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87)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87화. 조슈아의 제안(87/214)
87화. 조슈아의 제안
2024.01.26.
[삐이이.]로제테는 제 눈치를 살피는 삐삐의 부리를 톡톡 두드렸다.
“후작이 죽어서 슬픈 건 아니야. 댈러스 후작은 그럴 만한 짓을 벌였으니까. 물론 기분이 좀 이상하기는 해.”
[삐이.]“과거에 그 사람이 내 아버지였기 때문은 아니야. 난 정말 댈러스 후작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어. 단지, 아무리 그런 사람이라도 그렇게 처참하게 죽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정당하게 재판을 받고 그에 맞는 벌을 받기를 바랐어.”
[삐이이.]삐삐가 로제테의 뺨에 제 얼굴을 문댔다. 위로의 의미였다.
“그냥 그것뿐이야. 걱정해 줘서 고마워, 삐삐.”
희미하게 웃은 로제테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미하엘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날 이후 로제테는 미하엘을 보지 못했다.
그날 분명히 미하엘은 댈러스 후작을 잡으러 간다고 하고 떠났다.
그러나 댈러스 후작을 잡은 것은 미하엘이 아니라 아드리안 공작이었다.
그렇다면 그 아이는 어떻게 된 걸까?
“설마 잘못된 건 아니겠지? 혹시 댈러스 후작에게 잡혀서 마법에 걸린 건 아니겠지?”
[삐이이.]삐삐가 모르겠다며 중얼거리면서도 걱정 어린 얼굴을 했다.
“아빠에게 물어봤는데 댈러스 후작을 잡은 신전에서 미하엘을 보지 못했대. 그럼 무사히 탈출했을까? 그 아이는 마법을 쓸 줄 아니까.”
[삐이.]“살아 있다면 분명 내게 연락을 했을 텐데. 하다못해 페리토라도 보냈을 아이야. 그런데 아무런 연락도 없어.”
로제테가 두 팔로 무릎을 끌어안으며 우울하게 중얼거렸다.
“그 아이가 잘못됐다면 나는…….”
내가 시간을 돌린 후 처음으로 구하지 못한 사람이야.
로제테는 차마 하지 못한 그 말을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로제테의 슬픔을 공유한 삐삐가 구슬프게 울었다.
“아냐, 괜찮을 거야. 잘못됐다면 시신이라도 발견됐을 테니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면 무사히 탈출했다는 뜻일 거야. 그렇지, 삐삐?”
[삐잇!]아마도 그럴 거라고 삐삐가 날개짓을 하며 답했다.
“정신이 없어서 나에겐 연락을 못 한 걸 거야. 귀족이랬으니까 아마 자기 가문에 연락해서 급히 돌아갔을 거야.”
[삣!]“그래, 그런 걸 거야.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삐삐. 그것보다 댈러스 후작에게 마법이 걸린 아이들이 걱정이야. 정신 조종 마법도 걸려 있는 것 같던데.”
아이들에게 걸려 있는 조종 마법은 댈러스 후작이 죽으면 효력이 사라진다. 댈러스 후작은 이미 죽었으니 마법 또한 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정신 조종 마법은 달랐다.
“셀린느 언니가 고칠 방법을 찾아 보고 있다고는 했는데…….”
로제테가 그렇게 삐삐와 가벼운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조앤이 난감한 얼굴로 들어왔다.
“아가씨.”
“응? 무슨 일 있어?”
“황자 전하께서 오셨습니다. 아가씨를 문병하러 오셨다고 해요.”
“날?”
로제테가 서둘러 헝클어진 머리를 손가락으로 빗었다.
“황자님은 지금 어디 계시는데?”
“일단 주인님과 큰 도련님께서 접객하고 계세요.”
“나도 가 볼래. 옷 갈아입는 것 좀 도와줄래?”
로제테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조앤이 얼른 그녀를 도로 앉혔다.
“안 돼요, 아가씨. 아가씨는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요.”
“하지만 이 꼴로 황자님을 뵐 수는 없어요.”
“괜찮아요, 아가씨는 환자잖아요.”
“하지만…….”
로제테는 끝까지 항의했지만 조앤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결국 잠옷 위에 가디건을 걸치는 것으로 타협 봤다.
잠시 후, 조슈아가 직접 방으로 찾아왔다. 실버도 함께였다.
“화, 황자님!”
누워 있던 로제테가 일어서려고 하자 조슈아가 그녀의 이마를 꾹 눌러 다시 눕혔다.
“일어날 필요 없어. 아픈 애한테 인사받는 냉혈한은 아니거든.”
“네에.”
조슈아가 로제테가 반가워 달려드는 실버의 목걸이를 꽉 잡았다.
“너도 자중해. 애 아픈 거 안 보여?”
실버가 낑낑거리는 소리를 냈다.
“저는 진짜 괜찮은데요.”
“네 안색은 전혀 안 괜찮아 보여.”
“네에.”
결국 실버는 조슈아의 눈치를 보더니 침대에 올라와 로제테의 옆자리에 엎드리는 것으로 반가움을 대신했다.
조슈아가 침대 옆으로 의자를 끌고 와 앉았다.
“몸은 좀 괜찮나?”
“네.”
“소식을 듣고 걱정 많이 했어. 설마하니 댈러스 후작이 이렇게 대놓고 움직일 줄이야.”
“저도 좀 놀라긴 했어요.”
“그나저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설명 들었나?”
“아뇨. 아빠나 다니엘 오빠에게 물었지만, 다들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았어요.”
“그럴 법해.”
조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댈러스 후작이 그동안 마법 능력이 있는 아이들을 데려와 조종 마법을 걸어 둔 모양이야. 아마 과거 네게 걸었던 것과 같은 거겠지.”
“맞아요. 사실 저에게도 걸려고 했어요. 꼭두각시로 만든다고 했거든요.”
로제테는 잔혹하게 웃던 댈러스 후작의 얼굴을 떠올리며 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래서 댈러스 후작은 대체 어떻게 된 건가요?”
“너도 이미 알겠지만 누가 침입해서 죽였어. 그에게 원한이 있었던 모양인지, 살해 방법이 아주…….”
거기까지 말한 조슈아가 로제테의 안색을 살피며 말을 돌렸다.
“아무튼 살인범을 찾고는 있는데, 아무도 본 사람이 없어. 사실 들어온 흔적도 없어서 신의 천벌을 받은 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
“……그렇군요.”
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 사이에서는 잠시 말이 없었다. 조금 뒤 조슈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직 몸도 다 낫지 않았는데, 이런 말을 하긴좀 그렇지만…….”
그가 뜸을 들였다.
“이벨린 왕국으로 가는 게 어때?”
“이벨린 왕국이요?”
“그래.”
그가 차분하게 설명했다.
“앞으로 너를 노리는 사람들은 더 많아질 거야. 댈러스 후작은 죽었지만 릴리스 공작이 아직 남아 있어. 게다가 어디서 어떤 사람이 널 노리며 튀어나올지도 모르고. 물론 스승님을 비롯한 아드리안 저택의 사람들이 널 보호할 테지. 그렇지만 그럴수록 네 가족들이 위험해질 가능성이 커.”
“그건 저도 알고 있어요.”
“이벨린 왕립 아카데미는 고대에 지어진 거라 방어 마법진이 아주 잘 만들어져 있지. 아마 그 어느 곳보다 안전한 곳이야.”
“…….”
“게다가 너 또한 셀린느 카린에게서 마법을 배우는 데엔 한계가 있을 거고. 불의 마녀가 뛰어난 마법사라는 것을 알지만, 넌 조만간 그녀를 뛰어넘을 테니까. 아니면 이미 뛰어넘었든가. 가서 더 실력 있고 다양한 마법사에게 마법을 배우는 것도 좋은 기회지.”
로제테가 잠시 망설이다가 반박했다.
“하지만 가을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어요. 적어도 가을까지는 입학 허가가 나야 하잖아요. 준비할 시간이…….”
“네 능력을 잊었어? 네 마법 실력이라면 입학시험도 없이 통과할 수 있어. 게다가 네가 원한다면 어마마마께서 추천서도 써 주신대.”
“이벨린의 왕녀이신 황후님께서 추천장을 써 주시면 확실히 영향이 있겠네요.”
로제테가 입술을 달싹였다. 결국 그녀는 진심을 내비쳤다.
“제가 없는 동안 아드리안은 누가 지키죠?”
조슈아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아드리안 스스로 지킬 거다.”
“…….”
“댈러스 후작도 없고, 로제테 댈러스도 없어. 아드리안을 위협할 수 있는 마법사는 이제 제국에 없다.”
“그건 그렇지만…….”
“게다가 아직 루이스 그 아이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 그 아이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릴리스 공작도 섣불리 움직이지 않을 거야. 암살자를 보낸다고 해도 스승님이나 다니엘이 쉽게 당할 사람도 아니고.”
“…….”
“물론 강요는 아니고 어디까지나 제안이야.”
조슈아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네가 아드리안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제 알아. 떠나기 쉽지 않을 테지. 스승님이라면 여기서도 셀린드 카린 경 말고도 충분히 좋은 마법 선생을 구해 줄 수 있을 거야.”
“…….”
“나는 그저 이벨린 왕국도 나쁘지 않은 선택지라는 것을 알려 주고 싶었을 뿐이야.”
“하지만 황자님도 아시잖아요. 이벨린 왕국은…….”
“그래.”
조슈아가 순순히 인정했다.
“2년 뒤쯤 뱃길이 끊길 테지.”
그랬다.
이벨린 왕국은 삼면이 바다인 반도였다.
이벨린 왕국 북부와 제국이 육로로 연결되어 있긴 하지만, 가장 빠른 교류 방법은 바닷길이었다.
배를 이용하면 제국의 수도에서 왕국 수도까지 가는 데 2주 정도면 된다.
그런데 2년 뒤에 해적들을 대통합 시킨 소위 ‘해적왕’이 나타나면서 바닷길이 막히게 되었다.
사람들은 해적이 퇴치되기 전까지 주로 육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벨린 왕국 북부 땅은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얼어붙은 평야라 마나 게이트도 없었다.
일반적인 교통 수단을 이용한다면 편도로만 한 달 넘게 걸렸다. 그나마도 길이 무척 험준했다.
아카데미의 여름 방학은 두 달 남짓.
배를 이용한다면 방학 때마다 제국에 왔다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육로를 이용하면 불가능해. 오고 가는 데에만 족히 두 달은 걸릴 테니까.’
결국 로제테는 한 5년간은 가족을 만날 수 없을 것이었다. 육로로 편지는 주고받을 수 있겠지만.
“그래서 나도 이런 제안을 하면서 마음이 무거워. 하지만 나는 네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 이런 소리를 하는 거다.”
“알겠어요, 생각해 볼게요.”
“그래.”
“참, 그리고 황자님께 부탁할 일이 있어요.”
“뭐지?”
“저와 같이 잡힌 아이가 있어요. 미하엘이라고, 그때 댈러스 후작이 데리고 왔던 애예요.”
조슈아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 아이는 갑자기 왜?”
“그 아이가 절 도와주고 사라졌어요. 무사히 돌아갔을 것 같긴 하지만 조금 걱정돼서요. 혹시 그 아이를 찾아줄 수 있나요?”
“어떻게 생겼지?”
“붉은빛이 도는 은발에 붉은 눈을 가졌어요. 아마도 한 번 보면 잊지 못할 만한 아이예요. 굉장히 예쁘장하게 생겼거든요. 그리고 귀족이랬는데 아쉽게도 어디 가문 사람인지는 몰라요. 애초에 에른하르트 제국 출신이 맞는지도 모르겠고요.”
“어렵군. 그래도 한 번 찾아보겠어.”
“감사해요.”
“그럼 쉬도록 해. 아직 몸이 덜 회복된 것 같으니까.”
“네. 오늘 와 줘서 감사해요.”
조슈아가 떠나간 뒤, 혼자가 된 로제테는 생각에 잠겼다.
‘황자님의 말도 일리가 있어.’
로제테는 자신이 과거에 마법을 완벽히 배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셀린느에게서 제대로 마법을 배우면서 댈러스 후작의 방식이 완전히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방식은 오로지 로제테를 살상 무기로 키우기 위한 거였다. 로제테의 몸이 상하든 말든, 우악스럽게 공격 마법만 배우게 했다.
‘하긴, 제대로 가르쳤을 리가 없지.’
그 외에 꼭 배워야 하는 마법들은 가르치지 않았다.
자신이나 남을 지킬 수 있는 마법들은 특히 모르는 부분이 더 많았다. 만에 하나 로제테가 마법을 풀었을 때를 대비한 것 같았다.
셀린느는 물론 좋은 선생님이었다. 능력도 있고, 아는 것도 많고, 잘 가르쳤다.
그러나 요즘 들어 로제테는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는 갈망을 느꼈다.
‘게다가 여기 있으면 우리 가족들이 위험해질 것 같아.’
로제테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그녀는 알게 모르게 위험에 노출되었다.
댈러스 후작이 죽었다고는 하나, 아직 진짜 적인 릴리스 공작이 남아 있었다. 그는 아드리안 공작가를 지키는 로제테를 우선적으로 노릴 것이다.
무엇보다 여기에 있으면 가족들이 위험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댈러스 후작이 머리카락을 잘라 간 것도 아드리안 가족들을 유인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자신 때문에 또다시 가족들이 위험에 빠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