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84)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84화. 납치(2)(84/214)
84화. 납치(2)
2024.01.23.
“죽이면 안 돼.”
“뭐?”
로제테가 미하엘의 고운 손을 잡았다. 미하엘도 마법 재능이 많은 아이였지만, 느껴지는 마나의 양을 봤을 때 로제테는 미하엘의 실력으로 댈러스 후작을 죽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이 흉흉한 기세의 미하일이라면 어떻게든 댈러스 후작의 목숨을 끊어 놓을 것 같았다. 하다못해 단검으로 심장을 찔러서라도. 미하엘도 많이 다치게 될 것이다.
“댈러스 후작은 정당한 대가를 치러야 해. 정당하게 사형을 받아야 한다고.”
“…….”
“게다가 네 손을 더럽히지 마. 이렇게 고운 손인걸.”
미하엘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어딘가 슬퍼 보이는 웃음이었다.
“넌 정말 끝까지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뭐?”
그가 로제테의 머리를 끌어당기며 볼록한 이마에 입을 맞췄다.
“물론, 그래서 난 네가 좋아.”
“뭐?”
“로즈, 잘 들어. 내가 가면 당장 패밀리어를 소환해서 탈출해. 혼자 빠져나가기 힘들 테니까 꼭 아드리안가에 연락을 넣어.”
“으응, 그런데 너는?”
“나는 댈러스 후작을 잡으러 갈 거야. 물론, 네 말처럼 댈러스 후작은 정당한 대가를 치르게 할 테니까 걱정마.”
“너 혼자서? 불가능해. 같이 가.”
“아냐, 나 혼자 가야 해.”
미하엘이 이번엔 로제테의 상처 난 뺨에 입을 맞췄다. 그러자 그녀의 상처가 금방 아물었다.
“알겠지, 로즈? 무사히 나갈 수 있을 거야. 걱정할 필요 없어.”
“으응.”
“그럼 잘 있어.”
빙긋 웃은 미하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로제테가 서둘러 그의 옷소매를 잡았다.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지?”
미하엘이 그녀를 돌아보며 쓰게 웃었다.
“글쎄. 그건 모르겠어. 하지만 한 가지는 약속할게.”
“약속?”
“응. 나는 꼭 너를 데리러 올 거야, 나의 로즈.”
그 말을 마친 미하엘이 서둘러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로제테가 뒤늦게 삐삐를 소환했다.
“삐삐.”
[삐잇!]아무리 소환해도 나오지 않던 삐삐가 허공에서 뿅, 하고 나타났다.
삐삐는 로제테를 보며 반가워하다가, 주위가 이상하다는 것을 보고 놀랐다.
“삐삐, 걱정하지 마. 이제 괜찮아. 그것보다 황궁이 어디인지는 알지?”
[삐이.]“가서 황자님을 만나. 가서 내가 이곳에 있다고 아드리안가에 말해 달라고 전해 줘. 실버라면 네 말을 알아들을 테니까.”
[삐이…….]안 돼, 로제테. 나는 여기서 널 지켜야 해!
“안 돼. 네가 밖에서 도움을 청해야 해. 알겠지? 그동안 나는 저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고 있을게.”
삐삐는 싫다고 삑삑거리다가 로제테의 설득에 결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탁해.”
[삐!]삐삐가 날갯짓을 했다.
로제테가 무척이나 걱정되었지만, 삐삐는 힘차게 밖으로 날아갔다. 처음 보는 곳에 좀 당황했지만, 이내 저 멀리 보이는 황성을 찾을 수 있었다.
무시무시한 발톱을 가진 독수리가 삐삐의 뒤를 쫓아왔다. 삐삐는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저게 우리 로제테를 가둔 나쁜 놈의 패밀리어구나!
마음 같아서는 맞서서 싸우고 싶었다. 물론 상대도 안 되겠지만, 저 독수리의 깃털 하나라도 뽑아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쟤를 피해서 조슈아에게 가야만 했다. 삐삐는 전속력으로 황궁을 향해 날아갔다.
[삐이잇!]삐삐가 자신을 낚아채려는 독수리의 발을 피해 방향을 틀었다. 허공을 낚은 독수리도 재빨리 방향을 바꿔 삐삐를 향해 날아갔다.
[삐이!]눈앞에 매서운 발톱이 드리운 순간, 삐삐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 * *
삐삐가 나간 뒤 로제테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철장에 갇힌 아이들을 향해 다가갔다.
혹시나 해서 왼쪽 쇄골 부근을 확인했더니, 역시나 과거 로제테가 걸렸던 마법이 걸려 있었다.
“얘들아, 나가자.”
로제테는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는 아이들을 흔들었지만, 아이들은 말을 듣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 아이들을 같이 데리고 나가는 건 힘들어 보였다.
“들리지는 모르겠지만, 잘 들어. 내가 가서 도와 줄 사람들을 불러올게. 그때까지 기다려.”
로제테는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갔다. 보초가 있을까 봐 잔뜩 긴장했는데, 이미 바깥에 있던 남자들은 모두 쓰러져 있었다.
‘미하엘이 한 걸까?’
로제테는 남자들을 둘러보다가 재빨리 건물 밖으로 나갔다. 바깥은 숲이었다.
‘이래선 길을 찾을 수가 없잖아.’
미하엘은 어디로 간 걸까. 길을 잃지는 않았을까.
‘이럴 줄 알았으면 미하엘과 같이 가자고 할 걸 그랬어.’
로제테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 몸을 숨기고 삐삐에게서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어느 정도 지났을까.
“윽!”
오매불망 삐삐의 연락을 기다리던 로제테가 울컥 올라오는 충격에 흠칫했다.
삐삐가 다쳤거나 최악의 경우엔 소멸 됐다는 뜻이었다.
마나로 소환한 패밀리어에게는 물리적인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 그런 패밀리어에게 상처 입힐 수 있는 건 같은 패밀리어나 마법사뿐이었다.
“삐삐…….”
삐삐를 다시 소환하려고 했지만, 상황이 어떤지 몰라 함부로 소환할 수 없었다. 삐삐가 심하게 다쳤을 경우 다시 소환하다간 삐삐와의 연결이 완전히 끊길지도 모르니까.
‘제발 무사해.’
로제테는 눈물 한 방울을 또르륵 흘렸다.
* * *
[삐이…….]로제테의 실종 이후 다른 소식을 기다리다 마음이 답답해져 로제테의 방에 멍하니 앉아 있던 루카스는 어디선가 희미하게 들리는 소리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삐삐? 삐삐, 너야?”
그러나 창문을 바라보아도 삐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잘못 들은 건가.”
너무 보고 싶어서 환청이 들리나.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자리에 앉을 때였다.
[삐이이…….]또다시 삐삐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처럼 작은 소리였지만, 청력이 발달한 루카스는 그것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삐삐!”
루카스는 아예 테라스로 나갔다. 바닥에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는 삐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삐삐가 루카스를 알아보고 안도한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삐삐!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삐…….]삐삐의 작고 흰 몸은 날카로운 무언가에 찢겨서 피가 철철 나고 있었다. 루카스는 패밀리어도 다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루카스는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삐삐를 들었다.
“삐삐, 왜 너 혼자 왔어? 왜 이렇게 된 거야? 꼬맹이는?”
[삐…….]삐삐가 필사적으로 중얼거렸지만 안타깝게도 루카스는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때 생각난 사람이 있었다.
“셀린느! 셀린느라면 방법을 알지도 몰라.”
[삐이.]“삐삐, 조금만 기다려. 내가 치료해 줄게. 버텨!”
루카스는 서둘러 셀린느의 연구실로 향했다.
“셀린느! 나와서 좀 봐봐!”
다행히 셀린느는 안에 있었다. 다급한 외침에 문을 열었던 그녀는 피투성이가 된 삐삐를 보고 크게 놀랐다.
“도련님, 이게 무슨…….”
“삐삐가 로제테의 방으로 찾아왔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치료하고, 로제테에 대해 물어 봐야 해.”
“알겠습니다. 일단 삐삐를 저 테이블에 눕히죠.”
[삐이이.]루카스가 테이블에 내려놓는 중에도 삐삐는 뭔가 다급하게 말했다. 루카스는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는 삐삐를 보며 눈물을 글썽였다.
“삐삐를 치료할 수는 있는 거야?”
“저도 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이론상으로는 가능합니다.”
“어떻게?”
“마나를 주입해서 치료할 수 있습니다. 다만 보통 소환자 본인이 한다고 책에 나와 있었는데, 제가 해도 치료가 될지…….”
“한번 해 봐. 삐삐를 치료해야 꼬맹이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셀린느는 삐삐에게 손을 댄 채 눈을 감았다. 그녀의 손끝에서 나온 마나가 삐삐의 상처에 스며들었다.
처음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셀린느가 더 많은 마나를 불어넣자 서서히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
[삐잇!]삐삐가 괴로운 듯 날개를 바르작거렸다. 루카스가 두 손을 기도할 것처럼 모은 채 중얼거렸다.
“삐삐, 아파도 조금만 참아.”
하지만 삐삐는 상처가 아문 뒤에도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일어나려고 노력했지만 번번히 쓰러지고 말았다.
“삐삐, 괜찮아. 누워 있어도 돼. 누워서 말해.”
[삐이.]“제 패밀리어를 소환하겠습니다.”
셀린느가 말한 것과 동시에 까만 고양이가 허공에서 툭 떨어졌다. 셀리느의 패밀리어, 루나였다.
우아하게 착지한 루나가 불만스럽게 울었다.
[냐아아옹.]잘 모르는 루카스가 듣기에도 왜 불렀냐고 항의하는 것처럼 들렸다.
“삐삐의 말 좀 해석해 줘.”
루나가 관심 없다는 듯 앞발을 할짝였다.
“로제테 아가씨가 위험해. 얼른.”
그제야 루나가 날렵하게 테이블 위로 올라와 삐삐에게 다가갔다. 평소라면 고양이를 보고 기겁했을 삐삐는 애처롭게 삑삑거렸다.
[삐이이. 삑!] [냐?] [삣…….] [냐오오옹.]두 패밀리어의 대화를 진지하게 듣던 셀린느가 루카스에게 설명했다.
“아가씨는 수도 남쪽에 위치한 곳에 갇혀 있다고 합니다.”
“남쪽?”
“네. 갇혀 있는 방에 특수한 마법이 걸려 있는지 마법을 쓸 수 없다고 하셔요. 온 힘을 다해 삐삐만 간신히 내보냈답니다.”
[삐…….]루카스가 입술을 깨물다가 물었다.
“그럼 삐삐는 왜 다친 거야?”
[삐잇…….]삐삐는 슬픈 눈으로 조금 전 일을 회상했다.
삐삐는 자신을 공격하는 독수리의 발톱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하지만 완전히 피하지는 못해 몸이 찢기고 말았다.
삐삐가 비틀거리는 순간에도 독수리는 삐삐를 찢어발겨 버릴 것처럼 날아왔다.
절체절명의 순간, 삐삐는 숲속으로 날아가 작은 몸이 들어갈 만한 나무 구멍에 숨었다. 정신을 잃을 것 같았지만 필사적으로 버텼다. 여기서 쓰러지면 위험에 빠진 로제테를 구할 수 없었다.
조금 뒤 삐삐는 독수리가 자신을 찾지 못한 틈을 타서 힘차게 날아올랐다.
로제테는 황성에 가서 조슈아를 만나라고 부탁했지만 황성까지 갈 기운이 없었다.
그래서 조금 더 가까운 아드리안 공작저로 날아온 것이었다. 그러나 간신히 로제테의 방에 딸린 테라스까지 날아오고는 지쳐서 쓰러지고 말았다.
[삐이잇.]삐삐는 정확히 로제테가 어디에 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독수리에게 쫓겨 마구잡이로 날아왔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충 어느 쪽에 있는지는 알려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몸이 도무지 움직이지 않았다.
[삐이이, 삐이.]루카스가 서럽게 우는 삐삐를 토닥이며 셀린느에게 물었다.
“독수리에게 쫓겼다고?”
“삐삐를 집요하게 노린 것을 보면 그냥 독수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삐삐에게 상처를 입혔다면 아마도 패밀리어일 가능성이 크지요.”
셀린느가 분노에 차서 말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제가 아는 마법사 중에 독수리가 패밀리어인 사람이 있습니다.”
“누군데?”
셀린느가 한숨과 함께 말했다.
“댈러스 후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