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95)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95화. 바다 위의 재회(95/214)
95화. 바다 위의 재회
2024.02.03.
대포알이 그대로 해적선에 명중하자, 부서진 파편이 바다로 떨어졌다.
사람들이 환호를 질렀다.
“잘했다!”
“멋지다, 로제테! 저 아이가 이벨린 왕립 아카데미를 수석 졸업한 인재예요!”
로제테는 친구들의 자랑에 부끄러워할 새도 없이 방어에 집중했다. 계속해서 대포알이 날아왔지만, 번번이 로제테의 방어막에 막히고 말았다.
그러자 해적들이 작전을 바꾸었는지 빠른 속도로 배를 몰아 다가오기 시작했다.
“육탄전을 할 모양이에요! 다들 충격에 주의하세요!”
로제테가 경고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제일 커다란 배가 다가와 부딪쳤다. 로제테의 마법 덕분에 배에는 손상이 없었지만 충격은 있었다.
배가 크게 흔들렸다. 사람들은 넘어지거나 바다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주위의 물건을 꽉 잡았다.
곧 끝에 날카로운 고리가 달린 밧줄이 배로 날아왔다.
이번에도 밧줄은 로제테의 마법에 튕겨 나갔다. 그러자 해적들은 아예 배를 바짝 붙이고 직접 넘어오고 있었다.
로제테가 이번엔 해적들이 넘어 오지 못하도록 방어 마법을 다시 펼쳤다. 해적들은 배로 뛰어오려다가 튕겨져 나가며 바다에 빠졌다.
“잘하고 있어!”
“어디 한번 넘어와 보시지!”
그때였다. 해적선 중에 가장 큰 배가 다가오더니, 누가 보아도 우두머리의 느낌을 풍기는 남자가 걸어왔다.
남자는 왼쪽 눈에 까만 안대를 끼고 있었고, 턱에는 수염을 덥수룩하게 길러 거친 인상을 주는 사람이었다.
그가 왼손으로 곡선 형태의 검을 허공에 휘둘렀다. 로제테의 투명한 마법진이 있는 바로 그곳에 말이다.
“……!”
허공에서 스파크가 튀며 마법진이 사람이 한 명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찢어졌다. 로제테가 얼른 마법진을 재정비했지만, 남자를 비롯한 해적 몇 명이 따라 들어왔다.
“너구나!”
로제테만 잡으면 된다고 생각했는지, 남자를 비롯한 해적이 그녀에게 일제히 달려들었다. 다행히 우두머리 남자를 제외한 해적들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검이나 무기를 들고 달려들었다.
덕분에 로제테에게 칼을 들이민 것은 남자 혼자였다.
“피해, 아가씨!”
로제테는 서둘러 방어 마법을 펼치며, 동시에 남자에게 파이어 볼을 날렸다. 그런데 파이어 볼이 남자에게 채 닿기도 전에 사라지고 말았다.
남자가 씩 웃었다.
“꽤 하는데, 꼬맹아.”
로제테는 그에게 왜 마법이 먹히지 않았는지 금방 알아챘다. 그가 방어 마법 효과가 담긴 목걸이를 걸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이벨린 왕국 배에서 약탈한 거겠지.’
이벨린 왕국은 마법이 유명한 만큼, 마법 효과를 새겨 넣은 액세서리, 일명 아티팩트가 유명했다.
마법 발현 횟수는 제한되어 있지만,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값이 엄청 비쌌다.
이 남자는 약탈한 마법 아티팩트를 팔지 않고 본인이 쓰는 모양이었다.
그것 외에도 공격 마법이 담긴 반지나 반격 마법이 새겨진 귀걸이도 보였다.
‘섣불리 마법을 썼다간 역공당할 수도 있겠어.’
로제테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단검을 꺼내 마나를 불어 넣었다. 예전에 제국을 떠날 때 다니엘이 선물했던 단검이었다.
“그렇게 부르지 마. 날 꼬맹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이거든!”
“호오.”
남자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뭐지? 소드 마스터는 아닌 것 같은데 오러를 쓰다니. 내가 모르는 다른 방법이 있는 건가? 그 방법이 꽤 궁금한데.”
“글쎄. 날 제압하면 알려 줄지도 모르지.”
로제테가 웃으며 남자의 귀걸이를 향해 마나를 응축해 날렸다. 마나가 날카로운 칼날처럼 날아갔지만, 이내 보이지 않는 벽에 튕겨져 나갔다.
로제테는 그 마나가 다른 사람에게 튀기 전에 마나를 흐트러뜨렸다.
‘이 정도 반응 속도란 말이지.’
로제테가 하늘 위에서 날고 있는 삐삐에게 소리쳤다.
“삐삐!”
[삣!]삐삐가 쏜살같이 날아왔다. 로제테의 마법으로 도움을 받은 삐삐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날아가 남자의 귀걸이를 물어뜯었다.
“악!”
물리적인 공격이라 반격 마법이 반응하지 않았다. 귀걸이가 남자의 귀에서 뜯기며 갑판 위로 떨어졌다.
그때부터 로제테가 무자비하게 마법을 퍼부었다. 마법이 몇 번 튕기다가 이내 남자의 배를 강타했다.
“헉!”
로제테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마법으로 남자의 칼을 빼앗은 뒤 움직이지 못하도록 남자를 제압했다.
그 뒤 다른 해적들도 마법으로 끌고 와 한곳에 묶어 두었다.
“아, 다른 해적들은 도망가네요!”
배를 둘러싸고 있던 해적선들이 상황을 파악하고는 재빨리 배를 돌리기 시작했다.
마법으로 해적들을 잠 재운 로제테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저들을 잡기는 힘들어요. 아쉽지만 그냥…….”
그때 망원경으로 저 멀리 보이는 배의 깃발을 확인한 선원이 외쳤다.
“어, 저기 제국 해군의 배입니다!”
그의 말처럼 저 멀리서 제국 해군의 배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해군은 달아나려는 해적들을 소탕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로제테는 배가 혹시나 피해받지 않도록 방어 마법을 유지했다.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됐을 때 선장이 말했다.
“잘됐습니다. 아무리 제압했다고 하지만 해적을 배에 태우고 가기 걱정됐는데, 해군에게 넘기면 되겠습니다.”
선장의 지휘하에 선원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하얀 돛을 걸었다.
그 후 상황은 빠르게 해결되었다.
제국의 기사단복을 입은 기사들이 배로 넘어와서 해적들을 끌고 가고, 누군가가 나와 선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다들 수고했네. 덕분에 그동안 골치를 앓던 해적의 우두머리를 잡아들였군. 쥐새끼 같은 놈이라 늘 빠져나갔는데 말이야.”
“아닙니다. 저희가 한 게 아니라 저 아가씨께서 하셨습니다.”
“아가씨?”
누군가의 말에 남자가 고개를 돌렸다. 때마침 다른 선원의 말에 그쪽을 바라보았던 로제테는 제복을 차려입은 은발의 남자를 보고 멍하니 중얼거렸다.
“황자님?”
남자도 그녀를 발견하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공녀?”
그가 눈살을 찌푸리다가 로제테에게로 다가왔다. 가까이 온 그가 그녀를 위아래로 살펴보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로제테도 얼떨떨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설마 했는데, 정말로 조슈아였다.
“로제테 아드리안, 맞나?”
그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투로 물었다. 아무래도 그동안 부쩍 큰 로제테가 낯선 모양이었다.
“네, 맞아요.”
“그동안 많이 달라졌……. 아니, 그게 아니라, 대체 왜 여기에 있지?”
“졸업했거든요. 일주일 전에요.”
“벌써 그렇게 됐나? 그러니까, 내 말은, 왜 배를 탔지? 해적이 나온다는 소리를 못 들었나?”
“들었어요. 설마 해적이 나올까 싶기는 했는데…….”
로제테가 해군에게 끌려가는 해적들을 보며 머쓱하게 웃었다.
“진짜로 나올 줄은 몰랐어요. 그러는 황자님께서는 해적을 소탕하러 나오셨나 봐요.”
그러고 보니 루카스가 요즘 조슈아가 해적 소탕을 하러 다닌다고 편지에 썼던 것이 기억났다.
“그래. 소위 해적왕이라고 불리는 이가 출몰해서 급히 왔는데…….”
조슈아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하, 그대는 참 겁도 없군.”
어? 로제테는 낯선 호칭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그렇게 보지?”
“조금 전 황자님께서 저 보고 ‘그대’라고…….”
“그런데?”
“아니, 그런 호칭은 황자님께 처음 들어서요.”
“공녀도 나이가 있는데 언제까지 ‘너’라고 부를 수는 없지. 게다가 사람들도 있지 않나.”
피식 웃은 조슈아가 로제테에게 제안했다.
“여기서 제국까지는 일주일 정도 더 걸린다. 여기서부터 제국까지는 내 배로 바래다주지.”
“아니에요. 여기에 제 친구들도 있고…….”
“친구?”
“멜로디와 안토니 헉슬리요.”
“아, 헉슬리 영식도 왕국으로 갔다고 하더니만 같이 졸업한 모양이군.”
“네.”
“그들도 같이 가도록 하지. 어차피 배에 남은 방은 많으니까.”
“네에.”
조슈아는 선원과 기사들에게 지시했다.
“아드리안 공녀를 우리 배로 모셔라. 우리도 제국으로 돌아간다.”
로제테는 그들이 짐을 가지러 가는 것을 보다가 조슈아와 함께 그의 배로 이동했다.
조슈아는 그를 배에 있는 작은 응접실로 안내했다. 로제테는 그의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그런데 실버는요?”
“아, 배에 소환해 놓기엔 덩치가 워낙 커서. 선원들이 겁도 먹고 말이야.”
“그럼 여기서만 잠깐 소환하면 안 되나요?”
“얼마든지.”
조슈아가 손가락을 튕기자 실버가 나타났다.
실버는 소환되자마자 달려들었다. 로제테는 앞발을 들고 번쩍 선 실버를 꽉 끌어안았다.
“오랜만이야, 실버! 보고 싶었어!”
[컹!]삐삐도 반가워하며 실버의 머리 위에서 쫑쫑 뛰었다.
[삐, 삣!]로제테와 실버가 재잘재잘 인사를 나누는 사이, 소파에 앉은 조슈아가 다리를 꼬며 중얼거렸다.
“범상치 않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렇다고 배로 돌아올 줄은 몰랐어.”
비꼬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감탄하는 목소리였다. 로제테는 민망해졌다.
“조금이라도 빨리 가고 싶었거든요.”
“그러니 범상치 않다는 거지. 누가 이 시국에 빨리 가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배를 타나.”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긴, 그대의 실력 하나는 나도 인정하니까. 그나저나 이번에도 도움을 받았어. 고마워.”
“아니에요, 저는 별로 한 게 없는데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린 로제테가 조슈아의 맞은편에 앉았다. 실버는 그런 로제테의 발치에 엎드렸고, 삐삐는 실버의 등 위에 자리 잡고 앉았다.
로제테는 조슈아를 곁눈질로 살펴보았다. 아까는 너무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보지 못해서 이제야 제대로 관찰할 수 있었다.
분명 로제테는 조슈아가 마지막으로 봤을 때와 별로 달라질 게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오판이었다.
‘분명 얼굴은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와 다른 게 없는데…….’
그녀가 조슈아를 마지막으로 봤을 때 그는 열여덟 살이었다. 이미 외적인 성장은 끝난 상태였다.
그래서 외모는 그때와 특별히 달라진 게 없었다. 굳이 찾자면 근육을 더 키워서 어깨가 좀 더 넓어지고 몸이 다부져졌다는 것 정도일까.
그런데 분위기가 엄청 바뀌었다.
‘루카스 오빠도 루이스 전하가 등장한 후로 황자님이 좀 바뀐 것 같다고 했지.’
그 말 그대로였다.
그전에 보았던 조슈아도 물론 상대하기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 황족인 데다 과거의 기억까지 있으니 나이에 비해 성숙했다.
게다가 원래도 사근사근하다기보다는 까칠한 성격이라서 사람들이 대하기 어려워했다.
하지만 과거를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일까. 아니면 조슈아가 로제테에게는 무르게 대했던 것일까.
로제테는 조슈아를 막 만났을 때 빼고는 그를 어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같이 사건을 해결하면서 사이가 더 돈독해졌다.
‘그런데 지금은 달라. 왠지 불편해.’
지금 조슈아는 함부로 말을 붙이기도 어려웠다. 까칠함을 넘어서 냉소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그나마 로제테와 있을 땐 종종 짓던 장난스러운 미소도 사라져 있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황자,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