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97)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97화. 이네스 리베라(97/214)
97화. 이네스 리베라
2024.02.05.
검은 머리의 여인, 이네스가 웃으며 무릎을 살짝 굽혔다 폈다.
“안녕하세요, 아드리안 공녀님. 다니엘에게서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아드리안 공녀라뇨. 당치도 않아요. 그냥 로제테라고 불러 주세요. 말도 편히 하시고요.”
“그래도 될까요?”
“당연하죠. 다니엘 오빠의 약혼녀면 제게도 언니 같은 분이니까요. 한 달 뒤면 실제로 가족이 될 거고요.”
다니엘은 2년 전 리베라 후작가의 이네스와 약혼했다. 3년 전 사냥 대회에서 이네스가 다니엘에게 손수건을 준 것을 계기로 서로에게 호감을 가졌다고 한다.
이네스는 빨리 결혼하고 싶어 했지만, 다니엘이 로제테도 참석해야 한다며 이번 봄에 결혼식 날짜를 잡았다.
로제테는 이 모든 것을 루카스의 편지로 전해 들었다. 루카스는 이네스를 무척 좋게 평가했다.
그 때문인지 로제테는 그녀를 직접 보는 게 처음인데도 호감을 느꼈다.
‘이것도 과거와는 달라졌네.’
과거에는 다니엘은 죽기 전까지 약혼녀도, 연인도 없었다. 아드리안가와 리베라가가 딱히 교류도 없었으니, 당시 다니엘과 이네스도 별 친분이 없었을 것이다.
‘아마도 다니엘 오빠가 과거에는 사냥 대회를 안 나가서 그랬겠지.’
현재가 과거와 달리 긍정적으로 바뀌는 건 좋은 일이었다.
“반가워요, 로제테. 앞으로 잘 부탁해요. 말은 차차 놓을게요.”
이네스가 환하게 웃으며 로제테를 끌어안았다. 로제테는 그녀를 마주 꽉 안아 주었다.
“알겠어요. 그나저나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요. 오빠와 영애가 어떻게 만났는지도 궁금하고.”
“어머, 영애라니. 섭섭해라. 이네스라고 불러요. 다니엘의 동생이면 저에게도 동생인 걸요.”
“알겠어요, 이네스 언니.”
로제테의 ‘언니’라는 호칭에 이네스가 잠깐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수줍게 웃었다.
이네스까지 포함하여 다섯 사람은 가족들이 쓰는 작은 홀에서 다과를 즐기며 이야기를 나눴다.
로제테는 특히 다니엘과 이네스의 이야기를 궁금해했다. 다니엘은 민망해했고, 이네스는 로제테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제가 그동안 다니엘을 줄곧 좋아했거든요. 사실 제 또래 숙녀 중 다니엘을 마음에 두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죠. 그만큼 인기가 많은걸요.”
“그런가요? 저는 그동안 떨어져 있어서 자세히는 몰라요.”
“얼마나 인기가 많은데요. 사냥 대회 때에도 다들 손수건을 엄청 줘요.”
“하지만 형은 하나도 안 받았지.”
루카스가 끼어들었다.
“맞아요. 다들 다니엘이 안 받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고 손수건을 준비하죠. 저도 그중 하나였고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날도 별 기대 안 하고 다니엘에게 손수건을 주었어요.”
로제테가 눈을 반짝였다.
“그런데 오빠가 이네스 언니의 손수건을 받은 거고요?”
“맞아요.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떨려요.”
이네스가 과장해서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내쉬었다.
“원래 용기 있는 자가 사랑을 쟁취한댔어요. 이네스 언니가 그날 용기를 냈기 때문에 지금 오빠와 함께 있을 수 있는 거예요.”
“그런가요?”
“그럼요.”
로제테가 까르르 웃으며 새삼 다니엘과 이네스를 살펴보았다. 참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둘 다 모난 곳이 없고 둥글둥글한 편이라 잘 지낼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루카스 오빠는 왜 아직도 약혼녀가 없어?”
“나야, 뭐. 검하고 약혼했어.”
“허울 좋은 핑계지.”
잠자코 듣고 있던 이자벨이 비웃었다. 루카스가 코웃음 쳤다.
“진짜야.”
루카스가 여전히 주장했다.
“나는 검에 내 일생을 바치기로 했어.”
“내가 그 말 똑똑히 기억할 거야. 나중에 결혼한다고 하기나 해.”
“그러는 누나는? 누나야말로 왜 연애를 안 하는데?”
다니엘이 점점 뜨거워지는 두 동생의 말 싸움을 말렸다.
“자, 자. 두 사람 모두 그만해. 그것보다 나는 로제테의 연애사가 더 궁금한데. 아카데미에서 별일 없었니?”
루카스와 이자벨이 동시에 로제테를 향해 고개를 휙 돌렸다. 루카스가 따지듯이 물었다.
“맞아, 그러게! 꼬맹아, 넌 어땠어? 설마 공부하라고 아카데미에 보냈더니 연애나 하고 온 건 아니지?”
루카스의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이글이글 불타고 있었다.
딱히 남자친구를 사귄 적도 없긴 했지만, 행여나 그렇다고 대답하면 저택을 아주 뒤집어 놓을 기세였다.
아닌 척하면서도 다니엘과 이자벨도 로제테에게 집중했다. 이네스만이 ‘어머, 아카데미에서 청춘 남녀끼리 연애도 할 수 있고 그런 거죠.’라며 흥미진진해했다.
“으응, 나?”
난데없이 불똥이 튄 로제테는 원흉인 다니엘을 한 번 흘기고는 답했다.
“없었어요.”
“다행……이 아니라 왜 없어? 설마 너에게 고백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거야? 그 아카데미엔 보는 눈이 없는 사람만 모였어?”
“아냐, 고백을 한 사람이 있기는 했…….”
“뭐? 감히 주제도 모르고, 누구에게 고백을 해?”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건지. 로제테는 한숨을 쉬었다.
루카스가 계속해서 성을 냈다.
“헉슬리는? 설마 그 망할 헉슬리도 고백한 건 아니겠지?”
로제테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사실대로 말했다간 루카스가 정말 불같이 화를 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루카스는 또 화를 내기 시작했다.
“뭐야, 걔한테 다른 여자가 생긴 거야? 망할 헉슬리 자식, 우리 로제테가 뭐가 부족해서!”
“아유, 참 오빠!”
로제테가 루카스의 등을 퍽퍽 때리는 것으로 그 주제는 마무리됐다.
받은 고백들을 왜 다 거절했는지가 화제가 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아드리안의 사 남매는 무사히 재회를 끝마쳤다. 한참 이야기 꽃을 피우다가 저녁에 아드리안 공작이 돌아오면 다시 모이자며 방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그날 저녁, 로제테는 아드리안 공작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빠른 속도로 방에서 튀어 나갔다.
“아빠!”
급하게 저택 안으로 들어오던 공작이 그녀를 보고 깜짝 놀랐다.
“로즈.”
“아빠아!”
로제테가 계단을 빠르게 내려가 그의 품에 쏙 안겼다.
“세상에, 로즈. 이제 다 컸구나. 아빠가 없는데도 혼자 잘 컸어.”
“흐윽, 아빠. 아빠아.”
“그래, 로즈. 아빠, 여기 있단다.”
3년 만에 안기는 아드리안 공작의 품은 여전히 넓고 따뜻했다. 로제테는 ‘아빠’라는 단어를 처음 배운 아이처럼 그 말만 반복했다.
아드리안 공작은 3년 동안의 그리움을 담아 로제테를 꽉 안고 다독여 주었다.
아빠를 만나면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아빠라는 단어만으로도 충분했다.
삼 남매에 이어 아드리안 공작까지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잘 지낸 것 같아 보여 안심이었다.
서로 달라진 모습을 발견하고 놀라기도 했지만, 함께 살던 때 그대로 사랑하는 가족이었다. 로제테는 공작의 품에 안겨서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로제테는 다시 모두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 * *
다음 날, 아침. 로제테는 습관적으로 일어났다.
[삐삣!]“삐삐, 너도 잘 잤어?”
[삣!]“집으로 돌아오니까 좋다, 그치?”
로제테는 신이 난 삐삐의 뺨에 입을 맞춘 뒤 검술 연습복을 입고 연무장으로 나갔다. 삐삐도 그녀의 뒤를 포르르 따라갔다.
연무장은 평소와 다른 의미에서 떠들썩했다. 기사들은 하라는 훈련은 안 하고 삼삼오오 모여서 떠들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 주제는 연인 사이가 되어 돌아온 조앤과 크리스였다.
“이야, 켈런 경. 부럽습니다. 주군께서 아가씨를 호위하라고 보냈는데 사랑을 얻고 오시다니.”
크리스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그저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좀 자세히 말해 주십시오. 궁금해 죽겠습니다.”
“그냥 남들처럼 똑같이 지냈습니다.”
“똑같이 지내기는요! 그럼 오서 경은 뭐가 됩니까?”
“옳소! 조셉 오서는 7년 동안 뭐 했냐!”
“저는! 아가씨를 지키느라……!”
“비겁한 변명이다!”
로제테는 목검을 챙기며 풋 웃었다. 그녀를 발견한 기사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아가씨, 나오셨습니까?”
“피곤하실 텐데 더 쉬시지, 왜 이렇게 일찍 나오셨습니까?”
“아카데미에서도 계속 조셉, 크리스와 함께 아침 훈련을 했거든. 그래서 익숙해. 오히려 배 타고 오는 동안 몸을 풀지 못했더니 몸이 찌뿌드드해.”
로제테는 팔을 돌리며 어깨를 풀었다. 고작 그 가벼운 스트레칭에 기사들이 저마다 환호했다.
“오오, 아가씨께서도 역시 아드리안이십니다.”
“자세가 완벽하십니다!”
숨만 쉬어도 칭찬이 쏟아지는 분위기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맞아, 예전에는 이랬었지.’
이 기사들은 여덟 살 로제테가 조금만 뛰어도 칭찬하고, 행여나 넘어져서 다치지는 않을까 걱정하고는 했었다.
‘민망하긴 하지만 싫지는 않아.’
사랑과 보살핌을 듬뿍 받는 느낌이 들었다.
조앤, 조셉 그리고 크리스가 응석을 받아 주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로제테는 이벨린 왕국에 있는 동안 어른스러워지도록 노력했다. 남들에게 얕보이지 않기 위해서였다.
어딜 가나 타인을 시기질투하는 사람은 있는 법이고, 몇몇 학생들은 갑자기 나타나 수석을 차지한 외국인, 로제테를 달갑지 않게 보았다.
그들의 인정을 받기까지 로제테는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마음껏 응석을 부려도 괜찮았다. 로제테는 집에 왔단 걸 실감하는 것 같아 더욱 좋았다.
‘그렇다고 응석받이가 되면 안 되겠지만.’
로제테는 그렇게 생각하며 목검을 들고 자세를 취했다. 당연하게도 기사들이 격한 반응을 보였다.
“누가 보면 마법사가 아니라, 기사라고 하겠습니다!”
로제테도 괜히 우쭐해져서 자랑했다.
“있지, 나 마나로 오러 비슷한 것을 만들 수 있어.”
목검에 마나를 씌워서 보여 주자 기사들은 진심으로 경악했다.
“아니, 이게 어떻게 가능한 겁니까?”
“천재들은 어떤 분야도 다 잘할 수 있는 겁니까?
그때 저 멀리서 루카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들 훈련 안 하고 거기서……. 어라? 꼬맹이, 더 안 자고 나왔네?”
“오빠!”
“어디 보자. 7년 동안 실력이 많이 늘었을까?”
“당연하지. 종종 조셉이랑 대련도 했는걸!”
“대련도 했단 말이야?”
“그럼!”
로제테의 대답을 들은 루카스가 기사들에게 손짓했다. 기사 한 명이 눈치껏 그에게 들고 있던 목검을 건네주었다.
“그럼 꼬맹이, 이 오빠와 대련 한번 해 볼까? 얼마나 늘었는지 보자고.”
기사들이 난리가 났다.
“안 됩니다, 도련님!”
“아가씨 팔이 부러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루카스는 기사들의 걱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세를 잡았다
“자, 꼬맹아. 오빠에게 덤벼 봐.”
그때 기사 하나가 로제테에게 귓속말을 했다.
“도련님께선 아가씨가 마나로 오러를 만드는 것을 모르니 오러로 공격하시죠.”
로제테가 쿡쿡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루카스에게 달려드는 로제테의 목검은 마나로 반짝 빛났다.
“잠깐만! 그거 뭐야, 꼬맹아! 이건 아니지이!”
루카스의 놀란 비명만이 연무장에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