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91)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91화. 7년 뒤(91/214)
91화. 7년 뒤
2024.01.30.
[편지를 보내지 않는 야속한 꼬맹이에게.꼬맹아, 잘 지내고 있어?
너 말이야, 졸업 논문 때문에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어떻게 반년 가까이 편지 한 통 안 보낼 수 있어?
나를 비롯해서 가족들이 다 걱정하고 있어.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네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봐.
뭐, 그래도 무소식이 희소식이랬으니까 별일은 없겠지. 그래도 이 편지를 받으면 짧게나마 답장 좀 보내 줘.
다들 잘 지내고 있어. 곧 네가 돌아온다고 우리들은 물론이고, 고용인들까지 들떴거든.
꼬맹아, 너를 만난 지도 벌써 3년이 지났어. 너도 많이 컸겠지?
작년에 성년이 된 것을 기념해서 성대하게 파티를 해 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너무 아쉬워.
그래도 이번에 오면 못 해 준 파티를 꼭꼭 해 줄 테니까 기대하고 있어.
혹시나 해서 말하자면, 황자 전하, 그러니까 제 1황자 전하도 잘 지내고 계셔. 요즘 해적 소탕을 하러 다니시느라 많이 바쁘신 모양이야.
게다가 요즘 후계자 구도 때문에 제국 분위기가 뒤숭숭해. 황자 전하께서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기분이고.
대충 이쪽 소식은 이래.
아무튼 이 편지를 받으면 꼭 답장하도록 해.
네 편지를 기다리느라 목이 빠질 것 같은, 루카스가.] [루카스 오빠에게.
미안해, 오빠. 아직 목은 안 빠졌지?
졸업 논문 준비가 너무 바빠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 진짜 말 그대로 편지 쓸 정신조차 없었다니까.
다행히 이번에 논문이 통과됐어. 한 달 뒤면 졸업식이 열릴 거고, 나는 곧바로 제국으로 떠날 거야.
오빠가 이 편지를 받을 때쯤엔 이미 난 졸업을 하고 제국으로 가고 있겠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만날 날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 만나서 하기로 할게.
그럼 이만. 만나서 봐.
다른 가족들에게도 안부 전해 주고.
오빠를 너무 사랑하는, 로제테가.]
* * *
“이야압!”
두 손으로 목검을 쥔 로제테가 기합을 지르며 조셉을 향해 빠르게 뛰어갔다.
조셉이 검을 쳐내는 대신 몸을 비틀며 가볍게 검을 피했다.
로제테는 당황하지 않고 그의 옆구리를 노렸다. 키가 많이 크지 않은 덕분에 로제테는 빠르게 조셉에게 파고들 수 있었다.
이번에도 민첩하게 피한 조셉이 힘을 반만 실어 로제테를 공격했다. 로제테가 재빨리 검을 들어 막았다.
힘을 반이나 줄였어도 조셉의 힘은 로제테에는 강했다. 두 발이 뒤로 밀려났고, 손목이 살짝 시큰거렸다.
“흣!”
조셉이 당황했다.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로제테는 조셉이 당황한 틈을 타서 뒤로 물러났다. 마나를 목검에 불어넣은 뒤 다시 달려들었다. 로제테의 목검이 희미하게 빛났다.
“이얍!”
“헉, 잠깐만요, 아가씨!”
조셉이 검을 피했다. 목검 끝이 옷깃을 스치며 옷감이 살짝 잘려 나갔다.
“잠깐만요, 잠깐!”
로제테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팔을 휘둘렀다.
조셉이 서둘러 검을 막았다. 목검이 서로 맞부딪쳤다. 그 순간 조셉의 목검이 쩌적 갈라졌다.
그 바람에 대련은 끝나고 말았다. 목검을 살피던 조셉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가씨, 너무하십니다! 검에 마나를 두르시다니요!”
소드 마스터는 검에 오러를 두를 수 있었다. 그것을 보며 로제테는 생각했다.
‘어차피 오러도 마나의 일종이잖아?’
그래서 로제테는 자신의 마나를 검에 씌우는 연습을 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단순히 마나를 실체화하는 데에만 2, 3년이 족히 걸렸다.
로제테를 제외한 마법과 아이들은 그마저도 하지 못했다.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마나를 두른 검은 오러를 두른 검과 비슷한 효과를 냈으니까.
로제테가 흐뭇하게 목검을 내려다보는 동안에도 조셉이 왁왁 소리를 질렀다.
“너무하십니다! 저거에 팔이라도 스쳤다면 어쩌려고 그러셨어요!”
“막을 거 다 알고 그랬어.”
“하지만 제가 못 막았으면……!”
“아휴, 오빠! 로제테에게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누군가가 조셉의 뒤통수를 퍽 때렸다. 멜로디 오서였다.
어느새 로제테보다 키가 손가락 두 마디 정도 큰 멜로디가 로제테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멋져, 로제테!”
그녀가 쪼르르 다가와 손수건을 내밀었다.
“고마워, 멜로디.”
“고맙긴, 뭘.”
조셉이 그런 동생을 보며 투덜거렸다.
“그러는 멜로디 너는 졸업도 얼마 안 남았는데 아직도 아가씨의 성함을 부르면 어떡해.”
“하지만 아직 졸업 전이잖아.”
멜로디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아카데미 안에서는 신분에 상관없이 모두가 평등했다. 동급생끼리 존칭을 붙인다거나 깍듯하게 경어를 쓰는 것은 용납되지 않았다.
그래서 로제테의 설득 끝에 멜로디는 아카데미에 있는 동안 로제테를 다시 친구처럼 대했다.
‘하지만 돌아가면 멜로디와 지금처럼 지낼 수는 없겠지.’
로제테도 씁쓸하게 웃는데, 울적한 두 아이의 기분을 눈치챈 조셉이 일부러 장난스럽게 물었다.
“멜로디, 오빠는? 오빠는 안 멋있어?”
“오빠가 멋있을 게 뭐가 있어?”
“멋있다고 해 줘라. 응?”
“흥, 하나도 안 멋있어.”
로제테는 여전히 투덕거리는 오서 남매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삐잇!]그때 삐삐가 어디선가 들꽃을 하나 물어 왔다. 이벨린 왕국에서 봄이면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흰색 꽃이었다.
“벌써 꽃이 피었어?”
[삣!]로제테에게 꽃을 전해 준 삐삐가 그녀의 주위를 날아다녔다. 이제 곧 제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야단법석이었다.
로제테도 꽃을 보며 새삼 감회에 사로잡혔다.
‘이제 진짜 돌아갈 수 있어.’
그녀가 제국을 떠나 이벨린 왕국으로 온 지도 벌써 7년이나 흘렀다. 얼마 전 스무 살이 된 로제테는 그동안 몰라볼 정도로 많이 성장했다.
일단 키도 10cm 정도 자라 160cm가 되었다. 사실 아슬아슬해서 어떨 때는 160cm가 안 되고, 어떨 때는 살짝 넘었다.
그래서 그냥 넘는다고 얘기하고 다녔다.
마법 실력은 말할 것 없이 늘었다. 호기심이 넘치는 로제테는 마법과의 모든 교수에게 수업을 들었다.
정식으로 수강 신청을 하지 못한 과목은 청강이라도 했다.
게다가 아침마다 조셉에게 계속 검을 배우고 대련도 했다. 몸을 열심히 단련하다 보니, 마나 코어도 죽기 전보다 더 커졌다.
전과 같은 스무 살인데도 로제테는 과거에 죽기 전보다 자신이 더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이, 로제테!”
저 멀리서 안토니 헉슬리가 달려왔다. 성년이 된 그는 어릴 때와 많이 달라져 있었다.
통통했던 젖살이 완전히 빠져 얼굴이 날카로워졌고, 키도 제법 컸다.
마법사지만 귀족가의 자제로서 교양 검술을 배운 덕분에 몸의 균형도 잘 잡혔다. 근육이 많지는 않지만 군살이 없고 탄탄한 몸이었다.
안토니 헉슬리는 7년 전 로제테가 이벨린 왕립 아카데미에 입학할 때 같이 입학했다. 과거와는 달라진 일이었다.
‘분명 전에는 엘리샤를 따라 에른하르트 황립 아카데미에 입학했었는데.’
게다가 헉슬리 후작가에서 엘리샤에게 혼담도 넣지 않았다고 했다.
과거와 달라졌지만, 로제테는 별로 초조하지 않았다. 안토니가 함께 아카데미 마법과에 입학함으로써 외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루카스는 ‘그 녀석과 친하게 지내지 마! 엄청 수상한 냄새가 나!’라고 화를 냈지만 말이다.
“안토니, 어서 와. 구구도 반가워.”
로제테는 안토니의 뒤를 쫓아오는 흰 비둘기에게도 인사했다.
모두 안토니의 실력으로는 패밀리어를 소환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그는 얼마 전 비둘기 패밀리어, 구구를 소환하는 데 성공했다.
참고로 비둘기가 ‘구구구’ 하고 운다고 해서 이름을 ‘구구’로 지었다.
로제테가 ‘구구가 뭐야’라고 웃었는데, 안토니가 ‘그러는 너는 삐삐로 지었잖아.’라고 해서 할 말이 없어졌다.
“뭐 하고 있었어?”
“꽃 구경하고 있었어. 삐삐가 어디서에선가 들꽃을 가져왔거든.”
“오, 그러네. 벌써 봄이 왔나 봐. 야, 구구. 너는 저런 것도 안 갖고 오고 뭐 했어.”
구구가 눈을 도르륵 돌리며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구구는 늘 안토니가 잔소리를 할 때면 도망가고는 했다.
“저게……!”
안토니가 멀어지는 구구를 보다가 삐삐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구구가 삐삐만큼만 날 생각했어도.”
[삣!]나 같은 패밀리어, 또 없어. 삐삐가 으스댔다.
안토니가 눈을 홉떴다.
“지금 삐삐가 잘난척한 것 같은데.”
“아마 그럴 거야. 그런데 난 왜 찾았어?”
“아.”
안토니가 아차 하더니 본론을 얘기했다.
“곧 있으면 졸업식하고 제국으로 돌아갈 거잖아. 그때 같이 가자고.”
“같이?”
“응! 여기 올 때는 따로 왔지만, 갈 때는 같이 가면 좋지 않겠어?”
순간 로제테 머릿속에 생각난 생각은 ‘루카스 오빠가 또 날뛰겠네.’였다.
하지만 로제테는 안토니를 좋은 친구로 생각했다. 기회가 된다면 같이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미안해, 헉슬리. 아마도 같이 못 갈 것 같아.”
“왜? 길이 험준해서 노숙도 많이 해야 하잖아. 멜로디나 조셉 경이 있는 건 알지만, 그래도 일행이 많으면 좋지 않겠어? 지루하지도 않고.”
“나도 육로로 갔으면 너랑 함께 갔을 거야. 하지만 난 이번엔 해로로 갈 거거든.”
안토니의 눈이 커졌다.
“뭐어? 해로로 간다고? 설마 배를 타고 가겠다는 소리야?”
왜 아니겠는가. 로제테는 긍정의 의미로 어깨를 으쓱였다.
‘뭐, 안토니가 당황하는 것도 당연하긴 해.’
과거대로 5년 전, 에른하르트 제국와 이벨린 왕국 사이에 있는 아틸라 해는 해적에게 지배당했다.
제국과 왕국은 손을 잡고 해적을 토벌하려고 했지만 아직 완전히 해치우지는 못했다.
우두머리인 해적왕은 잡지 못했고, 해적들은 잊을 만하면 출몰했다.
언제 해적이 나타날지 모르니, 용건이 급한 사람이 아니라면 해로보다는 육로를 이용했다.
그래서 이벨린 왕국으로 유학 온 제국 출신 학생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마차를 타고 이동했지만…….
‘더는 못 기다려.’
로제테는 하루라도 빨리 가족들이 보고 싶었다.
3년 전, 아드리안 공작과 삼 남매가 육로를 통해 로제테를 만나러 왕국까지 온 적이 있었다.
로제테는 네 사람이 엄청 반가웠다. 하지만 오고 가는 길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다음부터는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게다가 아드리안 공작도 제국을 오랫동안 비울 수 없었고, 그렇다고 아이들만 보낼 수도 없어서 가족들은 그것을 마지막으로 오지 않았다.
편지로 그리움을 달래 보았지만, 이제 정말 가족을 볼 수 있다고 하니 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
로제테는 조금이라도 빠른 배를 타기로 멜로디, 조셉과 이미 합의한 상태였다.
“해적이 나오면 어떡해?”
“어떡하긴. 잡아야지.”
“잡아? 네가?”
무심코 물었던 안토니는 자신이 질문을 잘못 골랐다는 것을 깨달았다.
‘로제테였지, 참.’
여덟 살에 패밀리어를 소환하며 천재라 불리던 소녀는 이벨린 왕국에서 완전히 재능을 꽃피웠다.
이벨린의 국왕마저 작위와 영지를 줄 테니 제발 왕국에 남아 달라고 할 정도였다.
그런 그녀에게 해적왕도 아닌 잔챙이 해적은 우스울 거였다.
안토니 헉슬리는 높게 묶었던 머리를 푸는 로제테의 옆모습을 흘끔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