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85)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85화. 구출(85/214)
85화. 구출
2024.01.24.
로제테가 사라졌다.
번화가의 한 카페에서 습격을 받더니, 같이 있던 미하엘이라는 아이와 함께 종적을 감추었다. 어디로 갔는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쓰러졌다 깨어난 조셉과 크리스의 보고를 받은 아드리안 공작은 대노했다.
“어떻게 최고의 기사라는 사람들이 그 작은 아이 하나 보호하지 못하고!”
“죄송합니다.”
“벌은 달게 받겠습니다.”
“지금은 벌이 중요한 게 아니다. 일단 무슨 수를 쓰더라도 로제테를 찾거라.”
그러나 아무리 수소문을 해도 로제테나 적은발의 남자아이를 보았다는 사람이 없었다. 아드리안 공작은 급기야 로제테를 노릴 만한 정적은 없는지 귀족 명부를 훑어보기까지 했다.
“공작님!”
“아버지!”
그때 셀린느와 루카스가 노크도 없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루카스, 지금은 네 얘기를 들을 정신이 없어서 일단…….”
“제 얘기 좀 들어 보세요, 아버지. 삐삐가 왔어요! 삐삐가요!”
“뭐?”
루카스가 두 손에 소중히 쥐고 온 삐삐를 아드리안 공작에게 보여 주었다. 삐삐가 공작을 보며 뭐라고 쫑알거렸다.
[삐이. 삐이이.]그 말을 루나가 통역해 주었다.
“아가씨가 기다린다고 얼른 가야 한다고 합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셀린느와 루카스는 삐삐에게 들었던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삐삐를 공격한 게 패밀리어로 추정되는 독수리라는 것을 듣는 순간, 아드리안 공작의 얼굴이 사납게 변했다.
“댈러스 후작의 짓이로군.”
기사단장이 금방이라도 달려 나가려는 아드리안 공작의 앞을 막았다.
“비켜라.”
“일단 진정하십시오. 이런다고 해결될 일이…….”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나?”
아드리안 공작도 댈러스 후작의 패밀리어가 독수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수도 귀족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왜 댈러스 후작이 로제테를 데리고 갔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가 소중한 막내딸을 납치했다는 정황 증거가 있었다.
그런데도 기사단장은 조금 더 제대로 된 증거를 찾아야 한다며 그를 막아섰다.
“제발 진정하십시오. 아가씨의 패밀리어를 공격한 독수리가 패밀리어인지 진짜 독수리인지도 모릅니다. 또 독수리 패밀리어를 가진 다른 마법사가 있을지도 모르고요. 잘못했다간 가문과 가문의 일로 번질 수 있습니다.”
“내 딸의 안위가 달린 문제다. 내가 진정하게 생겼나?”
“부디 이성적으로…….”
“주군!”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며 기사 한 명이 뛰어왔다.
“이것 좀 보시지요!”
기사가 건넨 손수건에는 잘린 분홍색 머리카락이 감싸져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로제테의 것이었다.
공작의 두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누가 보낸 거지?”
“발신인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편지가 함께 왔습니다.”
아드리안 공작은 밀랍 인장을 거칠게 뜯어 편지를 읽었다. 편지 내용은 간단했다. 로제테를 찾고 싶다면 정해 준 장소로 혼자 오라는 것이었다.
“함정입니다.”
공작이 건네준 편지를 읽은 기사단장이 안 된다고 말렸다.
“댈러스 후작은 마법사입니다. 주군께서 아무리 소드 마스터라지만 혼자 가면 위험합니다. 게다가 저쪽은 댈러스 후작 혼자 나오지 않을 거란 말입니다.”
“아까는 댈러스 후작이 아닐 수도 있으니 신중하자고 하지 않았나.”
“지금 말꼬리 잡기를 하실 때가 아닙니다, 주군.”
아드리안 공작이 기사가 들고 있는 로제테의 머리카락을 꽉 쥐었다.
“우리 로즈가 지금쯤 엄청 무서워하고 있을 거야. 아비된 자로서 당연히 가야지.”
“하지만…….”
“안 돼요, 아버지.”
루카스도 말렸다.
“저는 물론 로즈도 소중하지만, 아버지도 소중해요. 로즈를 구하다가 아버지께서 잘못되시면 저희가 로즈를…….”
루카스가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을 뚝뚝 들렸다.
“로즈를 무슨 낯으로 보겠어요.”
“루카스. 아빠는 꼭 돌아올 거란다.”
아드리안 공작이 루카스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그러니 너무 걱정 말거라.”
옆에서 계속 고민하던 셀린느가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기사단장님 말처럼 공작님 혼자 가시는 건 위험합니다. 공작님께서 혼자 가신다고 해서 저들이 아가씨를 무사히 넘겨 줄 거란 보장도 없고, 또 공작님께서 잘못 되신다면 누가 아가씨를 여기까지 무사히 모시고 나오겠습니까.”
“…….”
“일단 기사들을 데리고 근처까지 같이 가시지요. 제가 마법 통신구를 드릴게요. 그걸로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듣고 있다가 때가 되면 습격하겠습니다.”
셀린느의 설득에도 공작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공작님.”
“아버지.”
여전히 눈가에 눈물을 대롱대롱 매달고 있는 루카스를 보던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지. 다만, 루카스. 너는 다니엘, 이자벨과 함께 저택에 남아 있거라.”
“……네.”
아드리안 공작은 기사단과 셀린느를 데리고 약속된 장소에 갔다.
그곳엔 버려진 신전 같은 건물이 있었다. 건물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주군, 뭔가 이상합니다.”
뒤따라오던 기사단장이 검 손잡이를 잡으며 중얼거렸다.
“그래, 뭔가 이상해.”
아드리안 공작도 긴장을 하며 천천히 걸어갔다.
분명 이곳에 댈러스 후작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잠복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람들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조금 더 걸어가던 아드리안 공작과 기사단은 눈앞에 보이는 풍경에 화들짝 놀랐다.
“주군, 이건…….”
댈러스 후작의 수하일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 복면을 쓴 사람들이 이미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기사단장이 쓰러진 사람들의 목을 짚어 맥을 확인했다.
“모두 죽었습니다.”
“누가 이런 짓을 벌인 걸까.”
“모르겠습니다. 일단 검을 이용하여 죽인 건 아닌 것 같고, 마법사 짓인 것 같습니다.”
“마법사라. 설마하니 댈러스 후작이 자기 수하를 죽였을 리는 없고, 설마…….”
로제테가 한 짓일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아드리안 공작이 검을 빼어 들고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안쪽에도 사람들이 죽어 있었다.
‘제발 로즈…….’
그는 마른침을 삼키며 검을 꽉 쥐었다. 안쪽에서 마나가 휘몰아치는 게 느껴졌다.
그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거대한 마나. 로제테의 짓일 것 같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아드리안 공작은 기사들과 셀린느에게 바깥에서 대기하라고 손짓한 후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로즈!”
신전의 문을 걷어차고 들어가 안쪽을 살폈다.
저 멀리 아쉘라 여신상 앞에 웬 검은 머리의 아이가 댈러스 후작의 목을 틀어쥐고 있었다. 아이가 서 있는 바닥 주위로 검붉은색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이게 무슨…….”
아드리안 공작이 당황하는 사이, 그를 발견한 댈러스 후작이 손을 뻗었다.
“크헉, 살려…….”
공작이 검을 세우며 방어 자세를 취했다. 그때 아이도 그를 바라보았다.
“왜 당신이 여기 왔지, 공작?”
미성이지만, 서늘한 목소리로 말한 아이가 댈러스 후작을 내팽개쳤다. 이름 모를 아이의 흉흉한 기세에 긴장을 놓지 않으며 아드리안 공작이 물었다.
“로제테는 어디 있지?”
“그러니까, 만나지 못했어?”
“무슨…….”
“로즈는 여기 없어. 다른 곳에 갇혀 있었거든. 그런데 분명 로즈가 패밀리어를 보냈을 텐데 당신이 왜 여기 있는거지?”
“삐삐는 댈러스 후작의 패밀리어가 공격해서 로즈에게 안내를 하지 못하게 됐다.”
“아하. 그럼 로즈는 혼자 덜덜 떨고 있겠네. 가엽게도.”
아이가 손을 허공에서 젓자 검붉은색의 나비가 아드리안 공작에게로 날아왔다. 순간 긴장하는 그에게 아이가 말했다.
“그렇게 경계할 필요 없어. 그 아이가 로즈에게 안내해 줄 거니까.”
나비가 검 끝에 살포시 앉았다. 마치 해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처럼.
“댈러스 후작도 그쪽이 책임지고 잡아. 방해받아서 흥미가 떨어졌으니까. 뭐, 정당한 벌을 받게 해 주겠다고 약속하기도 했고.”
“잠깐……!”
아드리안 공작이 채 질문을 건네기도 전에 빛이 나더니 아이가 사라졌다.
그때 나비가 다시 날갯짓을 하며 바깥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서둘러 나비를 따라가던 공작은 기사단장에게 지시했다.
“안쪽에 댈러스 후작이 있다. 포획해서 경비대에 넘기도록.”
“주군께선?”
“난 로즈를 찾으러 가겠다.”
“저희도 같이 가겠습니다.”
“저도요.”
공작은 자신을 따라나서는 기사 몇 명과 셀린느를 데리고 나비를 쫓아 말을 몰았다.
‘조금만 기다려라, 로즈. 아빠가 얼른 갈게.’
부디 로제테가 무사하기를 바라며.
* * *
로제테는 훌쩍이며 삐삐나 아드리안 공작이 오기를 기다렸다. 마음 같아서는 직접 나서서 저택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저 아이들을 지켜야 해.’
혹시 누가 와서 아이들을 해칠지 모르니 여기서 보초를 서야 했다. 게다가 괜히 숲을 걸어 나갔다가 길을 잃거나 아드리안 공작과 엇갈릴 수도 있었고.
‘삐삐는 괜찮을 거야. 그 어떤 패밀리어보다 날렵하고 똑똑한 아이잖아. 그러니까 울지 마, 로제테 아드리안.’
그녀가 스스로를 다독이며 버티고 있을 때였다. 저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설마…….’
나무 기둥 뒤에 숨어 있던 로제테는 고개만 빼꼼 내밀어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곧 자신의 흑마를 탄 아드리안 공작이 나타났다.
“로즈를 찾아야 한다. 다들 주위를 살피며 안으로…….”
“아빠!”
“로즈?”
로제테를 발견한 공작이 말에서 뛰어내렸다. 로제테가 힘껏 달려가 아드리안 공작의 품에 안겼다. 아드리안 공작이 놀라면서도 그녀를 꽉 안아 주었다.
“세상에, 로즈!”
“아빠. 아빠아.”
로제테가 그의 목을 끌어안고 펑펑 울음을 쏟아 냈다.
“무서웠어요.”
과거에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서 웬만한 일에는 무뎌진 줄 알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말 무서웠다.
댈러스 후작의 손에 죽을까 봐 무서운 게 아니었다. 자신 때문에 사랑하는 아빠를 잃을까 봐, 그래서 남은 가족들이 자신을 원망할까 봐 무서웠다.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제가 얼마나…….”
“로즈, 잠깐만. 아빠는 괜찮으니 잠깐만 진정하렴.”
아드리안 공작이 애써 침착하게 로제테를 타이르며 그녀를 살폈다.
“다친 곳은 없지? 그 남자가 무슨 짓을 하지 않았어?”
로제테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머리카락을 잘라가긴 했지만 그것 외엔 아무것도 안 했어요. 아빠, 저는 정말 아빠가 잘못될까 봐 너무 걱정이었어요.”
“로즈, 아빠야말로 너를 잃을까 봐…….”
아드리안 공작이 복잡한 감정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무서웠단다.”
“아빠…….”
로제테가 목덜미에 떨어지는 눈물을 눈치채고는 다시 코를 훌쩍였다.
“죄송해요. 제가 아직 너무 부족해서. 애초에 인질이 되면 안 됐는데.”
“아니다, 로즈. 다 이 아비 잘못이야. 아빠가 널 제대로 지켜 줘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어.”
“아니에요, 아빠. 다 제가…….”
씁쓸하게 중얼거리던 로제테는 “아!” 하는 소리를 냈다.
“맞아요, 아빠. 저 안쪽에 댈러스 후작에게 잡힌 아이들이 있어요. 그 아이들을 구해 주세요.”
“알겠다.”
아드리안 공작이 눈짓하자 기사들이 안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은 기사들과 셀린느가 챙길 테니 우리는 이만 집으로 돌아가자꾸나.”
“네.”
아드리안 공작은 흑마에 로제테를 조심스럽게 앉히고 그 뒤에 앉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로제테는 머뭇거리다가 물었다.
“저, 아빠. 삐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