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98)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98화. 이벨린 국왕의 편지(98/214)
98화. 이벨린 국왕의 편지
2024.02.06.
로제테는 착실히 제국 생활에 다시 적응했다. 어느 정도 저택에 익숙해진 그녀가 제일 먼저 한 것은 와이드 부인을 부르는 것이었다.
저택에 있는 옷이 모두 작아졌기 때문에 새로운 옷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세상에, 공녀님. 이제 정말 숙녀가 되셨네요.”
오랜만에 본 와이드 부인이 직접 로제테의 몸 치수를 재며 연신 놀랐다.
“저에게 아가씨를 처음 봤을 때 적어 둔 치수도 있거든요. 그때와 비교하면 엄청 많이 자라셨어요. 감회가 정말 새롭네요. 꼬마 신사 숙녀분들께서 이렇게 자라는 모습을 보는 건 늘 즐거운 일이지요.”
“그래? 키가 너무 작지는 않아? 언니, 오빠는 큰데. 아빠도 말이야.”
로제테는 아드리안 삼 남매와 달리 유독 작은 제 키가 콤플렉스였다.
“그건 세 분께서 크신 거죠. 객관적으로 봤을 때 공녀님 키는 절대 작은 게 아니랍니다. 오히려 저는 딱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
“네. 게다가 검술 연습을 하셔서 그런지 몸 선이 예뻐요. 데뷔탕트를 치르시면 다른 숙녀들께서 무척 부러워하실 거예요.”
술술 나오는 칭찬에 부끄러워졌다. 와이드 부인은 진심이라 더 민망했다.
로제테는 수줍게 뺨을 붉히며 말을 돌렸다.
“이네스 언니의 웨딩 드레스도 부인이 준비하는 거지?”
“네. 다니엘 공자님께서 제게 의뢰하셨어요. 그러고 보니 이자벨 공녀님은 다니엘 도련님 결혼식에 드레스 대신에 기사단 단복을 입으신다고 하셨어요. 그게 더 편하시다면서요.”
이자벨은 황실 기사단에 입단했다. 얼마 전 로제테는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고, 흰 단복을 입은 이자벨의 모습을 보았다.
정말 잘 어울리고 멋졌다.
‘언니를 따르는 여자아이들도 많다고 했어.’
이자벨은 파티에도 드레스 대신 단복을 종종 입고 다녔다고 들었다.
나이가 지긋한 귀족 중엔 그것을 아니꼽게 여기는 사람도 있었지만, 어린 소녀들에게서는 반응이 좋았다.
실제로 이자벨이 단복을 입고 모습을 드러낸 뒤, 검을 배우는 여자아이들이 꽤 생겼다고 했다.
“응, 들었어. 이자벨 언니다워. 그렇지?”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공녀님은 어떻게 하길 건가요? 공녀님께선 드레스를 입으실 생각이시죠?”
“응. 나는 드레스로 해 줘. 바지는 영 불편하거든.”
“좋아요. 공녀님께선 허리에서 엉덩이로 떨어지는 라인이 정말 예쁘셔서 그 라인을 강조한 드레스를 입으시면 정말 예쁘실 것 같아요.”
“응. 알아서 잘해 줘. 와이드 부인의 솜씨라면 언제든 믿으니까.”
“부끄럽네요. 그럼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수첩에 이것저것 적은 와이드 부인이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결혼식에 입고갈 드레스가 아니라 데뷔탕트 드레스가 먼저잖아요? 이번에 파티에 참석하시는 거 맞죠?”
“응. 작년에 못 했으니까.”
“데뷔탕트 드레스도 제게 맡겨 주시면 누구보다도 빛나게 해 드리겠습니다.”
“당연히 내 옷은 부인에게 맡겨야지.”
그녀가 감동 받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최고의 레이디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응.”
배시시 웃던 로제테가 아차 싶은 얼굴로 말했다.
“참, 한 달 뒤에 조앤과 크리스가 결혼할 거야. 촉박하긴 한데, 그때 조앤이 입을 드레스도 부인이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조앤이라면 이벨린 왕국까지 따라가서 아가씨를 모신 그 하녀 말씀이시지요? 안 그래도 결혼식 얘기는 들었어요.”
“언니 같은 사람이야. 최고의 신부로 만들어 주고 싶어. 그러기 위해선 와이드 부인의 드레스가 필수잖아. 그렇지?”
“그럼요, 아가씨.”
와이드 부인이 기분 좋은 듯 웃었다.
“아가씨의 부탁이시니 당연히 제가 만들어야죠. 시간이 촉박하긴 해도, 기존의 디자인을 조금 변형해서 만드는 거라면 가능할 것 같아요. 그래도 괜찮을까요?”
“응, 당연하지.”
“그럼 말이 나온 김에 조앤이라는 하녀의 치수도 재도록 하죠.”
와이드 부인은 얼떨결에 불려 온 조앤의 치수를 재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로제테는 소파에 앉아 그 광경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기분 좋은 나날이었다.
* * *
며칠 뒤, 와이드 부인에게 의뢰한 외출복이 완성되기도 전에 로제테는 이벨린 왕국에서 입던 드레스를 입고 황궁으로 향했다.
오필리아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작은 손가방에는 이벨린 국왕이 주었던 편지가 들어 있었다. 제국까지 오는 내내 소중히 간직한 것이었다.
“어서 오거라, 로제테.”
여전히 우아한 오필리아가 반갑게 맞이했다. 로제테가 채 무릎을 굽혀 인사하기도 전에 그녀가 로제테를 와락 끌어안았다.
“인사는 됐단다.”
“하지만…….”
“대신 꽉 안아 주렴.”
로제테는 잠시 망설이다가 오필리아를 마주 껴안았다. 오필리아가 눈물 어린 눈으로 로제테를 살폈다.
“많이 컸구나. 네가 이자벨과 함께 처음으로 왔을 때가 엊그제 일처럼 생생한데, 벌써 이렇게 컸어.”
“시간이 참 빨라요. 그렇죠?”
“그나저나 이벨린 왕국식의 드레스를 입고 왔구나.”
“네. 아직 여기서 옷을 다 맞추지 못해서요. 예전에 입던 옷은 또 작고.”
반은 진실이고 반은 거짓이었다. 제국식 드레스를 입으려고 했다면 급한 대로 이자벨의 옷을 수선해서 입어도 됐다.
그러나 로제테는 굳이 이벨린 왕국에서 가져온 드레스를 입었다. 오필리아가 이 드레스를 보면 반가워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이렇게 컸으니까. 제자리에서 한번만 돌아봐 주겠니?”
오필리아는 두 손으로 치마를 잡고 빙그르르 도는 로제테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예쁘네. 이 드레스를 보는 건 오랜만이야. 그거 아니? 나도 처음으로 올 때엔 이런 드레스를 입고 왔었어. 색도 지금 네가 입고 있는 색과 비슷했단다.”
오필리아가 아련하게 추억에 젖었다.
“이런, 내가 너무 오래 세워 두었구나. 얼른 앉거라. 앉아서 이야기하자.”
로제테는 오필리아와 다과를 즐기며 이벨린 왕국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듣자 하니 오필리아 또한 로제테가 들었던 이벨린 왕립 아카데미 출신이라고 했다. 그녀는 로제테가 들려주는 아카데미 이야기를 꽤 재미있게 들었다.
“어머, 그 교수님이 아직도 있니? 하긴, 내가 입학했을 때 조교였다가 졸업할 때쯤 교수에 임용됐으니 아직도 있을 법하네.”
오필리아는 아는 이야기가 나오면 반갑게 자기의 이야기를 말해 주었다.
“맞아, 그 카페테리아는 칠리를 얹은 감자 튀김이 유명했지. 내 시녀가 먹지 말라고 말렸지만, 나는 시녀 몰래 자주 먹었어.”
“저도요! 조앤이 감자 튀김을 많이 먹으면 안 된다고 했지만 멜로디와 자주 먹었어요.”
그렇게 신이 나서 얘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그나저나 수석 입학에 수석 졸업이라니. 정말 대단하구나. 아바마마께서 아주 탐내셨을 것 같아.”
“사실 이벨린 왕국에 남아 달라는 권유를 받기는 했어요.”
멋쩍게 웃은 로제테가 이곳에 온 진짜 이유를 꺼냈다.
“사실 아카데미 졸업식 때 국왕 전하를 만났어요. 그러니까 황후님껜 아버지 되시겠죠?”
“어머.”
오필리아의 눈시울이 금세 다시 붉어졌다.
“어떠셨니? 건강해 보이셨니?”
“네. 건강하신 것 같았어요. 게다가 멋진 분이시더라고요.”
“맞아. 어마마마께서도 아바마마의 외모에 반하셨다고 늘 말씀하셨지.”
오필리아가 손수건으로 젖은 눈을 닦다 말고 풋 웃었다.
“무슨 얘기를 나눴니?”
“사실 시간이 없어서 별 얘기는 나누지 못했어요. 옛날에 황후님의 위험을 막아 줘서 뒤늦게나마 고맙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사실 저는 크게 한 일이 없는데요.”
“없기는. 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지.”
“또…….”
로제테는 손가방에서 편지를 꺼내 오필리아에게 건넸다.
“이 편지를 전해 달라고 하셨어요.”
편지에 찍힌 인장을 확인하자마자 오필리아가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이 말씀도 같이 전해 달라고 하셨어요. 너무 울지 말라, 오필리아. 넌 비록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이벨린 왕국의 왕녀이자 나의 사랑스러운 딸이라고요.”
로제테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오필리아가 흐느끼기 시작했다. 로제테는 그녀를 달래 줄까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인사한 뒤 응접실을 나왔다.
‘마음이 좋지 않네.’
로제테도 이제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는 슬픔이 뭔지 알았다.
그래서인지 예전과 달리 홀로 지내는 오필리아가 걱정되었다. 게다가 오필리아는 지금 심적으로 제일 힘든 시기 아니던가.
그나마 오필리아가 이 황궁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아들인 조슈아 덕분이었을 것이다. 그가 추후 황좌에 오르는 것을 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버티신 거겠지.
그러나 릴리스 공녀와 루이스 에른하르트의 등장으로 그것도 요원해졌다. 그뿐만 아니라 그녀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었다.
먼 왕국의 왕녀보다는 제국의 공녀 쪽이 귀족의 여론을 얻기 쉬울 테니까.
‘부디 건강하셔야 할 텐데.’
로제테가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야윈 오필리아를 생각하며 씁쓸하게 웃을 때였다.
[아우우!]복도에 늑대의 하울링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실버가 빠른 속도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실버!”
로제테는 반갑게 실버를 맞이했다.
‘실버가 있다는 것은……!’
기대감을 품고 고개를 들자 저 멀리서 걸어오는 조슈아를 볼 수 있었다.
“어마마마를 뵙고 나오는 길인가?”
“아, 네.”
실버를 놓아준 로제테가 주춤주춤 무릎을 굽히려고 하자 조슈아가 손을 들어 막았다.
“인사는 됐어. 그나저나 내가 늦었나 보군. 돌아가는 길이었나? 생각보다 일찍 가는 것 같네.”
“원래는 더 있다 가려고 했는데, 황후님께서 눈물을 보이셔서 몰래 나왔…….”
“우시다니? 어마마마가?”
로제테는 당장 응접실로 뛰어갈 기세인 조슈아의 팔을 잡았다.
“괜찮아요. 심각한 일은 아니에요. 제가 이벨린 국왕 전하의 편지를 전해 드렸거든요.”
“할바마마의?”
조슈아가 흉흉했던 기세를 거둬들였다.
“그럼 이해가 되는군. 할바마마께서 따로 덧붙인 이야기는 없으신가?”
“황후님은 언제나 전하의 사랑스러운 딸이자 이벨린의 왕녀이니 울지 말라고 하셨어요.”
“할바마마다우시군.”
“국왕 전하를 뵌 적이 있으신가요?”
“어릴 적에. 그나저나 그 옷은 이벨린 왕국의 양식인가?”
로제테가 괜히 제자리에서 빙그르르 돌았다.
“네. 왕국에서 입던 거예요. 황후님께서 좋아하실까 싶어 입고 왔어요.”
“확실히 좋아하셨겠군.”
“네.”
“혹시 급한 게 아니라면 나랑 차 한잔 하지 않겠나?”
“좋아요.”
조슈아는 로제테를 또 다른 응접실로 데려갔다. 그는 차와 다과를 차려 준 시종에게 물러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전하. 어찌…….”
성인 남녀인 로제테와 조슈아를 단둘이 둘 수 있냐는 뜻이었다. 조슈아가 손을 저었다.
“나와 공녀의 패밀리어가 있지 않나. 단둘은 아니지.”
“하오나…….”
시종은 난감한 얼굴을 하다가 단호한 조슈아의 표정을 보고 물러났다.
조슈아가 손을 휘저어 응접실에 방음 마법을 걸었다. 로제테가 순수하게 감탄했다.
“황자님의 마법도 많이 느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