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93)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93화. 졸업(2)(93/214)
93화. 졸업(2)
2024.02.01.
다음 날. 로제테가 수업을 끝마치고 교실을 떠나려는데, 안토니가 그녀를 불렀다.
“로제테.”
“응?”
그런데 그는 막상 불러 놓고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기다리던 로제테가 재촉했다.
“나한테 할 말 있어?”
“그게…….”
“무슨 말을 해도 괜찮으니까 말해 봐.”
안토니가 눈을 질끈 감고 물었다.
“너 혹시 졸업 파티에 같이 갈 파트너 있어?”
“아하, 그거구나. 그거 물어보는데 왜 이렇게 뜸을 들였어?”
웃음을 터뜨린 로제테가 담백하게 대답했다.
“아니, 아직.”
안토니가 믿기지 않는다는 투로 물었다.
“뭐야? 설마 아무도 너에게 파트너 신청을 하지 않은 거야?”
“그건 아니야. 어제만 해도 검술과의 페터가 신청했는걸. 그런데 거절했어.”
“왜?”
“그냥 내키지 않았어. 그러는 너는?”
“나도 아직…….”
“뭐야, 우리 둘 다 졸업 파티에 못 가게 생겼네.”
안토니가 작게 소리 내어 웃는 로제테를 홀린 듯이 바라보다가 충동적으로 말했다.
“그럼 로제테. 졸업식 날까지 우리 둘 다 파트너가 없으면, 나랑 같이 졸업 파티에 갈래? 그래도 졸업 파티인데 안 갈 수는 없잖아.”
잠깐 그게 무슨 소리인가 생각해 보던 로제테가 이내 담백하게 대답했다.
“좋아.”
오히려 안토니는 그녀가 제안을 받아들일지 몰랐는지 얼떨떨한 얼굴이었다.
“……뭐?”
“좋다고.”
“대체 왜?”
로제테가 풋 웃었다.
“왜냐니. 네가 먼저 제안했고 난 그저 좋다고 한 것뿐인데 왜 그렇게 물어봐? 설마 장난이었어?”
안토니가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아니, 장난은 아니었는데…….”
“그럼 된 거 아니야?”
“정말 나라도 괜찮아?”
“응.”
빈말이 아니라 로제테는 정말 안토니 헉슬리가 파트너인 게 괜찮았다. 오히려 좋다고 할 수 있었다.
“넌 나랑 제일 친한 남자애잖아.”
“……그게 이유야?”
“다른 이유가 필요해?”
안토니가 조금 풀이 죽은 듯 어깨를 아래로 늘어뜨렸다.
“아니야. 그럼 그렇게 알고 있을게.”
“응, 알겠어. 그럼 파티 하루 전에 다시 얘기해 줘.”
로제테와 안토니는 새끼손가락을 걸며 약속했다.
그 후 로제테에겐 세 명 정도 더 파트너 신청을 했다. 로제테는 망설이다가 모두 거절했다.
로제테는 알지 못했지만 안토니 헉슬리에게도 여학생 두 명이 용기를 내어 파트너 신청을 했다.
하지만 안토니는 고민도 하지 않고 거절했다.
“결국 우리 둘이 가게 생겼네.”
졸업식 전날, 카페테리아에서 같이 점심을 먹으며 안토니가 머쓱한 듯 웃었다.
“그러게.”
“뭐야, 뭐야?”
멜로디가 두 손바닥으로 턱을 받치며 관심을 보였다.
“두 사람, 같이 졸업 파티에 가?”
“응, 그렇게 됐어. 오늘까지 서로 파트너를 구하지 못하면 같이 가기로 했거든. 친구끼리 말이야.”
“으응, 맞아. 친구끼리.”
안토니가 조금 어색하게 로제테의 말을 따라 했다. 흐응, 하고 콧소리를 낸 멜로디는 서로 온도가 다른 두 사람에게 관심을 끄기로 했다.
“뭐, 두 사람이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아무튼 내일이면 진짜 졸업이네. 나야 유일한 가족인 오빠가 같이 와서 향수병을 느끼지 못했지만, 두 사람은 엄청 고생했잖아.”
“그렇지.”
“돌아가게 되어서 정말 좋겠다. 하긴, 나도 제국식 미트 파이가 먹고 싶어.”
“돌아가면 셋이 같이 먹으러 가자.”
“그래.”
로제테는 환하게 웃는 멜로디를 보며 스리슬쩍 물었다.
“멜로디, 제국으로 돌아가서도 우리는 친구 맞지?”
멜로디는 그 말에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뜸을 들였다.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제국으로 돌아가는 순간, 멜로디는 아드리안가에서 일하는 멜로디 오서가 되고, 로제테는 아드리안 공녀가 되었다.
그녀가 지금처럼 편하게 로제테를 대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곧 멜로디가 결심한 듯 미소 지었다.
“그럼. 우리는 친구지.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완벽하게 원하던 답은 아니었지만, 로제테는 그 대답으로 일단 만족하기로 했다.
* * *
다음 날, 조앤이 새벽부터 찾아와 소란을 피웠다.
“아가씨! 일어나세요! 얼른 졸업식 준비를 해야죠!”
“으응, 조앤. 무슨 졸업식 준비를 지금부터 해?”
“저녁에 파티가 있잖아요! 파티에서 빛나시려면 지금부터 준비해도 늦는다고요! 사실 며칠 전부터 관리를 했어야 했는데 아가씨께서 싫다고 하셔서……!”
“알겠어, 알겠어. 일어날게.”
로제테는 조앤에게 이끌려 장미수를 넣은 온수에 목욕도 하고, 얼굴에 팩도 붙였다.
그러고 난 뒤 조앤은 아르간 오일을 로제테의 머리에 발라 주었다.
“아가씨, 좋으시죠? 이제 제국으로 돌아가니까요.”
로제테가 거울에 비친 조앤의 눈을 바라보며 웃었다.
“나보다 조앤이 더 좋은 거 아니야? 돌아가면 결혼할 텐데.”
조앤의 얼굴이 빨개졌다.
“아니에요.”
조앤은 몇 년 전, 로제테의 호위 기사인 크리스 켈런과 연인 사이가 되었다.
1년 전엔 정식으로 약혼까지 했는데, 제국으로 돌아가자마자 결혼식을 준비한다고 했다.
“내가 우리 조앤의 결혼식은 최고로 준비해 줄 거야. 와이드 부인에게 부탁해서 예쁜 드레스도 만들어 달라고 할게.”
“네에? 하지만 와이드 부인은 고위 귀족들만 상대하는…….”
“내가 부탁하면 안 될 게 뭐가 있겠어?”
“그렇지만 제가 감히…….”
“조앤이 뭐 어때서? 나 때문에 이 낯선 땅에 와서 날 언니처럼 돌봐 줬잖아. 난 조앤을 정말 가족처럼 생각해.”
조앤이 눈시울을 붉혔다.
“말씀만이라도 감사해요. 저도 아가씨가 무척 잘 대해 주셔서 이곳에서도 잘 지낼 수 있었어요.”
“그러니까 앞으로도 잘 부탁해.”
“당연하죠!”
“그럼 얼른 옷 갈아입혀 줘. 이러다가 늦겠다.”
“네!”
로제테는 조앤의 도움을 받아 교복을 입고 그 위에 남색 졸업 가운을 입었다. 조앤은 아주 심혈을 기울여 모자까지 씌워 주었다.
로제테가 졸업식이 열리는 메인 홀에 들어가자 학생들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쏠렸다. 로제테는 기죽지 않고 자신의 자리인 마법과 줄 맨 앞에 섰다.
이윽고 졸업식이 시작되었다.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저는 앞으로 여러분의 앞날을 응원하겠습니다.”
총장의 말이 끝나자 뒤에 앉아 있던 이벨린 왕국의 국왕이 앞으로 나왔다.
왕립 아카데미라고 해도 국왕이 직접 졸업식에 참여하는 일은 드물었다. 그가 오늘 직접 행차한 것은 오로지 로제테 때문이었다.
“마법과의 로제테 아드리안, 단상으로 나오도록.”
로제테는 모두의 박수 소리를 들으며 국왕 앞으로 나왔다.
“그대가 남아 있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말이야.”
“송구합니다, 전하.”
“내 제안은 계속 유효하니 언제든 마음이 바뀌면 연락하도록 해.”
아마도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로제테는 굳이 말하지 않았다.
“어디에 있든 그대의 앞날이 빛나기를 응원하겠다.”
“감사합니다, 전하.”
그 말을 끝으로 공식적인 아카데미 졸업식이 끝났다.
로제테가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며 홀을 나가려고 하는데, 누군가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아드리안 공녀님. 잠깐 시간을 내어줄 수 있겠습니까?”
로제테는 그 남자를 알아보았다.
‘아까 국왕 전하 뒤에 서 있던 남자.’
아마도 국왕의 보좌관인 듯 싶었다.
“알겠어요.”
로제테는 아이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남자를 따라갔다. 역시나 홀에 딸린 휴게실에 들어가니 국왕이 앉아 있었다.
“국왕 전하를 뵙습니다.”
“앉게. 인사를 받으려고 부른 건 아니니.”
“황송합니다.”
로제테가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자 보좌관이 차를 따라 주었다.
“내가 공녀를 부른 건 다름이 아니라, 오필리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서라네.”
“네, 짐작은 했습니다.”
오필리아는 이벨린 왕국의 왕녀, 즉 눈앞의 국왕의 딸이었다.
“오래전, 공녀가 오필리아를 독살로부터 구했다고 들었어. 인사가 참 늦었네.”
“아닙니다, 전하. 저는 딱히 한 게 없고, 황자 전하께서 해결하셨죠.”
“겸손 떨 것 없다. 이 늙은이도 자세한 소식은 다 들었으니.”
로제테는 그저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요즘 제국 황실 분위기가 뒤숭숭하여 오필리아 그 아이가 많이 힘들 거야. 아비로서 가 보고 싶지만 내 여의치가 않아.”
“…….”
“부디 공녀가 가서 오필리아를 잘 다독여 주지 않겠나?”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내 편지도 전해 줄 수 있겠나?”
국왕이 손짓하자 보좌관이 왕실의 인장이 찍힌 편지를 내밀었다. 로제테가 두 손으로 그것을 받았다.
“네, 전하. 제가 반드시 잘 전해 드리겠습니다.”
“그래, 고마워. 그리고 편지를 줄 때 내 말도 같이 전해 주게.”
“말씀해 주세요.”
“너무 많이 울지 말라고, 비록 멀리 떨어져 있어도 너는 이 이벨린 왕국의 왕녀이자 나의 사랑스러운 딸이라는 것을 기억하라고 전해 주게나.”
“알겠습니다.”
“그래. 더 시간을 뺏을 수는 없겠지. 이만 물러나도 좋네.”
로제테는 인사를 한 뒤 밖으로 나왔다. 두 손에 공손히 든 편지가 무겁게 느껴졌다.
* * *
졸업식이 끝난 뒤 여자 기숙사가 난리가 났다. 다들 파티를 위해 꾸미느라 바빴다.
로제테와 멜로디 또한 로제테의 방에서 조앤의 도움을 받고 꾸몄다.
조앤이 수도의 유명 살롱 직원들을 몇 명 데려온 덕분에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
“완벽해요, 아가씨.”
조앤이 모든 치장을 마친 로제테를 보고 또 한 번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고 보니 아가씨의 첫 파티네요. 이 모습을 주인님께서 보셨으면 무척 좋아하셨을 텐데요.”
거울 속 제 모습을 보며 감탄하던 로제테의 얼굴도 흐려졌다.
“그러게. 아빠나 언니, 오빠가 봤으면 좋았겠다, 그치? 아냐. 생각해 보니 루카스 오빠는 보자마자 웃었을 것 같기는 해. 차라리 안 보는 게 나을지도 몰라.”
로제테가 농담조로 말하자 조앤이 눈물을 훔치면서 웃었다.
“아무리 루카스 도련님이라도 지금 아가씨 모습을 보면 놀리지 못하실 거예요.”
“그러려나?”
“네.”
“그래도 너무 슬퍼하지 마. 어차피 돌아가서 데뷔탕트를 치를 거니까. 그때 다들 보겠지.”
로제테는 작년에 성년이 되었다. 원래라면 작년에 황궁에서 열리는 데뷔탕트 무도회에서 정식으로 사교계에 데뷔했어야 했다.
그러나 아카데미에 재학 중이라 데뷔탕트를 올해 치르게 되었다.
“그러게요. 그때도 제가 예쁘게 꾸며 줄 거예요.”
“응, 고마워.”
그때 노크와 함께 조셉이 들어왔다. 그는 준비를 마친 멜로디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두 눈을 비볐다.
“세상에, 이게 누구야. 우리 동생, 멜로디 오서 맞아?”
“뭐야, 웬 호들갑이야?”
멜로디는 새침하게 말했지만, 싫지는 않은지 두 볼이 조금 달아올랐다.
“진짜 예뻐! 그러고 보니 우리 멜로디도 돌아가면 연애도 하고, 나중에 결혼도 하겠지? 내가 아가씨만 걱정할 게 아니었어.”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지 조셉이 코를 훌쩍였다. 멜로디가 질색했다.
“오빠, 그만 좀 해. 남들 보기 창피하지 않아?”
“내가 뭐 어때서 그래. 멜로디, 너는 오빠가 창피해?”
“아니, 그……. 됐어. 울 거면 나가서 울어.”
로제테와 조앤은 서로를 보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