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99)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99화. 루이스 에른하르트(99/214)
99화. 루이스 에른하르트
2024.02.07.
“아무래도 그렇지. 그동안 많이 연습했으니까.”
조슈아가 아무렇지 않게 중얼거리며 다리를 꼬았다.
“그나저나 그동안 어떻게 지냈지? 배에서는 내가 너무 바빠서 제대로 얘기도 나누지 못했어.”
“저는 뭐, 잘 지냈죠.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조앤도 있고 멜로디도 있고, 안토니도 있어서 금방 적응할 수 있었어요.”
“아아. 안토니 헉슬리를 꽤 각별하게 여기는 모양이군.”
“네. 제 다섯 번째 친구거든요.”
“다섯 번째?”
조슈아가 풋 하고 웃었다.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표정이 허물어진 그의 얼굴에서 예전의 조슈아의 모습이 보였다.
조금은 순수함이 남아 있고, 다가가기도 쉬웠던 열두 살의 조슈아의 모습 말이다.
“그대는 친구들에게 번호도 매기나?”
“지금은 안 매겨요.”
“그럼 몇까지 세고 그만뒀지?”
“열 번째까지는 셌던 것 같아요. 그 뒤는 친구를 너무 한꺼번에 사귀어서 번호를 매길 수 없더라고요.”
조슈아가 또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별나.”
로제테는 입술을 삐쭉이다가 물었다.
“그러는 황자님은요? 어떻게 지내셨나요?”
“나도 뭐 똑같아.”
“건강하게 지내신 거 같아 다행이에요.”
“소식은 들었나?”
“제2 황자 전하의 얘기라면, 네. 들었어요. 루카스 오빠가 편지에 썼거든요.”
“그래. 그렇다면 릴리스 공작이 벌인 헛짓거리에 대해서도 들었겠군.”
“……네.”
로제테는 찻잔을 매만지며 조슈아의 눈치를 봤다. 벌써 몇 년 전 일이라 그런지 조슈아는 딱히 별 감정이 없어 보였다.
“그동안 릴리스 공작이 루이스를 어떻게 사교계에 내보일지 기대했는데, 아주 예상 밖이었어. 그런 식으로 내 뒤통수를 칠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지 뭐야.”
“…….”
“덕분에 어마마마는 쓰러지시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지. 그대는 차라리 없었던 게 나았을 거야.”
“네에.”
로제테는 무슨 말을 할지 몰라 좀 고민하다가 물었다.
“릴리스 공작이 아드리안을 노릴까요?”
“아드리안 공작가는 아직 중립을 유지하고 있어. 하지만 후계자 다툼이 깊어지면 스승님을 노릴 수도 있어.”
“그럼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될까요?”
“당분간 그냥 지내도록 해. 상황이 과거와는 확실히 달라질 거거든. 변수가 생겼으니까.”
“변수요?”
“두고 보면 알게 될 거야.”
조슈아가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나저나 내가 시간을 많이 뺏었어. 어마마마도 지금쯤 진정되셨을 테니 나는 이만 어마마마께 가 보지.”
“네. 그럼 저도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조슈아가 직접 문을 열어 주다가 불현듯 물었다.
“그런데 공녀.”
“네?”
“나는 그대에게 몇 번째 친구지?”
로제테는 그 말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 * *
황후궁을 나온 로제테는 마차가 대기한 곳으로 걸어가며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몇 번째 친구냐니.’
생각지도 못했던 질문이었다. 그동안 로제테는 조슈아를 조금 편하게 대하긴 했지만, 한번도 그를 친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당연하지. 황자님은 황자님인걸.’
원래라면 그는 그녀가 감히 바라볼 수도 없는 사람인데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그래서 로제테는 생각했다. ‘혹시 이거 황자님을 향한 나의 충심을 시험하시는 건가?’라고.
고민 끝에 로제테는 이렇게 대답했다.
-어떻게 제가 감히 황자님를 친구라고 할 수 있겠어요? 저는 그냥 황자님의 충직한 신하일 뿐이에요.
말할 때까지만 해도 완벽한 대답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래? 그렇군. 우리는 친구가 아닌 거로군.’이라고 작게 중얼거리는 조슈아를 보고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변명할 말도 생각나지 않아서 그냥 인사하고 나와 버렸다.
‘내가 뭔가 말을 잘못한 기분인데…….’
한숨을 푹푹 쉬던 로제테는 갑자기 주위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누군가가 그녀에게 인사했다.
“안녕?”
아드리안가 사람들과는 다르게 꿀을 녹인 것처럼 진한 금발을 가진 남자가 그녀에게 인사했다.
묘하게 눈매가 조슈아와 비슷했는데, 풍기는 분위기는 달랐다.
조슈아가 한겨울의 찬바람 같은 남자라면, 눈앞의 남자는 봄날의 햇볕 같았다.
그런데.
‘눈이 금안이잖아?’
로제테는 순식간에 그가 누구인지 파악하고는 무릎을 굽혔다.
“제2 황자 전하를 뵙습니다.”
남자, 루이스가 싱긋 웃었다.
“일어나도록 해.”
“감사합니다.”
“그것보다 나를 아네? 한 번도 본 적 없을 텐데.”
“이 제국에서 전하를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하, 그래? 이것 참, 부끄럽네.”
루이스가 유쾌하다는 듯 웃었다.
“그러는 그쪽은 아드리안의 둘째 공녀, 맞지?”
“네. 알아봐 주셔서 영광입니다, 전하.”
“당연히 알아볼 수밖에 없지. 엄청나게 유명인사던걸. 릴리스 공작가에서 지낼 때부터 공녀의 얘기는 많이 들었어.”
“황송합니다.”
“이벨린 왕국으로 유학 갔다고 들었는데, 돌아온 거야?”
“네. 한 달 전쯤 졸업하고 돌아왔습니다.”
그 뒤로도 루이스의 질문 공세가 계속 되었다.
“공녀은 올해 나이가 몇 살이야?”
“스무 살입니다.”
“그럼 작년에 데뷔탕트를 치렀어야 했는데 못 치렀겠네. 그럼 이번에 치러?”
“네. 그럴 것 같습니다.”
“흐음, 그렇단 말이지. 파트너는?”
“아마 둘째 오빠가 해 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대로 얘기를 나눠 본 적은 없지만요.”
“그래? 그것 좀 아쉽네.”
루이스가 턱을 쓰다듬었다. 그때, 그의 뒤에 서 있던 시종이 무언가 속삭였다. 루이스가 아쉬운 듯 중얼거렸다.
“공녀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수업을 들으러 가야 해서 아쉽네.”
루이스가 로제테에게 조금 더 바짝 다가오더니 귓가에 속삭였다.
“그거 알아? 나 사실 공녀를 우연히 마주친 거 아니야.”
“네?”
“공녀가 황후궁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와 봤어. 얼굴 한번 보고 싶었거든.”
로제테가 얼떨떨해 하는 사이, 루이스가 다시 웃었다.
“앞으로 공녀와 자주 보게 되면 좋겠어. 그럼 데뷔탕트 파티 때 봐. 그전에 공녀가 에메랄드 궁을 찾아와도 좋고.”
루이스가 시종과 함께 걸어가며 손을 흔들었다.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로제테는 그 순간 깨달았다.
‘황자님이 말한 변수가 나였구나.’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아드리안 공녀. 릴리스 공작과 루이스에게 로제테는 꽤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일 테다.
‘황제 폐하도 은근슬쩍 나를 황궁에 들이려고 했었고.’
아마도 릴리스 공작과 루이스는 과거에도 이자벨을 얻으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뼛속까지 아드리안이었고, 루이스 쪽에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겠지.
게다가 검을 쓰는 그녀에게 그다지 흥미가 없었을 것이다.
‘반면 나는 달라.’
그녀는 마법사, 그것도 세기의 천재라고 부르는 마법사였다.
누구나 넘보는 인재. 당연히 그녀를 손에 얻으려고 할 거였다.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가장 쉬운 방법이 결혼이었고.
게다가 로제테는 입양아였다.
물론 로제테야 아드리안가를 친가족처럼 생각하고, 누구보다 사랑한다.
하지만 릴리스 공작은 아마 이자벨과 달리 로제테가 입양아기 때문에 파고들 틈이 있을 거라고 여기고 있는 모양이었다.
‘조심해야겠어.’
어쩌면 내가 서 있는 자리가 폭풍의 눈이 될지도 몰라.
로제테는 저 멀리 보이는 에메랄드 궁을 바라보다가 발걸음을 옮겼다.
* * *
로제테가 제국으로 돌아온 지도 벌써 한 달이나 지났다. 그동안 로제테는 곧 있을 자신의 데뷔탕트와 조앤과 크리스의 결혼식 준비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리고 봄을 알리는 4월 초. 로제테가 직접 나서서 준비하던 결혼식이 열렸다.
로제테는 자기가 더 들떠서 아침부터 조앤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와이드 부인의 직원들에게 화장을 받던 조앤이 신기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항상 제가 아가씨를 꾸며 드렸는데, 제가 이렇게 화장을 다 받네요. 기분이 이상해요.”
로제테가 직접 자신의 액세서리 상자를 가지고 나오며 웃었다.
“그러게. 나도 뭔가 이상해. 괜히 내가 눈물나고 울컥하는 거 있지?”
“아가씨…….”
“크리스는 분명 좋은 사람이야. 7년이나 옆에서 봤으니 알아.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조금 미운 거 있지? 조앤을 뺏어가는 것 같아서.”
“뺏기는요. 저는 결혼 후에도 아가씨와 있을 거예요. 제겐 아가씨가 1순위라고요.”
“그거 크리스가 들으면 좀 섭섭해하겠다. 하지만 말이라도 고마워, 조앤.”
“하지만 진짜인걸요.”
“응. 아, 이제 더 이상 말하지 마. 화장해야 하잖아.”
로제테는 그 후로도 조앤의 옆에 앉아 그녀가 꾸미는 것을 지켜보았다.
조앤이 나갈 준비가 되었을 때, 로제테가 소중히 품에 안고 있던 액세서리 상자를 열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조심스럽게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꺼냈다.
“사실 새로운 목걸이를 마련해 줄까도 생각했어. 그런게 그건 별로 의미가 없더라고.”
로제테가 와이드 부인의 도움을 받아 목걸이를 조앤에게 걸어 주었다.
“이왕이면 나에게도 의미 있는 목걸이를 주고 싶었어.”
조앤이 울먹였다.
“아가씨이.”
로제테가 재빨리 말했다.
“울면 안 돼! 울면 화장 지워져.”
“합.”
로제테가 열심히 울음을 참는 조앤의 손을 잡았다.
“잘살아야 해. 크리스가 어련히 알아서 잘해 주겠지만, 그래도 뭐라고 하면 나에게 와서 일러. 내가 혼내 줄게.”
“네.”
“그럼 가자.”
로제테는 조앤에게 베일을 씌워 준 뒤 밖으로 나왔다.
한 달 동안 준비한 결혼식은 급하게 준비한 것답지 않게 훌륭하게 끝났다. 크리스와 조앤은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고, 모두의 축복을 받으며 부부의 서약을 했다.
로제테는 조앤이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서 그녀를 축복했다.
그리고 부케 던지기 시간이 왔다.
에른하르트 제국의 결혼식에서 부케 던지기는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새신부가 부케에 자신의 행운을 담아 던지면, 그것을 받는 사람에게 행운이 넘어간다는 것이다.
연인이 있는 사람은 연인과 곧 결혼하게 되고, 없는 사람은 새로운 사랑을 만나게 된다는 속설도 있었다.
만약 부케를 아무도 받지 못하고 떨어뜨리게 되면 결혼한 부부에게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진다고 믿는 사람도 있었다.
초대 황후가 부케를 떨어뜨리고 추후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데에서 유래한 속설이었다.
그래서 조앤이 부케를 던지기 전, 다들 부케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바글바글 모였다.
“그럼 던질게요!”
조앤이 등 뒤로 부케를 힘차게 던졌다. 그리고 그 부케는.
“……!”
“어? 작은 아가씨께서 받으셨는데요!”
부케를 받을 생각도 없이 박수를 치고 있던 로제테의 품에 쏙 안겼다.