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83)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83화. 납치(1)(83/214)
83화. 납치(1)
2024.01.22.
“그럼 시간과 장소는 추후 말해 주지.”
미하엘은 페리토와 함께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댈러스 후작은 팔찌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팔찌를 꽉 움켜쥐었다.
“그럴 듯하군.”
그가 음흉하게 웃었다.
“아주 그럴 듯해.”
한동안 집무실 안에는 댈러스 후작의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 * *
평소와 다름없이 미하엘과 카페에서 디저트를 먹고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로제테의 옆 테이블에서 앉아 있던 조셉과 크리스가 긴밀하게 대화를 나누더니 로제테에게 다가왔다.
“아가씨, 뭔가 이상합니다.”
“이상해?”
“네. 아래가 조금 소란스러운…….”
조셉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이었다.
로제테가 있던 3층 안으로 갑자기 무언가가 날아오더니, 이내 매캐한 연기가 가득 차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앞이 뿌옇게 변했다.
로제테는 본능적으로 입을 막았지만, 연기가 콧속으로 들어왔다. 눈물이 나고 재채기가 났다.
“아가씨! 이쪽으로!”
조셉이 다급하게 외치며 로제테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러나 이내 손에 힘이 풀리더니 그가 풀썩 쓰러지고 말았다.
“조셉!”
그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수면향이야.’
이렇게 효과가 빠른 것을 보면 마법으로 만든 수면향이 분명했다. 로제테는 마법 저항력을 키워서 버티고 있는 것 같고.
“삐삐!”
로제테는 삐삐를 소환해서 마법을 쓰려고 했다.
일단 이 수면향을 모두 바깥으로 날려버리면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로제테가 마법을 채 쓰기도 전이었다. 그보다 먼저 누군가가 뒤에서 그녀의 코와 입에 젖은 손수건을 갖다 댔다.
“……!”
숨을 쉬지 않으려고 했지만 불가능한 일이었다. 로제테는 곧 정신을 잃고 말았다.
* * *
로제테가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웬 캄캄한 감옥에 있었다.
잠시 여기가 어디인지 생각해 보던 로제테는 번뜩 정신을 잃기 전 상황을 떠올렸다.
‘누군가 날 납치했어.’
갑자기 공격 당한 카페, 쓰러진 조셉과 크리스. 그리고 그녀에게 이상한 손수건을 갖다 댄 누군가.
정황상 그녀는 납치당한 게 분명했다.
‘누구지? 날 왜?’
왜 로제테를 납치했는지는 대충 알 것 같았다.
그녀는 아드리안이었다. 아드리안 공작이 청렴하게 살았다 한들, 그가 고위 귀족인 이상 적이 아예 없을 수는 없었다. 아드리안을 암암리에 노리는 자는 많았다.
그게 아니더라도 돈을 목적으로 로제테를 납치했을 수도 있고. 혹은…….
‘날 팔아넘기려고 잡아 왔을 수도 있지.’
잊으려고 했던 5년 전 그날의 일이 떠올랐다. 로제테의 친부모 행세를 하며 두 사람이 그녀를 납치하려고 하던 일이.
그때 여자는 로제테를 노리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싫어.’
로제테는 일단 감옥의 문을 열어 보았다. 당연한 소리지만 문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덜컹거리기만 할 뿐, 열리지 않았다.
마법을 이용해서 문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분명 아무것도 아닌 마법이었는데, 평소보다 몸에 무리가 갔다.
로제테는 마른기침을 콜록대면서도 마법에 집중했다. 그러나 마법을 쓰자마자 문고리에 스파크가 튀면서 그만 충격에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이건 뭐지?”
로제테는 불안한 눈으로 주위를 살펴보았다. 곧 어느 정도 어둠에 익숙해져서 주위를 조금 분간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지하 감옥에 있는 것은 그녀 혼자만이 아니었다. 넓고 캄캄한 공간에 케이지가 여러 개 있었는데, 그 안에는 깡마른 아이들이 멍하니 앉아 있었다.
‘여긴 대체 무슨…….’
그리고 한가운데에는 마치 재단 같은 커다란 대리석이 있었다.
등골이 오싹했다. 두 팔에 닭살이 돋았다.
“삐삐.”
로제테는 본능적으로 삐삐를 소환했다.
그러나 허공에서 “삣!” 하고 나타나야 할 삐삐는 나오지 않았다. 무언가 가로막힌 것처럼 삐삐와 연결이 중간에서 끊겨 있었다.
“이게 대체 뭐지?”
한 번도 이런 적 없었다. 삐삐가 소환되지 않은 건 죽기 전 황궁의 지하 감옥에 갇혔을 때뿐이었다.
잠시 당황한 듯 제 손을 바라보던 로제테는 자신의 왼팔에 처음 보는 팔찌가 채워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혹시나 하고 팔찌에 마나를 불어 넣었는데, 팔찌가 마나를 흡수했다.
그러니까 이 팔찌가 마법을 쓰는 것을 방해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누가?’
로제테는 손으로 팔찌를 뜯어내려고 했지만 불가능했다. 손바닥이 까져서 피가 날 정도로 잡아당겼는데도 팔찌는 끊어질 기미조차 없었다.
마법으로도 끊어 보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통하지 않았다.
‘아직 내가 어려서…….’
지금 로제테의 마나 코어는 죽기 전처럼 완벽하지는 않았다. 신체의 한계 때문이었다. 아직은 그녀보다 더 강한 마법사들이 존재했고, 이 팔찌도 그런 마법사의 짓인게 분명했다.
생각나는 사람이 하나 있기는 했다.
‘댈러스 후작의 마법이 이렇게나 강했었나?’
이 정도로 단련했으면 댈러스 후작 정도는 뛰어 넘은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때 어디에선가 누군가가 저벅저벅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로제테는 감옥 가장 안쪽 구석자리로 기어가 몸을 웅크렸다.
후드를 쓴 남자는 다른 아이들을 둘러보다가 로제테가 갇힌 감옥 안으로 들어왔다. 로제테는 마법을 쓰려고 했지만 여전히 아무런 마법도 쓸 수 없었다.
어느새 그녀의 코앞까지 다가온 남자가 로제테의 얼굴을 움켜쥐었다. 후드 안으로 보이는 붉은 머리를 본 로제테가 이를 갈았다.
“댈러스 후작…….”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그녀를 납치한 사람은 댈러스 후작이었다.
“호오, 나를 알아보는군.”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저 저주스러운 핏빛 머리칼을.
로제테가 앙칼지게 물었다.
“날 어떻게 하려고 하는 거지?”
후작이 비릿하게 웃었다.
“글쎄, 생각 중이야. 너를 어떻게 해야 할까. 아드리안과 함께 그냥 죽이기에는 아깝고.”
그의 눈이 희번덕거렸다.
“역시 내 꼭두각시로 만들어야 할까.”
미하엘은 로제테를 자신이 데려간다고 했다. 그러나 댈러스 후작의 속셈은 달랐다.
‘이런 보석을 놓칠 수는 없지. 그리고 미하엘 그 녀석도. 그 녀석도 꽤 실력이 있는 것 같단 말이지. 어쨌든 마탑에서 보낸 아이니까.’
두 아이를 모두 놓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자신의 계획을 모두 알고 있는 미하엘을 이대로 보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두 아이를 자신의 꼭두각시로 만들어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방법은 있었다. 그는 이 상황에 유용한 고대 마법을 알고 있었다. 그걸 두 아이의 심장 부근에 새겨 넣기만 하면 끝났다.
이미 미하엘을 가둔 케이지에도 특수 마법을 걸어 놔서 안에서는 마법을 쓸 수 없었다. 이대로라면 그의 계획대로 모든 것이 끝날 터였다.
“물론 그 전에 아드리안부터 처리해야지.”
“안 돼!”
로제테가 댈러스 후작에게 달려들었다. 온 힘을 실어서 주먹을 날렸지만, 후작에게 아주 쉽게 제압당하고 말았다.
“악!”
후작이 로제테의 팔을 등 뒤로 꺾었다. 무자비한 손길이었다. 눈물이 주르륵 흐를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얌전히 있어. 예쁜 얼굴에 상처가 나기 싫다면.”
어느새 단도를 꺼낸 후작이 로제테의 뺨에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대며 속삭였다. 로제테가 몸부림치자 칼날이 볼을 스치며 피가 났다.
로제테는 상처가 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후작의 손을 세게 깨물었다.
“악! 이 년이……!”
후작이 커다란 손으로 로제테의 뺨을 후려쳤다. 휘청이며 넘어진 로제테는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그 자세로 그대로 파르르 몸을 떨었다.
댈러스 후작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조금 잘라냈다.
“잠시만 기다리거라, 꼬맹아. 다시 올테니.”
저 머리카락으로 아드리안 공작을 유인할 것이 분명했다. 로제테가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 멀어지려는 댈러스 후작의 다리를 잡았다.
그대로 질질 끌려가다가 이내 놓치고 말았다. 댈러스 후작이 창살을 닫더니 이내 사라졌다.
로제테는 계속해서 마법을 시도했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삐삐를 소환할 수도, 이곳을 탈출할 수도 없었다.
‘어쩌면 좋아.’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후작이 다시 돌아왔다.
“드디어 모든 것을 끝낼 때가 됐어!”
크게 웃어 젖힌 그가 로제테 쪽이 아니라 다른 쪽으로 걸어갔다. 그에게 끌려 나온 아이는 다름 아닌 미하엘이었다.
“미하엘!”
저항하다가 얻어맞기라도 했는지 미하엘의 몸이 만신창이였다. 그는 정신도 제대로 차리지 못하고 댈러스 후작에게 질질 끌려갔다.
댈러스 후작이 그를 대리석 제단 위에 올렸다. 그러고는 미하엘의 셔츠를 벗기기 시작했다.
‘저주를 걸려고 하는 거야.’
그리고 아마 미하엘 다음엔 로제테, 그녀를 노리겠지.
로제테는 창살을 흔들며 외쳤다
“미하엘, 정신 차려! 미하엘!”
미하엘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사이 댈러스 후작의 손에 마나가 모이기 시작했다.
로제테가 온 힘을 다해 소리쳤다.
“미하엘! 눈 떠!”
댈러스 후작이 미하엘의 왼쪽 가슴에 손을 얹는 순간이었다.
퍼엉, 하는 굉음과 함께 댈러스 후작이 뒤로 날아갔다. 로제테는 강한 파장에 뒤로 밀려나지 않도록 창살을 더욱 세게 붙잡았다.
바람 때문에 질끈 감았던 눈을 떴을 때.
“이 버러지 같은 게.”
로제테는 몸을 일으키는 미하엘을 발견할 수 있었다.
로제테는 우아한 걸음으로 쓰러진 댈러스 후작에게 다가가는 그를 향해 외쳤다.
“미하엘! 괜찮아?”
그제야 그가 그녀를 발견하고는 멈칫했다. 미하엘이 잠깐 댈러스 후작을 바라보다가 이내 로제테를 향해 빠르게 다가왔다.
“로즈, 괜찮아? 저 새끼가 뭔 짓 했어?”
곱상한 그의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는 험악한 말이었다.
“나는 괜찮아. 그렇지만 아빠가 위험해. 댈러스 후작이 내 머리카락을…….”
“잠깐만. 이거 뭐야.”
로제테의 얼굴을 제대로 확인한 미하엘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가 창살 사이로 손을 뻗어 로제테의 얼굴을 부드럽게 쥐었다.
그의 엄지가 로제테의 뺨에 난 상처 부근을 문질렀다. 따끔한 느낌에 살짝 인상을 쓰자 미하엘의 표정이 더욱 험악해졌다.
“저 X끼……. 아니, 댈러스 후작이 그랬어?”
“어, 아마도?”
“하. 감히…….”
로제테에게는 들리지 않을 말을 살벌하게 중얼거린 미하엘이 마법으로 철창문을 땄다. 로제테의 마법으로는 열리지 않던 문이 아주 쉽게 열렸다.
미하엘이 로제테의 팔에 걸린 팔찌를 매만지다가 마법을 썼다. 팔찌에서 스파크가 일더니, 이내 팔찌가 반으로 쪼개졌다.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식은땀을 닦은 미하엘이 중얼거렸다.
“아마 이 팔찌 때문에 마법을 쓰지 못했던 것 같아. 이제 쓸 수 있을 거야.”
“정말?”
“그래. 그리고 난 저 녀석을 처리해야겠어.”
미하엘이 댈러스 후작을 흘끔거렸다. 댈러스 후작은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도망가기 시작했다.
로제테가 미하엘을 재빨리 말렸다.
“죽이면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