다.
예쁘장한 그를 노리는 사람들은 정체불명의 힘으로 혼내 주고, 역으로 금품을 빼앗았다. 그 돈으로 하루하루를 살았다.
그 과정에서 페리토도 만났다. 딱히 뭘 한 건 아니었다. 그냥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그의 옆에서 흰 뱀이 자고 있었다.
흰 뱀은 냉정하게 자리를 일어나 떠나는 그의 뒤를 졸졸 따라왔다.
미하엘은 혀를 날름거리며 물끄러미 바라보는 빨간 눈에 처음으로 마음이 약해졌다.
“너도 무리에서 쫓겨났어?”
쉬이익.
뱀은 분명 뱀의 언어로 얘기하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난 무리에서 쫓겨난 게 아니야. 널 위해서 태어난 거야.
백사는 그렇게 말했다.
나를 위해 태어난 존재.
그 한마디가 미하엘의 마음을 움직였다.
태어나서 한 번도 온전히 자신의 것을 가져 본 적이 없었다. 흰 뱀은 그런 그가 처음으로 소유한 것이었다.
그래서 미하엘은 백사에게 ‘페리토’라는 이름을 지어 주고 함께 다녔다. 이상하게 페리토가 나타난 뒤로는 신비한 힘을 쓸 때 몸이 전보다 덜 힘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여느 때처럼 자신에게 접근한 한 무리를 페리토와 함께 알 수 없는 힘으로 흠뻑 패 주고 난 뒤였다.
“너, 혼자니?”
퀴퀴한 냄새가 나고 지저분한 뒷골목과는 어울리지 않는 신사가 그에게 다가왔다.
그가 입고 있는 옷을 보자마자 미하엘은 자신을 사 갔던 귀족을 떠올리고 흠칫 몸을 굳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