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82)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82화. 미하엘 르쉐르의 비밀(2)(82/214)
82화. 미하엘 르쉐르의 비밀(2)
2024.01.21.
그의 감정을 읽은 페리토가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며 신사를 위협했다.
보통 이러기만 해도 사람들은 도망가기 마련이었다. 특히 눈앞에 신사처럼 좋은 것만 보고 자란 사람은 겁에 질려서 도망갈 것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신사는 도망가지 않았다. 대신 그에게 다가오며 손을 내밀었다.
“나와 함께 가지 않으련?”
페리토가 흰 장갑을 낀 손을 물었다. 장갑이 빨간 피로 물들어 가는데도 남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뭐야!”
뒤늦게 정신을 차린 미하엘이 본능적으로 미지의 힘으로 그를 공격했다. 그런데 신사를 향해 날아간 불꽃이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히더니 이내 사라졌다.
“……!”
그의 공격을 막은 남자는 처음이었다. 미하엘의 본능이 얼른 도망쳐야 한다고 외쳐 댔다.
“페리토, 이리 와!”
페리토를 팔에 감은 미하엘이 반대쪽으로 뛰어가려고 할 때였다.
“뒷골목 생활이 지겹지 않니?”
남자가 그의 속마음을 잘 안다는 듯 속삭였다.
“혼자인 것도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테고.”
“닥쳐! 네까짓 게 뭘 안다고 지껄여!”
피에 젖은 장갑을 벗은 남자가 다시 한번 손을 내밀었다. 분명 조금 전에 페리토에게 물렸던 손은 상처 자국 하나 없이 매끈했다.
“네가 널 후원하마.”
“후원?”
제대로 배우지 못한 미하엘은 ‘후원’이라는 단어가 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게 뭔데?”
“내가 널 데려가서 부족함 없이 도와주겠다는 뜻이다.”
“날 데려가?”
미하엘이 두 팔을 엑스자로 만들며 몸을 가렸다.
“너도 아프게 할 거야?”
“절대 아프게 하지 않아.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그냥 널 도와주고 싶은 거란다.”
“거짓말. 페리토!”
페리토가 다시 한번 신사를 공격하려고 할 때였다. 머리 위에서 날고 있던 솔개가 쏜살같이 내려오더니 페리토를 쪼려고 했다.
“블리츠, 안 돼. 그만.”
멈칫한 솔개가 신사의 어깨에 앉았다. 신사가 모자를 벗으며 제대로 소개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내 소개를 하지도 않았네. 내 이름은 프레드릭 르쉐르. 르쉐르 백작이다.”
“…….”
“그리고 마탑의 현 마탑주지.”
“마탑? 그건 또 뭔데?”
남자, 프레드릭이 난감하다는 듯 웃었다.
“이것 참. 갈 길이 아주 멀구나. 이렇게 아는 게 없으니.”
놀림 받은 느낌에 미하엘의 귀가 살짝 붉어졌다.
“나, 나도 아는 게 많아.”
“그래, 네 세계에 대해선 아는 게 많겠지. 그러나 너는 네가 뭘 가졌는지, 그 뱀이 뭔지 전혀 모르고 있구나.”
“내가 가진 것?”
“그래.”
프레드릭이 웃으며 말했다.
“너는 마법사다, 꼬맹아.”
“마법……사?”
“그리고 네가 데리고 다니는 그 백사는 네 패밀리어지.”
“패밀리어? 그건…….”
그건 또 뭐냐고 묻기도 전에 프레드릭이 설명했다.
“네 마나로 소환한 미지의 존재지. 네가 죽을 때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너와 함께할 영혼의 동반자. 그리고 그걸 벌써 소환했다는 건 네가 엄청 훌륭한 마법사라는 뜻이고.”
“내가 마법사……라고?”
“그래. 그것보다 몇 살이지?”
“열한 살. 정확하지는 않아. 여덟 살 때 이후로 몸이 제대로 자라지 않았거든.”
“이런.”
프레드릭이 쓰게 웃었다.
“네 인생도 참 다사다난했나 보구나.”
미하엘은 ‘다사다난은 또 뭐야’라고 굳이 묻지 않았다.
“긴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어떻게 하겠니? 나와 함께 가지 않으련?”
“…….”
“일단 씻고 나와 함께 따뜻한 식사라도 하면서 얘기 좀 하자꾸나. 나와 함께 가자고 강요는 하지 않을 테니.”
“따뜻한 식사?”
“그래. 일단 진한 양송이 수프로 몸을 좀 녹이고, 기름기 없는 닭고기를 먹으면 좋겠어. 더 좋은 음식을 대접하고 싶지만, 갑자기 기름기가 들어가면 탈이 날 테지.”
미하엘은 잠시 고민했다. 그때, 블리츠라는 솔개와 알 수 없는 대화를 나누던 페리토가 따라가도 괜찮다고 속삭였다.
미하엘은 마지못해 따라가는 척 새침하게 말했다.
“뭐, 식사 정도라면 괜찮아.”
“잘 결정했어, 꼬맹아.”
그날 단언컨대, 그날 먹은 식사는 미하엘이 평생 먹은 것 중 제일 맛있었다. 그 후 더 고급스러운 음식을 많이 먹었지만, 그날의 식사를 잊을 수가 없었다.
갓 구워 따뜻한 빵에 버터를 듬뿍 발라 먹고, 양송이 수프를 흡입하듯 먹었다. 몸이 절로 녹아내리는 맛이었다.
그 후에 먹은 닭가슴살은 분명 기름기 하나 없는데도 보드라웠다. 당시에는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지만, 수비드 방식을 이용한 요리법이라고 했다.
배가 부르니 마음도 여유로워져서 미하엘은 저도 모르게 프레드릭에게 자신이 겪었던 이야기를 줄줄 늘어놓았다.
“나한테 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엄청 아팠어. 차라리 죽는 게 더 낫겠다 싶더라니까. 귀족이라면서 밥도 개밥 같은 것을 주는데……. 뭐야, 너 울어?”
그런데 식사도 하지 않고 잠자코 그의 이야기를 경청하던 프레드릭의 눈에서 눈물이 또르륵 흘러내렸다.
그는 미하엘의 말을 들은 뒤에야 본인이 운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뒤늦게 눈가를 닦았다.
“많이 힘들었겠구나.”
한참의 침묵 끝에 나온 그 한마디.
진심 어린 그 말이 미하엘의 마음속에 잠들어 있던 무언가를 건드렸다.
“내가 널 늦게 찾아서 미안하다.”
“아니, 뭐…….”
미하엘은 디저트로 나온 케이크를 괜히 포크로 콕콕 찔렀다.
“계속 거기 있었다고 해도 네가 찾을 방법은 없었고, 또 그게 네 잘못도 아니고…….”
“…….”
“아, 좀! 울지 마. 다 큰 어른이 왜 울고 그래.”
그 순간, 미하엘의 붉은 눈에서도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미하엘이 두 손으로 눈가를 벅벅 닦았다.
“에이, 밥맛 떨어지게. 이게 뭐야. 맛있게 잘 먹고 있었는데.”
미하엘은 코를 훌쩍이며 반쯤 남은 케이크를 찍어 한입에 욱여넣었다. 그 와중에 케이크는 또 맛있었다.
눈물을 훌쩍이며 케이크를 다 먹은 뒤에야 미하엘이 조용히 속삭였다.
“내 이름은 미하엘이야. 사창가 출신이라 성은 없어.”
“…….”
“솔직히 널 믿을 수 있을지 없을지 아직도 모르겠어. 그렇지만 마지막으로 한번 믿어 볼게. 뒷골목을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것도 이제 질렸으니까.”
그렇게 미하엘은 프레드릭을 따라 르쉐르 백작령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자신이 살던 곳이 마법으로 유명한 이벨린 옆에 위치한 쉘튼 왕국이라는 것과, 마탑이 어느 제국이나 왕국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적인 단체라는 것을 배웠다.
“넌 내 뒤를 이어 르쉐르 백작과 마탑주가 되는 거다.”
자식이 없는 프레드릭은 미하엘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의 자식이자 제자로서 미하엘은 본격적으로 프레드릭에게 마법을 배웠다. 귀족으로서 풍요로운 삶을 살았다.
하지만 시궁창에서 벗어난 뒤에도 미하엘은 지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허억, 젠장.”
반복되는 악몽이 그를 피폐하게 만들었고, 몸속에 흐르는 기묘한 감각이 그를 예민하게 했다.
게다가 여전히 성장이 느렸다. 프레드릭이 이런저런 방법을 알아보려고 했지만, 남들이 자라는 것에 반도 자라지 않았다.
“미안하다. 내 능력이 부족해서.”
“아니야. 아버지는 잘하고 있어.”
한번도 가져 본 적 없는 아버지, 프레드릭은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그 덕분에 미하엘은 제정신을 붙잡고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모나고 냉소적인 성격이 바뀌지는 않았다. 다만, 미소와 여유로움으로 자신을 포장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악몽을 꾸고 난 뒤에는 자신을 속일 수 없어서 마구 히스테릭을 부렸다.
방 안에 물건을 닥치는 대로 집어 던지고, 고용인들에게 히스테릭을 부리고 있으면 프레드릭이 다가와 그를 안아 주었다.
“괜찮아, 다 괜찮단다.”
그 덕분에 미하엘은 버틸 수 있었다. 프레드릭은 의외로 미하엘과 많은 면에서 닮았고 그의 모든 것을 이해했다. 4년 동안은 말이다.
4년 뒤, 프레드릭이 죽었다. 미하엘에게는 말하지 않았었지만 이미 그를 만났을 때부터 병에 걸렸다고 했다.
미하엘은 추측하건대 열다섯 살의 나이로 르쉐르 백작이자 마탑주가 되었다.
프레드릭이 죽은 뒤 이 세계에 미하엘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더 이상 남지 않았다.
물론 다들 그를 이해한다고 했다. 그러나 미하엘에게 인간은 그냥 한낱 미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어리석고, 살짝 힘만 주어도 죽어 버릴, 하찮은 개미 같은 존재.
그러던 어느 날, 미하엘은 제국을 뒤집어 놓은 소녀에 대해 들었다. 이름은 로제테 아드리안이라고 했다.
여덟 살에 패밀리어를 소환했다는 세기의 천재. 그녀라면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만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가족들과 함께 아드리안 영지로 갔고, 소식이 전혀 들려 오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5년이 지났다. 문득 제국의 댈러스 후작이라는 사람이 마탑에 의뢰했다.
목표는 하나. 아드리안가를 망가뜨리는 것.
‘그곳에 가면 로제테, 그 아이도 만날 수 있을까? 재밌겠는걸.’
미하엘은 직접 제국으로 가기로 했다. 그곳에서 로제테 아드리안을 직접 만나고 싶었다.
그리고 실제로 만났을 때 로제테와 이야기하면서 미하엘은 꽤 충격적이었다. 자신과 비슷할 줄 알았던 그녀가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조금 더 알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예뻐서 봤어. 네 눈, 토끼 같아.
-너도 힘들었겠구나, 해서.
‘얘라면 나를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직 부족했다. 행복 속에서만 자란 로제테는 그의 추악한 어둠과 그림자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 터였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였다.
그 아이를 같이 이 어둠 속으로 끌어내리자. 그녀가 자신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그렇다면 일단 그녀의 주위를 감싸고 있는 행복부터 없애야겠지.
그런 마음과 달리 무해해 보이는 미소를 지은 미하엘은 방을 나가 댈러스 후작의 집무실로 향했다.
“계획을 앞당겨야겠어.”
미하일이 나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댈러스 후작이 두 손으로 턱을 괴며 물었다.
“앞당긴다면?”
“내 인내심이 슬슬 바닥나기 시작했거든. 그 아이를 데려와.”
“로제테 아드리안 말인가?”
“그래. 얼른 그 아이를 데려가야겠어. 너도 하루라도 빨리 아드리안을 무너뜨리면 좋지 않아?”
“그건 그렇지.”
미하엘은 페리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다만 내가 직접 나설 수는 없어. 그 아이가 눈치채면 날 싫어할지도 모르거든.”
“그럼 어떻게?”
“이렇게 하지.”
미하엘이 허공에 손을 빙그르르 돌리자 그의 눈을 닮은 붉은 보석이 박힌 팔찌가 나타났다. 그가 손가락을 휘저으니 팔찌가 날아가 댈러스 후작의 책상에 떨어졌다.
“이것을 이용하면 그 아이를 무력화 할 수 있을 거야.”
“그래서?”
“나와 로제테를 동시에 납치해. 그리고 넌 로제테를 인질로 아드리안가 사람들을 유인해서 모두 죽이고, 나는 그 아이를 구출해서 데리고 갈게.”
미하엘, 그는 로제테에게 프레드릭 르쉐르 같은 사람이 되어야 했다. 절망 속에서 허우적대는 로제테를 빛 속으로 끄집어 올려 줄 구원자 말이다.
그럼 그녀는 오로지 미하엘만을 바라보며 살아갈 것이다. 미하엘도 그럴 것이고.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인 삶. 아름답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