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90)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90화. 이벨린 왕국으로(90/214)
90화. 이벨린 왕국으로
2024.01.29.
바람이 제법 차가워진 어느 날, 로제테와 멜로디는 이벨린 왕국으로 떠나게 되었다.
로제테의 하녀인 조앤과 호위 기사인 조셉, 크리스가 두 사람을 따라가기로 했다.
어젯밤, 로제테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펑펑 쏟은 루카스는 퉁퉁 부은 눈으로 그녀를 배웅했다.
“잘 다녀와, 꼬맹아. 이 오빠가 보고 싶다고 울지 말고.”
“푸흡. 알겠어요, 오빠.”
다니엘은 호신용 단검을 선물해 주었다.
“오빠가 단검 쓰는 법 알려 준 거 기억나? 장검을 선물해 주고 싶었는데 그건 들고 가기 불편할 것 같아서 단검으로 준비했어. 쓸 일은 없을 거지만, 그래도 이거 보면서 우리 생각해.”
“고마워요, 오빠. 늘 갖고 다닐게요.”
이자벨은 깃펜과 잉크, 아드리안가의 문장이 새겨진 스탬프 등 편지 도구 세트를 주었다.
“언제든 편지해. 알겠지?”
“네, 언니. 꼭 할게요.”
로제테는 삼 남매에게 모두 인사한 뒤 아드리안 공작의 품에 안겼다. 공작은 그 어느 때보다 꽉 안아 주었다.
“잘 다녀오거라, 로즈. 언제든 돌아오고 싶다면 돌아와도 된단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 하지만 저는 꼭 졸업까지 마치고 올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그래도 멜로디와 조셉도 함께 가니 든든하구나.”
“맞아요. 함께 보내 주셔서 감사해요.”
“로즈.”
아드리안 공작이 뜸을 들이다가 중얼거렸다.
“이 아빠가 널 그 어떤 사람보다 사랑한단다. 그것만 기억하고 있으렴.”
의연하게 떠나려고 했다. 그런데 그 말 한마디에 눈물이 핑 돌았다. 로제테는 아드리안 공작의 품에 얼굴을 문질렀다.
“저도 많이, 많이 사랑해요.”
“그래. 그럼 다녀오렴.”
“네.”
코를 훌쩍이며 배웅 나온 가족과 고용인들에게 손을 흔들어 준 로제테는 서쪽으로 보이는 황궁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황자님에게 인사도 못 하고 가네.’
며칠 전에 오필리아를 만나러 입궁했을 때 얼굴을 보고 작별 인사를 하긴 했다. 그런데도 마지막 순간에 인사를 못 해서 퍽 아쉬웠다.
‘어쩔 수 없지. 황자님은 바쁘니까.’
시선을 거둔 로제테가 마차에 오르려던 순간이었다.
[아우우!]어디선가 실버의 하울링 소리가 들렸다. 로제테가 마차 계단에 한 발 걸친 채로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서 실버가 전속력으로 달려왔다.
“실버!”
로제테가 털을 휘날리며 뛰어오는 은색 늑대를 향해 달려갔다. 실버가 속도를 줄이며 그녀의 품에 안겼다. 로제테가 까르륵 웃었다.
“실버, 보고 싶었어!”
실버가 숨을 헉헉대며 로제테의 뺨을 핥았다.
“여긴 어떻게 왔어? 황자님이 보내셨어?”
[컹!]“너 못 보고 가는 줄 알았는데, 너무 좋아. 와 줘서 고마워!”
로제테가 실버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 공작과 삼 남매가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뭐야? 그 늑대는 황자 전하의 패밀리어 아냐? 여긴 어쩐 일이지?”
“로즈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온 모양이야. 황자 전하께서도 로즈를 꽤 아끼셨으니까.”
“왜 황자 전하께서 직접 안 오시고?”
“바보야. 황자 전하께서 그렇게 한가하신 줄 알아?”
로제테는 삼 남매의 대화를 한 귀로 흘리며 목걸이에 대고 속삭였다.
“황자님, 실버는 황자님께서 보내신 건가요?”
목걸이에서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잠자코 기다리던 로제테가 재차 물었다.
“황자님?”
<그래, 듣고 있어.>
“작별 인사를 하러 보낸 거예요?”
<그럼 뭐 땜에 보냈겠나.>
“뭐, 그건 그래요.”
그 말을 끝으로 로제테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분명 하고 싶은 말은 많았던 것 같은데.’
막상 말을 하려고 보니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때 조슈아가 말했다.
<몸 조심하고 잘 다녀 오도록 해.>
“네, 넷. 잘 다녀올게요.”
<분명 배울 것이 많을 거니까 잘 배우고 오고.>
“네. 그것도 명심할게요.”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네……, 네?”
마지막 목소리는 굉장히 작았다. 그래서 로제테는 제대로 들은 게 맞는지 헷갈렸다.
그녀가 목걸이에 귀를 바짝 들이대며 물었다.
“조금 전에 뭐라고…….”
<보고 싶을 거다.>
“그…….”
<기다리고 있을게, 로제테 아드리안.>
아마도 처음이었을 것이다. 그가 그녀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 준 것은. 그것도 ‘아드리안’을 붙여서 말한 것은 정말 처음인 것 같았다.
로제테는, 정말로 조슈아에게 인정받은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그녀의 두 눈이 금세 붉어졌다.
“저도 보고 싶을 거예요.”
처음으로 그에게 내보인 이기적인 속마음.
로제테는 조슈아가 뭐라고 반응할지 무서워 얼른 말을 이었다.
“저 열심히 하고 올게요. 황자님도, 황후님도 그때까지 몸 조심히 지내세요.”
<그래.>
“다들 기다려요. 저는 이만 가 볼게요.”
<알겠다.>
그것을 끝으로 목걸이에서 빛이 사라졌다. 로제테는 실버의 코에 입을 맞춘 뒤 일어섰다.
루카스가 조급하게 물었다.
“전하께서 뭐라고 하셨어? 마지막 말은 잘 안 들리던걸.”
“그냥 잘 다녀오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너, 지금 울어?”
“아뇨, 안 울어요. 그냥…… 막상 떠나려니 좀 기분이 이상해서.”
로제테는 팔을 넓게 벌려 가족들을 한 번 더 끌어안은 뒤 마차에 올랐다.
“그럼 저 진짜 가 볼게요!”
“그래, 잘 다녀와!”
“방학 때 보자!”
“네!”
마차는 아드리안 사람들을 뒤로한 채 힘차게 달렸다. 가족들이 보이지 않을 때쯤 로제테가 창문을 닫았다.
“제가 잘 모실게요, 아가씨.”
조앤이 젖은 눈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중얼거렸다. 멜로디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요! 아마 오빠도 그럴 거예요.”
“두 사람 다 고마워.”
로제테는 웃으며 생각했다.
‘과연 7년 뒤엔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얼른 그날이 올 수 있기를.
* * *
[루카스 오빠에게.오빠, 안녕? 나 로즈야.
오빠랑 매일 붙어 지냈는데, 이렇게 떨어져서 편지를 쓰니까 느낌이 이상해.
나는 무사히 이벨린 왕국에 잘 도착했어. 아카데미 밖에서도 대륙 공통어가 잘 통해서 다행이야. 그래도 이벨린어도 차근차근 공부해 보려고.
아빠가 신경 써 주신 덕분에 방은 무척이나 크고 깨끗해. 혼자 쓰는 건데도 수도 저택의 내 방보다 큰 것 같다니까. 이렇게 지내도 되는지 몰라.
내가 수도를 떠난 지 3주는 된 것 같은데 다들 어떻게 지내?
나는 정말 잘 지내. 아직 새로운 친구는 사귀지 못했지만 멜로디, 안토니 헉슬리와 같이 지내고 있거든.
오빠는 안토니가 나를 따라 아카데미에 왔다고 화냈지만(물론 난 아직도 오빠의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해), 나는 오히려 안토니가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해.
아카데미에선 신분의 차이 없이 모두가 평등하다고는 하는데, 멜로디는 영 나를 편하게 대하지 못하거든.
그래서 안토니에게 꽤 고마워. 나 때문에 온 건 아니겠지만 말이야.
참, 그리고 곧 있으면 오빠 생일이잖아. 작지만 오빠 생일 선물도 같이 보내.
여기서 만든 검 장식품이래. 특별한 기능은 없지만 어두울 때 이 마법석에서 빛이 난대. 새벽에 어두울 때 쓰면 좋을 것 같아.
오빠, 벌써부터 오빠랑 가족들이 보고 싶어. 하지만 참을 거야. 1년 뒤 여름 방학에는 볼 수 있으니까.
그럼 이만 줄일게. 꼭 답장해 줘.
오빠를 사랑하는 동생, 로즈가.
추신. 옆에서 삐삐가 자기도 오빠가 보고 싶다고 전해 달래. 많이 보고 싶은가 봐. 다음에 만나면 삐약이라고 불러도 된대.] [보고 싶은 우리 막내에게.
으이구, 이 꼬맹아. 벌써부터 그렇게 향수병이 오면 어떡하냐. 하여튼 이 오빠 걱정이나 시키고 말이야.
돌아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와도 돼. 우리도 모두 널 보고 싶어 하니까.
하지만 포기하지 않을 거지? 알아. 너는 의외로 악바리 기질이 있으니까, 말은 그렇게 해도 안 올 거야.
방이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야. 내가 챙겨 준 것도 아니지만 뿌듯하네.
그리고 헉슬리, 그 녀석. 마음엔 안 들지만 덕분에 네가 외롭지 않다니까 봐주겠어. 하지만 마음에 안 드는 짓을 하면 언제든지 말해.
이 오빠가 언제든 달려가서 그 녀석을!
뒤에서 이자벨 누나가 뭐라고 해서 차마 뒷말은 쓰지 못했어. 그래도 이 오빠 말이 무슨 말인지 알지?
생일 선물도 고맙고. 너 없는 생일을 보내려니까 이상해. 네가 같이 생일 축하 노래도 불러 줘야 하는데.
아무튼 우리 걱정은 하지 말고 잘 지내, 꼬맹아.
세상에서 제일 멋진 오빠, 루카스가.
추신. 삐삐 녀석, 드디어 자기가 삐약이인 것을 인정했구나.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삐약이에게 나도 보고 싶다고 전해 줘.]
* * *
[루카스 오빠에게.바닷길이 막혔다는 소리 들었어? 해적들이 극성이라서 도저히 배가 뜰 수 없대.
아마 나도 이번 여름 방학에 제국으로 가지 못할 것 같아. 지금 이 편지도 육로로 보낼 거라 평소보다 늦게 도착하겠지.
얼마 전에 멜로디를 비롯하여 친구들이 생일 파티를 해 줬어. 너무 행복하면서도 조금 슬펐어. 아빠랑 언니, 오빠가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걱정 마. 난 여전히 잘 지내고 있으니까.
아무튼 다음에 또 편지할게.
괜히 울적한, 로제테가.] [귀여운 우리 막내에게.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 육로로 보내서 그런지 편지가 확실히 늦게 왔더라. 여긴 벌써 봄이야.
안 그래도 해적 때문에 난리 났다는 소식은 들었어.
아버지가 널 방학 때 데려올 방법을 찾으신다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있어 봐. 분명 무슨 방법이 있을 거야.
안 되면 우리가 가면 되지, 뭐! 아드리안이 못 하는 게 뭐가 있니!
그나저나 그거 알아? 지금 온 제국이 뒤집어졌어. 새로운 황자 전하가 나타났거든.
그게 무슨 소리냐고? 이 오빠가 자세히 설명해 줄게.
얼마 전에 조슈아 황자 전하의 성년을 맞이하여 황실에서 성대한 파티가 열렸어. 당연히 우리 모두 참여했지.
릴리스 공작가에서도 물론 사람이 왔어. 릴리스 공작과 릴리스 공녀가 왔는데, 처음 보는 아이가 같이 온 거야.
한 열다섯 살쯤 됐을까? 너랑 비슷한 나이였을 것 같아.
그런데 웬걸. 그 아이가 금발에 금안을 가진 것 있지? 금안이라고, 금안! 황실의 상징 말이야.
맞아. 릴리스 공작은 그 아이가 릴리스 공녀와 황제 폐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라고 주장했어.
그것도 조슈아 황자 전하의 성년식 파티에서 말이야!
완전히 황자 전하를 엿 먹이려고 아니, 황자 전하와 황후 전하께 제대로 선전포고를 한 거지.
친자 확인 결과 그 아이가 진짜로 폐하의 친자로 밝혀졌어. 그런데 더 놀라운 건 폐하께선 이미 모든 걸 알고 계셨던 모양이야.
아무튼 그 루이스 릴리스라는 아이는 정식으로 에른하르트 성을 받고 2황자 전하가 되었어.
덕분에 귀족들이 다들 난리가 났지. 후계 구도가 생겨난 거였잖아. 아버지도 머리가 아프신 눈치셔. 너는 차라리 그 자리에 없어서 다행이었어.
아무튼 그래서 당분간 아버지도 바빠지실 것 같아. 그래도 여긴 너무 걱정하지 말고 학업에 집중해.
그럼 또 연락할게.
언제나 꼬맹이 걱정을 하는 오빠가.] [J님에게.
안녕하세요, 저 로즈예요. 그동안 잘 지냈나요?
사실 조금 전 루카스 오빠에게서 소식 들었어요. 그 남자가 나타났다면서.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아요. 제가 없어도 아드리안은 무사하겠죠? 아니면 제가 졸업을 포기하고 돌아가야 할까요?
황자님은 어떻게]
여기까지 쓴 로제테는 깃펜을 내려놓고 편지를 다시 한번 읽어 보았다.
그럴 일은 희박하지만, 다른 사람이 본다면 수상하게 여길 만한 문장이었다.
‘최대한 에둘러서 표현하긴 했지만, 역시 보내기는 그렇겠지.’
로제테는 고민 끝에 편지를 찢어 벽난로에 던져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