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96)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96화. 다시 온 제국(96/214)
96화. 다시 온 제국
2024.02.04.
“왜 그렇게 쳐다보지?”
“그냥 반가워서요. 그리고 그동안 황자님께서도 많이 달라지셨네요.”
조슈아가 픽 웃었다.
“그대만 하겠나.”
“저요?”
“그래. 분홍 머리가 아니었다면 몰라볼 뻔했어.”
로제테가 머리카락을 하나로 모아 오른쪽 어깨 아래로 내려 매만졌다.
“하긴 다들 그래요. 조앤도, 멜로디도 저 보고 많이 컸대요.”
“아마 스승님이나 아드리안가 남매들이 그대를 보면 놀라겠어.”
“그렇겠죠?”
로제테는 오랜만에 만난 조슈아에게 조금 더 많은 것을 묻고 싶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오필리아는 잘 지내는지, 루이스가 등장한 후로 황궁 분위기는 어떻게 바뀌었는지 등등.
그런데 예전과는 다른 조슈아의 분위기에 도무지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아까부터 자꾸 ‘그대’니 ‘공녀’니 하는데, 전보다 거리감이 느껴져서 괜히 속상했다.
“저…….”
간신히 입을 열어 그동안 잘 지냈냐고 물어보려고 할 때였다.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조슈아의 부관이라는 남자가 들어왔다.
“황자 전하, 잠시 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알았다.”
조슈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공녀, 하인이 방으로 안내해 줄 거다. 실버도 원한다면 공녀가 데리고 있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로제테는 저도 모르게 일어나 그에게 무릎을 굽혀 인사했다. 조슈아에게는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황족을 향한 절이었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그래. 그럼 공녀, 나중에 다시 보도록 하지.”
로제테는 조슈아가 나간 뒤에도 한동안 멍하니 닫힌 문을 바라보았다.
[삐이?]삐삐가 그녀의 어깨로 날아와 무슨 일이냐고 중얼거렸다.
“아냐, 아무것도. 그냥 황자님을 오랜만에 봐서 그런가 봐.”
삐삐의 턱을 쓸어 준 로제테는 때마침 그녀를 안내하러 온 하인을 따라 응접실을 나섰다. 실버도 꼬리를 흔들며 그녀의 뒤를 따라 나갔다.
* * *
급한 일을 처리하고 방으로 돌아온 조슈아는 깊은숨을 내쉬었다.
로제테가 잠들 때까지 그녀 옆에 있다가 조슈아에게 돌아온 실버가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조슈아가 목까지 잠갔던 셔츠 단추를 두어 개 풀며 픽 웃었다.
“별것 아냐. 그냥 좀 놀라서.”
조슈아는 방금까지 함께 있었던 로제테를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조금 전 그는 그답지 않게 조금 긴장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로제테를 보고서 말이다.
6년 만에 본 로제테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이 티가 나던 열네 살 소녀는 이제 완전한 여인이 되었다.
조슈아가 기억하고 있는 스무 살의 로제테는 무척 작고 어렸다. 댈러스 후작가에서 제대로 먹지도 못했는지 도저히 스무 살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몰골을 하고 있었다.
푸석한 머릿결과 퀭한 눈과 홀쭉 팬 뺨. 깡마른 손목 그리고 그 차림과는 어울리지 않는 푸른 눈동자.
쌍꺼풀 짙은 눈이 인상 깊긴 했지만, 당시 로제테는 객관적으로 매력적인 외모는 아니었다. 물론, 감옥에서 만났으니 더 볼품없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조슈아는 로제테가 제대로 사랑받으며 큰 모습이 상상이 되지 않았다.
종종 나름대로 상상해 보려고 해도 자꾸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정원에서 만났던 모습이나, 감옥에서 만났던 모습뿐이었다.
그런데 오늘 로제테와 눈이 마주친 순간…….
‘인정하기는 싫지만 시간이 멈춘 것 같았지.’
그녀는 완전히 숙녀가 되어 있었다. 앳된 모습은 사라지고, 제법 성숙해져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사교계에서 미인이라 칭송받는 이자벨 아드리안이나 엘리샤 댈러스보다 더 아름다워 보였다.
실제로도 로제테는 데뷔탕트를 치르자마자 사교계를 뒤집어 놓을 것 같았다.
그런 로제테가 조슈아를 보며 굉장히 반가워했다. 그리고 그를 의식한 듯 어색하게 굴기도 했다.
그 사실이 조슈아를 조금 설레게 했다.
‘앞으로 황궁 생활이 재밌어지겠어.’
조슈아는 로제테로 인해 달라질 미래를 생각하며 다시 미소 지었다.
* * *
황실의 배를 얻어탄 지도 어느새 일주일이 지났다. 어느새 땅이 보이기 시작했다.
[삣!]신이 나서 제일 가까운 섬으로 날아갔던 삐삐는 또다시 꽃을 한 송이 물고 왔다.
이벨린 왕국에서는 볼 수 없는, 하지만 에른하르트 제국에선 흔히 볼 수 있는 노란 꽃이었다.
로제테가 감회에 젖은 눈으로 꽃향기를 맡았다.
“이제 진짜 돌아왔구나.”
[삐!]로제테가 삐삐와 함께 기뻐하고 있는 동안, 계속해서 멀미에 시달린 안토니가 흐느적거리며 나왔다. 구구도 함께였다.
“안토니, 저기 좀 봐! 이제 두 시간 정도면 도착할 거래!”
“으어어, 얼른 땅을 밟고 싶어.”
“조금만 더 힘내. 이제 곧 멀미에서 벗어날 수 있어. 두 시간만 버텨.”
로제테는 그렇게 마지막까지 안토니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2시간 뒤 배는 무사히 수도에서 가까운 항구에 정박했다.
하인들이 짐을 내리는 것을 보던 로제테가 이것저것 지시하는 조슈아에게 다가갔다.
사실 지난 일주일 동안 조슈아와 한 배에 타고 있었는데도 그를 잘 보지 못했다. 조슈아가 워낙 바빴기 때문이다.
‘좀 더 얘기를 나누지 못해서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올해로 스물네 살이 된 조슈아는 한창 황자로서 입지를 다지는 중이었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들었다.
“제국까지 무사히 데려다주셔서 감사해요, 황자님.”
“별말을. 제국민을 보호하는 게 황족의 역할인걸.”
이 항구에서 수도까지는 마차로 몇 시간이 걸렸다.
“여기서부터는 따로 가야 할 것 같은데, 잘 갈 수 있겠나?”
“당연히 갈 수 있죠. 그리고 혼자도 아닌걸요.”
“그렇다면 다행이야. 그럼 나중에 보지. 마침 저기 그대의 기사가 마차를 잡았으니까. 조심히 들어가도록 해.”
“그럼 먼저 가 보겠습니다. 조만간 황자님과 황후님을 뵈러 입궁할게요.”
“그래.”
로제테는 조슈아에게 인사한 뒤 안토니와 다른 친구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그 후 지친 몸을 이끌고 마차에 탔다.
저택으로 가는 내내 가슴이 너무나도 빠르게 뛰어서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빠르게 달리던 마차가 이윽고 멈췄을 때.
“꼬맹아!”
그리웠던 루카스의 목소리가 들리면서 문이 벌컥 열렸다. 갑자기 안으로 쏟아지는 눈 부신 햇빛에 로제테는 눈을 감았다.
다시 살짝 눈을 떴을 때, 눈앞에 루카스가 서 있었다.
올해로 스물두 살인 루카스는 언뜻 보기에 다니엘과 꽤 닮아 있었다. 다니엘과 다른 푸른 눈동자가 아니었다면, 로제테는 그를 다니엘로 착각했을 거다.
“루카스…… 오빠?”
루카스는 로제테보다 더 당황했다. 그는 멍하니 눈을 깜빡이는 로제테를 보고 두 눈을 비비더니, 다소 멍청하게 물었다.
“뭐야, 우리 꼬맹이 맞아?”
오랜만에 듣는 ‘꼬맹이’라는 단어에 코끝이 시큰해졌다. 로제테가 눈물을 훌쩍이며 답했다.
“저 로제테 맞아요!”
“세상에, 꼬맹아! 우리 꼬맹이가 이렇게나 컸어!”
루카스가 양팔을 크게 벌렸다.
“우리 꼬맹이, 이리 와. 오빠가 한번 안아 보자!”
로제테는 마차에서 나오며 그에게 와락 안겼다. 울고 싶지 않았는데 눈물이 퐁퐁 쏟아졌다.
“오빠아, 너무 보고 싶었어요.”
이제 와 고백하자면, 로제테는 처음 가족들과 떨어져 아카데미에 갔을 때 며칠 동안 밤마다 울고는 했었다.
스스로 ‘내 정신은 성인이야. 이런 걸로 울지 마.’라고 다독였지만, 정신까지 진짜 어려진 것인지 자꾸만 눈물이 나왔다.
마지막으로 육로를 통해 로제테를 만나러 와 주었던 가족들을 돌려보내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나 보고 싶었던 가족이었다. 배를 타고 오는 2주 동안 꾹꾹 참은 감정이 한 번에 터지고 말았다.
“그래, 꼬맹아. 나도 너무 보고 싶었어.”
이제 성인이 된 두 남매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었다.
“뭐야, 언제까지 너 혼자 로즈를 안고 있을 거야? 나도 좀 보자.”
뒤에서 들리는 이자벨의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두 사람은 언제까지고 그러고 서 있었을 것이다.
“이자벨 언니!”
로제테가 고개를 빼꼼 내밀어 이자벨을 바라보았다.
“그래, 로즈.”
이자벨도 눈시울을 붉히며 로제테를 꽉 안아 주었다.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야. 다들 네가 배로 온다고 해서 걱정 많이 했어. 안전하게 마차로 오지 그랬어.”
“너무 보고 싶어서 조금이라도 빨리 오고 싶었어요.”
“그래, 덕분에 우리도 널 빨리 볼 수 있어서 다행이야.”
이자벨이 로제테의 머리를 애정 가득한 손길로 쓰다듬어 주었다.
“그런데 아빠와 다니엘 오빠는요?”
“잠깐 입궁하셨어. 오후나 저녁에 오실 것 같아. 오늘 네가 올 줄 알았다면 안 가셨을 텐데 말이야.”
“아, 그렇군요.”
로제테는 조금 시무룩하게 중얼거렸다.
“일단 들어가자. 들어가서 얘기해.”
로제테는 양팔로 각각 루카스, 이자벨과 팔짱을 끼고 가족들이 쓰는 거실로 향했다.
각자 옹기종기 자리에 앉자 루카스가 로제테를 보며 호들갑을 피웠다.
“어떡해! 꼬맹이가 너무 낯설어!”
“오빠는 여전히 그대로고.”
“무슨 소리야, 꼬맹아. 나 그동안 키도 많이 크고 근육도 늘었는데. 볼래? 오빠 알통도 이렇게나…….”
팔에 힘을 빡 주는 루카스를 보며 로제테가 다시 소리 내어 웃었다.
‘진짜 그대로야.’
몸은 훌쩍 자랐지만 루카스는 여전히 철이 없는, 그러나 그 누구보다도 로제테를 사랑하는 둘째 오빠였다.
로제테는 괜히 루카스를 한번 더 흘겨보았다.
“그나저나 오는 데는 안 힘들었어? 멀미는 안 하고?”
이자벨이 물었다. 로제테는 순간적으로 솔직하게 답했다.
“네, 괜찮았어요. 친구들과 같이 와서 심심하지는 않았거든요. 중간에 해적이 나타나서 애를 좀 먹기는 했지만…….”
“뭐? 해적을 만났다고?”
루카스가 로제테를 잡고 몸을 샅샅이 살폈다.
“괜찮아? 다친 곳은 없고?”
“괜찮아요. 제가 다 처리했어요!”
로제테가 경악하는 루카스와 이자벨을 안심시켰다.
“다행히 곧바로 황자님께서 이끄시는 해군이 와서 뒤탈 없이 처리할 수 있었어요. 게다가 황자님의 배로 옮겨 타고 무사히 왔거든요.”
“오, 황자 전하를 봤어?”
“네!”
“어땠어? 많이 달라지시지 않았어?”
“조금요. 분위기가 달라지신 것 같기는 하더라고요.”
삼 남매가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문이 열리더니 로제테가 기다리던 다니엘이 안으로 들어왔다.
“로즈!”
“어? 다니엘 오빠!”
로제테는 벌떡 일어나 그에게 달려갔다. 습관적으로 달려가 안기려던 로제테는 다니엘 뒤에 서 있는 검은 머리의 여인을 보고 멈췄다.
‘혹시 저분이 바로 리베라 후작 영애일까?’
검은 머리에 푸른 눈. 루카스가 편지에 묘사한 이네스 리베라와 인상착의가 똑같았다.
로제테가 잠깐 머뭇거리는 사이 다니엘이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로즈, 많이 보고 싶었어. 그새 많이 컸구나.”
“으응. 나도 많이 보고 싶었어, 오빠! 그런데 저분은…….”
로제테가 여인을 흘끔거리자 다니엘이 “아!” 하고 그녀를 놓아주었다.
“로즈, 인사해. 이쪽은 내 약혼녀인 이네스 리베라야. 널 엄청 만나고 싶어 해서 데려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