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92)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92화. 졸업(1)(92/214)
92화. 졸업(1)
2024.01.31.
지난 7년 동안 로제테는 완전히 달라졌다.
분명 처음 봤을 때만 해도 비루먹은 말처럼 작고 비실대던 아이는 이제 온데간데없었다.
키는 그렇게 크지 않았지만, 비율이 좋아 작다는 느낌은 없었다.
어릴 때보다 살이 좀 올랐지만, 날씬했다. 계속 검술 연습을 했는데도 얼굴은 새하얀 게 볼 때마다 신기했다.
게다가 12년 전 처음 만났을 때보다 표정이 풍부해졌다. 그때는 어딘가 우울하고, 소심해 보였는데 지금은 늘 웃고 다녔다.
푸른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입꼬리가 시원하게 올라가는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던지.
‘이미 반하긴 했지만, 새삼스럽게 다시 반했다고 해야 하나…….’
안토니는 붉어진 얼굴을 가리며 로제테에게서 등을 돌렸다.
“뭐야? 갑자기……?”
“그럼 나도 배로 같이 가도 돼?”
“그건 상관없는데, 괜찮겠어? 너 배 멀미 한다고 하지 않았어? 그래서 올 때 고생했다고 했잖아.”
“괜찮아! 어떻게든 되겠지. 약을 잔뜩 싸 갖고 가든지 해야지. 나 혼자 마차 타고 가는 것보다는 그게 나을 거야.”
로제테는 결연하기까지 한 안토니의 얼굴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해. 멜로디와 조셉에겐 내가 말해 줄게.”
“그리고 있잖아, 로제테.”
“응?”
안토니는 빨개진 얼굴을 긁적이다가 얼버무렸다.
“아냐, 아무것도.”
“뭐야. 그럼 조금 이따가 수업 시간에 봐.”
“응, 알겠어.”
로제테는 안토니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 다시 조셉과 멜로디에게 돌아갔다.
그런데 두 사람이 굉장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심지어 삐삐도 조셉의 머리 위에 앉아 “삐삐삣.” 하고 웃었다.
“뭐야, 두 사람? 왜 그렇게 웃고 있어?”
“우리가 뭐 어땠다고 그래.”
“맞습니다. 저희가 어떻게 웃고 있다고 그러십니까?”
[삐익!]로제테가 눈을 가늘게 떴다. 시선을 견디다 못한 조셉이 방정 맞게 얘기했다.
“그냥 아가씨도 청춘이구나 싶어서요.”
“그건 또 뭔 소리야, 조셉?”
“그냥요. 아가씨도 이미 성인이시잖아요.”
“응?”
“돌아가시면 연애도 하시고, 곧 약혼도 하시겠죠?”
조셉이 옷소매로 눈가를 톡톡 찍는 시늉을 했다.
“그 어렸던 아가씨께서 이렇게나 크셨다니. 이 조셉, 감회가 새롭습니다.”
“뭐라는 거야.”
멜로디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조셉이 계속해서 말했다.
“그런데 아가씨. 왜 그동안 연애 한번 하지 않으셨습니까? 청춘일 때 한 번은 하셔야 하는데 너무 학업에만 치중하신 거 아닙니까? 아가씨를 사모하는 남학생들도 많던데.”
“하지만, 조셉. 나 말고 조셉 걱정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난 정말 걱정 돼. 조셉이 우리 때문에 연애나 결혼도 하지 못 할까 봐.”
로제테는 눈썹을 아래로 늘어뜨리며 속삭였다.
로제테를 처음 만났을 때 성년을 앞두었던 조셉은 어느새 서른을 앞두고 있었다.
로제테가 알기로 조셉은 그동안 이벨린 왕국 여인 몇 명과 교제하기는 했지만 약혼까지는 가지 못했다.
‘아마도 곧 제국으로 돌아가야 해서 그렇겠지.’
로제테가 진심을 담으며 말했다.
“조셉은 동안이라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데다가 능력 있으니까 제국으로 돌아가면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야. 나도 알아봐 볼게.”
“아닙니다. 제 앞가림은 제가 할 수 있…….”
“오빠가 앞가림을 제대로 못 하니까 로제테가 걱정하는 거잖아. 아무튼 로제테, 바보 같은 우리 오빠는 걱정할 필요 없어. 알아서 잘 하겠지.”
“으응. 그럼 일단 나는 들어가서 좀 씻을게. 이따가 봐.”
“응!”
로제테가 조셉에게 목검을 넘겨 주고 연무장으 빠져나가려고 할 때였다. 누군가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저, 로제테.”
검술과의 페터였다.
“있지, 할 얘기가 있는데, 혹시 시간 좀 내줄 수 있어?”
“뭔데?”
“여기서 하긴 좀 그렇고.”
페터가 머리를 긁었다.
“잠깐 둘이서만 따로…….”
“그럼 조금 이따가 카페테리아에서 만날래? 나 차림이 좀 그래서.”
“어? 그래! 한 시간 뒤에 카페테리아 앞에서 기다릴게.”
“응, 그때 봐.”
방으로 돌아가 씻고 교복으로 갈아입은 로제테는 카페테리아로 향했다.
역시나 교복을 입은 페터가 먼저 와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쿠퍼 브라운의 머리를 뒤로 말끔히 넘긴 채였다.
“아, 로제테. 이거 마실래?”
“응, 고마워. 나 핫초콜릿 좋아하는데.”
“그런 것 같아서. 매일 그것만 먹더라.”
로제테에게 종이컵을 넘겨준 페터가 씩 웃었다.
“좀 걸으면서 얘기할까?”
“그래.”
두 사람은 아카데미 안에 있는 정원을 거닐었다.
“일주일만 있으면 졸업이네. 시간 참 빠르다.”
“그러게. 벌써 그렇게 됐어. 7년 금방 지난다.”
“너는 졸업하면 에른하르트 제국으로 돌아가는 거지?”
“응. 가족이 모두 거기에 있으니까. 너는?”
“나야, 뭐. 고향으로 돌아갈까 싶긴 한데, 아직 모르겠어. 알지 모르겠지만 내 위로 형만 둘이라서 내가 굳이 영지에서 일하지 않아도 되거든.”
“아하.”
“그래서 이번 기회에 제국으로 여행가 볼까 싶기도 해.”
로제테가 반색했다.
“만약 오게 되면 연락해. 나도 제국을 오랫동안 떠나 있어서 요즘은 어떤지 잘 모르지만, 수도 구경시켜 줄게.”
“좋아.”
로제테는 수줍게 웃는 페터와 마주 보며 웃다가 핫초콜릿을 한 모금 마셨다. 달콤해서 기분이 좋아졌다.
“그나저나, 무슨 일로 보자고 했어?”
“아, 맞다.”
페터가 머쓱한 듯 웃었다.
“일주일 뒤에 졸업식도 있지만, 졸업 파티도 있잖아. 혹시 같이 갈 파트너는 구했어?”
“파트너?”
“응. 일주일밖에 안 남아서 이미 구했을 것 같긴 하지만…….”
“으응, 아직 없어.”
“정말?”
환하게 웃은 페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괜찮다면 나와 함께 가지 않을래?”
“지금 혹시…….”
“맞아. 너한테 지금 파트너 신청하는 거야.”
페터의 콧잔등과 볼이 불그스름해졌다.
“아…….”
고민하는 로제테에게 페터가 덧붙였다.
“사실 내가 제국으로 여행 가고 싶은 것도 너 때문이야. 그동안 바라만 보려고 했는데,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까 용기를 내 봤어.”
그러니까 지금 페터는 파트너 신청을 한다기보다는 고백을 하는 셈이었다.
그동안 로제테에게 고백을 한 아이들이 여럿 있었다. 그때마다 로제테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좋아하는 마음 없이 연애를 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로제테가 할 수 있는 대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미안해, 페터. 네 마음은 고맙지만, 나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아.”
페터는 거절을 예상하고 있었는지 그저 웃었다.
“아냐, 로제테. 괜히 신경 쓰게 해서 나야말로 미안해. 그럼 나는 이만 가 볼게. 나중에 봐.”
“응, 고마워.”
그날 밤, 로제테는 침대에 엎드려 삐삐와 페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나 오늘 페터에게 파트너 신청 받았어.”
[삐잇?]“그런데 거절했어. 나한테 고백처럼 얘기하는데 내키지 않더라고. 물론 파트너를 구하긴 해야 하는데.”
[삐이.]눈을 반짝였던 삐삐가 실망한 듯 쫑알댔다.
“그런데 또 이상해. 왜 페터의 말을 듣는데 황자님 생각이 난 걸까?”
[삣?]삐삐의 눈이 다시 초롱초롱해졌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니야.”
로제테는 애써 부정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늘 그랬다. 고백을 거절한 날 밤이면 이상하게도 늘 조슈아가 생각났다.
‘황자님이 보고 싶기는 해. 6년 동안 못 봤으니까.’
무심코 그런 생각을 했던 로제테는 스스로를 속이듯 실버 생각도 했다.
‘물론 실버도 보고 싶고.’
가족은 그래도 3년 전에 한 번 봤다.
그러나 조슈아와 실버는 6년 전에 보고 보지 못했다.
5년 전 마지막으로 제국에 갔을 때엔 아드리안 영지로 가서 조슈아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족과는 달리 편지도 제대로 주고받지 못해서 조슈아의 소식은 제대로 듣지 못했다.
가끔 루카스가 편지에 써서 보내는 소식만 간간이 들을 뿐이었다.
“많이 달라지지는 않으셨겠지?”
[삑?]누구 말하는 거야? 삐삐가 물었다.
“황자님 말이야. 마지막으로 봤을 때에 거의 성장이 끝나셨으니까 거의 달라지지는 않으셨을 거야.”
[삣!]아마도 그럴 거라고 삐삐가 동의했다.
“많이 복잡하실 거야. 루이스 전하가 나타났으니까. 다시 생각해도 릴리스 공작이 너무해. 어떻게 다른 날도 아니고 황자님의 성년 축하 파티 때 루이스 전하를 공개할 수 있지?”
[삑!]삐삐도 새삼 화난 듯 눈을 홉떴다.
“황후님도 분명 힘드셨을 거야. 황자님이야 언젠가 루이스 전하가 나타날 줄 아셨지만, 황후님은 아니잖아.”
루카스 편지에 따르면 루이스가 정식으로 황자에 책봉된 뒤 오필리아가 쓰러졌다고 했다.
그동안 간신히 건강이 좋아졌는데, 다시 시름시름 앓았다고.
“황후님께서 건강이 안 좋아지신 것도 당연해. 아무리 애정 없는 결혼이라고 해도 황제 폐하는 황후님의 남편인걸. 남편에게 애인과 사생아가 있다는 걸 알고도 충격받지 않을 사람이 어딨겠어?”
[삐익!]“나나 네가 곁에 있었다면 위로라도 해 드렸을 텐데. 황후님도, 황자님도.”
그때 삐삐가 은근하게 물었다.
[삐잇?]거기에 은근슬쩍 조슈아는 왜 끼워 넣냐고.
로제테의 얼굴이 금세 새빨개졌다.
“아니, 그냐아앙. 별다른 의도는 없고…….”
[삐이이.]로제테는 계속해서 음흉하게 웃는 삐삐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삐삐가 자기에게만은 솔직하게 말해 보라며 그녀의 옆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로제테가 여전히 얼굴을 묻은 채로 웅얼거렸다.
“있지, 삐삐. 황자님이 날 보시면 많이 놀라실까?”
[삐이?]“나 그동안 많이 자랐잖아. 물론 키는 많이 자라진 않았지만, 멜로디나 조셉은 나보고 많이 어른스러워졌다고 했어.”
[삣!]삐삐가 그건 맞는 말이라고 동조했다.
“나도 오랜만에 황자님을 보고 엄청 놀랐잖아. 솔직히 말하면, 조금…… 했고.”
[삐이?]삐삐가 중간에 로제테가 속삭인 말을 못 들었다며 날개를 파닥였다. 로제테는 삐삐 말을 못 알아들은 척하며 중얼거렸다.
“아무튼 황자님도 내가 그랬던 것처럼 똑같이 놀랐으면 좋겠어. 나도 성인이잖아. 더 이상 꼬맹이가 아니라고.”
[삐?]삐삐가 갑자기 여기서 성인이 왜 나오냐고 물었다. 로제테가 삐삐의 이마를 꾹 눌렀다.
“그런 게 있어. 너 같은 새는 몰라.”
[삐이익!]지금 로제테, 너도 내가 새대가리라고 무시하는 거야? 안 그래도 골드가 나보고 새라며 무시하는데!
골드는 멜로디의 패밀리어인 노란 고양이다. 참고로 이름은 로제테가 지어 주었다.
로제테가 깜짝 놀라서 해명했다.
“그런 거 아니야. 너만큼 똑똑한 새가 어디 있다고.”
[삐삣.]그러나 이미 단단히 삐쳤는지 삐삐가 로제테에게서 등을 돌렸다.
로제테는 잘 때까지 화난 삐삐를 달래 주느라 고생 좀 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