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9)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9화. 아이가 아이답기 위해선(2)(9/214)
9화. 아이가 아이답기 위해선(2)
2023.11.09.
대꾸할 말을 찾지 못했는지 아드리안 공작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로제테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제인의 여리고 말랑한 품하고는 다른 느낌. 포근한 느낌은 없지만, 좀 더 단단하고 세상의 모든 풍파에서 그녀를 지켜 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로제테는 본능적으로 공작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안 먹는 것과 못 먹는 건 다르단다, 로즈.”
“…….”
“먹을 수 없는 것을 억지로 먹어서는 안 돼.”
“그럼 혼나나요?”
“앞으로는 그럴 거다.”
“네.”
공작이 조심스럽게 로제테의 등을 토닥였다.
“그리고 편식 좀 하면 어떠니. 먹기 싫은 음식 정도는 안 먹어도 돼. 그게 아이들이란다.”
“…….”
“그래서 싫어하는 음식이 있니?”
“……당근이요.”
“당근? 또?”
“없어요. 그것 말고는 다 잘 먹어요. 진짜예요.”
“그래.”
로제테를 놓아준 후작이 아이의 팔을 살폈다.
“그나저나 팔을 이 정도로 긁어 놓다니. 진짜로 흉이 지겠어.”
“죄송해요.”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거라.”
“네.”
“저택에 익숙해지면 소개해 주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구나. 오늘 네 스승이 될 사람을 소개해 주겠다.”
로제테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제 스승님이요?”
아드리안 공작이 빙긋 웃으며 그녀의 코를 잡아당겼다.
“그래.”
그가 설렁줄을 잡아당기더니 대기하고 있던 세바스찬에게 누군가를 불러오라고 지시했다. 잠시 뒤, 타오르는 듯한 붉은 머리카락을 지닌 여인이 들어왔다.
로제테는 그녀를 한 번에 알아보았다.
‘불의 마녀잖아?’
불의 마녀, 셀린느.
그녀는 전생에서 로제테를 제자로 삼고 싶어 안달이 났던 마법사였다.
-나에게 오지 않을래? 고지식한 댈러스 후작보단 나에게서 배울 게 더 많을 거야.
그런 그녀에게 과거에 자신은 뭐라고 했던가.
-나보다 약한 마법사에게는 관심 없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오만하기 짝이 없는 대답이었다. 하지만 그건 그녀가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경고였다.
나에게 오지 말아요. 날 탐내면 댈러스 후작이 당신을 죽일지도 몰라.
사실 로제테는 셀린느가 퍽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그랬던 것이다.
그러나 셀린느는 로제테에게 끈질기게 다가왔다.
-꼬마야, 저런 아저씨보단 내가 낫지 않겠어? 나랑 가자. 응? 이 언니가 잘해 줄게.
그러다 결국 그녀는 의문의 사고를 당해 죽고 말았다. 사고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로제테는 그것 또한 댈러스 후작이 한 짓이란 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
자신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셀린느는 꽤 뛰어난 마법사였고, 그녀가 있으면 아드리안 공작가를 공격하기 힘들었다. 셀린느는 여러 가지 복합한 이해관계 때문에 죽은 것일 테다.
그래서 로제테는 그녀의 죽음에 죄책감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조금 허망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드리안 공작가에 올 때 셀린느를 만나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런데 벌써 만나다니!
로제테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셀린느를 올려다보는데, 셀린느가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공작님을 뵙습니다.”
“그래.”
“그런데 이 어여쁜 아가씨는 누군가요? 마나를 폴폴 흘리고 계시는데.”
역시나 셀린느는 이번에도 로제테에게 관심을 보였다.
“소개하지. 내 막내딸이다.”
“어머, 공작님께 숨겨 두신 공녀님도 계셨나요?”
아드리안 공작이 미미하게 인상을 쓰자 셀린느가 정정했다.
“농담이에요. 이분이 저택에서 소문이 자자한 바로 그분이신가 보군요. 안녕하세요, 작은 아가씨. 저는 셀린느라고 해요.”
“안녕하세요, 언니.”
로제테가 과거의 셀린느가 자신을 지칭했던 호칭을 떠올리며 인사를 건네자 셀리느가 호탕하게 웃어 젖혔다.
“세상에, 공작님. 보셨어요? 아가씨께서 저 보고 언니래요!”
“안 되……나요?”
“안 되긴요. 돼요, 당연히 돼죠. 마법이 배우고 싶나요? 이 언니가 다 가르쳐 줄게요.”
“그 전에 상처 좀 봐 주지.”
“상처요?”
뒤늦게 로제테의 팔을 본 셀린느가 호들갑을 피웠다.
“누가 이랬나요? 예쁜 팔에 상처가 났네.”
“알레르기 때문에 간지러워서 긁은 모양이다.”
“그냥 놔두면 흉이 지겠네요. 잠깐만요.”
셀린느가 로제테 앞에 쪼그리고 앉아 마나를 운용했다. 그녀의 손끝에서 빛이 아롱아롱 맺히더니 로제테의 상처 안으로 스며들었다. 곧, 언제 다쳤냐는 듯이 팔이 깨끗해졌다.
로제테는 놀라지 않았다. 전생에 숱하게 본 마법인데 놀라운 일이 뭐가 있을까. 그러나 셀린느는 그게 이상했던 모양이다.
“어라, 아가씨. 안 신기하세요?”
아차. 신기해했어야 했나? 로제테가 이제라도 ‘우와아’ 소리를 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아드리안 공작이 끼어들었다.
“로제테는 이미 스스로 치유 마법을 쓴 적이 있다.”
셀린느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뭐라고요? 치유 마법이요?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세요!”
아드리안 공작은 로제테가 제인을 치료했던 이야기를 해 주었다. 시종일관 놀란 얼굴로 경청하던 셀린느가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말도 안 돼. 그런 일이 어떻게…….”
“그렇게 말이 안 되는 일인가?”
“이론적으로는 가능한데, 그게 진짜로, 아니 그게 진짜로 이 작은 아가씨가 한 게 맞아요?”
“그래, 내가 확인했다.”
“아니, 어떻게…….”
셀린느는 언어 능력을 잃은 사람처럼 ‘어떻게’만 계속해서 반복했다.
셀린느가 놀란 것도 당연했다. 아드리안 공작은 마법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로제테가 본능적으로 치유 마법을 썼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본능적으로 마법을 쓰기란 쉽지 않았다.
실제로 로제테는 원래 알고 있던 수식을 이용하여 치유 마법을 썼으니 사실상 ‘본능적으로 치유 마법을 쓰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지만 어찌하겠는가. ‘사실 제가 과거에 마법을 배웠고, 그래서 마법을 쓸 수 있었어요.’라고 할 수는 없는 법이다.
로제테는 대충 공작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제인 언니를 살리고 싶었어요.”
“…….”
“여신님께 간절히 빌었더니, 제인 언니가 살았어요.”
“맙소사, 이제 진짜 가능한 일이었다니! 공작님, 아가씨는 천재입니다!”
“그래, 그런 것 같아.”
대답하는 아드리안 공작의 얼굴엔 흐뭇함이 묻어 나왔다.
“그래서 말인데요! 제가 아가씨를 가르쳐도 될까요?”
“당연하지. 그러려고 그대를 부른 거니까.”
“그 말 무르시기 없기입니다! 자, 들으셨죠, 아가씨? 제가 이제부터 아가씨의 스승님입니다.”
“네, 언니.”
“아유, 귀여우셔라.”
셀린느가 로제테를 꽉 끌어안았다. 로제테가 그녀의 품에서 웅얼거렸다.
“그런데 수업은 언제부터 시작해요?”
하루라도 빨리 마나 코어를 만들고 마법을 쓰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의 몸으론 혼자 마나 코어를 만들기 힘들어서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다.
‘게다가 마법을 배우는 척이라도 해야 마법을 썼을 때 의심을 사지 않을 수 있어.’
시기상 다니엘의 사고가 얼마 남지 않았다. 최대한 다른 방법으로 사고를 막을 테지만, 최악의 경우 치유 마법으로 다니엘의 다리를 고칠 각오를 해야 했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초조함을 알 리 없는 셀린느가 태연하게 말했다.
“아직은 안 돼요. 이렇게 작은 몸으로는 마나 코어를 만들 수 없어요.”
“하지만…….”
“마법은 조금 더 잘 먹고, 더 큰 다음에 배우도록 해요.”
“포동포동해지면요?”
셀린느가 풋, 하고 웃었다.
“그래요, 포동포동해지면요.”
그녀는 시무룩한 로제테의 머리를 쓰다듬고 일어났다.
“놀라셨을 테니 이만 쉬세요. 저는 이만 가 볼게요.”
“그래, 쉬거라. 나도 가 볼 곳이 있어서 나가 보겠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하녀를 부르거라.”
“네.”
혼자가 된 로제테는 폴짝 뛰어 침대에 누웠다. 양팔을 벌린 상태로 아까 아드리안 공작에게 혼나던 것을 떠올렸다.
사실 아직까지도 그가 왜 그렇게 화를 냈는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새우를 억지로 먹어선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로제테 아드리안.
로제테는 아드리안 공작이 내뱉은 그 이름을 떠올리며 풋 웃었다.
분명 혼이 난 것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웃음이 나왔다.
로제테 댈러스가 아니라 로제테 아드리안이었다.
이제야 정말로 아드리안가의 일원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바뀐 거야.’
죽기 전, 아드리안 가문 같은 곳에 입양되었다면 인생이 바뀌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이번엔 인생이 바뀔 수 있을까.
저 사람의 인생도, 자신의 인생도.
그리고.
-스승님과 다니엘이 대체 무슨 죄가 있다고 죽였어! 대체 왜!
“그 사람의 인생도 바뀔 수 있을까.”
제 앞에서 아이처럼 울던 1황자, 조슈아 에른하르트. 그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지 않고 행복할 수 있을까.
로제테는 얼굴조차 제대로 보지 못했던 그 남자를 떠올려 보다가 눈을 감았다.
친분도 없는 그 남자가 왜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죽기 전 마지막으로 본 사람이 그 남자라 그런가, 아니면 그 사람이 시간을 돌리게 된 계기라 그런가.
‘언젠가는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공작님의 제자랬으니, 공작저에 한 번쯤은 오지 않을까.
로제테는 조금 설레는 마음으로 눈을 감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났기 때문일까. 그녀는 금세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 * *
아드리안 공작은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다시 고아원으로 향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불과 몇 시간 전에 로제테와 떠났던 공작이 굳은 얼굴로 혼자 오자 원장은 상당히 놀랐다. 그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공작을 원장실로 안내했다.
아이를 입양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파양하는 일은 종종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런 경우인가 했지만 로제테가 없는 것이 이상했다.
“로즈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아이에게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까?”
“알레르기…… 말입니까?”
원장은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제가 알고 있는 한 없습니다.”
“아이에게 새우 알레르기가 있었습니다.”
“그랬습니까? 새우를 먹인 적이 없어서 미처 몰랐습니다.”
아드리안 공작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정말 몰랐습니까?”
순간 원장은 포식자 앞에 선 초식 동물이 된 듯한 기분을 느꼈다. 추궁당하는 것은 알겠는데, 왜 이런 질문을 받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는 마른침을 한 번 삼킨 뒤 간신히 답했다.
“몰랐습니다.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십니까?”
“아이가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로즈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저희 고아원에 왔습니다. 저희도 모르는 알레르기를 어떻게 로즈가…….”
“그뿐만 아니라 새우를 먹으면 몸이 안 좋아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억지로 새우를 먹고 탈이 났습니다.”
원장은 깜짝 놀랐다.
“세상에, 괜찮습니까?”
“다행히 생명에 지장이 갈 정도로 심한 알레르기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왔습니다.”
“…….”
“아이에게 억지로 음식을 먹도록 다그치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