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86)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86화. 댈러스 후작의 최후(86/214)
86화. 댈러스 후작의 최후
2024.01.25.
차마 뒷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질문을 모두 들은 공작이 삐삐가 잘못되었다는 말을 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녀의 질문을 알아챈 공작이 안심하라는 듯이 답했다.
“걱정 안 해도 된단다. 삐삐는 무사해. 오는 길에 다치긴 했는데 셀린느가 모두 치료했단다.”
“다행히 삐삐가 길을 잘 안내해 주었군요.”
“……그래.”
아드리안 공작은 댈러스 후작을 만나러 갔다는 것과 그곳에서 검은 머리의 아이를 만나 길 안내를 받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로제테에게 걱정거리를 늘려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로즈, 미하엘이라는 아이는 어떻게 됐니? 아까 그 건물 안에 있었니?”
“미하엘은요…….”
로제테가 망설이다 말했다.
“저를 구해 주고 도망쳤어요.”
“널 구해?”
“네. 댈러스 후작이 제게 이상한 팔찌를 채워 놔서 제가 마법을 쓸 수 없었거든요. 그런데 그 아이가 그걸 풀어 준 뒤 아빠에게 연락하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어요.”
그러고 보니 미하엘은 어떻게 그 팔찌를 풀었을까. 로제테는 뒤늦게 고민했다.
로제테가 판단하기로는, 미하엘이 그녀보다 마법 실력이 더 좋은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그녀가 풀지 못했던 팔찌를 그 아이는 풀었을까?
‘나는 마나를 억제당하고 있어서 못 풀었던 걸까.’
반면 미하엘은 그 팔찌의 영향을 받지 않았으니 풀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결론 지은 로제테는 공작의 몸에 나른하게 몸을 기댔다.
“피곤해요.”
“그래. 많이 피곤할 거다. 얼른 가서 쉬자꾸나.”
로제테의 머리를 한 번 토닥인 아드리안 공작이 말의 옆구리를 세게 걷어찼다.
흑마가 속도를 조금 더 올리며 저택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하늘에선 붉은 석양이 지고 있었다.
* * *
“삐삐!”
로제테는 저택으로 돌아오자마자 삐삐부터 찾았다. 삐삐는 어느새 로제테의 방으로 옮겨져 베개 위에서 자고 있었다.
[삐잇!]로제테의 목소리를 알아들은 삐삐가 눈을 번쩍 떴다. 삐삐가 제자리에서 날개를 파닥여 보다가 이내 로제테를 향해 힘겹게 날아왔다.
“삐삐, 너 살아 있었구나!”
[삐이!]로제테가 삐삐를 두 손에 얹고 와아앙 눈물을 흘렸다.
“난 네가 잘못된 줄 알았어.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
[삐이이, 삐이.]삐삐도 구슬프게 울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잘조잘 떠들었다. 로제테는 삐삐가 하는 이야기를 모두 귀담아들었다.
독수리가 삐삐를 공격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로제테가 이를 꽉 깨물었다.
“많이 아팠지, 삐삐.”
삐삐가 슬퍼하는 로제테를 보고 허세를 떨었다.
[삣!]울지 마, 로제테! 내가 그 못된 독수리의 꽁지깃을 다 뽑아 놓고 왔으니까!
순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로제테는 “그래, 잘했어. 우리 삐삐, 대단해.”라며 삐삐를 칭찬해 주었다.
삐삐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셀린느가 상처를 말끔하게 치료해 줬다는 것과, 그녀의 패밀리어 루나 덕분에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는 것까지.
로제테는 삐삐의 몸에 상처 하나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 삐삐. 앞으로도 건강해야 돼. 그래서 내가 죽을 때까지 내 옆에 있어. 알았지?”
[삐이!]로제테가 삐삐를 토닥이고 있을 때였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아드리안 삼 남매가 뛰어 들어왔다.
“꼬맹아!”
루카스가 제일 먼저 달려와 로제테를 꽉 끌어안았다.
“오, 오빠. 숨 막혀.”
놓아 달라고 하려던 로제테는 소리 내어 우는 루카스의 행동에 허우적대던 팔을 멈췄다.
“오빠?”
“흐어어엉.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 네가 사라졌는데 삐삐는 또 피투성이가 돼서 나타났지. 삐삐도 너도 잘못되는 줄 알았다고!”
“오빠, 진정해. 나는 괜찮아. 다친 곳도 없이 멀쩡해.”
“흐엉, 다행이야, 꼬맹아. 앞으로 너 어디 갈 생각하지 마.”
“알겠어.”
루카스는 그 뒤로도 한참이나 울다가 간신히 로제테를 놓아 주었다.
로제테는 미처 알지 못했는데, 루카스 뒤에 서 있던 다니엘과 이자벨도 울고 있었다.
“다니엘 오빠, 이자벨 언니?”
“무사해서 다행이야, 로즈.”
“대체 얼마나 우리 속을 썩여야 속이 시원하니?”
건네는 말조차 두 사람다워서 로제테가 피식 웃었다. 그녀가 팔을 벌렸다.
“이리 오세요. 안아 줄게요.”
다니엘이 눈물을 닦으며 다가왔다. 새침하게 투덜거릴 줄 알았던 이자벨도 군소리 없이 다가와 그녀의 품에 안겼다.
로제테는 따뜻한 세 사람의 온기를 느끼며 눈을 감았다.
이제야 비로소 돌아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 * *
댈러스 후작은 아드리안가 기사들에게 잡혀 제국 치안대에 넘겨졌다.
그가 벌인 짓을 보고받은 황제는 황실 기사단에게 그를 심문하라고 명했다.
그리하여 댈러스 후작은 황실 지하에 있는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망할 패밀리어 같으니. 그 보잘것없는 뱁새 하나 해치우지 못하고!”
댈러스 후작은 황성의 지하 감옥에 갇힌 채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어디서인가 시끄럽다는 소리가 들렸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이럴 수 없어. 이럴 수는 없다고, 천하의 내가!”
댈러스 후작은 엄지손톱을 까드득 깨물었다.
‘그분이 날 구해 줄 거야.’
제국의 4대 공작가 중 하나인 릴리스 공작가. 그 가문의 수장인 릴리스 공작이 10여 년 전 댈러스 후작에게 접촉해 왔다.
-그대가 제국에서는 마법으로 손꼽히는 실력자라지?
릴리스 공작의 목표는 하나였다. 자신이 사랑하는 딸을 황후로 만드는 것.
릴리스 공작은 댈러스 후작에게 한 가지를 약속했다.
-내 딸을 황후로 만들어 준다면 네 딸을 황태자비로 만들어 주겠다.
댈러스 후작은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아직까지 미혼인 릴리스 공녀가 황후가 되어 후계를 낳는다고 해도 엘리샤와 열 살 이상이 차이 날 것이었다.
그런데 엘리샤를 정말로 황태자비로 만들겠다고?
하지만 댈러스 후작은 권력에 눈이 멀었고, 릴리스 공작에게 마법 맹약을 했다.
릴리스 공작을 배신하는 순간 심장이 터지는 고대 마법으로, 그만큼 공작에게 충성한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제서야 릴리스 공작이 비밀을 말해 주었다.
사실 릴리스 공녀와 황제 사이에는 사생아가 있었고, 공작의 최종 목표는 그 아이를 황제로 만드는 것이라는 걸.
숨겨서 기른 황제의 사생아와 엘리샤는 두 살 차이였으니 충분히 혼인시킬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오필리아 황후와 조슈아를 끌어내리기 위해 노력했다. 조슈아의 스승이자, 그를 지지하는 아드리안 공작도 무너뜨리려고 했다.
그런데 번번이 로제테 아드리안 그 아이가 방해였다.
‘어떻게든 죽였어야 했는데.’
그래도 괜찮았다. 릴리스 공작이라면 자신의 과오를 덮어 주고 이곳에서 빼내 줄 것이었다.
‘하지만 정말?’
릴리스 공작은 예전부터 자꾸 실패하는 후작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그가 덜미가 잡힌 자신을 정말 구해 줄까?
어쩌면 꼬리를 자르지 않을까?
댈러스 후작이 초조함에 다시 한번 손톱을 까드득 깨물었을 때였다.
“꼴이 말이 아니네.”
이런 음침한 지하 감옥에는 어울리지 않는 미성이 들렸다.
잠시 후 후작이 갇힌 감옥 앞에 나타난 아이의 외모는 목소리만큼이나 이곳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도 눈에 띄는 적은발과 붉은 눈.
“미하엘!”
몇 달 전 그의 의뢰를 도와주기 위해 마탑에서 보낸 마법사. 처음엔 어린애가 온 것에 떨떠름하게 여겼지만, 그의 말을 듣고 설득 당했다.
-같은 아이인 게 좋지 않아? 아드리안가의 막내가 내 또래라며. 그 아이를 꼬여 내는 게 더 쉽지 않겠어?
그래서 엘리샤에게 로제테와 친해지라고 시킨 뒤 저택에 초대했다. 그리고 로제테와 미하엘이 만날 기회를 만들었다.
로제테 아드리안도 미하엘에게 관심을 보였다. 모든 게 계획대로였다.
다만 한 가지 욕심을 냈다. 미하엘은 로제테를 데리고 가겠다고 했지만, 댈러스 후작은 그에 반대했다.
아드리안은 없애도 로제테 아드리안은 확보해야 했다. 그녀에게 고대 마법을 새겨 넣고 조종하면 이 세상에 무서울 게 하나도 없을 터였다.
그런데 미하엘 그 아이가 그의 마법을 튕겨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그가 아드리안 공작을 만나기로 한 낡은 신전까지 찾아와 수하를 모두 죽이고 그마저 죽이려고 했다.
댈러스 후작은 정말로 죽임을 당할 뻔했다. 미하엘은 아드리안 공작이 찾아오자, 중간에 마음이 바뀌었는지 사라졌다.
그래서 댈러스 후작은 미하일이 자신을 포기한 줄로 알았다.
그런 그가 나타난 것이다.
남들 눈에 띄지 않고 이곳까지 왔다는 것은 그가 자신의 생각보다 더 능력이 있다는 뜻이었다.
‘릴리스 공작은 썩은 동아줄이야. 아마 나를 구하지 않을 테지. 그렇다면 이 아이에게라도…….’
댈러스 후작이 무릎으로 기어가 미하엘 앞에 무릎 꿇고 앉았다.
“내가 잘못했다. 내가 다 설명할 테니 일단 나 좀 살려다오.”
미하엘이 그를 내려다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버러지 같은 것이.”
“뭐? 너 지금 뭐라고…….”
그때, 감옥 바닥에서 솟아 나온 기다란 촉수가 후작의 목을 옭아맸다.
“컥!”
“잘도 나와 그 아이를 이용하려 했겠다?”
“크헉, 오해……. 내 말 좀…….”
미하엘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오해는 무슨 오해. 네가 내 몸에 뭘 하려고 했는지 똑똑하게 봤는데.”
“헉, 살려…….”
“처음엔 곱게 죽여 줄까도 생각했었는데, 네가 만든 그 실험장 때문에 기분 잡쳤어. 불쾌한 게 떠올랐거든. 게다가 그 아이는 내가 데려간다고 했지? 그런데 감히 그 아이에게도 손을 대? 감히 날 속이려고 들어?”
“그러려고 한 게 아니라…….”
“닥쳐. 뭘 잘했다고 변명이야?”
미하엘이 손가락을 한 번 까딱하자, 감옥의 자물쇠가 풀렸다.
우아한 걸음으로 안으로 들어간 그가 희고 긴 손가락으로 댈러스 후작의 얼굴을 콱 움켜쥐었다.
“그 아이에게 상처가 났잖아. 그 대가는 치러야겠지?”
“그게…….”
미하엘의 한쪽 오른쪽 눈이 점차 진한 버건디색으로 변했다. 그의 팔에도 알 수 없는 문양이 나타나더니 이내 머리카락도 검게 물들었다.
“제발…….”
“쉿. 다들 듣잖아.”
미하엘이 작게 속삭이자 댈러스 후작의 입에서는 더 이상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후작은 소리 없는 아우성만 질러댔다.
미하엘이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미소 지었다.
“차라리 죽여 달라고 애원하는 게 낫다 싶을 정도로 지옥을 보여 주겠어.”
미하엘을 바라보는 댈러스 후작의 두 눈이 공포로 물들었다.
* * *
댈러스 후작이 죽었다.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라고 하는데, 그 방법이 무척 잔혹하다고 했다.
자세한 방법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차라리 죽여 달라고 애원하고 싶을 정도로 고통받다가 죽었다고.
범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침입의 흔적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칼을 사용했는지, 마법을 사용했는지도 가늠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게 후작의 죽음은 미제로 남았다.
아드리안가의 아무도 로제테에게 그 소식을 말해 주지 않았다. 그러나 로제테는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대충 상황을 파악했다.
마음이 좋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